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0~20대에겐 추천하지 않는 책이다. 이해가 쉽지 않을 테니. 30대에게는 자유로운 선택권을 주고 싶다. 다만 40대 이상에게는 강추한다. 열정이 조금씩 사그러지는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만하다.

대학 종교학과 저자인 그답게 다양한 종교의 경전들이 이 책에 소개된다. 경전 속 인간의 구체적 삶들이 현재를 갈아가는 우리들에게 제시되는 것이다. 내가 믿는 종교는 당연하지만 타종교 역시 큰 거부감 없이 이해될만하다. 저자의 필력을 넘어 그가 종교학자로서 여러 종교들을 잘 융화하여 어우러지게 다듬은 듯하다. 그래서 글이 잘 읽힌다.

저자는 고독, 관조, 자각, 용기라는 큰 주제를 중심으로 글을 쓴다. 이 주제들의 주체는 개인이다. 관성적이고 타성에 젖은 그저그런 일상을 극복하고 인생의 주체로서 어떻게 살면 좋을지 강하지 않고 부드럽게 이야기해 준다. 그래서 먼저 개인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고독). 인내와 침묵을 바탕으로 동굴을 벗어나려고 도전해야 한다. 둘째 그 고독 가운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할 필요가 있다(관조). 불완전하고 오만한 자신과 단절하고 내면의 소리를 찾아 묵상하고 관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셋째, 이때 비로서 찾아오는 깨달음의 순간이 있다(자각). 가면을 벗고 진부한 나를 극복하여 자립하는 삶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다운 삶을 향한 힘찬 걸음을 해야 한다(용기). 우리에게 주어진 몫을 향해 열정과 믿음을 가지고 나가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공감을 갖고 책을 대하니 술술 읽히고 가슴에 와닿는다. 그러자니 자연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고 지금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지금의 나는 지나치게 현실에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앞으로 한참이 남은 나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생각치 않을 수 없다. 즉 이 책은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나를 결심케 하고 무언가 하도록 추동케 한다. 저자는 사회가 바라는 나, 부모가 바라는 나가 아니라 자신을 관찰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인 결과로써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주체가 된 개인의 삶이 완성적 삶 아닐까?

내면의 소리는 종교적으로 말하면 신의 속삭임일 수도 있고 개인이 자신을 오랜 시간 되돌아본 결과일 수도 있다. 그저 노력만 열심히 하는 피동적인 삶이 아니다. 이 책은 그런 깨달음을 준다. 그래서인지 청년들보다 중년들에게 어울리는 책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시든 불을 살려내라고 저자가 소리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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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7-06-01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까지 주체적인 삶을 살아오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그게 아닌 주어진 제 앞의 시간들에 그저 맞추고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합니다. 님 글을 읽으니 내면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기울이지 않았다는 자각을 해봅니다.
나이듦이 주는 안정이 아닌 또다른 불안이 중년에 있다니 참^^난감해지네요.
덕분에 다시금 나를 되돌아 보게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knulp 2017-06-01 23:43   좋아요 1 | URL
부족한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역시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찌 보연 너무 빨리 인생의 닻을 내려버린 것은 아닌지 반성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무언가 새로운 준비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답니다.ㅎㅎ

나와같다면 2017-06-01 2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세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 세상의 냄새가
들어오지 않는
은밀한 골방을
그대는 가졌는가?

- 함석현 <그대는 골방을 가졌는가> 중에서

knulp 2017-06-01 23:44   좋아요 1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네요.

cyrus 2017-06-02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30대인데, 고독을 지향하기로 선택했습니다. ^^

knulp 2017-06-02 09:15   좋아요 0 | URL
저는 40대인지라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현실에 넘 안주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