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포대기가 아닌 띠나 처네같은 걸로 아이를 업는 엄마들이 많아 졌지만 나는 띠를 한번도 써보지 않고 큰 아이랑 작은 아이 둘을 줄곧 포대기로 업고 다녔다. 그것도 세련되지 못한 색깔의 포대기로 그렇게 아이를 업고 다녔다. 업어 달라고 보채지 않는 큰 아이였지만, 시장이나 좀 먼 길을 걸어서 가야할 때는 꼭 포대기를 챙겨 업고 다니고, 아이가 잠이 온다 싶을 때는 업고 동네를 한바퀴 돌면서 재우는 게 참 좋았다. 업혀있는 아이한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노래도 불러주고...... 그런데 작은 아이는 큰 아이와 달리 연신 업어 달라고 한다. 길을 걷다가도 조금만 다리가 아프면 업어 달라하고, 집에서도 엄마한테 메달리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사실 허리가 안 좋아서 아이를 업고 다니는게 힘들 때도 많지만 업힐 때의 느낌은 참 좋다. 아이가 나한테 딱 붙어 있다는 느낌. 하나가 된 듯한 그 느낌 좋다. 아이도 엄마한테 딱 붙어 있으니 두렵지 않겠지. 그래도 이리저리 눈을 돌리며 세상 구경도 하고, 잠이 오면 엄마 등에 엎드려 잠 들 수도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어부바’라는 말은 그래서 참 정겹다. 책을 펼치니 아기 공룡이 살금살금 엄마등으로 올라가 “업어줘 업어줘” 하고, 빠끔빠끔 물고기까지 엄마한테 업혀 있다. 그런데 어부바를 좋아하는 건 아기동물들 뿐만이 아니다. 작은 우산까지도 엄마한테 업혀 있으니 아기들의 마음이 이렇구나 싶다. 카멜레온은 아기를 업고 가는게 힘든지 헥헥 거리면서 나무를 올라간다. 더운 여름날 아이를 업고 시장길을 가다보면 땀은 빠작빠작 나고 손에는 짐까지 있지만 그래도 참 열심히 걸어다녔는데 카멜레온은 새끼를 업고 나무를 올라간다. 헥헥거리면서도.....달가닥 달가닥 새우도 엄마한테 업힐려고 이리저리 누워 본다. 이번에는 개골개골 개구리들이 악어등에 올라가 “업어줘 업어줘” 한다. 엄마인 줄 잘 못 알고 그러나? 아니면 마음씨 착한 악어 아줌마일까? 다음장을 펼치니 이번에는 그네까지 업혔다. 아이들은 큰 자동차 위에 작은 자동차를 올리고 어부바 한다면서 좋아라 하는데 큰 그네가 작은 그네를 업어주는 건 미처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번에는 누가 업어 달라고 할까? 궁금한 마음에 다음장을 펼치니 아기 코끼리가 엄마 코끼리 꼬리에 바동바동 메달려 업어 달라고 조른다. 엄마 꼬리에 메달려 업어달라고 조르는 아기 코끼리나 엄마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는 아이들이나 엄마한테 기대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구나 싶어 웃음이 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펼치니 엄마가 아니라 아빠가 아이들을 업어주고 있는데 아빠가 두 아이를 등에 업고 방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참 평화롭다.
