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2세 세트 - 전8권
요코야마 미쓰테루 지음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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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시절 친척집 다락방에서 읽었던 일본 만화가 <바벨2세>다. 전편을 다 읽지 못하고 드문드문 읽어 전체 줄거리를 알지 못했는데 그 궁금증을 마흔 넘어서야 해결했다. 그것도 공공도서관에서.

그런데 습관처럼 책의 출간일을 확인하고 적잖이 놀랐다. 내가 처음 읽었던 것은 80년대인데 책에 인쇄된 공식 출간일은 2007년인 것이다. 확인해보니 이전 책들은 모두 해적본이란다. 2007년에서야 한국에 공식 번역본이 나왔으니 이 책 역시도 많은 일본의 만화들처럼 국내에 몰래 유통되었던 작품인 셈이다. 일본에서는 71~73년에 걸쳐 만화잡지에 연재되었으며 티비와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작품이라고 한다.

<바벨2세>는 성경 속 바벨탑 전설을 차용했다. 바벨탑은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불시착한 우주인이 고향 별로 돌아가기 위해 만든 것이고, 이에 실패하고 죽은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난 뒤 가장 비슷한 능력을 가진 후손에게 우주선의 첨단 기술들이 주인공에게 전해져서 바벨 2세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설정하고 있다. 이 전설의 주인공은 일본의 많은 SF만화가 그랬듯이 10대 남자 중학생이다. 초능력을 가진 그에게는 바벨1세가 만들어둔 3명의 부하, 즉 전형적인 대형 로봇인 포세이돈, 괴조 로프로스, 검은 표범처럼 보이는 로뎀이 있다. 이들은 함께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 ‘요미‘와 대결을 펼친다. 물론 결과는 상상할 수 있는 바다. 뻔한 결말임에도 재밌다. 70년대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상상력도 더불어 발견할 수 있다.

사실 도서관에서 만화책은 처음 읽었다. 도서관에 만화가 있으리라고 상상도 못했다. 그 만큼 내 독서폭이 좁은 셈이다. 여전히 유연한 사고가 힘든 사람이다. 대신 한동안 추억에 잠겨 만화책을 신나게 읽을 수 있었다. 우리 동네 도서관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바다. 앞으로 매주 토요일은 도서관에서 만화 읽는 날로 정해야할까 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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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박스 세트 - 전8권 - 개정판, 저승편 + 이승편 + 신화편 신과 함께 개정판 시리즈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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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웹툰 포함)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이 책을 읽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내와 함께 간 만화카페에서 우연히 발견하지 않았다면 지금껏 모르고 지냈을 것이다. 다만 영화화 된 웹툰이라는 것 정도만 빼고.

다들 재밌게 본 이 책을 나는 상당히 마음 무겁게 읽었다. 제주신화와 불교설화가 섞여 있는 듯한 이 책은 기본적으로 인과응보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착하지만 약하고 가련한 민초들의 삶은 결국 신들에 의해 응답을 받지만 그들의 이승에서의 삶은 그대로 끝났다. 저승에서의 안락한 삶을 보상받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든다. 이승에서의 가족도 친구도 삶도 끝나버렸는데... 비록 내 생각이 세속적이라 비난받을지라도 나는 그 안타까운 생을 한스러이 바라보게 된다.

신화편, 이승편, 저승편으로 나눠진 이 책은 어떻게 천상 세계가 만들어졌는지, 이승에서의 인간 삶은 어떤지, 저승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만화로 잘 설명해준다. 글로만은 이해하기 힘든 것들을 작가의 상상력과 만화의 힘으로 잘 표현했다. 이보다 더 쉽게 이해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이런 바탕 위에 영화는 날개를 단 듯 승승장구를 한 모양이다.

파괴왕이란 별명을 가진 작가 주호민. 순박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그는 신화와 설화의 핵심을 잘 찾아내 지면화했다. 이런 그의 능력에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나올 그의 웹툰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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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의 말로 편지를 쓴다
도종환 엮음 / 창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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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시를 읽는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상대적으로 긴 글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어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함축적이고 직관력을 요하는 글에는 눈길이 잘 안간다. 그래서일까? 나이 먹으며 점점 시집을 멀리하게 되었다. 아예 안읽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한 시인의 시집보다 여러 시인들의 좋은 시들을 엮은 것들만 보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결국 깊은 성찰을 요하는 어려운 시들을 멀리하게 되었다. 쉽게 읽히는 것들은 빼고.

