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스파이 - 나치의 원자폭탄 개발을 필사적으로 막은 과학자와 스파이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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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킨은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지금껏 출판된 그의 책 6종 중 5종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해준다. 출간 연도로 치면 그의 다섯 번째 저서가 출간되었으니 바로 이 책 원자 스파이, 원서가 21년에 출간된 가장 최근 작 <<The icepick surgeon>>만 번역되길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에 관한 이야기이다. 2차 세계대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소재는 대략 손에 꼽아도 나치의 전격전, 스탈린그라드 전투, 베를린 함락 과정, 영국 전투, 북아프리카 전투, 태평양 전쟁 등등 무수히 많다. 그 중 현대 세계, 특히 남북 분단 상황으로서의 한국과는 연결짓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으니 바로 핵무기 개발에 관한 역사이다.

 

2차 세계대전 중 핵무기 개발에 관한 이야기는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미국 핵무기 개발사를 주로 언급하곤 한다. 핵무기 개발 과학 책임자 오펜하이머’, 맨하탄 프로젝트, 원폭 실험과 투하 등의 이야기가 흔히 들린다. 이 책 또한 바로 이 주제를 다루고 있다. 30년대 핵 에너지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음이 밝혀진 때부터 이야기는 시작되고, 이러한 과학적 발견을 무기로 만들고자 한 시도와 연결된 2차 세계대전 이야기가 곳곳에 들어가 있다.

 

핵무기 개발 시도 그리고 이를 저지하고자 하는 상대국 간의 치밀한 머리싸움에 등장하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벌이는 첩보 활동, 과학자 납치, 파괴 활동 등에 대한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에서의 알려지지 않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무수히 많이 있음을 훌륭히 입증하고 있다.

 

이 책은 지금껏 쓰여온 샘킨의 이야기와는 구성 면에서 차이점이 있다. 기존의 책들이 소주제를 엮은 것이었다면 이번 책은 연대기 순의 순서를 취하되, 핵개발과 관련된 인물, 사건들을 촘촘히 배치하고 있다. 앞선 책들과는 몰입도 면에서 더 뛰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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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 교양으로 읽는 마약 세계사, 개정증보판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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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에 나무위키가 있다고 이 책을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나무위키 외에도 신뢰할 만한 책, 논문 등의 자료에 바탕하고 있으니까요. 마약에 대한 교양수준의 지식을 얻으려는 목적이라면 충분히 훌륭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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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 하나의 역사
노먼 데이비스 지음, 왕수민 옮김, 박흥식 감수 / 예경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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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페이지에 6만원이면 저렴하네요. 좋은 책 훌륭한 번역자님으로 다시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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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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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출신으로서 책은 항상 손에 쥐고 살았다. 역사, 철학, 사회 분야의 책들이 온통 책꽂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략 5년 전인가... 어느 순간 과학을 잘 모른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교양과학 책들. 어떤 책부터 읽어볼까 고민하던 차에 뿌리와이파리 출판사에서 펴내는 ‘오파비니아’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양장본에 두께도 있는, 그러나 왠지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흥미로운 제목들. 이거다 싶었다. 단단하고 알찬 책부터 시작해 단 번에 과학 교양을 쌓고야 말겠다는 자신감에 시리즈 1권부터 짚어 들었다.

 

그렇게 <<생명 최초의 30억 년>>이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생명의 진화사를 흥미로운 이론과 증거를 바탕으로 엮어내는 깊은 내공에서 비롯한 훌륭한 글솜씨는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이렇게 과학책 읽기가 독서 편력에 추가되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과학’의 매력을 한껏 전해준 ‘앤드루 H. 놀’이란 저자는 기억 속 깊숙이 각인되었다. 그 뒤로 그의 다른 책들이 번역되길 기다렸다. ‘이 정도 필력이면 번역될만한 책들이 꽤 있을텐데...’라고 생각했지만 웬걸, 그간 한 권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게 원서가 2020년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이 책 <<지구의 짧은 역사>>가 번역되었다.

