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출근길에 카버를 읽다보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 예전에도 이렇게 가슴아팠었나 생각하다가 잠시 덮어두기로 했다. 적어도 처음 읽은지 10년은 넘었는데 말이다. 가방에서 듀나의 에세이를 새로 꺼내서 읽거나, 아이패드에 넣어둔 버드맨을 보거나 (이것도 마음이 아파), 게임을 하거나, 아니면 다니엘 스틸을 읽거나.(하하)


카버의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가 어딘가가 부서져버린 사람들이다. 하루키가 그런 아픔을 그나마 귀엽고 팬시하게 그려낸다면, 카버의 아픔은 우악스럽다. 누군가는 하루키의 성교장면 묘사를 희화화하지만 직접적인 성행위를 묘사하지 않는 카버의 이야기에는 갑작스런 파괴 충동과 성행위의 그림자가 파멸해버린 사람들 위에 드리워져있다.


예전처럼 한두시간을 진득히 앉아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지 못하다 보니, 어떤 작품이든 토막토막 끊어서 보게 되는데 버드맨은 앞부분만 봤는데도 뭔가 가슴 아픈 파멸이 느껴진다. 카버의 세계에서 우리는 좋았던 어떤 것을 바보같은 충동이나 어쩔 수 없는 사고에 의해서 망가뜨려버렸고, 그리고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해서 아쉬워하고 그저 파멸을 받아들이는 존재들이다. 아무도 우리르 구원해주지 않는다. 리건 말대로 embrace the anger 해야한다. 더 파멸되고...더 망가지고...



젊었을 때(끄응) 카버와 읽는 느낌이 이토록 다른 것. 그때의 카버는 진짜 문장만 눈에 들어왔던 것 같은데, 가끔 나이가 들고 더이상 돌아나올 데가 없는 지점까지 계속해서 결국 파멸하기만 하는 인생에 대해서 조금은 다르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토막토막 읽던 책은 이제 뒷부분 단편 세개정도를 남겨두고 있고, 버드맨은 절반정도 진행했다.

작은 즐거움이라도 기적같다고 느끼고 그것을 소중히 여겨야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다시 한번 되뇌인다. 


충동에 대해서 말인데, 도대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떤 충동을 그저 감추거나 완화하고 결국 잊어버릴 수 있다면, 

아마도 세상은 조금은 덜 활력적이지만 더 안전한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빗나가버린 화살 같은 충동들이 어딘가는 날아가서 맞아야 하지 않겠나는 생각도 든다.


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구나, 레스.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너한테만은 얘기하고 싶어. 네가 이해해줬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언제나처럼,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일도 있는 법이다. 모든 것이 마무리를 가지고 끝을 맞이 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것들은 그냥 끝나버린다. 우리가 굳이 이야기하지 않을 뿐.


그래 그 화살은 어디론가 날아갔겠지, 하지만 누가 그것에 신경이라도 쓴다는 걸지.



2.


듀나의 신작 에세이는 정말 잡문인데, 뭐랄까 취향이 맞는 사람이 보면 적당히 즐겁게 읽을 수 있겠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그녀는 편견에 대해서 시비를 걸고 있다. 취향은 괜찮지만 편견은 안되는거다. 그/그녀의 말처럼 이해는 인정만큼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3.


이번달 독서통신용 경영서적은 디맨드다. 전자책으로 샀었지만 회사가 망해버리는 사태를 겪었고, 이번에 어떻게 다시 생길 기회가 되어서 확보하는 생각으로 받았다.




4.


시간이 날때, 빌 게이츠의 추천도서에 대해서 (감히, 감상을 섞기는 어렵고 리스트만) 정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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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3-31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니엘 스틸!

nomadology 2015-03-31 10:55   좋아요 0 | URL
큭큭 제 취향은 아닌가봐요. 진도가 잘 안나가네요.

다락방 2015-03-31 11:07   좋아요 0 | URL
저는 다니엘 스틸 보다는 산드라 브라운 쪽이에요. 산드라 브라운의 소설은 거의 다 가지고 있고 재독 삼독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재독 삼독의 경우엔 발췌독이에요. ㅎㅎㅎㅎㅎ

nomadology 2015-03-31 11:15   좋아요 0 | URL
로맨스 소설을 제대로 읽어본적이 없어서. 킨들에 넣어두고 기분전환용으로 보려고 한건데 아직 리듬을 못탄건지 계속 그 자리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