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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 쇼퍼 - 읽고 싶어지는 한 줄의 비밀
박용삼 지음 / 원앤원북스 / 2021년 1월
평점 :
헤드라인 쇼퍼란 무엇일까? 제목을 보면서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면서 나름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클릭하게 만드는 헤드라인을 만드는 사람이 아닐까? 라고 막상 생각했다. 그러나 알고보니 내가 생각한 의미는 ‘헤드라이너’였고, ‘헤드라인 쇼퍼’는 헤드라인을 소비하는 사람을 의미한것이었다.
이것은 이 책을 쓴 저자의 목적과 연관된다. 첫 번째 목적은 정보의 홍수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정보 수신자들(헤드라인 쇼퍼)이 헤드라인 보는 안목을 키워 영양가 있는 뉴스를 선별할 수 있는 안목과 센스를 마련해 주는 것이고, 두 번째 목적은 정보 발신자인 헤드라이너들이 헤드라인을 쓸 때 어떻게 작성하면 되는지 힌트를 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먼저 헤드라인을 고르는 기준을 마련하였다. 숫자를 넣을 것, 독자들의 삶과 관련될 것, 교훈이나 전문가가 되는 방법을 담을 것, 큰 혜택을 명시할 것, 흥미로운 소식을 전할 것, 어떻게 할지에 대한 본능을 자극할 것 등 좋은 헤드라인이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해 찾은 결과 유쾌(Funny), 유익(Fruitful), 참신(Fresh), 궁금(Foggy), 심오(Far-sighted)란 5가지 조건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이것이 모두 F로 시작하여 헤드라인을 고르는 다섯 가지 필터, ‘5F(Five F)’로 명명하였다.
그리고 이 기준에 맞는 헤드라인을 찾기 위해 종합 일간지 3개(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과 경제전문지 1개(한국경제신문)을 2019년 1월 1일 부터 2020년 8월 31일 까지 모두 살펴 보았다고 한다. 이 책은 그렇게 해서 찾아낸 각 F별 14개씩 총 70개의 대표적 헤드라인을 소개한다.
1장 유쾌한 헤드라인: ‘손 묶인’ 토트넘 ... 힘겨운 박싱데이 外
2장 유익한 헤드라인: 항공 마일리지 ‘날아갈 일’ 없게 한다 外
3장 참신한 헤드라인: ‘품절’이라 쓰고 ‘배송문제’라고 읽는다 外
4장 궁금한 헤드라인: 도둑은 토요일 새벽 3시를 노린다 外
5장 심오한 헤드라인: ‘세한도’의 후예들 外
각 장별로 헤드라인 주제에 맞는 대표적 뉴스기사를 소개한 후 그 헤드라인이 왜 탁월한지 이유와 비슷한 유형의 다른 헤드라인도 몇 개 소개한다. 스포츠, 외교, 과자, 과일, 영화, 사업, 농업, 예술, 의료 등 다양한 내용의 기사를 참신한 헤드라인과 함께 접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소개된 헤드라인과 기사를 읽어보면서 이런 헤드라인을 뽑은 헤드라이너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면 사라질 기사지만 한번의 클릭을 위해 고민하고 고민하여 작성한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헤드라인의 속성에 따라 장을 구분했기에 여기에 해당하는 기사 내용에는 통일성은 없다. 그냥 비슷한 류의 헤드라인에 속한 여러 기사를 접하고 이에 따른 저자의 의견을 접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상식이 조금 느는 것을 느꼈다. 평소 신문을 잘 읽지 않는데 2년여의 시간동안의 뉴스 기사를 추린 것이니 시사적 교양도 쌓이고 책을 읽다 ‘이런 일도 있었구나’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책을 읽다 또 느낀 점은 저자의 글솜씨가 참 유쾌하고 재미있다는 점이다.
반면 우리 인사는 꼭 과거에 대한 것을 묻는다. ‘안녕하십니까(사지 멀쩡하십니까)’나 ‘별일 없습니까(끔찍한 꼴 당하지 않았습니까)’가 그렇다. 급기야 노골적으로 ‘잘 주무셨습니까(지난밤 가위 눌리지 않았습니까)’나 적나라하게 ‘식사 하셨습니까(밥은 먹고 다닙니까)’ 묻기도 한다. 그나마 미래형이라고 할 만한 게 ‘수고하세요’인데 앞으로도 쭉 수고를 하라는 악담이다.P307
다행이 한국은 비빔밥, 폭탄주, 짜파구리 등 컨버전스 문화가 일상화되어 있다. 감자탕을 배불리 먹고 나서도 꼭 국물에 김가루와 다진 김치 등을 넣고 볶음밥을 해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영역 파괴도 서슴지 않는다. 닭을 먹어도 한 가지로 먹지 않고 튀겨 먹고, 쪄 먹고, 삶아 먹고, 고아 먹고, 볶아 먹는다. 우리 고유의 융복합 퓨전 문화가 임을 발휘해 한국 경제가 추격에서 추월 차선으로 옮겨 타는 기폭제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P317
이런 부분을 읽을 때는 너무 웃겨 한참을 웃었다. 저자의 재치있는 유머와 탁월한 글솜씨가 빛을 발하는 부분인 것 같다. 이 책은 이렇듯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기사를 참신한 헤드라인과 저자의 기사에 대한 생각을 통해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름 사람들이 클릭할 만한 헤드라인은 이렇게 쓸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그렇다고 완전히 감 잡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책을 쓴 목적은 달성한 것 같다. 헤드라이너나 헤드라인 쇼퍼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헤드라이너의 관점에서 이 책을 읽고 싶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어떻게 하면 클릭을 유도하는 제목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이 책을 신청했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 같다. 단 헤드라인 쇼퍼에 대한 것은 의문이 드는건 사실이다. 헤드라인을 잘 뽑았다고 기사가 다 좋은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 대한 의문은 조금 남지만 다양한 시사 내용을 접하고 참신한 헤드라인을 살펴보고 중간중간 유쾌한 내용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우 가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