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여 (2disc)
이윤기 감독, 전도연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영화 <남과여>를 보고

공유를 사랑하는 아내를 둔 덕에 보게 된 영화다. 내게 잘 생긴 남자는 별 의미없는 상대여서 눈길도 주지 않던 영화였는데 결국엔 공유 덕분에. ㅎㅎ 물론 연기 잘하는 전도연도 있기에.(결말에 대한 스포일러 있을 수 있음)

이 영화에 대한 어느 평론을 읽으니 이런 제목을 붙여 놓았다. ‘끝을 알고 시작한 사랑‘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해 못했지만 보고나서는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제목이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이 영화의 주인공인 이상민(전도연)과 김기홍(공유)이 유부녀-유부남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족을 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유부남인 내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는 이 영화를 공감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상민과 기홍은 내적인 아픔이 있는 존재들이었다. 상민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이성적인 남편과 자폐 아들이, 기홍에게는 조증의 아내와 우울증을 앓는 딸이 있다. 가족이 힘이 되기보다 상민과 기홍에게 적잖은 심적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마음을 나누며 가까워지다 서로 깊이 사랑하게 된 것이다. 헤어질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서로는 헤어지지 못했다. 그것은 그들의 내면에서 윤리와 사랑이 갈등하며 공존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상민은 이혼을 했지만 기홍은 가족을 지켰다. 이것을 옳고 그름의 문제로 보고 싶지 않다.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었을 따름이다. 기홍이 핀란드로 떠난 후 상민은 그를 찾아 나섰다. 식당에서 기홍 가족의 단란한 모습을 본 상민은 뒤돌아서고, 우연히 이를 본 기홍이 뒤따라 나서지만 이 장면을 딸이 지켜본다. 결국 기홍은 손에 차 열쇠만 쥐고 차를 타지 못한다. 그는 사랑과 지켜야 할 가족 중 가족을 택한다. 상민 역시도 헤어진 가족과 완전히 떨어질 수는 없었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자폐아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그녀는 크게 운다. 이들의 사랑은 쉽지 않았다. 그것은 영화 군데군데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끝을 알고 시작한 사랑‘이라는 제목을 붙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핀란드 설원도 멋있었지만 성인들의 내적 갈등을 그린 장며들이 더 인상적이었다. 다만 공유가 결혼하여 아이를 낳은 뒤 아빠 역할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았다. 전도연 엄마 역할에 비해 공유의 아빠 연기에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다. <부산행>에서 나 혼자 느꼈던 것처럼. 이제 39세의 노총각에게 넘 큰 바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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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knulp 2017-01-12 00:37   좋아요 1 | URL
네, 그냥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영화가 끝나도 그 속에 느껴진 아픔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듯했습니다.ㅎㅎ

:Dora 2017-01-1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유를 이렇게 소비하지 말라!!...라는 댓글을 읽었어요 ㅋㅋㅋ

knulp 2017-01-12 13:09   좋아요 0 | URL
ㅍㅎ 그런가요? 저는 유부남이라 약간의 동질감까지 느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