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 - 반짝임과 덧없음에 대하여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문예출판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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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 [헤르만 헤세 저 / 박종대 역 / 문예출판사]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 등 다수의 작품들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는 작가 헤르만 헤세의 뮤즈인 나비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다. 초반부터 헤세는 여기서 언급될 나비들은 다른 모든 동물과 다른 동물로 한 동물의 고귀하고 찬란하면서도 생명에 가장 중요한 마지막 상태라고 말한다. 나비라는 곤충을 꽃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창조의 일부이자, 경탄의 효과적이고 탁월한 대상이며, 가슴 떨리는 일을 체험하고 엄청난 기적을 예감하는 동시에 생명 존중을 배울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동기라고 할 이야기할 정도로 나비에 대한 큰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비는 동식물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식물의 수분을 도와주고, 개미와 개구리, 도마뱀, 새 같은 많은 생물에게 먹이가 되어준다. 게다가 애벌레들의 엄청난 배설물은 토양의 재생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나비는 자연의 순환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고리다. 무엇보다 자연의 다원적 균형을 무분별하게 파괴하면서 오늘날의 발전을 이룬 공업국들로서는 나비 개체의 급격한 감소는 심각한 경고신호나 다름없다. 겉으로는 아무 쓸모가 없어 보이는 나비들이 편안히 살 수 있는 세계만이 인간에게도 안락하고 즐거운 삶의 토개다 된다는 사실을 각성할 시점이다. (P.133)


평화와 자유, 사람을 사랑했고 음악과 미술을 사랑했던 헤르만 헤세에게 나비는 그의 철학을 만든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어린 시절 나비 수집에 푹 빠질 정도로 나비를 사랑한 헤세에게 자연과 자유로운 삶을 선사했고 그의 작품들에는 나비가 빠지지 않고 상징적으로 꼭 등장하고는 했다. 나비는 헤세의 어린 시절이었고, 행복이었고 자유이자 사랑이었다.


헤세가 즐겨하는 취미는 나비 수집과 낚시였는데 나비를 잡고 모으는 데는 학술적인 관심 같은 건 전혀 없었고 수많은 나비들의 색과 무늬를 지닌 아름다움에 빠져 아침부터 밤까지 밥도 먹지 않고 나비를 수집했던 적도 있어 부모님께서 나비 수집을 금지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훗날 동물에 대한 미안함을 느낀 후로 나비 수집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헤세의 어린 시절, 헤세의 뮤즈를 만나고, 오랜만에 나의 추억 중 하나이기도 했던 나비에 대해 떠올리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생각해보면 곤충들 중에 거부감이 전혀 없고 알록달록 예쁜 색깔을 지닌,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것은 나비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헤세와 나비의 이야기와 작품들, 그리고 부분부분 다양한 종류의 나비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비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어렸을 때 헤세와 같이 나비를 잡아 핀으로 고정시켜 케이스에 넣어 나비 표본을 수집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다. 많은 작품 속에 나비의 짧은 삶과 아름다운 것의 덧없음, 단계적인 탈바꿈에 대한 통찰을 담았던 헤세를 만날 수 있었다.


<< 고백 >> - P.63


우아한 빛이여, 그대 유희에

흔쾌히 푹 빠진 나를 보라.

다른 이들은 목적과 목표가 있으나

나는 살아가는 것만으로 충분하나니.


비유는 내게 모든 것을 밝혀주나니,

내 감각을 건드리는 모든 것을,

내가 늘 생생하게 느끼는

무한함과 통일성의 모든 것을.


그런 상형문자를 읽는 것만으로

나는 늘 살아갈 가치를 느끼나니.

영원한 것, 본질적인 것은

내 자신 속에 깃들어 있음을 알기 때문이리라.



<< 나 비 >> - P.77


은빛 언덕 위에서

붉은 눈 선명한

은빛 날개로

어딜 가려는 거니?


"충만한 기쁨 얻으러

오새찬란한 삶과 죽음으로 가지!"

오, 신이 내게 선사하려 한 게

그렇게 아름답고 짧은 생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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