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
엠마 후퍼 지음, 노진선 옮김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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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를 보니 뭔가 유쾌하고 흥미진진한 소설일 것 같았습니다. 설정도 그렇지 않나요? 평생 바다를 보지 못한 82세 할머니가 혼자서 먼 바다까지에 걸어가는 이야기라니요. 

그런데 막상 책장을 넘겨보니 80세 노인들의 현재와, 전쟁으로 아픔을 겪었던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입니다.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고 아픔을 감수하며 살아온 그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립니다. 




그들의 10대 시절, 에타는 교사, 오토와 러셀은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다 전쟁이 일어나고 오토는 자원해서 군인이 됩니다. 러셀은 다리가 불편해 면제되지요.

우리 나라도 전쟁의 아픔을 겪었죠. 그 당시 많은 젊은이들이 전쟁의 목적도 이유도 모른 채 군인이나 간호사 등으로 전쟁에 참여했습니다. 요즘도 가끔 TV에서 전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다큐멘터리가 나옵니다. 그들이 가진 트라우마는 생각보다 큰 것이어서 제가 감히 짐작할 수도 없습니다. 막상 훈련이나 전쟁에 나가도 정확히 뭘 해야하는지 모른채 따라다니다가 부상병으로 전역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그래도 그건 운이 좋은 경우고, 목숨을 잃는 일도 허다합니다. 집에는 사망통지서 한 통이 전송되는 것으로 끝이 나던 시절입니다. 책에 나오는 오토와 전우들을 지켜보면서 저도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에타는 오토가 걱정됩니다. 전쟁에 참여했다가 다시 마을로 돌아온 젊은이들은 신체적인 장애가 있거나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정상적인 학교수업을 할 수도 없습니다. 

에타와 오토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싹틔웁니다. 편지를 통해 서로 위로를 받고 현재의 삶을 지탱하는 힘을 얻습니다. 편지만이 줄 수 있는 설레임과 반가움 뿐 아니라 생사를 확인하는 용도로도 활용되니 편지는 꼭 필요했겠지요.

러셀은 에타를 사랑하지만 에타와 오토가 결혼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습니다. 노인이 된 지금까지 옆집에 살면서 연모와 우정의 감정을 유지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에타가 집을 떠납니다. 신체도 정신도 허약한 상태인 82세 할머니가 걸어서 3,200킬로미터 떨어진 대서양까지 갑니다. 오토에게는 편지 한 통만 남겨두고 떠나는 에타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오토는 그런 에타의 의견을 존중하고 집에서 기다립니다. 전달하지 못할 편지를 쓰고 신문지로 동물을 만들며 그리움을 달랩니다. 반면, 러셀은 에타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에타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를, 말하는 코요테 제임스를 만나 함께 길을 갑니다. 캐나다를 가로지르는 에타는 한 기자의 카메라에 찍히게 되고 캐나다의 유명인사가 됩니다. 바다로 가는 길에 많은 사람들이 에타를 기다리며 응원합니다.


세 사람의 회상을 통해 그들의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까지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도 전쟁을 겪은 경험이 있기에 남의 일 같이 않네요. 전쟁으로 인해 바뀌어버린 삶과 남겨진 가족들의 인생,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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