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즐거움 - 개정판 매스터마인즈 1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이희재 옮김 / 해냄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ㅁ 추천 이유

 - 오래전 출간된 책이지만 요즘 상황에 접목해도 좋은 저자의 분석력을 느낄 수 있다.

 - 번역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워 좋다.

 - 요즘 지쳤다면 삶의 개선할 수 있는 실천해볼 만한 내용이 많다.


1. 구판을 구매한 이유


<몰입의 즐거움>은 출간 20주년을 기념해 2021년 새롭게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2007년 구판을 사서 읽었다. 이 판형은 내가 처음 접한 버전이기도 하고 당시 다 못 읽었다는 아쉬움이 커 구판을 사게 되었다. 

책은 단순히 어떤 과업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저자는 '나를 다스리는 방법' 혹은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에 대해 적어 나가고 있다. 


2. 저자가 제시하는 행복한 인생을 사는 여러 가지 방법들


책의 초반부에는 몰입이라는 주제를 풀어가기에 앞서 '좋은 삶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저자는 차분히 설명하고 있다.  좋은 삶 또는 행복한 인생은 정의하기 나름이기에 정답이 있다는 식으로 서술하지는 않는다. 

책의 40쪽에 있는 내용이 이 책의 핵심을 1차적으로 정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최선을 다하는 삶은 그렇지 않은 삶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사소한 일상 속 작은 현상에서 또는 반복되며 지루한 업무 속에서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거나 진심으로 임했던 사람들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여가마저도 일을 할 때처럼 온 정력을 쏟아부으며 적극적으로 임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여가라고 해서 설렁설렁 했다가는, 헬스장 3개월 회원권을 끊어놓고 몇번 이용하지도 않은 채 기간 만료되어버리는 경우처럼 유익한 경험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질 것이다.

이 책에서는 TV 시청을 예로 들면서 수동적인 여가의 단점을 얘기하고 있다. 물론, TV 보는 것 자체가 부정적이라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지적하진 않는다. 다만, 멍하니 TV만 보는 일이 자유 시간, 즉 여가 시간을 보내는 유일한 방편이 될 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96쪽에서 "앞으로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여가에 쏟을 것이고 더 정교하고 인위적인 자극에 의존할 것이다."고 지적한다. 나는 이 대목을 읽었을 때 요즘 유튜브 쇼츠가 떠올랐다. 어쩌면 이 책이 출판된 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속성은 수동성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일기 쓰기를 얘기하고 있다(56쪽). 밤에 일기를 적으며 하루를 반성하다보면,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 중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가려내게 된다고 한다. 일기가 단순히 하루 일들을 요약하는 행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삶의 질을 끌어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이처럼 사소한 생각의 전환만으로도 일기의 장점을 끌어낼 수 있다면, 내 삶을 만족스럽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주변에 참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우리 삶을 한층 더 살만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스스로를 잘 이해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약점과 욕망을 잘 파악한 사람은 노력을 기울이는 요령만 터득한다면, 인생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기가 더욱 수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자신을 잘 알고 의식적으로 자신의 관심을 돌릴 줄 아는 사람이라면, 우리에게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주는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 인간 관계 상의 악영향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저자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마음을 스트레스 상황이 아닌 곳에 둘 줄 알고 다스리는 요령을 터득한다면, 우리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172쪽).

그 과정에서 우리는 원하지 않는 것과 원하는 것 사이의 조화를 이룰 때 더욱 만족감 높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자는 니체의 말을 인용하면서 '운명애'라는 개념(182쪽)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이 대목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운명애는 살아갈 날에서도, 살아온 날에서도, 달라지지 않기를, 아니 영원히 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자세다. 불가피한 것을 견디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사랑할 줄 아는 태도다." 또 이런 구절도 있다. "나는 피치 못할 일을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법을 자꾸자꾸 배우고 싶다. 그럼 나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을 테니까" - 182쪽


