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이 아주 더울거라 예상했고 각오를 다지는 시점에서

더위는 끝났다. 여름이 짧아서 인지 가을이 길게 느껴졌다.

이때다, 하고 한 권의 책을 꺼냈다, 한참 전에 산 책.


 변치않는 친구이자 동반자인 남편은 건강이 안좋다. 40대 중반부터

그에게 "건강하게 오래 살아라" 라고 덕담을 건네곤 했다.

그가 최근 만성신부전 3기 진단을 받았다.

나는 50대가 되면서 <죽음>이란 단어가 계속 생각났다.

 그래서 싸르트르 마지막 10년의 기록이란 문구가 나에게 손짓하는 것 같았다.

왠지 떨리면서 한참 뒤에 구입했다.

그리고 지금 책을 펼친다. <작별의 의식> 시몬 드 보부아르 .


 싸르트르는 끝까지 의지대로 살았다.

책쓰고 사회적 활동하는 삶.  몸 여기저기 안좋았지만 시스템을 정비해서,

다 하며 살았다. 보통 나이 들면서 기능이 떨어지면 불평하고 불편해하는데 (내 경우)

기록상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여행다니고 걸을 수 없으면 자동차를 이용하고 풍경을 즐겼다고,

틈나면  추리소설도 읽고(나와의 공통점!^^).

생은 아름답다, 고 종종 감탄했단다.

생은 아름답다!

 보부아르는 이럴게 끝맺는다.

죽음은 우리를 갈라놓는다. 하지만 우리 생이 그토록 오래 일치할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아름답다 라고.


 책을 읽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살아가는 자세를 배웠다. 올해도 작년처럼 단풍은 예쁘고, 

조르쥬 무스타키의 노래를 여러번 듣고 풍경도 열심히 찍는다.

 젊은 시절, 싸르트르와 보브아르를 읽기도하고 포기한 적도 있었다.

50대에는 약간은 새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은 설레이며 그들을 만나는 기회.

 책장에는 읽지 않은 새번역본 <구토>가 꽂혀있고 

가끔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나면 펼쳐보는 여러 권의 책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노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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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11-27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이 짧아 아쉬울 때가 많았는데 이번엔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긴 가을을 누리게 됐어요.
겨울답게 추워질 때가 되기도 했지만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점은 좋은 것 같아요.
코로나, 미세먼지, 각종 사고, 물가 상승 등... 이런 거 없이 살아 보고 싶군요. 아름다운 가을을 느끼면서 말이죠.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로제트50 2022-11-27 23:25   좋아요 1 | URL
오늘도 남편과 산책 다녀왔어요, 여러 사건 속에서 일상은 더 소중한 거 같아요 ~ 페크님도 아름다운 가을 보내세요^^*
 

근래에 달라진 점은 과학과 다른 두 ‘종교‘ 사이에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갈등이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사이 다시 불붙었다는 것이다. 결국 과학이 승리한 결과로, 오늘날 우리는 인간 존재의 모든 측면을 과학이 전례 없는 방식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것을 두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갈등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론과 보편적 원칙이 행동 기준이 아닌, 말하자면 종교적 믿음의 실천과 연관이 있다. 사실 과학 역시 모든 종교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믿음 체계를 구성하고 조직을 정비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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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수아 번역, 소설이 나왔다.

정보를 보고 괜찮을 것 같아 구입했다.

전에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문맹>도 헝가리에서 스위스로 망명한 작가의

이야기인데 언어와 단순한 묘사가 좋았다.

아글라야 페터라니의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 역시 루마니아에서

스위스로 건너 온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부쿠레슈티가 고향이라는데 마이클 잭슨의 부쿠레슈티 공연실황을 사후  여러번 

보았기에 잠시 당시의 슬픔이 생각났다.

   

  예전에 배수아의 SNS를 보게 되었다.

색과 햇살의 어울림이 멋진 일상을 담은 그녀의 사진에 감탄했다.

그리고 어디의 지원을 받은 작가로서 쮜리히에 몇 달 머물렀는데

단풍이 고혹적인 공원 사진을 보고, 나는 독일어를 독학할 결심을 했다.

가 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다. 그리고 이 때의 생활을 수필로 냈으면 좋겠다고

여러번 말했다. 이전에 그녀의 <잠자는 남자와 일주일을>, <처음 보는 유목민>을

좋아했기에.

