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미술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역사의 미술관 - 그림, 한눈에 역사를 통찰하다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서를 읽는 이유가 있다. 역사는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이자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시대의 흐름을 통찰해내는 가장 교훈적인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사유하는 자의 시각에 따라, 그의 시대정신에 따라, 역사를 들여다 보는 자의 창의력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고 해석되고 또한 기록된다. 게다가 역사는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까지 준다. 역사를 읽어내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은 서양화중에서도 역사화를 통해 서양역사의 단편들을 끄집어 내서 맛깔스럽게 재구성해 놓았다. 그것들로 영웅적인 삶을 살거나 드라마틱한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특유의 필치로 펼쳐낸다. 사람들은 영웅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저자는 이런 분야의 책들을 그동안 수없이 쏟아낸 사람이다. 그는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내든 팔리는 책을 만들어낼 경륜이 있다.


이 책은 서양화 중에서도 역사화를 통해 보다 생생하고 창의적으로 역사를 이야기하는 그림 역사책이다. 그림 속의 역사 뿐 아니라 그림이 그려진 시대 상황까지 아우르며 또한 두 시대의 연관성까지 파고드는 깊은 성찰과 탐색의 기록이다. 또한 과거의 그림들로만 미술로 보는 역사라는 주제를 국한하지 않고 있다. 신화의 시대로부터 현재까지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은 멈추지 않는다.

그림은 예술 자체로서 해석되기보다 하나의 도구가 되어 다른 분야로의 확장을 꾀한다. 예술적 가치를 넘어 역사와 인문으로의 확장하는 매개의 역할을 해냄으로써 대중에게 새로운 교양을 선사한다. 통섭이 시대의 흐름이라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미술에 대한 지식과 역사에 대한 이해가 씨줄과 날줄로 엮어지면서 요즘 흔하게 나타나는 인문학적 상상력의 나래를 맘껏 펼치게 만든다. 이 책은 주요 인물과 사건, 개념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며 혹여 역사의 큰 맥락을 놓치지 않도록 ‘한눈에 읽는 역사’를 부속 페이지로 만들어 본문에서 다루는 인물과 사건의 앞뒤 흐름을 파악하며 통시적으로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1장은 시대를 품에 안았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여기에는 알렉산드로스, 아우구스투스, 나폴레옹과 같은 영웅도 있지만 루이 14세, 이반 뇌제, 스탈린과 같은 문제적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서른 세 살의 나이에 요절한 비운의 제왕 알렉산드로스는 재위기간 12년 동안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했고 이는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위대한 성과였다. 그는 당대의 석학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는데 그가 제국을 이끈 리더십의 비결은 포용과 배려였다. 정복한 곳의 왕을 왕으로 대우했고 포로들을 욕보이지 않았으며 스스로 정복지의 왕녀들과 수차례 결혼을 함으로써 경계를 허물고 끌어안으려는 노력을 했다. 또 한 명의 영웅 나폴레옹은 몰락해가는 전제정치의 후반부에 등장해 강한 카리스마로 프랑스를 통일하고 스스로 황제에 올랐는데 일개 군인이었던 그를 제국의 황제로 성장시킨 원동력은 인문학적 소양과 창의적 사고였다. "상상력을 자극해야 위대한 승리다"라고 이야기를 할 만큼 예술적 직관이 뛰어났던 그가 창조적인 전략으로 하나의 시대를 창조한 이야기가 그림을 통해 생생하게 전개된다.

  

2장은 역사속의 여성에 대한 접근이다. 권력의 화신 클레오파트라와 파리의 스타일을 지배한 퐁파두르부인,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인 매춘, 오리엔탈리즘 회화속 여성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다루고 있다. 역사는 한 시대의 예술적 성취 또는 권력의 덧없음을 매력적인 여성들을 등장시켜 우리에게 보여준다. 저자는 거기에 덧붙여 오해와 진실에 대한 기록들을 파헤친다. 아름다운 여성 퐁파두르 부인의 이야기는 그녀를 그린 그림만큼이나 매혹적이다.

 

3장은 피를 먹고 자라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전염병, 전제군주제가 무너지면서 나타난 왕들의 처형 그리고 일차세계대전을 다룬 그림들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림은 제인 그레이의 처형을 그린 폴 들라로슈의 작품이다.

 

 

4장은 정신의 역사, 역사의 정신에 대해 다룬다. 저자가 찾아낸 소재들은 카리스마, 종교개혁, 그리스의 지성, 다비드의 역사화, 네이처리즘 등 다양하다. 다비드의 그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그림은 마치 영웅은 죽었지만 혁명의 역사는 도도한 그 흐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선언하는 듯하다.

 

저자는 우리 미술에서 서양의 역사화에 비견할 만한 그림들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탄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네 역사화들이 대개는 근세 이후에 그려진 것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찾아보면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 그림으로 우리 선조들의 드라마틱한 삶을 들여다보는 그런 책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이 책을 덮는 순간 너무도 간절하게 다가온다. 우리 역사에도 인간의 드라마는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