하기 싫은 일은 최대한 기피하는 게 당연한 요즘 사회에서 작가가 소개한 니체의 운명애 개념은 너무나 현실성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그 운명애적 태도를 알게 되어서 기뻤다. 저자는 책 속에서 여러 가지 사례를 소개하면서도 일관되게 한 가지 사실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자신의 취약점과 욕망을 잘 알고 자신의 정력을 쏟아부어 몰입하는 경험을 한다면(이 몰입을 일으키는 방편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걸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자기 주도적인 인생을 살거나 상당히 만족감 높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운명애적 태도는 그런 인생을 설계해나가는 데 큰 개념적 뒷받침이 된다. 불가피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 많은 '현실'에서 이런 태도를 적용한다면 내가 처한 상황을 더욱 만족스러운 쪽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번역이 마음에 들어서 이희재라는 번역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도 이 번역가의 책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 그리고 이것보다 한층 절박하게 다가오는 질문, 다시 말해서 어떻게 하면 한 사람 한 사람이 훌륭한 삶을 살 수 있을까하는 의문에 답하기 위하여, 나는 (중략)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 P13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모두 일정한 한계 안에서만 행동하고 느낄 수 있다. - P14

삶의 성격은 우리가 직업적으로 하는 일에,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애쓰는 노력에, 그리고 남는 시간에 벌이는 활동에 좌우된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니다. 삶은 이러한 기본 좌표 안에서 펼쳐지며, 우리가 보낸 하루하루를 모두 더하였을 때 그것이 형체 없는 안개로 사라지느냐 아니면 예술 작품에 버금가는 모습으로 형상화되느냐는 바로 우리가 어떤 일을 선택하고 그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에 달려 있다. - P24

자신의 목표를 다스리는 요령을 터득하는 것은 성숙한 삶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그것은 자연발생적 욕망에 몸을 맡기는 것과도 다르고 욕망을 무조건 억압하는 것과도 다르다. 최선의 방안은 자기 욕망의 뿌리를 이해하고 그 안에 숨어 있는 편견을 인식하면서, 사회적 물질적 여건을 지나치게 흩뜨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신의 의식에 질서를 가져올 수 있는 목표를 겸허하게 선택하는 것이다. 이보다 덜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며, 이보다 과도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좌절을 자초하는 셈이다. - P40

여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일을 할 때처럼 창조력을 발휘하고 정력을 쏟아야 한다. - P100

이 창조적인 개인들이 삶을 헤쳐나가는 방식에서 우리는 사람이 외향적이면서 동시에 내향적일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읽는다. 어쩌면 내향성 일변도에서 외향성 일변도에 이르는 전 범위를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인간 본연의 자연스러운 모습인지도 모른다. 죽 이어진 스펙트럼에서 양쪽 끝의 한 자락에만 갇혀 삶을 집단성 아니면 개인성 어느 하나로만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비정상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 P128

이 모든 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누군가가 상황이 요구하는 수준 이상으로 관심을 기울이면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 우리의 삶을 뒤바꾸는 중대한 발견으로 바뀐다는 사실이다.
만약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 들어가면서 "이런, 물이 탕 밖으로 또 넘쳤네, 마누라한테 잔소리깨나 듣겠군" 그저 이런 생각만 하고 말았다면 인류는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기 위하여 몇백 년이라는 세월을 더 기다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 P139

인생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도 그런 타성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 삶의 지배권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 자신의 의지가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기울이는 요령을 터득하는 것이다. - P172

충실한 삶을 살아가려면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를 논의하는 대목에서 니체는 이렇게 말한다. "운명애를 가진 사람은 위대하다는 게 나의 신조다." 운명애는 살아갈 날에서도, 살아온 날에서도, 달라지지 않기를, 아니, 영원히 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자세다. 불가피한 것을 견디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사랑할 줄 아는 태도다" 또 이런 구절도 있다. "나는 피치 못할 일을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법을 자꾸자꾸 배우고 싶다. 그럼 나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을테니까." - P182

달리 말하면,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은 하나같이 처음에 어느 정도 집중력을 쏟아부어야 그 다음부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 P91

여가는 생산 활동이 너무 구태의연하고 무의미해진 시대에 득세한다. 앞으로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여가에 쏟을 것이고 더 정교하고 인위적인 자극에 의존할 것이다. - P96

마음의 균형을 잡는 데 남들과의 어울림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타인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직시하고, 그 영향을 어떻게 하면 긍정적 경험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만사가 그렇듯이 인간 관계도 공짜로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인간 관계에서 득을 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정성을 먼저 기울여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우리는 타인은 지옥이라고 결론 짓는 샤르트르의 작품 속 주인공과 같은 운명에 처할 위험에 봉착한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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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인문적 글쓰기 아우름 37
박민영 지음 / 샘터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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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기분 좋게' 생겨났다. 저자는 생산물이 넘쳐나는 시대에 내 영혼과 정신이 온전히 투영된 무엇가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많은 이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한다. 10년 넘게 한겨레 글쓰기 강좌를 진행한 저자는 많은 이들에게서 그런 열정을 본 것 같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다보면 호랑이 선생님 이미지가 떠오르는 작가를 많이 본다. 그런 작가의 글은 하나하나 반박하고 싶은 거부감이 든다.