 

판형이 작다. 300쪽이 넘지 않으니 분량도 많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책에는 지구의 기나긴 45억 년이라는 역사가 담겨 있다. 제목답게 1~8장까지 매 장의 제목에 ‘지구’가 들어간다. 그렇다고 지구의 특징이 하나씩 나열하는 구성이 아니다. 태양의 하나의 행성으로 생성된 시기부터 현재까지의 지구의 역사를 연대기 순으로 기록하되, 지금의 지구를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준 지리적, 물리적, 생화학적, 진화적 특징을 뼈대로 1장 화학적 지구부터 8장 인간 지구에 이르기까지 지구와 지구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전 책(<<생명 최초의 30억 년>>)과 비교해보면 보다 폭넓은 독자를 초점으로 삼은 듯하다. 지구 내부 구조, 판 구조론, 탄소 순환, 지질 연대, 지구 대산소화 사건, 여러 번의 대멸종 등의 중요한 과학의 발견과 이론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어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핵심을 짚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더 나아간 독서를 하도록 지적 자극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7장 격변의 지구’에서 잭 셉코스키의 해양생물 다양성의 시대별 변동을 중심으로 지구 역사상 여러 번 있었던 대멸종의 사례를 살피는 것이 가장 흥미로워, 참고 문헌 목록 중 번역되어 있는 마이클 벤턴의 <<대멸종>> (이 책도 위에서 언급한 오파비니아 시리즈 중 한 권이다)을 읽을 작정이다.

 

저자인 앤드루 H. 놀은 역시 대가답게 대단한 솜씨로 지구 역사의 큰 뼈대를 그리면서도 핵심을 빠뜨리지 않는다. 지금도 발견되는 과거에 형성된 ‘철광층’은 산소가 생겨나기 시작한 시기가 지구가 탄생한지 20억년이 지난 지금으로부터 약 24억 년 전임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현재 산소를 이용해 살아가는 대부분의 생명의 시작 또한 그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인간이라는 종은 이러한 지구 대산소화 사건 이후 이어져 온 생명 진화의 한 사례일 뿐임을 알게 된다. 또 하나의 분명한 사실은 현재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의 번성은 백악기 운석 충돌에 의한 대멸종 덕분이라는 사실이다.

 

1~7장까지 기나긴 지구의 생명의 역사를 훑은 다음에야 마지막으로 인간이 등장한다. 그래서 ‘8장 인간 지구’의 메시지는 더욱 인상적이다. ‘40억 년에 걸친 물리적 및 생물학적 유산 위에 서 있는’(267p) 지구라는 세계가 인간에 의해 심각하게 바뀌고 있음을 직시하라는 것이다. 장구한 지구 역사의 끄트머리에 진화한, 길어봐야 700만년 전부터 시작된 호미닌(사람족) 중 한 종에 의한 인위적 탄소 순환의 잘못된 되먹임은 이전 대멸종의 연결고리이자 ‘죽음의 3인조’인 ‘지구 온난화, 해앙 산성화, 산소 고갈’을 불러올 수 있다. 지구 온난화 문제의 시급함을 설명하는 이러한 지구사적, 자연사적 호소는 매우 묵직하게 다가온다. 책의 마지막 문장은 우리가 행동해야 함을 촉구한다.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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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의 모든 역사 - 인간의 가장 깊은 비밀, 뇌를 이해하기 위한 눈부신 시도들
매튜 코브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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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의 계관 시인’이라고 불린 2015년 타계한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 임상 경험에 기반한 뇌와 정신활동의 신비함을 다룬 그의 흥미로운 글들을 접한다면 누구나 ‘뇌는 무엇이고 어떻게 기능하는가?’라는 물음을 갖게 된다. 돌이켜 보면 뇌에 대한 개인적 관심은 올리버 색스, 정확히는 그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비롯되었던 듯하다. 하기야 혹자가 ‘우리는 우리 뇌다’라고 할 정도로, ‘뇌’가 엄마의 뱃속 태아에서 노년기의 알츠하이머병에 이르기까지 인간 삶의 매단계마다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뇌’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 후로 뇌 관련 책들을 틈나는 대로 읽곤 하는데, 지금껏 읽은 책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잘 알려지지 않은 뇌의 비밀을 흥미롭게 전달하는 개설서(<<더 브레인>> <<뇌 이야기>> <<뇌 마음대로>> 등), 두 번째는 뇌와 예술(<<통찰의 시대>>), 뇌와 성차(<<테스토스테론 렉스>>), 뇌와 음악(<<음악 본능>>), 뇌와 자폐(<<뉴로트라이브>>) 등 뇌의 좀 더 세부적인 측면들을 다룬 책들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뇌에 대한 이러한 최신 연구 결과들은 그냥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과거의 연구와 실험들을 참조하고, 개선하거나 극복하면서 발견해낸 것들이다. 결국 뇌 연구의 현재적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과거 연구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뇌 과학의 모든 역사>>는 뇌 연구의 역사와 미래를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게 또한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어 뇌 연구 전반을 살펴볼 수 있게 한다. 다른 뇌 과학 책에서는 드문 드문 언급되어 있는 뇌 과학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살펴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뇌 연구를 크게 세 부분-과거(선사시대부터 1950년대까지), 현재(1950년대부터 오늘날), 미래-으로 나누어 조망하는데, 뇌를 수압식 기계, 전화 교환국, 전신망, 컴퓨터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뇌 연구의 노력, 성과와 한계를 뇌를 연구한 수많은 연구자들의 견해와 실험을 바탕으로 살펴본다.

