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박사의 섬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87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한동훈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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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동물을 인간으로 만드는 정신나간 설정에 비해, 딱히 재미는 없다.
(난도-중하, 재미-중하)

★★스포 있습니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소설이다.
기 - 바다에서 구조된 ‘에드워드 프렌딕‘은 몽고메리가 타고 있는 배로 구조된다.
승 - 인간을 닮은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있는 모로 박사의 섬으로 가서, 섬의 비밀을 알게 된다.
전 - 동물 인간들이 인간성을 잃어가기 시작하고, 모로 박사는 죽임을 당한다.
결 - 야생성이 살아나는 섬에서 에드워드 프렌딕이 탈출에 성공한다.

‘에드워드 프렌딕‘이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서술한다.
고상한 문체로 하는 주변 환경 묘사는 개인적으로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흥미로운 소재에 비해, 이야기 흐름이 썩 재미있지는 않았다.

동물 인간들에 대한 묘사에서 기괴함을 느낄 수 있다. 팔다리가 동물의 다리처럼 짧고, 얼굴에도 기존 동물의 형태가 남아있으며, 특히 손가락의 개수와 손톱의 모양이 인간의 것과는 다르다.
작중 ‘동물 인간‘은 모로 박사가 동물을 인간의 형태로 바꾸는 것인데(각종 동물을 조합하기도 한다), 만약 프렌딕이 애초에 오해했던 것처럼 인간을 동물의 형태로 바꾸는 설정이라면 얼마나 끔찍했을까? 생각만 해도 찝찝하다.

동물 인간은 기존 동물의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작은 재미 요소다.
육식동물 인간은 초식동물 인간에 비해 훨씬 위험하다. 육식동물 인간들이 금기를 깨고 피 맛을 봄으로써 섬의 질서가 흔들리고 위기가 닥쳐온다. 결국 모로 박사와 몽고메리 조수는 죽임을 당하지만, 에드워드 프렌딕은 부상은 입을지언정 처신을 똑바로 하고 인간을 충직하게 따르는 세인트버나드 개 인간에게 도움을 받기도 한다.

진짜 인간들과 동물 인간들은 마치 종교인과 신도 같은 관계를 보여준다. (물론 사이비)
모로 박사는 교주, 몽고메리는 관리인이자 조수(?), 에드워드는 외부인(같은 인간이라서 모로&몽고메리와 동등하다), 동물 인간들은 신도들.
모로 박사가 안전과 질서, 복종을 위해 동물들에게 인간성을 주입했는데, 이것이 동물 본연의 야생성과 끊임없이 충돌한다. 결국 모로 박사가 죽고 나서 동물 인간들은 인간성을 잃게 된다. 마치 사이비 교주가 사망한 후에, 그 종교가 와해되듯이.

내 기대에는 미치지 못해서 조금은 아쉬운 소설이다.
특정 동물 인간들에게 좀 더 초점을 맞추어서, 에피소드나 인간과의 교류에 대한 이야기를 첨가했다면, 소설적인 재미가 더 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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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 크래프트 死 - 잔혹 미학 살인 게임
최용진 지음 / 화약고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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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이보다 더 잔혹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쌀 수는 없다.˝
<오징어 게임>의 양산형 인터넷 소설 버전.

온라인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엥? 900원이라고? 도서정가제 FREE 도서라도 굉장히 싼데... 그래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비슷한 플롯이다. 다만 이 소설에서는 회당 한 게임으로 우승자가 결정된다.
‘최신‘이라는 운영자(매니저)에 의해 게임이 진행되며, 주로 그의 입장과 게임 참가자들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게임의 진행 이유와 등장인물들의 사연 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주요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나 에피소드도 읽고 ‘그렇구나‘하고 넘기면 된다. 가독성 좋은 오락 소설로 생각하고 읽어주시면 되겠다.
게임 자체에서 오는 묘사와 재미는 나쁘지 않다.

잔혹한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그다지 잔인하지는 않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
때리고 자르고 찌르고 쏘고 부수고 죽이는 장면은 많지만, 세세한 묘사가 적어서 그런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읽은 소설 중 끔찍 소설 최고봉은 <제럴드의 게임>이다.)

살아남는 등장인물들은 죄다 정상이 아니다. 다들 미친놈이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읽으면 된다.
빚 때문에 강제로 참여하게 되는 사람들만 불쌍할 따름이다. (초반부에 연인을 대신하여 희생하려던 참가자가 문득 떠오른다.)

