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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사랑한다 세트 - 전3권
김이령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난 보통을 넘어서는 재능을 좋아해. 학문도, 무예도, 역어도, 악기를 다루는 재주나 그림을 그리는 재주가 뛰어난 사람도 좋아하고, 외모가 특출한 사람도 좋아하지. 타고났든 노력해서 익혔든, 그들이 가진 탁월함을 사랑해."
유행가 가사처럼 공주만 외로운 것은 아니다. 왕도 참 외로운 사람이다. 이 책은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외로웠던 한 왕에 관한 이야기이다. 탁월함을 사랑했고, 사랑의 왕이 되고 싶었던 그의 이름은 장, 초명은 원, 몽골 이름으로 이질부카, 고려의 시호는 충선이다.
각 권마다 536페이지로 총 3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 "왕은 사랑한다"는 그 두께만큼이나 다양한 캐릭터와 40년의 세월, 광할한 활동무대를 배경으로 인간의 복잡다단한 삶의 모습을 그리며 등장인물의 수만큼이나 풍성한 그들만의 사랑의 방식을 보여준다.
"내가 만들고 싶은 고려는 시와 음악과 그림의 나라야.
그러려면 사랑하는 여자와 남자들이 아주 많아야 돼.
난 많이 사랑하라고 부추기는 왕이 될 거야.
말하자면 사랑의 왕이지......."
이 소설의 주인공 3인방 원과 린과 산. 고려의 충렬왕과 원나라 공주인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세자 원. 예쁘다는 이유로 그의 친우가 된 린, 고려 최고의 거부인 영인백의 딸 산. 이 세사람의 만남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탐관오리들의 극심한 횡포속에 고통받는 백성들을 보며 아버지와는 다른 왕이 되겠다던 세자 원은 린과 산을 만나 동무가 되기로 맹세를 한다. 세자를 밀어내고 린의 형인 왕전을 왕으로 세워 권력을 쥐려는 송인과 영인백의 음모를 몰래 엿들은 산과, 그런 산을 의심하여 그녀의 뒷조사를 하던 린은 송인의 음모로부터 세자를 구하는데 성공하게 되고, 일련의 자잘한 사건들로 서로를 사랑하게 된 린과 산. 동무인 린의 누이 단이 공녀로 잡혀가게 되었다는 걸 알고 원은 단과의 혼인으로 그녀가 공녀로 끌려가는 것은 막지만 뒤늦게 자신이 산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못 할바에야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던 산은 아버지 영인백이 자신을 린의 형 왕산과 억지로 결혼시키려 하자 도망쳐 삼별초의 남은 무리들이 있는 곳으로 흘러들어가고 린과 산이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원은 종친과의 혼인을 금하는 법령을 내리는데......
닮았어. ... 그의 가장 가까운 벗 둘은 서로 닮았다.
진실성이 담긴 눈과 꾸밈없이 담백한 표정과 순수한 의기가.
제가 옳다고 생각한 일을 끝까지 관철시키고 싶어 하는 고집까지.
사랑스러운 것들. 너희의 그 맑고 깨끗한 얼굴 못지않게 고결한 품성을 사랑한다.
더럽히려고 애써도 쉬이 더러워지지 않는 보석 같은 내면을.
나쁜 것들. 나를 고독하게 만들었어. 너희가 존중하고 아낀다는 나를,
너희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나를,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쓸쓸하게.
사랑의 왕이 되겠다던 원이었지만 뒤늦게 깨달은 사랑과 자신만을 사랑할 거라 믿었던 두 벗의 서로를 향한 마음을 알고 질투하고,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하고, 외로워하다 변해간다. 린과 산은 조금씩 변해가는 원과 함께 보다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자 애쓰지만 원은 지독한 외로움에 자꾸 그들에게서 멀어져만 간다. 자신의 아버지를 밀어내고 왕이 된 원은 어머니의 죽음을 기회로 삼아 정적들을 처단한다. 아버지의 사람들을 모함하여 죽이고 아버지가 가장 아끼던 여자인 무비를 죽이는데 이 여자의 죽음으로 복수의 칼을 품은 남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송인. 자신의 여자인 무비를 이용하여 왕을 조종하던 뛰어난 모사꾼 송인은 그녀의 죽음으로 원을 향한 복수의 칼을 간다. 점점 잔인해져만 가던 원. 그는 삼별초의 잔당들을 숨겨주었던 증거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충실하여 산을 납치하고, 린을 몽둥이로 때려 어딘가로 데리고 가는데......
