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을 반지하에서 시작했지만 감사했다. 결혼 전에는 단칸방을 벗어나 본 적 없는 부부다. 고시원과 자취, 하숙, 달동네와 단칸방 주택을 전전하고 가끔 누군가의 갖춰진 원룸에서 신세를 지면서도 20대는 당연히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만큼 방 2개에 화장실, 부엌이 달린 다가구주택 반지하 신혼집이 우리에겐 과분했다.

    

 

원체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한 부부였기에 빛이 잘 들지 않는 반지하라 해도 몸에 이상 징후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주택이 옹기종기 밀집해 있는 데다 또래 아이를 키우는 집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이웃 간에 정도 생겼다. 서울인 듯 시골 같은 면이 있었다.

    

 

이런 장점에도 아이가 성장하면서 아쉬운 점이 하나둘 불거졌다. 태어나서 몇 년 간을 이 집에서 보낸 첫째 아이가 비염 탓에 날마다 잠을 설쳤다. 처음엔 어린아이에게 으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 생각했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가 커가면서 저절로 치료될 거라고 봤다.

    

 

그러나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날이 점점 잦아졌다. 어느 날부터 바퀴벌레가 하나둘 눈에 띄더니 전기압력밥솥에서 수십 마리의 바퀴 시체를 발견하기까지 했다.

 

 

비로소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 환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과 우리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깨닫게 됐다.

집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집 주변 환경은 더했다. 나무 한 그루 찾아보기 어려운 다가구주택 밀집가였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반지하를 탈출해야 했다.

 

 

이사를 계획하면서 목표는 단 하나, ‘공기 좋고 햇볕 잘 드는 곳’. 사실 처음에는 서울에 이런 공간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어느 날 뜻하지 않은 만남이 우리 부부의 고정 관념을 깨주었다.

    

 

유아전문한의원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나이 지긋한 택시기사가 아이가 비염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자초지종을 듣고는 본인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우리 아이는 아토피와 천식이 심해서 눈두덩이가 검붉어질 정도였는데

관악산을 끼고 있는 000아파트로 이사하고 나서 완전히 나았어요.

비염은 치료보다 주거 환경이 중요해요.”

 

 

그날 밤, 우리 부부는 당장 포털 사이트에서 그 지역을 검색했다. 그러나 당장 그 아파트에 전세로 가기에는 무리였다. 돈이 부족했다. ‘플랜 B’를 가동해야 했다.

    

 

‘산 주변’을 찾으면 된다. 우리는 인터넷 포털 지도에서 로드뷰를 켜고 며칠 동안 서울에 있는 산 주변 빌라와 다가구주택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3화에서 계속됩니다.

 

* 위 내용은 <나의 주거 투쟁>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나의 주거 투쟁>

김동하 지음 / 궁리 펴냄 / 2018년 6월 18일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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