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국 이스라엘과 땅의 전쟁 SERI 연구에세이 85
이일호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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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인 문제로 준비할 것이 많은 2월은 여유로운 독서가 어렵다. 시간을 내려면 어떻게든 할 수 있겠으나 마음은 이미 3월 준비에 가 있으니 독서가 아니라 그저 책장 넘기기에 불과하다. 그리하여 어렵게 읽은 문고본 하나.

기독교인으로서, 언제나 약자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나는 과거와 현재의 이스라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팔레스타인과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는 예민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강소국 이스라엘과 땅의 전쟁>의 저자 역시 나와 비슷한 마음에서 출발하여 해당 지역에서 직접 생활하고 공부하며 경험한 것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역사성, 종교성, 정치성, 외교성 등의 색깔을 약하게나마 두루 가지고 있다. 저자의 강한 주관도 군데군데 드러난다.

익히 알다시피 기독교와 이슬람은 이란성 쌍생아다. 이름만 다른 같은 신을 공유하며 자기네들의 신앙의 조상으로 ‘아브라함‘을 꼽는다. 다만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과 ‘이스마엘‘ 중 어느 노선을 따르느냐에 따라 기독교인과 무슬림의 입장은 큰 차이를 드러내게 된다. 문제는 다음부터이다.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의 멸망 이후 이스라엘 민족은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나 유랑하는 신세가 되었다. 일부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에 남아 있었지만 그들이 점유권을 주장할만한 처지가 되지 못했다. 유대인들이 가진 최고의 무기는 성경이라는 등기부등본이다. 그들은 이를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로 강하게 주장한다. 반면 아랍인들은 비잔틴 시대 이후 이슬람이 통치를 시작한 AD638년부터 1917년 오스만튀르크 시대까지 1,000년 넘게 팔레스타인에 살며 땅의 권리를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옳으며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까?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지점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위와 같은 문제를 만든 장본인은 1차 세계대전 당시의 영국이다. 양측을 적절히 이용한 영국은 서로에게 유리한 나라를 세워주기로 약속했지만 지켜질리 만무했다. 결국 자신들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자 국제연합에 이 문제를 넘겨버린다. 제국주의 국가의 무책임한 행동이라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유대인들의 강열한 바람대로 세워진 현재의 이스라엘은 5차례에 걸친 중동 전쟁 끝에 영토 확장, 인구 증가, 경제 발전을 이뤄냈다. 특히 작년(2018)에는 그들의 오랜 염원이던 예루살렘의 수도화도 미국의 지지 속에 완수했다. 그만큼 주변 아랍권 국가들과의 관계는 틀어졌다.

이 책은 얇지만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일까 중동 지역의 근현대사를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제법 있다. 적지 않고 생소한 지명과 인명은 책 이해를 더디게 한다. 또한 저자의 이스라엘 편향도 군데군데 드러난다. ‘깡패국가‘라는 용어에서 드러나듯 저자는 고대 제국를 싸잡아 비난하며 팔레스타인 점령을 불법 강점이라 표현한다. 제국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가지는 문제점을 강조한 것이지만 이는 역으로 현재 이스라엘의 영토 확장을 공격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한반도 고대 국가인 고구려의 영토 확장 역시도 불법 강점이라 비난할 수 있을까? 저자의 이스라엘 유학 경험은 이스라엘을 이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지 몰라도 주변 아랍국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은 듯하다. 책 속에 드러나는 저자의 편향성에 읽는 동안 적잖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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