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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피엔스, 새로운 도약 - 대한민국 대표 석학 8인이 신인류의 지표를 제시하다 ㅣ 코로나 사피엔스
김누리 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3월
평점 :
제목부터 흥미로워 언젠가 읽게 되겠지 했던 책을 만났다. 코로나 사피엔스에 대한 이야기의 제1부 격인 [ 코로나 사피엔스 ]가 먼저 나와 꽤 많은 이들이 쉽게 읽었다고 했다. 서점에 달려가 살펴보니 대담집으로 엮여 있어 읽기 어렵지 않게 되어 있었다. 내가 집어 든 [ 코로나 사피엔스 새로운 도약 ]은 제2부인 듯하면서 더 새롭고 탄탄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둘 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과 CBS가 함께 기획한 <2020년 경기도 지식(GSEEK)콘서트>를 바탕으로 묶였다. 두 책을 살펴본 결과 두 권 다 흥미롭지만 첫 번째 책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 펼쳐 보여드릴 <코로나 사피엔스 새로운 도약>만으로도 충분한 지식 충전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백신이 나왔고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희망 섞인 예견을 했었던 게 몇 주 전인 것 같은데, 또다시 일일 확진자 500여 명 대가 나오니 절로 한숨이 쉬어지는 요즘이다. 나는 발만 동동 구를뿐 어찌해야 좋을지 갈피를 못 잡고 코로나 이야기만 나오면 한숨부터 내쉬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멈춰있다고 모든 것을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숨이 쉬어지는 한 어떤 '생각'이라는 것을 해내는 종이고, 이 어둠 속에서도 빛을 갈망하고 또 기어이 찾아내는 끈질긴 종인 것이다. 'WITH CORONA' 시대에 함께 할 수밖에 없다면 함께 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이 책을 통해 지금의 맥을 짚고 나아갈 미래의 길을 찾아볼 수 있겠다.
우선 어려운 낱말들이 춤을 추는 관계로 ( 무식함을 자랑하는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석학들이 내놓은 말들이니 오죽할까 ) 다른 의미에서 이 책은 내게 의미 있었다. 하나하나 공부하는 재미로 읽어나갔다. 미디어와 친하다면 이 책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요즘 핫한 말들이다. 우선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목차를 살펴보면 책을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겠다. 목차를 보며 자신이 궁금했던 질문들도 있는지 살펴보자. 질문하는 자만이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적절한 질문을 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 김누리 - 자본주위를 넘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 장하준 - 앞으로의 경제는 무엇을 중심으로 재편돼야 하는가
- 홍기빈 - 불확실성의 시대에 필요한 뉴딜은 어떤 것인가
- 최배근 - 기본소득은 어떻게 혁신과 성장의 시드머니가 되는가
- 홍종호 - 그린뉴딜은 세계 경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 김준형 - 달라진 국제질서, 한반도평화를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 김용섭 - 우리는 세계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 이재갑 - 우리는 다음 팬데믹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목차를 이렇게 공들여 타이핑한 적이 있던가? 질문 하나하나 곱씹고 싶어 이렇게 남겨본다. 목차 하나만 보아도 어마무시한 분량의 논문을 내놓아야 할 것 같이 묵직한데, 통계자료와 예를 들어 자세히 썰 풀어놓았다. 나는 이 책을 '코로나 시대'에 대한 공부책으로 여기며 읽었다. 한쪽에는 더 찾아보아야 할 거리들을 모아놓았고, 또 한쪽에는 기억에 아로새길 내용을 챙겼다. 현재를 공부하는 것,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빠르고 현명한 일이다. 코로나도 공부로 뿌셔보자. ( 코로나 뿌시자는 이야기는 우리 중린이들이 자주 하는 말인데, 자꾸 나보고 "코로나 뿌시러 가실래요?" 그런다. 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순 없지만, 그러자고 했다. 하하 )
김누리 교수의 '사회적 유토피아' 이야기는 우선 반가웠다. 이 지옥 같은 재난 상황에서 우리는 빛을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이 서로를 구조하고 서로를 보살피는' 사회적 유토피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실제 우린 그런 경험들이 다수인 민족이기도 했다. 김누리 교수의 이야기에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코로나가 우리에게 '할 수 있다, 우린 이런 따뜻함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일들에 눈을 돌려야 할 때가 지금이다'를 알려준다고 한다. 그것을 "코로나 엘로" 코로나 경고로 명명하고 사회적, 공공적, 생태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1장의 이 이야기부터 매우 흥미롭다. 책장을 넘기며 입이 벌어지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책이다.
장하준 교수의 '복지' 이야기도 역시나 무릎 셀프 스매싱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우리는 함께 할 운명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며 이제 코로나로 전환점을 찾은 것이라고, 새로운 사고 전환 그 핵심엔 '복지'가 있다고 전한다. 나도 얼마 전 소상공인 버팀목 지원을 받은 개인사업자인데, 공짜로 돈이 생긴 거냐며 축하한다고 한 턱 쏘라는 이야길 들었다. 공짜? 장 교수의 이야길 빌면 복지를 우리 공짜라 생각하지 말고 공동구매의 개념으로 보자고 한다. 모두 세금을 내서 교육, 주거, 노동, 의료 등의 복지를 공동으로 구매하는 개념 말이다. 보편적 복지 이야기도 뒤이어 나오는데, 읽다 보니 현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통해 보편적 복지를 구현하려고 한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어려운 이들을 대상을 하는 선별적 복지가 아니라 시민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보편적 복지'가 필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기본소득'이라는 매력적인 개념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틀을 제안하는 홍기빈 교수의 이야기 가운데 마지막 부분이 가슴에 또 퍽 들어온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입 벌어지고 무릎 탁 치게 될 내용들이 많다 했는데, 매우 혁신적인 내용들이어서 일 것이다. 와~ 이런 것도 있구나, 이게 정말 잘 구현이 될까? 와 이거 너무 가는 것 아닌가 싶은 이야기를 들으며 두려움이 생기는 이들도 있을 텐데, 홍기빈 교수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을 빌려 이렇게 다독이고 있다.
지금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두려워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건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은 두려움, 그 자체 그것뿐이다.
<코로나 사피엔스 새로운 도약> 중에서
마지막 8강의 이재갑 교수 이야기는 다시 맨 앞장을 열었던 김누리 교수의 이야기와 연결된다. 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 우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혼자 아니라 함께'가 더 중요한 지금이라고 한다. 함께 협력하고 연대하면서 어려움을 이겨나가기를 당부하고 있다. 세계가 흔들거릴 때 우리가 이 정도 버틴 것도 함께라는 의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라는 개념이 우리나라만의 희한한 논리로 치부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이야말로 '우리'라 여기는 마음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우리, 잘 하고 있고 잘 할 수 있다고 서로에게 희망 백신이 되어주는 예쁜 마음이 필요하다.
코로나19의 원인 분석을 들여다보면 결국 돌아오는 최종 화살은 인류에게 꽂힌다. 맞는 말이어서 슬픈 우리, 하지만 또 그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도 인류의 몫일 것이다. 그렇다면 좌절할 일이 아니다. 어서어서 서로에게 예쁜 마음 나누어 받고 예뻐지려고 노력할 일이다. 그래야 세상도 예뻐질 테니.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을 보내주신 출판사 인플루엔셜, 감사합니다.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