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

속임수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4월

샤를로테 링크의 작품은 두 번째이다. 예전에 <다른 아이>를 읽어봤는데, 이번에 그녀의 신간 소설 <속임수>를 읽을 수 있었다. 은퇴한 경찰 리처드 린빌이 자신의 집에서 잔인하게 살해되는 일이 발생한다. 그는 모범적인 형사로 명망이 높아 존경받았고, 다른 이에게 원한을 살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그의 딸이자 런던 경찰국 형사인 케이트는 큰 충격을 받고,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사건 담당 형사 반장 케일럽을 찾아간다. 케일럽 반장이 알려준 정보에 따르면,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과거 리처드에게 잡혀 감옥에 들어간 데니스 쇼브였다. 그가 자신을 체포한 리처드 린빌에게 복수하겠다고 법정에서 떠든 적이 있다는 것. 하지만 데니스 쇼브는 출소 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고 별다른 단서가 없는 상황이 계속됐다.

그러던 중 케이트는 멜리사 쿠퍼라는 여자에게서 연락을 받는다. 만나고 싶다고. 그녀는 아버지가 살해당한 사건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만날 약속을 잡았는데, 멜리사가 리처드처럼 잔인하게 살해당하자, 케이트는 더 자세히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아버지의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현직 경찰 딸의 이야기와 함께 중간 중간 조나스와 스텔라 부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조나스와 스텔라 부부는 새미라는 아이를 입양했는데, 새미의 친모가 찾아와 아이를 돌려달라고 말하고, 이것저것 살피고, 휴가지까지 쫓아오자 골치가 아프다. 새미의 친모와 남자친구는 왜 그러는 걸까? 이들의 이야기가 연쇄살인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사건을 조사하며 아버지와 멜리사 사이의 관계를 알게 된 케이트는 혼란스러워한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던 시기는 엄마가 살아있을 때였다.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아버지가 맞는 건지. 도대체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들은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건지. 무엇 때문에 그들이 오랜 세월이 지나 살해되고 있는 건지.

초반에는 굉장히 광범위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집중이 필요했다. 사건과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인 것 같은데 결국 읽다보면 뜻밖의 접점이 있게 되고, 그렇게 점점 좁혀 들어가는 과정이 읽는 재미가 있었다. 초반과 중반에 집중이 떨어지는 부분을 잘 극복하면 나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아이>보다 <속임수>가 더 재밌었다. 진짜 인간의 얼굴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모범적으로 보이더라도 그 이면에 부도덕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 인간이 단편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