 

뇌가 실제로 일종의 기계 장치라고 여겼던 17세기를 지배했던 스테노의 관점, 뇌에 송과선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이곳에서 육체와 영혼이 상호작용 한다는 데카르트의 생각은 지금은 오류로 밝혀진 뇌 연구의 과거이다. 뿐만 아니다. 뇌의 특정한 부위가 특정한 사고와 감정과 관련된다는 뇌 기능의 국재화론 또한 뇌 기능은 분리와 통합을 모두 수반한다는 관점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저자 매튜 콥은 과거의 생각들을 어리석다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과학적 개념과 사고는 사회문화적, 기술적 맥락에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뇌 연구 결과 또한 과거가 되어버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로서도 우리는 우리 뇌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뇌는 특정 부분이 아닌 총체로서 기능하며, 그래서 뇌의 한 부분이 기능을 상실할 때는 다른 부분이 그 기능을 맡게 된다. 뇌의 가소적 측면은 뇌를 이해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의식의 문제 또한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전역 작업 공간이로, 통합 정보 이론 등 의식을 설명하려는 복잡한 이론들이 나오고 있지만 저자는 이런 이론들은 실험적 근거가 부족함을 지적한다. 저자는 보기에 의식을 설명할 수 있는 단일한 이론이 등장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전망하지만 점진적 연구 결과들은 의식을 설명할 수 있으리라 낙관한다.

 

뇌를 컴퓨터에 비유하는 가장 최근의 관점은 뇌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완벽하게 뒤얽힌 웨트웨어로 구성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구식의 것이 되어버렸다. 저자는 뇌의 미래를 다루며 뇌를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관점들이 중요해지리라 전망한다. 뇌는 육체와 동떨어진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육체는 뇌의 역할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 즉 뇌는 몸의 일부이므로 생리적 상태와 정신 상태의 상호 작용 양상을 탐구해야 한다는 생각은 뇌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한다.

 

이 책의 뛰어난 점은 뇌 과학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 권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뇌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과 실험 방법, 실험 결과 등 뇌를 이해하고자 한 수많은 시도들은 뇌에 대한 현재의 이해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님을 예증함으로써 뇌를 보다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뇌 국재화론, 창의적인 우뇌, 뇌의 3층 구조설 등 대중들에게 여전히 널리 퍼져 있는 관점들이 이제는 맞지 않는 관점임을 알 수도 있게 한다. 저자는 장밋빛 전망을 내리지 않는다. 인간의 뇌에 대한 현재의 이해 정도를 직시하며 그 수준에 있어 여전히 걸음마 수준임을 강조하지만, 앞으로 계속될 과학적 연구는 뇌의 비밀을 많은 부분 밝힐 수 있게 되리라 전망한다. 뇌 연구를 보다 차분히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저자의 관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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