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은 어떻게 이리 글을 잘 쓸까.
‘계절이 하는 일과 시간이 맡은 몫‘이라니!

신기한 건 그렇게 짧은 잠을 청하고도 눈뜨면 그사이 살이 오르고 인상이 변해있다는 거였다. 아이들은 정말 크는 게 아까울 정도로 빨리 자랐다. 그리고 그런 걸 마주한 때라야 비로소 나는 계절이 하는 일과시간이 맡은 몫을 알 수 있었다. 3월이 하는 일과 7월이 해낸 일을알 수 있었다. 5월 또는 9월이라도 마찬가지였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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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순이삼촌 2 현기영 중단편전집 1
현기영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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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는 묵혀둔 책들이 많다. 다 내가 사둔 책들이다. 주로 충동구매로 우리집에 왔다가 주인의 버림을 받아(?) 구석 어딘가에 박혀 있다. 읽지 않고 오래두면 읽고픈 마음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원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존재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순이 삼촌>은 내게 그런 책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마주한 <순이 삼촌>은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우선은 외계어격인 제주도 방언의 역할이 그랬다. 제주도 친족간의 대화에 방언이 빠질 수 없는 노릇이니 충분히 이해했다. 그들이 서울 사투리 쓰는 게 더 어색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것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순이 삼촌>의 어려움은 문장이나 문체 때문이 아니라 그 내용이 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순이 삼촌의 기행이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그 원인을 찾고자 하는 대화는 독자로 하려금 약 70년 전의 제주도를 떠올게 한다. 1948년 4월 3일에 시작된 사건. 거기에서 소설의 줄거리가 나온다. 한국전쟁 전 제주도는 육지로부터의 핍박과 멸시, 지독한 가난 외에도 군경에 의해 고립되어 있었다. 특히 한라산 지역이다. 좌익이니 빨갱이니 공산주의자니 하는 색깔 놀음에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되었다. 그 와중에 살아남은 순이 삼촌의 삶은 어떠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것이 인간의 삶일 수 없었다.

지금 보면 지독한 트라우마에 고통받았을 삼촌이지만 사건 자체를 터부시해야 했던 사회적(국가적) 억압은 그녀를 더욱 병들게 했을 것이다. 이 책은 순이 삼촌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아픈 손가락을 되돌아보게 한다. 절대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저자는 출판 당시의 험한 분위기에도 당당히 글을 썼다. 그리고 출판사 창비는 여기에 힘을 보탰다. <순이 삼촌>은 단순한 창작물이 아니다. 거짓을 가장한 진실이요 창작을 가장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순이 삼촌>은 힘을 가진 소설이다.

제주4.3사건의 상징 ‘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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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교사의, 학교 교육의 목표 아닐까 싶다.
학생의 삶에 보탬이 되는 공부를 돕는 교육! 말이다.
현재 한국 교육은 상급학교로 진학 잘 시키는 교사가 우수교사다.
아니 실제로는 행정 잘하는 교사가 우수교사라고 칭송받는다.
왜 이런 문화가 생겼을까?
책을 읽으며 나를 많이 되돌아보고 반성한다.

쓰기 숙제나 객관식 시험을 통해 얻는 것보다 실질적인 대화를 통해 얻는 것이 훨씬 더 많다고 믿어요. 우리 학생들이 자기 삶에 오랫동안 보탬이되는 공부를 하도록 돕고 싶어요.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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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한 수업 - 행복한 나라 덴마크의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행복사회 시리즈
마르쿠스 베른센 지음, 오연호 편역 / 오마이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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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배움은 혼자 할 수도 있지만,
여럿이 함께할 때 그 강도가 크다.
입시 위주의 한국 교육은 혼자하는 공부를.강조한다.
사교육은 그 정도가 심하다.
고3이 되면 정점에 달할 것이다.
배움은 상호자극에 의해 심화됨을 잊지 말자!

혼자 책을 읽고 시험을 치르는 것만으로는 배움에 대한 의욕과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할 수 없어요. 배움은 우리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속에서 일어납니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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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6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knulp 2020-06-26 15:00   좋아요 0 | URL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연호 사장님 글에 무척 공감했거든요.^^

2020-06-26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년이 온다 (특별한정판, 양장)
한강 지음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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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실화 소설이다.
<채식주의자>에서 실망한 이라면 도전할만하다.

하지만 이 책은 5.18이 주는 무게 이상으로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한동안 이 감정이 나를 힘들게 할 것만 같다.
중학교 3학년 ‘동호‘가 특히.

5.18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그것은 이 책이 증명한다.
5.18은 현대 한국인의 민주주의 세포에 새겨진 DN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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