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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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의 자서전 《의식의 강》에는 올리버 색스의 이야기만 담겨 있지 않다. 과학자 혹은 역사를 이끈 이들의 자서전이라고 이름 붙여도 될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찰스 다윈, 프로이트, 한나 아렌트를 비롯해 마크 트웨인, 바그너, 헬렌 켈러, 조지 해리슨 등. 이들의 결과물만 볼 수 있는 우리 세대에 과정이 담긴 에세이가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호기심에서 출발해 결과가 나오기까지 겪는 과학자들의 연구 과정, 갈등, 고민을 엿볼 수 있어 참 좋았다.
 
모든 결과가 밝혀진 지금, 과정을 돌아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전의 희뿌-우연 조금은 답답한 상태를 보는 게 왜 재미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즐거웠다.

 

이 한 마디가 답이 되어줄 수 있을까. :)


"과거의 일이든 미래의 일이든,
...
의식의 흐름을 구성하는 다른 부분에 대한 지식은
늘 현재의 사물에 대한 지식과 혼합되어 있다. "


프로이트는 정신의학을 연구하기 전, 신경학을 연구했는데, 이는 자신이 앓던 편두통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프로이트가 편두통을 더 깊게 연구했다면 지금 내가 먹는 약이 달라져 있지 않을까. 편두통이란 난제를 풀 실마리 정도는 찾아놓고 가시지 않았을까.

올리버 색스의《편두통》이란 책에 아주 심한 편두통 환자의 이야기가 있다. 증상이 매우 심각한 환자였는데 편두통이 끝난 후의 반동현상이 아주 뚜렷했다. 다량의 맑은 소변을 배설함과 동시에 편두통이 가라앉고 창의적인 수학적 사고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단 것이다. 편두통이 ‘신체와 정신의 이상한 방정식’임을 감안해 충분히 수용 가능한 결과라지만 나는 왜 이리 놀라운 건지. ㅎㅎ

 

 

올리버 색스의 《의식의 강》에는 찰스 다윈이 적이라 불렀던 신을 측면공격하기 위해 식물을 오랫동안 연구했다던가, 헬렌 켈러가 표절에 휘말려 고생했던 이야기, 푸앵카레(수학자)가 여행 중 월척(푸크스함수를 정의하기 위해 사용했던 변형이 비유클리드기하학 변형과 같았다던가 하는 수학적 발견)을 낚은 이야기, 바그너가 오페라 <라인의 황금>의 관현악 서곡이 떠올린 순간, 그리고 올리버 색슨의 이야기 등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내용도 분야도 상당히 방대하다.

 

역사적인 순간을 코앞에 둔 쫄깃쫄깃한 때의 이야기를 보니 다른 책에서 보던 흑백 사진 속에 검은 옷을 입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이 아니라 영화처럼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모습을 본 기분이 들어 마음이 벅차기도 했다. 이 책이 230페이지라는 사실에 놀랐을 정도로  말이다.

 

과학과 역사에 관심이 많거나 결과보다 과정에 관심이 많은 이에게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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