글쓰기 책을 좀 여러 권 읽다 보니 공통점을 알게 되었다. 일단 글을 쓰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최종적 결론을 전달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고, 그 말을 전달하기 위해 준비하는 양과 질이 작가마다 다르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느꼈다.


저자는 글쓰기의 장점과 효용을 차분하게 전달하고 있다. '~습니다'는 구어체로 전달하기 때문에 글 읽는 속도가 빨라지지 않았고, 글이 침착하고 정돈되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어떤 사례를 전달할 때마다 '일본의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는 어디어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라는 식으로 인용문을 써주어 작가의 생각을 지지하는 근거로 삼는다. 


저자는 자신의 글 정리 방법과 글을 정리하면서 얻는 가치를 조곤조곤 잘 설명해주고 있다. 글 정리 작업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책 곳곳에서 인용문을 자신있게 써내려 가지 않았나 싶다. 글 정리만 한다고 좋은 인용문을 쓰는 건 아닐 것이기에, 이 책에 쓰이면 좋을 만한 인용문을 고르는 데 고심했을 작가의 모습이 짐작되어 또 기쁜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이처럼 이 책에는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진심이 잘 묻어나 있다. 저자가 겪은 시행착오, 저자만의 노하우, 또는 글을 쓰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말하고 있다. '글쓰기는 정돈된 사유를 유도한다', '글을 쓰면 사람다운 사람이 된다'는 식으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잘 드러내면서도 훈계하는 글이 아닌, 차분하게 자신이 느낀 글쓰기 장점을 전달한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97쪽과 141쪽이었다. 글쓰기를 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를 목마른 개에 비유한 대목이 너무나 정확하고 뼈저리게 느껴졌다. 141쪽에서는 한 권의 글을 쓰기 위해 작가가 준비하는 공력을 묘사해놓아서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한층 더 높아진 기분이 들었다.

목이 바싹 마른 개 한 마리가 갈증에 시달리며 물을 찾아 오랫동안 헤맸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시냇물을 발견했습니다. 개는 너무 기뻐서 시냇물을 따라 달렸습니다. 달리니 목이 더 마르고, 물을 찾은 기쁨이 더 커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계속 시냇물을 따라 달렸습니다.
개가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직접 물가로 내려가 물을 마셔야 합니다. 그러나 이 개는 물을 마시지 않습니다. 시냇물을 발견했다는 기쁨에 취해 물을 따라 뛸 뿐입니다. 글쓰기를 배우고, 그를 통해 글쓰기 방법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직접 써보지 않는 사람이 이와 같지 않을까요? - P97

독자들도 완성도 높은 글을 보면, 작가가 많은 생각을 하고 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완성도 높은 글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니까요. 그런데 실은 혼란스러웠던 생각이 글을 쓰면서 질서정연해진 경우가 많습니다. 잘 정리된 생각은 글쓰기의 결과지, 원인이 아닙니다. - P141

독자들이 작가들의 책상(작업대)을 구경한다면, 카오스가 그 책상을 지배한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저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책상 위에 관련 참고도서를 잔뜩 쌓아 놓고 있습니다. 책에는 여기저기 포스트잇이 붙어 있고, 이런저런 생각을 적은 메모장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노트북 화면에는 자료가 들어 있는 작업 창이 여러 개 떠 있고요.
작가들은 대부분 이런 상태에서 글을 씁니다. 카오스 가운데에서 어떤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지요. 그것이 책상 위에서 하는 작업입니다. 그 질서에 대한 압력이 사고를 낳고요. 글쓰기는 사고를 지향합니다. 사유들을 정확한 궤도로 안내함으로써 의식을 고양시킵니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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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평전
조영래 지음 / 아름다운전태일(전태일기념사업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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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이 분신했던 나이가 고작 만 22세였다. 내 나이 22살엔 아직 학생티가 팍팍나는 군인이었을 뿐인데, 22살의 전태일은 서울에서 겪은 고생의 시간이 온 몸에 새겨져있었다. 


