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상상한 그리스도 살림지식총서 281
김호경 지음 / 살림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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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신앙인이라고 자부하지만 내가 믿는 종교에 대해 말하라 하면 역시 쉽지 않다. 종교가 단순히 지식의 종합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종교는 항상 지식의 너머에 있다. 내가 가진 적은 지식을 토대로 종교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란 지난한 일이다.

<예수가 상상한 그리스도>는 이런 내 고민에 약간의 답을 주는 책이다. 얇은 문고본이지만 나름의 작은 주제를 잡아 그에 대한 좋은 성취를 이루었다. 그중 내게 깊은 인상을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인간이 존엄하고 위대하다면 그 위대성은 인간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그 위대성은 그 안에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을 넣은 그 분에게서 나온다. 흙덩이 안에 생명의 기운을 넣어 그를 살아 움직이게 한 그 분 말이다. 그가 아니면, 인간은 그냥 흙덩이일 뿐이다.˝(62쪽)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였다. 즉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어진 고귀한 존재이면서 가장 흔한 흙으로 만든 하찮은 존재이기도 하다는. 결국 인간은 동전의 양면처럼 존엄성과 연약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성경은 인간창조에서부터 권력에 사로잡힌 사람의 실패와 권력에 집착하는 사람에 대한 경고를 지속적으로 제시한다. 바로 이러한 경고는 성경에서 요구하는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 드러낸다. 바로 이 대목에서 기독교가 요구하는 인간상에 대해 한참을 생각해 본다.

출애굽에 대한 해석에도 눈길이 간다. 생각치 못했던 해석이었다.

˝출애굽의 의미는 억압에서 벗어나는 것일 뿐 아니라 권력의 달콤함이 손짓하는 안주와 안락을 벗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해방과 자유에는 언제나 고난이 동반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한다. 이 고난은 권력에서 벗어나는 것에 따른 대가지만, 이러한 대가를 치름으로서 가나안이라는 새로운 질서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63쪽)

하나님의 도움으로 애굽에서의 고통에서 벗어나지만 달콤함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거친 광야 생활은 오히려 애굽 시절을 그립게 만들었다. 인간의 간사함이 드러나는 대목이지만 유대인 역시 어쩔 수 없이 연약한 인간임을 알 수 있다. 하늘의 선택을 받았지만 그들은 종종 그 하늘을 스스로 거부해 왔다. 그것은 바로 눈앞의 안락을 위해서이다. 그 안락의 지속은 고통의 다른 이름이다. 그것과의 단절, 즉 해방과 자유를 위해서는 권력의 달콤함을 스스로 깨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수 천 년 전의 유대인만이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우리 역시도 늘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을 정독하게 되는 이유는 신앙이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당대를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예수의 공생애 기간 중 행적을 몇 가지 주제로 추려 그 의미를 탐색했다. 이를 통해 예수가 남긴 말과 행동이 오래전 일로만 치부될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재해석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다양한 상상력으로 성경을 휘젓고 다니길 독자들에게 당부한다. 예를 들어 저자의 이런 주장은 권력을 버리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멀리하고 권력의 정점에서 사회를 농단한 기독교인들, 박찬욱 감독의 복수 영화 시리즈가 갖는 기독교적 함의,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려는(기존 질서에 포섭된) 한국의 기독교 문제 등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 저자는 이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는다. 독자인 내가 곡해하는지 모르겠으나 그리 읽힐 따름이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이 책을 예수에 대한 물음의 답으로 여기기 보다, 예수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으로 읽어주길 바란다.

독자에게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책이라 평도 높게 준다. 종교에 관심 있는 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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