정가 11,000원인 소설인데, 그 돈 다 주고 사서 봤으면 진심으로 아까웠을 것 같다.
인터넷 소설을 거의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양산형 인터넷 소설 냄새가 물씬 난다. (책 표지부터...;;)
하지만! 난 이 책을 900원(무려 92% 할인) 주고 샀고,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요새 과자도 1,000원이 훌쩍 넘어가는데, 900원으로 술술 읽히는 인터넷 소설을 읽는다면...? 심심풀이 또는 워밍업용으로 가볍게 읽기에 나쁘지 않다.

★★아래 스포 있습니다★★

이야기 말미에 주인공 ‘최신‘에 대한 전체적인 반전이 나오는데, 최신을 위한 Mini Tragic Truman Show라고 해도 될까. 근데 딱히 감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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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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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10가지 팁 제공! 혁신적이지는 않지만,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다.

대중 비문학을 읽어보기로 마음먹고 나서, 가장 먼저 읽은 책.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또는 잘못 알고 있는 세상에 대한 퀴즈로 흥미롭게 이야기의 포문을 연다. (나도 장담컨대 정답률이 50퍼센트가 넘는 사람이 10명 중 1명이 안 될 것이다.)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지 선다에서 정답을 찍는 침팬지보다 응답자 절대다수의 정답률이 낮다.
왜 우리가 세상을 잘못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세상은 생각보다 그렇게 나쁘지 않으며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10가지 사실충실성(Factfulness)을 통해 하나하나 보여준다.
작가가 선한 의도를 가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엄청 노력해서 글을 썼다는 것이 느껴진다. 세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 임종 직전까지 연구자 정신을 발휘한 저자 ‘한스 로슬링‘에게는 존경을 표한다.

10가지 사실충실성 중에 2가지와 관련 있는 나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6. 일반화 본능 : 최근에 언어 교환할 겸 외국인 친구를 채팅으로 사귀었다. 인니(인도네시아인)이라고 하는데, 한국어를 너무 잘하길래 의심이 돼서,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사는 곳 사진을 한 번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었다. 간호사를 준비하던 친구였는데, 실습 중에 찍은 바깥 풍경을 찍어서 보내줬다. 근데... 아뿔싸! 나는 인도네시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화려한 도심의 모습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던 스스로에게 머쓱했다.
(+인도네시아의 공용 언어는 영어가 아니다. 무지 +1)
10. 다급함 본능 : 제한된 시간 또는 수량으로 카운트다운을 하는 경우에 괜히 조급해진다. 차가운 이성으로 결정 내리기 힘들 것 같아서, 일단 산책을 하고 조언을 구하면서 머리를 식혔다. 다음날 자고 일어나서 다시 보니, 휴우~
지금의 나는 사기 잘 당할 것 같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한 번 읽어보기에 괜찮은 대중 서적이다.
엄청난 통찰을 주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맞다고 생각해오던 것을 되돌아보고 정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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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해 전국무장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6
이케가미 료타 지음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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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센고쿠 시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가볍게 훑을 수 있다.

일본 센고쿠 시대의 도서를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배경지식을 쌓을 겸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선택한 책.
이전에 읽다가 포기했었는데, 그냥 읽기에는 그다지 재미있지도 흥미롭지도 않아서 그렇다. 하지만 이번에는 매일매일 조금씩 읽어왔다.

전국시대에 대한 114가지의 기초적인 정보를 보여준다. (생활, 전투, 시스템, 역사적 흐름, 역사서 등)
좌측에는 줄글로, 우측에는 간단한 그림과 글로 구성되어 있다.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 주는 우측 페이지가 이 책의 확실한 장점이다.

일본 전국시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펴보지도 않을 책이다.
모든 내용이 흥미롭거나 이해 가능하지는 않으므로,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흥미로웠거나 새로웠던 정보는 사진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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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키가하라전투 - 전5권
시바 료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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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배경지식만 충분하다면, 삼국지 이상의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명작

이번에는 좀 독특하게 리뷰를 해보겠다.

1. 거시적으로 미시적으로 다양한 인물 군상을 볼 수 있는 점은 이 책의 유별난 장점이다. 히데요시 사후, 변하는 권력 관계도 속에서 이해관계와 운에 따라 운명을 선택하는 크고 작은 인물들을 보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2. 정확한 향방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오야마 회의)에서 후쿠시마 마사노리처럼 불길 같은 선택을 해버리면 다수가 휩쓸리게 된다. (물론 마사노리가 히데요시의 후다이 다이묘의 필두라는 점도 연관성이 크긴 하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3. 미쓰나리의 인격적 결함으로 인해 결국 큰 일을 그르치게 된다. 과연 미쓰나리 입장에서는 정의이고 공명정대하다고 할지라도, 흑백논리와 자신의 판단 기준으로 타인을 재단해버리는 성격은 큰 결점이다. 그릇의 크기라도 봐도 될까. 미쓰나리의 실책은 읽을 때마다 안타깝다.

