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 클래식 7
용달 지음, 헤르만 헤세 원작 / 책고래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을 읽다보면 아이가 어서 자라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이 불같이 이는 책이 있습니다. 제 경우엔 동물농장, 데미안,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그런 책이에요. 도서관에서 찾아보니 초등 3학년쯤 되면 읽을만 하겠다 싶은 수준의 전집들이 여럿 있더라고요. "초딩이 이런걸 읽어!?"싶은 수준의 어렵고 다소 야한 책도 있어서 조금 놀랐다지요. (ㅎㅎ 제가 촌스러운거죠?;)

 

이런 저의 근질근질한 등을 긁어줄 시원한 효자손같은 책이 나왔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그림책으로 나왔습니다.

사실 숨겨뒀다가 아이가 좀 더 자라면 그러니까 친구들 사이에도 권력다툼(?), 세력(?)같은게 있단걸 알 나이가 되면 그 때 읽으려 했는데 요즘 자꾸 택배아저씨가 자기 책은 안주고 엄마 책만 준다며 서운해하길래 아이와 함께 읽었어요. 대신 나이에 맞게 소화할 수 있도록 - 인성동화를 읽는 수준으로 읽어주고 이야길 나눴어요. ㅎㅎ;

 

 

친구들에게 허세 작렬한 거짓말을 하고 이를 빌미로 싱클레어를 괴롭히는 크로머, 친구의 어려운 상황을 눈치채고 유연하게 처리해 주는 데미안.

《데미안》은 선과 악의 구조가 또렷한 작품이지요. 하지만 세상엔 선하기만 하거나 악하기만 한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우리 모두가 크로머와 데미안의 모습을 모두 품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요.

 

 

싱클레어가 잔뜩 더러워진 몸으로 귀가했어요. 하지만 싱클레어의 아버지는 흙투성이가 된 신발만 꾸짖으셨어요. 더러워진 마음은 들키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싱클레어는 왠지 자꾸만 숨고 싶어집니다. 그림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페이지였어요.

일탈하고 방황하던 싱클레어는 어떻게 성장하게 될까요?

 


‘나’를 찾아가는 싱클레어의 여정

그림책 《데미안》 속 등장인물은 사람이 아닌 ‘
개구리’로 표현되어 있는데 전 이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말캉한 살과 긴장한 듯 똥그랗게 뜬 눈은 마치 제 마음을 동물로 표현한 것 같이 느껴져 더 측은하게 와 닿았다지요..

개구리는 새처럼 알을 깨고 나오는게 아니라 알 자체로 성장하는 독특한 존재이기도 해요. 껍질을 깨고 부숴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몸을 이룹니다. 그러고보면 부수고 나와야 할 껍질도 있고, 오롯이 받아들여야 하는 껍질도 있겠다 싶어요. 물론 데미안은 깨야 할 껍질만 이야기하지만 삼천포면 어때요. 책은 내 마음대로 읽어야 제 맛이지요! ㅎㅎ
 
책은 원작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요. 원작과 비교할 건 아니지만, 그림책으로 축약시켜 놓느라 감정선이 많이 생략되어 있어서 다소 설득력이 떨어져 보였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어른의 기준이구요.

저희 아이는 나쁜 형아, 거짓말이 주는 괴로움에서 벗어나 '진짜 멋진 나'가 되는 이야기, 멋진 데미안같은 친구가 되자 수준으로 아주 심플하게 이해가 되긴 하더라고요. 내용은 이보다 구체적이니 고전을 읽고 싶어하는 조금 큰 아이들이 볼 그림책으로 적합할 것 같아요.

작품 같은 그림도 인상적이었는데 아이들도 뭐가 마음을 끌어당겼는지 그림을 한참 들여다 보며 대화도 없이 각자 한참을 생각하며 보더라고요. 신기한 광경이었어요. 둘이 붙어있으면서 그렇게 조용히 각자 생각하고 있는 모습이.. 묘하더라고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지만 요럴땐 또 충분히 자기 시간을 갖을 수 있게 엄마가 눈치껏 빠져주어야겠지요~?

엄마는 오늘도 책으로 쉼을 얻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