첫 번째 가출 후 갖은 고생을 다 하고 죽더라도 가족이 있는 서울에 죽자는 생각으로 무임승차한 기차에서 내린 역은 영천역이었다. 영천역에서 다시 대구역으로, 대구의 외갓집을 갔던 전태일은 가족이 대구에 있다는 사실에 숨길 수 없는 반가움을 느꼈다고 한다.


배우고 싶다는 갈망과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삶 사이에서 전태일은 발버둥쳤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감정에는 약한 편입니다. 조금만 불쌍한 사람을 보아도 마음이 언짢아 그날 기분은 우울한 편입니다. 내 자신이 너무 그러한 환경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P24

...그밖에도 살길을 잃은 가지가지 사연의 사람들이 특권과 부귀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부스러기를 주워 먹기 위하여 그들의 지친 발길을 최후의 종착지인 서울로 돌린다. - P29

맑은 가을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깊었으며, 그늘과 그늘로 옮겨다니면서 자라온 나는 한없는 행복감과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서로간의 기쁨과 사랑을 마음껏 느꼈습니다. 내일이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나는 내가 살아 있는 인간임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고 진심으로 주물주에게 감사했습니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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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유성룡이 보고 겪은 참혹한 임진왜란
김기택 옮김, 임홍빈 해설, 이부록 그림, 유성룡 원작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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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장점

1. 페이지 넘김이 좋았다

2. 고서 느낌을 주는 빨간색, 연두색, 하늘색 페이지 색감도 마음에 들었다

3. 삽화가 조금 기괴했는데, 의외로 전쟁으로 혼란스러웠을 당시 상황을 상상하기에 좋았다.

4. 임홍빈의 해설로 더욱더 구체적인 당시 상황과 결과를 알 수 있어 좋았다.




책의 초반부터 답답한 상황이 연이어 발생한다. 전쟁의 기미를 감지했으면서도 실책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엔 인용하고 싶은 문장도 표시하기 싫을 정도였다.


임진왜란 초기 신립의 방어 전략의 실패로 전쟁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명장으로 불리던 신립은 일본군을 너무 얕잡아 보았고, 지형지세를 활용하기보다 자신의 강점으로 역할했던 기병을 과신하였다. 류성룡의 지적처럼 꾀를 부려 적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쓸데없는 정면승부를 시도했던 것이다. 


이우혁의 소설 <왜란종결자>에서도 신립이 단금대에서 배수의 진을 치게된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데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전쟁이 삽시간에 걷잡을 수 없게 되고, 한양을 비롯한 경기도가 유린되어버린 결과를 초래한 신립의 단금대 방어전략은 너무나도 아쉽다. 이우혁의 소설에서 묘사된 것처럼 차라리 귀신 탓에 신립이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믿고 싶을 정도였다.


징비록의 대부분의 내용은 이처럼 상황마다 지휘관 혹은 책임자들의 안타까운 결정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마을이나 성을 버리고 제일 먼저 도주하는 관리의 모습, 적의 기세에 눌려 싸워보지 않은 채 무기를 모두 강물에 버리고 도망가는 모습, 주요 길목의 방어 요지에 아무런 저항없이 무혈입성하는 일본군, 일본군의 앞잡이가 되거나 전란을 기회로 반란을 일으키는 모습 등 매일매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해정창에서 명천의 절간 노예 정말수와 회령의 토관진무로 있던 국경인, 경성의 관노 국세필 등이 작당해 한꺼번에 반란을 일으키고 일본군과 내통하더니, 7월 23일 회령에 머물고 있던 두 왕자를 붙잡아 가토의 제2군에 넘겨주고 말았다."