도종환이 엮은 <꽃잎의 말로 편지를 쓴다>는 비교적 평이한 시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나는 엮은이의 글을 읽고서야 더 깊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 나의 시 이해력을 절절히 느끼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1월부터 12월까지 목차를 나눈 뒤 세부적으로 관련 시 4개를 모았다. 해당 월에 맞는 시를 모아 시 읽는 재미를 배가 시켰다. 시를 통해 한해살이를 경험하는 것은 색다른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형식은 분명 시이지만 어쩌면 짧은 수필 같은 느낌도 받는다. 그만큼 엮은이가 노련하게 구성을 했다. 

비독서의 계절인 가을에 나는 시집을 권한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이 마음의 평안과 여유를 느끼도록.

처음 가는 길 
                               도종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마라 두려워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이 아니다 
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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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간 한국전쟁 - 한국전쟁기 마을에서 벌어진 작은 전쟁들
박찬승 지음 / 돌베개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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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그 속성상 많은 희생자를 낼 수밖에 없다. 물론 병법서에서 피흘리지 않고 이기는 전쟁을 최고로 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한국전쟁 역시 엄청난 희생을 낳았으며 그 피해는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다. 책마다 다른 한국 전쟁의 희생자 수를 굳이 거론할 필요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군인보다 민간인 희생자가 더 많다는 점이다. 왜일까?

‘총알받이‘라는 말이 상징하듯이 일반 상식으로는 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군인이야말로 최대 희생자가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것이 한국전쟁의 또 다른 비극이다. 군인에 의한 민간인 학살도 있지만 민간인 상호 간에도 살해가 있었다. 동족상잔의 아픔은 전방 뿐만 아니라 후방에도 있었던 셈이다. 아니 오히려 후방에서 더 컸던 것을 아래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전쟁에 대한 기록은 많지만 지역 단위로 일어난 사건에 대한 기록은 그렇게 풍부하지 않다. 따라서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연구자들은 당시를 직접 겪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주장을 녹취할 수밖에 없었다. 구술사의 필요성은 이런 점에서 제기될 수 있다. 다만 그 증언자들이 이제 너무 연로하여 얼마 남지 않았은데다  많은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거나 상당히 주관적으로 변해 있다는 애로사항도 있다. 구술사의 한계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저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안고 현장에 직접 나가 증언을 녹취하고 관련 지역 자료들을 찾아 이 책을 완성하였다. 책상에 앉아 관련 사료만 뒤적이는 연구와는 다른 것이다. 그 결과 우리의 일반 상식과는 다른 결론이 내려지기도 했다. 그것은 한국 전쟁이 이념이나 사상의 대립으로 큰 희생을 본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 내에 여러 갈등이 내재해 있었고, 그 갈등을 적절하게 해결하지 못한 채 한국전쟁이 발발함으로써 기존의 갈등은 더욱 심각하게 폭발하였다는 것이다. 신분, 가문, 재산, 종교 등으로 인해 사회 갈등은 이미 지역 사회에 뿌리가 깊었다. 일제 강점기와 미군정기를 거치며 이러한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해결되지 못한데서 한국전쟁의 또다른 비극은 막이 올랐다.

내재해 있던 갈등이 표면화되어 살인에 이르게 된 경위는 오히려 단순했다. 그 출발은 대부분 보도연맹은 학살에서 시작된다. 이러 인민군의 진주와 우익 과련자들에 대한 보복이 가해졌고, 인천상륙작전 이후 군경이 마을을 회복하면 다시 부역자와 좌파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졌다. 군경에 의한 학살과 민간인들 상호간에 의한 학살도 심각했다. 이것은 현재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아 현지민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반면 좋은 친족 관계나 상호 협력을 유지한 마을은 비극을 벗어났다. 좌우의 대립도 그곳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위기의 순간에서도 서로를 보호했다. 어쩌면 이런 점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본받아야할지  모르겠다. 갈등은 분노를 폭발시킨다고 해결되지 않다는  점 말이다.