맑고 높은 뜻을 되새기며 보림 한국 미술관 시리즈를 읽으면 읽을수록 ‘아, 좀 더 일찍 이런 책을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옛그림을 바라볼 때도, 조선 시대의 버팀목이 되었던 선비정신을 공부할 때도 이런 책을 함께 읽었더라면 그림과 거기에 담긴 정신을 이해하는 폭이 지금보다 훨씬 더 넓어지고 깊어지지 않았을까? 책을 읽고 나니 한 시대를 이끌고 왔던 선비정신이 사람들의 삶 속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실제 선비들이 어떤 뜻을 품고 살아갔는지, 그 모습이 마음속에 그려지는 듯 하다.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고, 미술을 감상할 때는 선비들이 마음에 간직하고, 새기며 살고 싶어 했던 곧은 정신, 소박하고 깨끗한 생활, 자연을 품고, 그 안에서 녹아들고 싶은 마음....... 이런 것들을 생생하게 떠올리지 못한 체 그저 책에다 밑줄 그으며 ‘선비들의 절개, 선비정신’을 외우기에 바빴다. 그런데 한국미술관 시리즈는 옛선비들의 삶과 정신을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고, 오늘날 우리들은 어떤 뜻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선비들이 그린 그림에는 화조화도 있고, 사군자도 있지만 ‘시 속의 그림, 그림 속의 시’ 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시와 그림이 하나로 어우러진 작품을 통해 선비들의 정신과 삶을 살펴보고 있다. 그냥 그림만 있는 게 아니라 짧은 시가 함께 덧붙여 있어서 그림을 그린 선비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러 가지 상황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듯 하다. 글씨는 그 사람의 마음씨를 드러낸다는 말을 떠올리며 그림에 덧붙여진 글씨를 보면서 그림을 그린 선비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생각하며 책을 읽어 나갔다. 시와 글씨, 그림을 일치 시키려 했던 전기의 계산포우는 글씨와 그림이 따로 놀지 않고 하나로 어우러져 그야말로 글씨가 곧 그림이라 느껴질 정도였다. 몸이 아팠을 때 그렸다는 그의 그림은 고독하고 쓸쓸해 보이지만 흘려 쓴 듯 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글씨에는 그걸 딛고 일어서려는 어떤 몸부림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러니 아마도 전기라는 선비는 어렵고 힘든 고비를 겪으면서도 자기를 바로 세우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해본다.
15년 전에 구룡폭포를 유람한 기억을 더듬어 그렸다는 이인상의 그림은 선과 점만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폭포의 느낌이 전해지기 보다는 메마르고 건조한 느낌이 들 정도로 딱딱해 보였다. 어떤 마음에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궁금증을 가지고 글을 읽어보니 거기에는 오랜 세월동안 맺어온 인연을 담고 싶어 하는 그의 마음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림 아래쪽에 쓰인 짧은 글을 읽어보면 그가 품고 있던 뜻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는데 글씨체가 그림만큼이나 반듯하고 곧아서 ‘이인상’이라는 선비가 얼마나 곧고 맑은 정신을 지닌 사람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뼈대를 그렸으나 살집은 그리지 않고 또 색칠을 칠하지 않은 것은, 감히 거만하게 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이해한 것에 두었기 때문입니다’ 설명을 읽으니 조선시대의 참 선비정신은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에 나온 여러 편의 그림과 시를 감상하고 나면 글과 그림, 아니 모든 문학작품과 예술에는 그 사람의 삶과 혼이 담겨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작품을 하나하나 감상하고, 덧붙인 설명을 읽으면서 이 그림을 그린 선비는 어떻게 살았을까?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혹 실제 삶이 그만큼 따라가지 못했다 해도, 그림과 시에 자신의 이상과 뜻을 담으려 했던 옛선비들의 ‘맑은 정신’이 너무나 값지게 느껴지는 책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무소유'를 실천하며 소박한 삶을 살아오다 17일 세상을 떠난 아동문학가 권정생씨가 북녘의 굶주린 어린이들을 위해 인세를 써달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장례위원회 관계자들은 "'인세는 어린이로 인해 생긴 것이니 그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굶주린 북녘 어린이들을 위해 쓰고 여력이 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서도 써달라'는 내용의 유서가 자택에서 발견됐다"고 18일 밝혔다.
유서에는 '남북한이 서로 미워하거나 싸우지 말고 통일을 이뤄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내용과 시신을 화장해서 집 뒷산에 뿌려달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고 이들은 말했다.
작고 보잘 것 없는 사물을 보듬는 따뜻하고 진솔한 글을 써왔던 것처럼 고인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물질주의와 담을 쌓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살았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강아지똥'과 '몽실언니'가 각각 60여만 부나 팔리는 성공을 거뒀지만 고인이 소유한 것은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의 5평 남짓한 오두막집이 전부였다.
그는 모든 상을 거절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1995년 아동문학가 윤석중씨가 고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새싹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오두막으로 직접 상패와 상금을 가져오자 다음 날 우편으로 돌려보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김용락 시인은 "권정생 선생님은 거의 모든 인세 수입을 자선 단체에 기부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오두막을 없애 자연 상태로 돌려놓고 자신을 기념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 늘 당부하셨다"라면서 "진정한 무소유의 삶을 사셨던 성자"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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