이런 난리속에서도 저런 반란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관군의 거듭되는 패전소식과 임금의 피란 등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단연 백성들이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등장한 전국 각지의 의병이 아니었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조선에서는 비격진천뢰라는 무기로 일본군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는 장면에서는 짧게나마 웃을 수 있었다. 예전에 국립진주박물관에서 비격진천뢰 특별전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시간을 두고 폭파하는 특성 탓에 성안에 떨어진 비격진천뢰를 보고 신기해 몰려들었던 일본군이 이내 폭탄이 터지자마자 혼비백산한다는 대목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순신. 이 장군이 아니었다면 정말 전란은 손쉽게 일본이 원하는대로 끝났을 것이다. 일본의 간사한 농간으로 이순신이 체포되어 압송된 점과 이후 원균이 맡은 조선 수군이 정유재란으로 다시 조선을 침략한 일본군에 크게 괴멸한 대목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만약 그때에 이순신이 있었다면 정유재란도 훨씬 일찍 끝났을 것이다. 

조선에 원군으로 들어온 명나라 장수들도 조금만 더 적극적이었다면 일본군의 숫자를 전쟁 초기부터 일찍 줄일 수 있었을 테고 정유재란이 일어날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을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전쟁이 필요이상으로 장기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임홍빈은 해설에서 박종화의 소설 <임진왜란>을 소개하고 있는데, 박종화는 임진왜란과 6.25 전쟁의 슬픈 닮은 꼴을 설명하고 있다. 마치 역사는 반복되다는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우리나라에서는 끔찍한 전란이 수백년의 기간을 두고 비슷한 양상으로 또다시 일어났던 것이다.


남경태는 <종횡무진 한국사>에서 임진왜란의 종결문제를 놓고 일본군과 교섭하는 주체가 조선이 아니라 명나라였다는 점과 6.25 전쟁의 정전 협정 주체로 남한의 대표가 나설 수 없었던 사실을 언급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전쟁인데도 직접 교섭 현장에 나설 수 없었던 사실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또 강대국(명나라와 미국)의 도움을 받은 점, 주체적으로 협상을 이끌어 나가거나 전쟁을 종결시킬 힘이 없었다는 사실들 말이다. 


사실 한국사를 공부하다보면 이런 안타까운 지점이 한둘이 아니다. 잦은 전란으로 불타없어진 문화재가 너무 많아서 '현재는 전하고 있지 않다'라는 식의 서술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제부터라도 달라져야할 것 같다. 


수백년 전에 징비록이 쓰여졌지만, 한일 강제 합병이나 6.25전쟁 등의 수난은 발생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변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내 대답은 '그렇다'였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책을 '덜' 읽었던 것 아닐까? '과거의 교훈'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면서 실천에 옮기지 않아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건 아닐까? 그러기 때문에 이런 책은 계속 쓰여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 같은 독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루는 여러 명나라 장수들이 식량이 다 떨어졌다는 핑계를 대고 이여송에게 명나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이여송은 화가나서 나와 호조판서 이성중, 경기좌도 감사 이정형을 불러 뜰 아래 무릎을 꿇게 하고는 큰소리로 꾸짖으며 군법에 따라 벌을 내리려고 했다. 나는 여러 번 잘못했다고 말했다. 나라가 이 모양이 되어 명나라군 앞에 무릎 꿇고 빌어야 하는 신세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러나왔다. - P134

일본군의 꾀에 속아 이순신을 가두다 - P159

진린은 우리 임금께 글을 올려 이렇게 말했다. "이순신은 천하를 다스릴 만한 뛰어난 재주와 무너진 하늘을 메울 만한 공이 있는 사람입니다." 이토록 이순신을 크게 칭찬한 것은 그만큼 진린이 이순신에게 진심으로 감탄하고 그를 존경했기 때문이다. - P176

이순신은 몸소 적의 총과 화살을 무릅쓰고 힘을 다해 싸웠는데, 날아오는 총알이 그의 가슴에 맞아 등 뒤로 빠져나갔다. 이에 이순신을 옆에서 모시던 군사들이 부축해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 P183

그러나 신립과 이일은 훈련되지 못한 오합지졸 병사들을 데리고 요새와 다를 바 없이 험준한 지형지물을 벗어나 평탄한 들판에서 병력이나 무기 면에서 월등하게 우세한 적과 맞서 싸워 승부를 겨루었으니, 참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내가 앞서 본문에 이 내용을 낱낱이 기록해 두었으면서도 이제 모처럼 거듭하여 기록으로 남기는 까닭은 후손들에게 새삼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 P203

