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 하루 한 장만 보아도, 하루 한 장만 읽어도, 온종일 행복한 그림 이야기
손철주 지음 / 현암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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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이 열리기라도 한듯 비가 쏟아져내리는 날 미술관에 가본 적이 있는가?  잠깐 비를 피했다 가려고 들렀는데 그림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비가 그친것도 모르고 오롯이 빠져들었던 기억. 그 기억때문인지 비오는 날은 유난히 미술관이 가고 싶어진다. 장마가 계속 되던 어느날 담장을 따라 걸어가는 '처네쓴 여인'의 뒤를 따라 옛그림이 가득한 나만의 미술관으로 들어섰다.

 '한시와 꽃, 그림과 붓글씨, 한잔 술이 있으면 썩 잘 노는 사람'. 저자를 이 이상 다른 말로 묘사할 수 없으리 만큼 손철주님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는 말이 아닌가 싶다. 어찌나 잘 노는지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절로 흥이 난다. 창 밖으론 빗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고 물기를 가득 머금은 서늘한 공기를 마시며 그림 읽어주는 남자의 구성진 노랫가락을 듣는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약 70개의 작품에 원제말고 저자가 따로 제목을 붙였는데 하나같이 기가막히다. "연기 없이 타는 가슴" 온전히 그림에 몰입하여 그림속의 처녀의 심정이 되어보지 않았던들 저런 제목을 어찌 붙일 것인가!! 일상에서 자주 쓰이지 않는 예쁜면서 은근한 우리말들이나 옛 그림속 양반네들이 썼을 법한 한자어를 사용하여 그 단어선택에서부터 그의 말본새 하나하나가 사람 혼을 쏙 빼놓는다. 

 신선놀음 구경하다 도끼자루 썪은 줄 몰랐다던 그 옛날 나무꾼처럼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옛그림 구경하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각 계절을 담은 옛그림들과 그림에 담긴 구수한 이야기, 그림에 담긴 정서를 노래하는 한시들. 그 모든게 조화롭게 어울려 아름다운 화음을 연주하고 있다.

   <봄>

 
<매화초옥도>전기
꽃이 필 때는 오로지 그리워라, 사랑하는 내 동무 있는 곳. 이 봄 뉘랑 더불어 꽃향기 맡을꼬.
새하얀 매화꽃이 지천에 피었고, 그 향기가 여기까지 나는 듯 하다.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오면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라던 공자님 말씀이 생각난다. 꽃향기에 취하고 이 산골까지 먼길을 찾아와준 우정어린 친구의 발걸음에 즐겁다. 

<여름>

<매미>정선                                             <물 구경> 이한철
 땅 속에서 오랜시간 애벌레로 살다가 세상에 나와 한달을 채 못 넘기고 죽는 다는 매미. 짧은 출세를 위해 긴 수련을 거친다는 매미는 문, 청, 염, 검, 신의 다섯가지 덕이 있단다. 미물이면서도 군신의 도리를 다 아는 매미이기에 매미의 날개는 그 옛날 관모를 장식했다 한다. 이 여름 매미가 울 때마다 매미의 덕을 생각하며 겸손히 나 자신을 돌아보아야 겠다.
 두 사람이 높은 바위에 앉아 무얼 훔쳐보나 한참 찾아도 보이는 것은 물밖에 없다. 제목이 <물구경>이다.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려는 이 선비님들만의 피서법 물구경! 흐르는 물에 마음을 씻으며 더위를 이기고 깨달음을 얻었을 그들을 생각하며 이번 휴가엔 천방지축으로 물만 흐릴것이 아니라 조용히 흐르는 물을 보며 내 마음도 한차례 씻어 볼란다.

<가을>

<게와 갈대> 김홍도
가을 그림의 주인공은 단연 둥글둥글 동그란 보름달이다. 가을 그림 폭에 여기저기 등장하는 달님 얼굴좀 보려고 그림 한번 쳐다 보고 하늘 한번 쳐다봐도 흐려서인지 달이 안보인다. 정말 보고 싶어서 3일 연속 밤하늘을 쳐다보아도 그 얼굴 안보여주시는 야속한 달님이시라 나도 작은 복수로 가을의 주인공 자리를 게에게 넘겨준다.
 이 그림엔 장원급제해서 임금을 뵈라는 기원이 숨어있다. 또 게의 별명은 '횡행개사'로 '옆걸음 치면서 기개 있는 선비'란 말인데 모두가 '예스'라고 말할 때, 혼자 "노"라고 말하는 야무짐이 벼슬하는 자의 기개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그림을 2011년 후반기를 살아갈 목표로 삼으려한다. 마음 속에 확고한 가치관를 세우고, 장원급제를 꿈꾼다.

<겨울>

<자로부미>한후방
 공자의 제자인 자로는 명아주잎과 콩잎으로 끼니를 때우며 쌀이 생기면 백리 길을 걸어 부모님을 바라지했다한다. 공자는 자로의 효행을 듣고 "살아 계실 때는 힘으로 모셨고 돌아가신 뒤는 마음으로 섬겼도다."라고 말했다. 그의 효성이 눈물겹다. 

 때로는 흥겨움으로, 때로는 아름다움으로, 때로는 감동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는 다양한 그림속을 노닐다 보니 봄, 여름, 가을, 겨울 일년세월이 후딱 지나가버린 기분이다.
 그림 밭을 일군 옛 사람의 붓 농사의 풍요로움과 멋들어진 문장으로 옛것을 통해 현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말농사의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이 미술관에 놀러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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