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습니다 - 연꽃 빌라 이야기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2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교코 씨, 오랜만이네요. 반갑습니다. 예전에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를 재밌게 읽었었다. 남의 시선을 굉장히 중요시하고 별 거 아닌 일에도 항상 불평과 간섭을 하는 엄마와 여유라곤 하나도 없는 직장에 질려버린 주인공이 독립하여 다 쓰러져 가는 빌라에서 앞으로 일하지 않고 살겠다, 다짐하고 새 삶을 시작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었다. 묘한 매력이 느껴졌던.. 그리고 끝나는 게 아쉬웠던 소설로 기억하고 있다. 더 얘기해주지... 이렇게 끝나면 안 돼.. 이러면서.. ㅋㅋ 그리고 그 3년 후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하지 않습니다>를 바로 읽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은데, 이제야 읽었다.

 

마흔여덟 살이 된 교코는 지금도 여전히 그 연꽃 빌라에 살고 있었다. 낡은 목조 건물의 다 쓰러져가는 연꽃 빌라. 앞부분에 지진 이야기를 읽으며 혹시 연꽃 빌라가 무너지는 건 아닌가 조마조마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걱정마시라. 연꽃 빌라는 무사하다. 잘 버텨줬다. 직장 생활 하면서 저금해둔 돈으로 지내면서 자발적으로 일하지 않고 있는 교코... 한 달에 10만 엔으로 생활한다고 스스로와 약속하고 그 범위 안에서 살고 있다.

 

청소하고, 산책하고, 채소 위주의 간소한 식사를 하며 살아가는 삶.. 창문을 통해 새들을 구경하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산책하며 사람들을 구경하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고, 라디오를 듣기도 하고 그렇게 산다. 특별히 해야 할 일 없이... <일하지 않습니다>에서는 프랑스 자수를 시작한 교코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멋쟁이 할머니 구마가이 씨와 직업이 여행가인 고나쓰 씨도 여전히 연꽃 빌라에 산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서로 돕지만 서로에게 깊이 개입하지는 않는 이웃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들과의 에피소드가 적다는 점이 아쉽긴 하다. 그래도 새로운 이웃, 지유키 씨가 등장해서 반가웠다. 젊고 밝고 호기심이 넘치는 키가 아주 큰 지유키 씨 덕분에 연꽃 빌라 2층도 구경할 수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모습인데 재밌고, 개인적으로 책장이 넘어가는 게 아쉬운 책이었다.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를 읽었을 때는 미래가 불안하지 않을까, 아직 일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마음이 더 강했는데.. <일하지 않습니다>에서 자신의 결심대로 담담히 잘 살고 있는 교코의 모습을 보니 그런 걱정은 사라졌고 뭉클했다. 그렇게 평온하게, 자신의 결심대로 살면 되는 것이다.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까... 남들과 다르게 살아도 상관없다. 죄책감 느낄 필요도 없고... 계속 교코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연꽃 빌라 이야기.. 계속 나오겠지? 기다려진다. 교코 씨, 잘 지내요. 다음 이야기 나오면 내가 꼭 읽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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