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도서 구매 습관상 베스트셀러는 잘 사지 않는다. 좋은 책은 현재 많이 팔리는 책이 아니라 꾸준히 오래 팔린다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출간된 지 1년 넘어서까지 팔리는 책 위주로 사는 편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주제를 다룬 책이거나 좋아하는 출판사/저자의 책은 당장 사버린다. 아무튼 좋은 책은 시간이 지나도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자신이 읽든 남에게 선물하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최근에 읽은 ‘좋은 책’을 꼽으라면 나는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들고 싶다. 청춘을 넘어선 내게 이 책은 무슨 의미일까? 나는 이제 청춘이 아니니 별의미가 없을 것 같은 데 이 책은 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이다지도 오래 베스트셀러 대열에 끼어 있는 것일까?(2011년 12월에 산 이 책은 이미 532쇄였다)

우선 이 책은 따뜻하다. 제자를, 이 땅의 청춘들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김난도 교수의 따뜻한 심성과 감성이 그대로 책에 녹아 있다. 오랜 세월 자식을 키우고 제자들을 길러왔지만, 그들이 지금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그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기성세대들조차 힘겨워 한 것이 사실 아닌가. 청춘의 세월을 겪어본 어른들에게는 나름의 극복 노하우가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지금의 세대들에게는 낯설고 힘든 현실 앞에 좌절과 낙망만 있을 뿐이다. 그것은 청년 실업의 증가, 자살률 상승, 과도의 스펙 쌓기 등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사실 부모 세대라고 하여 쉽게 조언을 건넬 수도 위로하기도 힘든 문제다. 이미 20대들은 힘들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란도 샘(서울대생들은 이렇게 부른단다)은 정답이 아닌 따뜻한 위로와 경험이 뭍은 충고를 해준다.

“ 인생에 관한한, 우리는 지독한 근시다. 바로 코 앞 밖에 보지 못한다. 그래서 늦가을 고운 빛을 선사하는 국화는 되지 않고, 다른 꽃들은 움도 틔우지 못한 초봄에 향기를 뽐내는 매화만 되려고 한다. (중략) 그대 좌절했는가? 친구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그대만 잉여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가? 잊지 말라. 그대라는 꽃이 피는 계절은 따로 있다. 아직 그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대, 언젠가는 꽃을 피울 것이다. 다소 늦더라도, 그대의 계절이 오면 여느 꽃 못지않은 화려한 기개를 뽐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고개를 들라. 그대의 계절을 준비하라.”

이것은 강요가 아니다. 읽는 이의 자발성을 불러내는 훌륭한 글이다. 나는 직업이 있고 이미 기성성대에 편입이 되어 있지만 나조차 란도 샘에게서 위안을 받았으니까.

둘째, 란도 샘의 글에는 제자와 청춘들에 대한 사랑이 녹아 있다. 이는 그의 글 속에 나타난 일들을 통해 내가 유추해 낸 결론이다. 즉 그는 교수로서 강의와 학생지도에 열심이다(서울대 우수강의와 한국갤럽 최우수 박사학위 논문지도상 선정). 또한 선생님으로서 재학생과 졸업생에 대한 상담에 열심이다. 여기에 행정, 논문작성, 각종 사회단체 활동까지... 학교 현장에 있는 나로서는 솔직히 부끄러운 대목이다. 어느 하나에 열심이면 분명 다른 하나를 놓치기 때문이다. 이것은 직업 정신이나 교수로서의 사명감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추상적으로 말해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밖에 정의할 수 없을 듯하다.
“포기가 항상 비겁한 것은 아니다. 실낱같이 부여잡은 목표가 너무 벅차거든, 자신 있게 줄을 놓아라. 대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의 날개를 펼쳐라.”