'우리는 서로를 마음속에서 지우지 않았어. 몸은 떨어져 있었지만 마음은 줄곧 이어져 있었어.
우리는, 린과 너 역시, 그런 벗인 거야.'
궁의 밀실에 갇혀지내던 산과 대상에게 노예로 팔려간 린. 산을 갖고 싶어 밀실에 가두어 놓았지만 자꾸만 달아나려고만 하는 그녀를 보며 괴로워하는 원. 어느것 하나 진짜 사랑이 아닌 것은 없었다. 다만 사랑의 방식이 달랐을 뿐...... 자기만의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하며 지쳐가지만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들. 결국 왕비 단과 단을 짝사랑 했던 왕의 호의무사 진관, 어려서부터 산의 대리역을 도맡아했던 여종 비연의 도움으로 산은 밀실에서 도망치고 삼별초의 잔당인 송화등과 함께 린을 찾아 대원제국의 사막을 헤메인다. 한편 여기저기 팔려다니던 린은 베키라는 노얀의 딸의 노비가 되고, 차기 원나라 황제후보인 카이샨을 만나 모종의 거래를 한다. 원의 호의무사였지만 원을 배신하고 산과 함께 있으라던 린의 명에 따라 산과 동행하게 된 장의는 그녀와 함께 린을 찾아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곳이라는 뜻의 타클라마칸 사막을 헤메인다. 이대로 죽는 건 아닌가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던 사막 한가운데에서 멍청이를 외쳐대며 큰소리로 린을 부르던 산 앞에 기적적으로 나타난 롭상. 그의 인도로 국적과 언어가 다양하지만 함께 모여사는 사막의 공동체를 만나게 된 산. 서로가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그 사막의 아름다운 공동체와 이별하는 날 그곳의 어른인, 한때 무당이었던 보오초크와 점성술사였던 보올쿤으로부터 그곳으로 인도해준다는 작은 방울과 하늘의 지도를 선물로 받고 다시 대도로 돌아가라는 예지를 받은 산은 대도에서 린을 기다린다. 같은 곳에 있지만 여전히 엇갈리기만 하는 세사람...... 노예인 린을 사랑하여 산을 오해에 빠뜨렸던 베키, 린과의 거래때문에 원을 살려둔 카이샨, 산을 죽임으로 원에게 복수하려했던 송인 등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결국 세사람은 만나고 원은 두사람의 진심을 알고 그들을 보내준다. 훗날 린과 산의 아들인 소년과 원이 만나 안다의 의를 맺고 51세의 나이로 원이 죽으며 이야기는 끝이난다.
원은 산과 알고 지내던 작가였던 여민에게 두 남자와 한 여인의 사랑이야기를 써오라고 시키고 매번 퇴짜를 놓는다. 12권의 서로 다른 결론을 담은 사랑이야기가 만들어졌지만 결국 그 어떤 것도 아닌 결말을 원은 스스로 만들어 낸다. 내 생각에 최선이라 여겨지는 해피엔딩으로~!!
와~! 한마디로 정리가 안되는 많이 생각하게 하고, 울게 하고, 마음 졸이게 하게 하던 소설이 끝나고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인지 궁금해져서 찾아 본 고려왕조실록! 충렬왕, 장목왕후, 계국공주, 조비무고사건, 염복, 부다슈리, 무비, 합단 등등 간단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이긴 하지만 실록에 있는 사건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다양한 주인공들과 사건들을 만들어내어 실제 역사를 한편의 아름답고 장대한 소설로 승화시킨 김이령작가! 와우~! 처녀작이 이정도면 앞으로의 작품들이 벌써부터 무지무지 기대가 된다. 자칫 지겨울 수 있는 고려사 속에 이렇게 재미있는 비밀들을 만들어 넣어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그녀의 무한한 상상력과 재능에 감탄해 마지 않는다. 최고로 재미있게 봤던 선덕여왕의 뒤를 이어도 될 듯하다. 이 책이 드라마로 나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서평은 파란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