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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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서점 대상과 나오키상을 첫 동시 수상한 온다 리쿠의​ 장편 소설 <꿀벌과 천둥을 만나 본다. 이 작품은 피아노 콩쿠르를 배경으로 한다.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한 참가자들과 그들의 주위에서 그들을 응원하며 힘을 주는 조력자들 그리고 참가자들의 우열을 가려야 하는 심사위원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콩쿠르를 배경으로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처음 만나보는 피아노 콩쿠르에 관한 이야기가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이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서는 까닭은 아마도 배경이 되는 콩쿠르가 2009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한 하마마츠 콩쿠르’이기 때문인 듯하다. 특히 참가자들의 경쟁과 로맨스가 너무 과하지 않게 그려지고 있어서 더운 여름을 달래줄 수 있는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같은 느낌의 <꿀벌과 천둥>이다.

 

클래식과는 그리 친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까닭에 작품 속에서 연주되는 작품들을 찾아 들으며 작품을 만나보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나 흥미롭고 긴장감 있는 이야기의 전개는 연주곡을 찾아 들으며 여유 있게 작품 속을 거닐게 두지를 않았다. 어서 빨리 결말을 보고 싶은 조급함이 연주곡을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을 앗아갔다. 하지만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이 너무나 커서 연주곡을 놓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정을 콩쿠르를 통해서 다시 만나게 되고, 순수했던 그 감정의 흐름을 쫓아가는 즐거움은 왠지 모를 설렘으로 다가선다.   


작품의 구성은 콩쿠르의 순서에 따르기에 단순하다. 1차 예선을 시작으로 2차 예선, 3차 예선 그리고 본선으로 이루어진다. 단순히 1차 예선을 통과하면 2차 예선에 참여하고 그런 식으로 본선에 오른 참가자들이 수상하게 된다. 참 단순한 구조이지만 예선이 깊어질수록 '긴장감'의 깊이도 늘어가고, 참가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전혀 단순하지 않은 다양하고 복잡한 우리들 삶을 보여준다. 또 천재적인 참가자들과 자웅을 겨뤄야 하는 평범한 참가자의 이야기도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음악을 통해 인생을 뒤돌아보는 심사위원들의 이야기들도 흥미롭다.


이야기의 시작은 파리에서 열린 요시가에 국제 콩쿠르의 지역 예선전에 등장한 한 소년으로부터 시작된다. 전혀 음악 할 것 같지 않은 모습의 소년이 보여준 피아노 연주 솜씨와 소년이 내민 얼마 전 타계한 거장 '유지 폰 호프만'의 추천서는 콩쿠르 심사위원들을 크게 동요하게 한다. 그리고 일본에서 치러지는 1차 예선에서 다시 한번 보여준 소년의 천재적인 연주 실력은 많은 심사위원들은 물론 참가자들까지 충격에 휩쌓이게 한다. 추천서의 내용대로 소년은 '폭탄'이 될 수도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의식 속에 갇힌 '음악'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는 '진 가자마'의 의도는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지...


작품의 결말을 빨리 보고 싶었던 첫 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 가자마는 폭탄일지 선물일지 너무나 궁금했다. 결말을 빨리 접하고 싶었던 또 다른 이유는 너무나 순수했던 시절의 감정이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하는 혼자만의 바람이었다. 6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단번에 끝을 보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난 작품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각자의 가치를 제대로 표출하고 있는 한편의 작품성 높은 영화를 본 듯하다. 우리들의 삶을 피아노 콩쿠르라는 색다른 배경을 빌려서 아름답고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온다 리쿠의 팬이 되게 해주는 작품이다. 이제 그녀의 지난 작품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그 작품들도 충분히 흥미로우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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