그 뒤 그녀의 SNS는 사라졌다.


  책을 다 읽었다,

끝에 옮긴이의 말이 나왔다.

정말 말없는 작가를 대변해서 역자는 작가의 배경을 설명했다.

아마 폴렌타 요리법도...

... 2018년에 쮜리히에 나는 있었다고 역자는 말한다.

그즈음 그녀는 작가의 존재를 알게되었고 번역 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쮜리히에서의 생활을 삽화처럼 묘사해서,

마치 오랬동안 궁금해한 친구로부터 답장을 받은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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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선생님 부고를 접했다.
유월 이십오일 새벽.
책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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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가을부터 지속적으로 우울했다.

항상 같은 상황인데 잘 지내다, 가끔 힘들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럴때면 슬픔, 외로움이었는데 이번엔 우울이 왔다.

 동물과 함께 살아본 사람들은 말한다.

그들은 아프면 덜 먹고 덜 움직인다고...

 난 평소 사람들과 잘 만나지 않는다.

가족과 그대로 지내고 혼자 일하는데 고객들에게 방긋 웃고,

달라질 일이 없다^^;;

다만 내 전화통화상대인 자매들과 부모님과의 통화를 거의 중단했다.

 

그리고 책을 펼쳤다.

위안의 목소리를 구했다.  오르한 파묵과 마르그리뜨 뒤라스.

 

1)  <다른 색들>, 파묵.

이 책은 출간되고 한참 뒤에 샀다. 그러고 한참 뒤에 선반에서 꺼냈다.

처음 그의 존재를 알게 된 건 <내 이름은 빨강>.

남편이 내가 좋아할 만한 추리소설이라며 사줬다^^;;

그 작품은 정말 문체며 분위기, 묘사 등등이 신선헀고 특이했다.

작가이름도 특이해서 그 후 출간소식 접할 때마다 검색하고 구입헀다.

고요한 집, 이스탄불, 순수 박물관, 내 마음의 낯섦(이건 읽는 중).

두꺼웠지만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그가 묘사한 도시와 풍경에 매료되었다.

 

 지금은 모르지만 이 글을 쓸 당시, 그는 나고 자란 곳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다.

바다가 가까이 있고  숲길을 매일 산책하고 일상을 들려주고...

내겐 그저 세계문학 한 갈래인 러시아 작가들이 시기별로 그에게 영향을 주었고,

터키의 지리적 특성이며 민족,역사까지 많은 것을 일깨워주었다.

파묵은 순탄치않은 어린시절이며 환경에서  자의식을 잘 지켜왔다.

세인들의 우려와 달리 그는 소재 제한의 간섭없이 맘껏 책을 쓰고 오히려

외부에서 테러 위험을 무릅쓰고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진정한 지식인이다.

놀라운 한 대목. <지식인이란 무엇인가>를 쓴 사르트르가 자신이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의사나 엔지니어가 아닌 소설가는  되지않았을 거라는 발언!

(그래서 데리다가 한때 심취했던 사르트르에서 곧 벗어났나보다 -.-+ )

 

2) <물질적 삶>, 뒤라스.

 내 마음의 책장에 나란히 위치하고 있는 아니 에르노, 프랑소와즈 사강, 마르그리뜨 뒤라스.

그래서 그녀들의 작품을 많이 읽지 않아도 충분히 읽었다는 느낌^^!

 이 작품은 좀 더 가까이 엿보는 작가의 일상 다큐같다.

자신이 사는  바다 옆 동네와 머무는 방을 아끼고 자신만의  생활양식이 있는 사람.

수년 전부터 나는 노인들, 특히 할머니들의 얘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롤랑 바르트, 사르트르, 칸트, 미셸 푸코 등 언급부분이 나름^^ 친밀하고

실제와 환상 시간순서가 엉켜있지만, 고통스럽기도 하고 진지했던 인생의 기록들이

참 좋았다.

 

 

 이렇게 한 시절을 두 작가의 귓가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클래식음악을 통해서

치유받고 있는 것 같다. 새로 읽기 시작한 책은  단어 -사막 시간 장소가  끌리는

리베카 솔닛의 <길 잃기 안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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