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 김대중이 남긴 불멸의 유산
김택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기적은 기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기적은 유성처럼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 들꽃처럼 때가 되면 으레 피어나는 것도 아니다.

기적 속에는 많은 것이 들어 있다.

온갖 것들이 녹아 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고

마지막으로 기도만 남아 있을 때

비로소 기적이 기적처럼 오는 것이다.

그 속에는 용기와 기다림, 눈물과 한숨과

절망이 들어 있다. 기적은 준비하는 사람에게,

또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철이라 시끄럽다며 창문을 굳게 닫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굳게 닫힌 창문처럼 정치에 대한 불신도 높아만 간다. 넌지시 누구 뽑을 꺼예요?”라고 던진 질문에 투표 당일날 봐서 아무나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사람들은 이제 제대로 된 투표로 세상을 바꿔보리란 희망조차 품지 않는 듯 하다. 이러한 시기에 이 책이 기적처럼 눈 앞에 나타났다. 주황색 표지의 책과 핑크색 표지의 필사노트가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듯하다. 봄이라고, 그만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하는 듯하여 조심스레 한장 한장 책장을 넘겨본다.

 

용기, 도전, 지혜, 인내, 성찰, 평화, 감사 이렇게 7개의 챕터로 나누어 김대중의 말과 그 말에 얽힌 일화를 담고 있는데 한마디 한마디가 시처럼 마음을 울려댄다.

창문을 꼭꼭 닫고 방에 틀어 박혀 세상 될 대로 되라고 방관하던 내게 김대중은 말한다.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이라고. 나쁜 정당에 투표 안하고, 나쁜 신문을 보지 말고, 집회에 나가 힘을 보태고,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라고.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이라도 하라고... 그렇다. 민주주의는 어느 날 홀연히 기적처럼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비록 나의 욕 한마디가, 한 줄의 글이, 투표권 한 장이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일지라도 영화변호인의 대사처럼 바위는 죽은 것이고 계란은 산 것이기에 계란은 살아서 바위를 넘으리라는 것을 믿어야한다.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 다는 김대중의 말처럼 지금 앞이 보이지 않아도 기적을 준비하며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해야만 한다.

 

정치는 홀로 향기로울 수 없다. 봄날의 진달래꽃처럼, 가을의 단풍처럼 함께 있어야 아름답다. 더럽다며 세상을 외면하는 순간 그는 정치인이 아니다. 흙탕물에서 발을 뺀 채 사람이 주인인 세상을 열겠다고 말하면 그는 가짜다. 정치인은 우아하거나 고상할 수 없다.”

이 글을 읽고 뉴스를 보면 진흙탕같은 정치판이 꼴보기 싫어서 채널을 돌려버리곤 했던 내 자신을 반성해 본다. 그들의 거짓말이 듣기 싫다고 아예 귀를 막은채 최소한의 진의조차 파악하려 하지 않았던 모습은 국민으로써의 도리가 아니지 싶다. 흙탕물에서 발을 뺀 우아하고 고상한 정치인이 가짜이듯 흙탕물에 눈길 조차 주지 않는 사람은 진짜 국민이 아니다. 눈을 부릅뜨고 흙탕물 속에서 진정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이가 누구인지 찾아내야 한다. 그들의 말을 귀기울여 듣고 진짜 좋은 정당, 진짜 좋은 비전을 가진 이에게 미약한 한 표 나마 보태주어야 한다.

 

내 앞가림하기도 바쁜 시절이라 국가는커녕 우리 동네 생각도 할 겨를이 없었지만 민주주의와 남북의 평화통일이 생을 관통하는 절대선이었던 김대중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곱씹다 보니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가 절로 나온다. 이번 선거를 통해 후퇴한 듯 보이는 민주주의가 제자리를 찾고 한 걸음 더 성장하기를... 남북관계가 호전되어 하루빨리 평화통일이 이루어지길... 기도에 더하여 남은 기간동안 좋은 정당과 좋은 의원을 고르는 일에도 열심을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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