상당히 무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전쟁이 군인들만의 것이 아니라 후방 민간인들 사이에도 일어날 수 있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성 파괴와 인면수심의 일들이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음도 확인 가능하다. 그렇게 전쟁은 잔인하고 비열했다. 그런만큼 이땅에서 전쟁은 없어야겠고, 내면화된 일상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이 과제를 해결하는 사회가 바로 선진국과 후진국을 나누는 좋은 기준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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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2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knulp 2018-09-12 21:52   좋아요 1 | URL
네 한국전은 이념의 대리전이었죠. 하지만 이 책은 이념 이전에 마을 내에 있던 갈등에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 갈등이 한국전을 만나 더 크게 폭발한 내막을 조사한 겁니다. 갈등의 주체들 끼리 서로 죽이게 상처 입힌. 어쩌면 이념보다 인간사의 갈등이 학살의 더 큰 원인이었을지도. 아무튼 무거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사의 힘 문화와 역사를 담다 2
박찬승 지음 / 민속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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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많은 역사학자들은 자신만의 성에서 자기가 만족해 하는 글들을 써왔다. 사회와 교류 없이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자들과만 나누는 그런 글들이 생산되었다. 따라서 밖에 있는 이들이 전문가들의 글을 찾기도 어렵고 또한 읽고 이해하기란 더 어려웠다. 견고한 자기들만의 성이 그리 만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 성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듯하다. 전문역사가들이 전문서적 외에도 일반 독서대중을 상대로 한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물론 사이비 역사학자들의 책들로 섞여 있어 선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게다가 인터넷 및 모바일의 빠른 보급으로 이를 활용한 역사학자들의 소통도 증가하고 있다. 홈페이지 활동은 오히려 폐쇄적인 상황이 되어 버린 듯하고,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처럼 접근이 쉬운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서 활동하는 이들이 늘었다.

내가 직접 교류하고 있는 역사학자들은 거의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그들의 책이나 논문 혹은 (신문, 잡지) 기고문 등을 통해서 글로만 만나 왔다. 전문가들이 학술체도 신문체도 아닌 평이한 언어로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나는 그 글의 대부분을 페이스북에서 읽어왔다.

페이스북의 특성상 지나치게 긴 글을 그냥 지나쳐 버리기 쉽다. 전문용어가 범람하는 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읽히려면 평범한 언어로 시의적절한 주제를 글로 써야 한다. 그 대표적인 살례가 바로 한양대 사학과 박찬승 교수가 아닐까 싶다. 본디 그의 글은 논문도 학술서적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즉 일상에서 배타적 글쓰기를 지양해온 것이다. 그런 그가 페이스북, 잡지 등에 올린 글들을 모아 펴낸 책이 바로 <역사의 힘>이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힌 것처럼 ˝‘역사‘는 알게 모르게 현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심지어 현실에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고, 또 미래를 바꾸기도 한다. ‘역사의 힘‘은 이렇게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해 역사를 오용하거나 남용하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 한다.˝ 이런 그의 역사관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게다가 그의 글은 매우 부드럽다. 글을 읽노라면 저자의 인품이 글에 그대로 녹아 있음이 느껴진다. 지긋한 어조로 권유하거나 사회를 비판한다. 거부감보다 그의 논조에 쉬 동조하게 만든다. 이는 그의 글이 가지는 최고의 힘이다.

따라서 이글은 전문역사서적이 아니라 역사를 통한 사회비평서라고 할 수 있겠다. 어쩌면 현재를 주제로 한 역사에세이라도 할 수 있다. 아무튼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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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3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knulp 2018-09-13 15:41   좋아요 1 | URL
전반적 흐름인 것 같습니다. 이해하기 쉽고 간결한 문장은 요즘 학술서나 논문에서도 그런 것 같습니다. 어쩌면 현대인의 심리를 대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님의 고견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09-14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knulp 2018-09-14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거듭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