법대와 행정대학원을 다닌 란도 샘. 당연한 코스였지만 자신에게 깊은 좌절감만 안겨주었던 고시를 때려치운 이후, 두려워했던 것보다 바닥이 깊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온 몸이 부스러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발목도 삐지 않았다. 몇 달 동안 삶의 여백을 가지면서 힘을 얻은 그는 석사장교, 박사과정, 유학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니 그는 청춘들에게 포기나 추락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자신의 경험대로 자신 있게 미련의 끈을 놓으라고 권한다. 대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의 날개를 펼치고.

셋째, 저자의 힘겨웠던 경험이 읽는 이에게는 위안거리가 된다. 란도 샘은 이제 유명인이지만 그가 위인은 아니기에 그의 경험을 특별한 경우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순신이나 김구처럼 불세출의 영웅이라면 그들의 삶을 예외로 인정하고 배우길 거부할 수 있겠으나 란도 샘은 그런 인물이 아니지 않은가. 서울대 법대를 나왔지만 고시에 낙방했고, 가족의 연이은 사망과, 유학 후의 경제적 어려움 등은 같지는 않지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청춘들에게 도전 의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사례라고 본다. 자신의 전공을 옮겨가며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고 또한 도전을 게을리 하지 않은 그. 이런 란도 샘이기에 청춘들에게 해줄 말일 많은 것이다.

“그러니 그대여, 늘 ‘지금의 나’를 뛰어넘을 것을 생각하라. 기성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잠재력을 끝없이 확대해야 한다. 자기 세계에만 안주하고 있으면 무너진다. 그대가 스스로를 새롭게 만들지 않으면 사회가 그대를 오래되게 만들어버린다. (중략) 잊지 말라. 알은 스스로 깨면 생명이 되지만, 남이 깨면 요리감이 된다. ‘내 일’을 하라. 그리고 ‘내일’이 이끄는 삶을 살라.”

진정 무릎을 치는 탁견이 아닐 수 없다. 알이 생명이 되기 위해선 스스로 깨고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프라이나 찜이 될 수밖에 없기에.

이외에도 저자는 다양한 주제로 청년들에게 조언한다. 일찍 재테크하지마라, 혼자 놀지 마라, 신문을 읽어라, 백수로 지내기보다 작은 회사에라도 취업해라, 스펙이 아닌 내 꿈을 위해 투자하라 등... 하나같이 전부 주옥이다. 이런 글은 하루아침에 써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한 줄의 글로 나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란도 샘의 글에는 따뜻함과 사랑이 녹아 있다고 한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사실 직업적 이유 때문에 산 책이다. 에비 20대를 가르치고 있고 또한 졸업생들이 종종 찾아오는 현실에서 나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을까 돌이켜보면 농담 따먹기 수준의 대화만 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약간의 위로와 조언을 했겠지만 그들의 가슴에 그리 깊이 있게 다가가진 않았으리라. 란도 샘의 글을 통해 내가 위로를 받았음은 물론 교사로서의 사명감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분명 좋은 책이다.

참! 이 책은 청춘들만 읽을 책이 아니다. 선생님은 물론 부모들도 읽어야 할 필독서다. 내 제자와 자녀들을 제대로 껴안고 다독이기 위해서 읽고 머리에 저장해두어야 할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도종환 시인의 시에서 인용)는 점을 기성세대들은 잘 안다. 하지만 청춘들에게 제대로 전달해주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고 청춘들에게 잘 전달해주기 바란다.

개인적 바람이라면, 교수나 교사와 같은 이들의 글도 좋지만 종교인들의 글도 보고 싶다. 이 땅의 힘들어 하는 청춘들을 위한 글 말이다. 내 종교를 믿어라! 하는 일차원적인 주장이 아니라 종교라는 매개를 통해 힘겨워하는 청춘들을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글을. 한때 달라이 라마의 글이 큰 유행을 한 적이 있었다. IMF 사태 이후 힘든 사회 상황에서 큰 위안을 준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제 우리 한국인의 시각에서, 우리 종교인의 시각에서 청춘들을 위한 글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2012.12.20.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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