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렌트 - 정치의 존재이유는 자유다 인문고전 깊이읽기 9
홍원표 지음 / 한길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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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

 

한길사의 인문고전 깊이읽기시리즈 중 아렌트는 아렌트 사상의 핵심을 가장 깔끔하고 정교하게 설명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책의 저자이자 아렌트 권위자이신 홍원표 교수님은 아렌트 정치사상에서 자유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중점으로 저술하셨습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 재판을 계기로 사유하지 않음이 초래한 악의 평범성, 그리고 파괴된 정치영역을 목격했습니다. 그는 활동적 삶에서 정신의 삶으로 관심 분야를 넓혔으며, 사유하는 능력의 정치적 성격을 부각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아렌트의 작업을 통해서 홍원표 교수님은 아렌트 사상을 잇는 외올실정치적 사유로 보았습니다. 이 책은 말하는 능력에서 비롯된 사유능력이 정치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다원적 세계를 유지하여 전체주의 공포를 해소하고자 한 아렌트의 사상적 노력이 무엇인지, 최종적으로 정치의 존재 이유인 자유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자 합니다. 이렇듯 제1장에서는 정치적 사유에서의 사유의 의미를 파악하고, 2장 활동적 삶에서는 인간의 조건과 조응하는 노동, 작업, 행위를 파악합니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행위를 발현할 수 있는 공공영역이 소멸했다는 점을 말한 뒤, 인간소외의 문제점을 직시합니다. 그리고 3장에서는 활동적 삶이 이뤄지는 현상세계와 구분되는 정신세계를 분석하고, 이곳에서 이뤄진 정신의 삶을 서술합니다. 정신의 삶인 사유, 의지, 판단은 인간의 자아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언어를 매개로 나와 나 자신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의미를 추구하는 사유, 정신활동에 머물지 않고 각기 다양한 상황에서 적절한 행위를 선택하고 추진하는 의지, 과거에서 의미를 회복하게 하고 과거를 넘어선 확장된 정신으로 나가게 하는 판단 작업을 통해서 현상세계에서 정치영역을 회복할 수 있는 희망을 역설합니다. 4장 새로운 시작에서는 인간의 조건에서 핵심이라 볼 수 있는 탄생성, 즉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인간은 탄생을 통해 세계에 우연히 등장하게 되었고, 언어 행위와 정치적 행위를 통해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시작입니다. 5장에서는 자유를 정치의 존재 이유로 규정합니다. 새로운 시작에서 제시되었다시피 인간은 자신만의 정치적 사유를 근거로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실천할 수 있을 때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즉 새로운 시작은 이사야 벌린이 구분한 자유 개념 중 적극적 자유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흔히 주류 정치학인 자유주의가 표방하는 자유 개념은 ‘~으로부터의 자유즉 간섭으로부터의 자유인 소극적 자유를 지향합니다. 하지만 아렌트는 인간의 자유를 새로운 시작, 즉 자신의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자유를 정치적 자유를 보았기 때문에, ‘~로의 자유자기 결정권이란 의미에서의 적극적 자유를 추구합니다. 전통적으로 적극적 자유는 공화주의 이론가들의 자유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적 인간 개념을 물려받은 한나 아렌트는 정치에서의 적극적 자유를 회생하여 공화주의 정신을 되살리고자 합니다. 이후 6장에서는 정치에서 정당한 권력은 오직 민주주의적 가치를 기반으로 시민의 동의에 있다고 말합니다. 권력자의 자의적인 힘, 즉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규정한 독재자들의 힘은 폭력으로 해석하며 시민적 힘인 권력과 구분합니다. 7장에서는 혁명의 폭력적이고 정치적 속성을 부각하며, 정치영역을 새롭게 만들어낸 미국의 독립혁명 정신을 강조합니다. 8장에선 우연성을 담보로 한 정치적 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기 때문에, 책임과 용서를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9장에서는 인간 소외문제를 해결하고 세계사랑으로서 후마니타스를 제시하고, 10장을 통해 정치영역을 훼손하고 인간소외를 악화하는 이데올로기와 거짓말 정치를 경고합니다.

 

2. 책의 특징

 

올해 퇴임하신 홍원표 교수님은 아렌트 학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많은 아렌트 저서들을 번역하신 한나 아렌트의 전문가이십니다. 교수님께서는 최근 아렌트의 유작이자 미완의 저서인 정신의 삶: 사유, 의지를 번역했으며 거기에서 중심 개념인 정치적 사유를 통해 아렌트 사상을 외올실로 잇고자 하십니다. 다른 서적을 확인해보면 대부분 아렌트의 정치사상을 인간의 조건에서 제시된 활동적 삶, 혹은 사유를 악의 평범성에 한정 지어 소개합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아렌트는 아이히만 재판 이후 관심 분야를 사유하는 정신의 삶으로 옮겼으며, 사유하지 않고 저지르는 활동들은 정치를 파괴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간의 조건아렌트는 노동, 작업, 행위라는 활동적 삶이 균형을 이뤄지는 경우에만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노동이란 가치만이 중시되고 다른 활동은 터부시되고 있습니다. 결국, 아렌트는 현대사회를 노동하는 동물의 승리로 규정하며, 활동적 삶만 가지곤 공적 영역을 재활성화할 수 없다고 간접적으로 인정합니다. 인간의 조건말무리에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가장 활동적이며, 그가 혼자 있을 때 가장 외롭지 않다.”라는 카토의 말을 인용하여 사유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활동적이라는 정신의 삶의 기초적 구도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유하는 사람이 가장 활동적일 수 있을지 둘째 치더라도, 활동적 삶과 정신의 삶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요? 활동적 삶은 우리가 살아 움직이는 현상세계에서 이뤄지며, 정신의 삶은 저 너머의 세계라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의 삶이 단지 추상적이고, 공상적인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홍원표 교수님은 아렌트의 시적 은유를 강조합니다. 아렌트 책을 읽어보면 정신과 현상의 심연’ ‘어두운 시대그리고 사유는 카드게임과 같다라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 도처에 있습니다. 아렌트가 어린 시절 시에 관심이 많았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아렌트는 자신의 저작 곳곳에 시적 은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홍원표 교수님은 은유 정신의 삶과 활동적 삶을 잇는 징검다리가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은유를 활용한 이야기하기서술 방법을 통해서 아렌트는 역사에서 보편적인 의미를 도출합니다. 전체주의를 어두운 시대라고 표현하고 베트남 전쟁을 위기라고 표현한 것이 바로 그 예입니다. 역사로부터 도출한 보편적 의미를 통해서 정치적 행위, 실천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긍정했습니다. 아렌트는 은유와 정치적 사유를 자유로운 대화와 소통이 이뤄지는 공공영역을 강화하고, 우정의 대화를 통해 인간에 대한 사랑인 후마니타스를 가능하게 만든다고 봅니다. 이처럼 홍원표 교수님은 아렌트의 사상적 족적을 후기 저작인 정신의 삶의 사유를 중심으로 아렌트의 사상을 서술한다는 점에서 가장 아렌트를 철저히 해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렌트의 사상은 쉽게 다가가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아렌트의 청사진을 정치적 사유란 외올실로 잇기 때문에 아렌트 사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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