4. 안코쿠지 에케이는 大모리 가문을 서군으로 끌어들이는 수완을 보여주며 또 한 번 큰 공을 세운다. 하지만 세키가하라 결전 당시 머뭇거린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야외 결전에서 서군이 패배한다면 어차피 본인은 저세상 티켓 예약이 아닌가?

5. 마에다 도시이에의 무게감은 상당했다. 히데요시 사후, 도시이에가 없었다면 이에야스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노쇠한 몸이지만 그의 존재감 하나만으로 이에야스를 견제하기에 충분했다.

6. 일본에서는 3권으로 출간되었지만, 한국에서는 5권으로 출간되었다. 그중 5권의 제목을 ‘시대의 패자, 역사의 승자‘라고 지었는데,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 패자의 한자는 敗者일까, 霸者일까?

7. 5권 말미에 나오는 조스이의 대사와 글이 꽤 인상 깊었다.
˝그 사람은 성공했어.˝
오직 한 가지 일에 대해서였다. 이번 거사는 고 다이코에 대한 더 없는 대접이 되었다. 도요토미 정권의 멸망에 즈음하여 미쓰나리 같은 총신寵臣들마저 이에야스에게로 달려가 아양을 떤다면 세상은 망가지고 인간은 정절을 잃는다. 더구나 남겨두고 간 총신들에게 그렇게까지 배신을 당한다면 히데요시는 어찌해볼 도리 없이 비참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말한다면 그 사람은 충분히 성공한 것이라고 조스이는 말하고 있었다.

8. 소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혼다 마사노부가 퍼뜨린 이에야스 암살 소문이 입을 타고 가면서 전혀 엉뚱한 사람의 이름(아사노 나가마사)가 암살 모의자 명단에 들어가 버린다. 이에 이에야스와 마사노부는 인생의 또 다른 즐거움을 만끽한다.

9. 다이묘들의 거친 성품으로 인한 에피소드는 읽을 때마다 재밌다. 한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는 사람들이 툭하면 서로 싸우려고 든다. 그중 압권은 거의 언제나 취해있는 후쿠시마 마사노리.

10. 많은 다이묘들이 이익을 보고 참전하게 된다. 서군에 가담했다가 모리 가문이 이미 내부 붕괴돼있고 주모자들의 상당수가 동군과 내통하고 있음을 알고 주저하는 인물들도 많다. 그런 와중에도 이해관계가 아닌 다른 이유로 서군 또는 동군에 참전하는 케이스는 신선한 재미와 인간에 대한 고찰을 선사한다.

11. 우에스기 가문은 미쓰나리의 거병 계획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야스가 우에스기 토벌을 위해 동진東進하는 동안, 서쪽에서 미쓰나리가 제후들을 규합하고 히데요리를 옹립하여 동서 양면으로 이에야스 및 동군을 궤멸한다는 작전의 가장 기본이 된다. 우에스기 가문의 가풍인 義를 높게 평가한다.

12. ‘하쓰메‘라는 가상 인물의 존재가 미쓰나리의 인간미를 보여준다. 하쓰메가 없었다면, 소설 속 미쓰나리는 좀 더 건조하고 기계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13. 시마즈 가문은 본래 동군에 참전하려고 했으나, 일이 꼬여 서군에서 무문의 영광을 꾀하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서군의 사실상 모주인 미쓰나리의 푸대접과 무신경에 포기해버린다. 이후 세키가하라 전투의 승패가 결정되고 난 이후 보여주는 앞쪽으로의 퇴각은 여러 의미로 기가 막힌다.

14. 세키가하라 전투의 승패를 결정적으로 만든 긴고 주나곤(고바야카와 히데아키)의 배신을 휘하 제장들은 모르고 있었다. 급작스러운 배신 명령에 의아해하면서도 명령에 복종하는 와중에, 명령에 불복종하는 인물이 한 명 있었다. 마쓰노 슈메 시게모토.
생전 히데요시의 친절과 인정에 마음을 뺏긴 그는 결코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에게 창을 겨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동군과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판단하고 진을 움직이지 않는다. 배신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그의 꿋꿋한 모습에 감동했다.

15. 상대적으로 별 볼일 없는 인물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경우가 꽤 있다. 고바야카와 히데아키, 후쿠시마 마사노리, 오다 히데노부 등 특정 상황에서 그들의 말 한마디와 선택 한 번에 역사가 바뀔 수 있었음을 보면, 인생과 역사가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16. 이번에는 일부러 소설 속 최애인 시마 사콘과 오타니 요시쓰구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말해 뭐해. 진짜 존멋들...

17. 3년 반 만에 재독했다. 이걸로 5회독했다. 다음번에는 얼마 만에 읽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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