신립의 부대는 요새인 문경새재 방어를 포기하고 물기가 많은 습지대인 탄금대에 배수진을 친다. 북방에서 기마전술로 효과를 봤던 신립의 판단 착오로 조선군은 일본군의 조총 공격에 대응하지 못하고 결국 참패한다. - P242

전란의 불길 속에서 견디다 못해 악에 받친 백성들은 방방곡곡에서 구국의 기치를 높이 들고 의병의 이름으로 떨쳐 일어나기 시작했다. 정부와 관군이 생존권을 지켜주지 못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스스로 무장해 고향 땅을 지키고 나아가 왜적을 물리쳐 나라의 위기를 극복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불태우게 된 것이다. - P253

4월 13일, 부산에 일본군이 대거 상륙하자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경상우수사 박홍은 해군기지를 버리고 내륙으로 도망쳤다. 우수사 원균 역시 함선 70여 척을 스스로 바닷속에 가라앉혀 없애고 수군 병력을 죄다 해산시킨 다음, 몇몇 장수들만 데리고 남해도 쪽으로 달아나 결국 경상좌우도 수군은 자멸한 상태였다. - P262

이제부터는 "내 목숨을 남더러 지켜달라고 떠맡기는 자의 비애"를 이야기할 참이다. 그 또한 서글프기 이를 데 없는 일이라 하겠다. - P272

의병장 정문부는 가토의 제2군을 함경도에서 몰아낸 뒤 반란 주동자들을 모조리 찾아내 처단하고 함경도 일대를 완전히 되찾았다. - P276

진주 부근 (중략) 명나라군이 주둔하고 있었다. 이들은 진주성을 구원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받고서도 7만 명이나 되는 왜적의 엄청난 군세에 압도되어, 고작 구례까지만 부대를 전진시킨 채 요지부동으로 상황이 돌아가는 추세만 지켜볼 따름이었다. (중략) 진주성을 함락시킨 일본군은 그 전해 싸움에서 김시민 부대에 당한 패전의 분풀이로 6만여 주민들을 모조리 학살하고, 도요토미의 특명대로 진주성을 초토화시켜 앙갚음을 했다.
- P283

1597년 2월 26일, 간첩 요시라의 교모한 모략에 넘어간 경상우도 병마사 김응서의 보고에 따라, 조정은 작전 기회를 놓쳤다는 죄목으로 이순신을 파면하고 체포해 한성으로 압송한다. 그 후임에는 충청도 병마사로 전출되어 지상에서 육군을 지휘하던 원균을 불러들여 임명했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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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예술이 된다 - 문학과 영화에서 죽음을 사유하는 방식
강유정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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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다. 하지만, 책의 장마다 소개된 영화와 문학작품들까지 헤아린다면 깊이감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새로 보고싶고 읽고싶은 영화와 문학의 리스트가 생겨날 것이다. 

이 책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잔잔하면서도 인상깊은 이유는 그 전개에 반드시 한 편이상의 영화와 문학들로 채워져있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치기보다 그 원전을 직접 읽거나 봐야 속이 풀릴 것 같은 심정이 생겨서 그렇다.


'독서+영화'리스트들 속 죽음은 대부분 '가상'이지만, 씁쓸하게도 '현실'에서도 그런 죽음이 많다는 게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최근에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그리고 해외에서 한 교사가 길거리에서 참수당하는 소식까지 합하면, 문학과 영화에서 다뤄져도 어색하지 않을 죽음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된 주인공들의 대처하는 자세가 부정적이기도 했고 긍정적이기도 했듯이 죽음이 꼭 어둡고 음습한 주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발버둥치는 인물들의 감정과 선택에 독자와 관객이 공감한다는 점에서 저자는 '죽음은 예술이 된다'고 본 것 같다.


죽은 자의 사진은 언제나 의미가 풍부하다.그것은 결국 하나의 이미지이며 이미지는 아무리 가깝다고 할지언정 본질의 중심에는 가닿지 못하기 때문이다. - P127

국가란 마치 법이나 질서처럼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 녹아 있되 감지되지 않는 상태가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후두나 기관지가 평상시엔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도 않지만 감기나 염증이 생기면 그 존재를 강렬히 증명하듯이 어쩌면 국가는 ‘고장‘이나 ‘이상‘이 없는 이상 느껴지지 않는 게 정상일지도 모른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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