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유혹





˝ 도그마, 관점, 당파성은 사유의 본질적인 속성이지 결함이 아니다. 이를 부정적으로 여기고 종합과 객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무지의 결과다.
지성의 반대말은 절충, 균형, 원칙..... 이런 사고들이다.

(.....)

자기 당파성도 모르고 상대방의 도그마도 모를 때, 균형 감각론이 등장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균형은 없다. 역사의 시작과 함께 저울이 부서졌기 때문이다.˝

- 정희진 <정희진처럼 읽기>에서


정희진의 이 문장을 참 좋아합니다
이 글이 제 마음속에 와 닿았던 이유는 항상 공부에 대한 후회와 갈증 때문이라고나 할까요?
어떠한 논점에서 뚜렷한 자기 입장과 소신이 없다는 것은 참 서글픈 일입니다.


˝내가 ‘중용의 사람‘이 되고자 했던 노력은, 우리 사회의 가치를 내면화하고자 했기 때문도 맞지만, 실제로는 무식하고 무지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렇다. 어떤 사안에서든 그저 중립이나 중용만 취하고 있으면 무지가 드러나지 않을 뿐더러, 원만한 인격의 소유자로까지 떠받들어진다. 나의 중용은 나의 무지였다.
중용의 본래는 칼날 위에 서는 것이라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은 사유와 고민의 산물이 아니라, 그저 아무 것도 아는 게 없는 것을 뜻할 뿐이다. 그러니 그 중용에는 아무런 사유도 고민도 없다. 허위의식이고 대중 기만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무지의 중용을 빙자한 지긋지긋한 ‘양비론의 천사‘들이 너무 많다˝

- 장정일의 <공부>중에서

시인 장정일은 무지를 밝히기 위해, 진짜 중용을 찾기 위해 마흔 넘어 공부를 시작했다 합니다.
그는 극단으로 가기 위해, 확실하게 편들기 위해 공부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장정일과 정희진의 주장은 전 시대를 살아간 발터벤야민의 글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비평가의 기법에 대한 13가지 명제 중에서

5. 사실성(객관성)은 항상 당파정신에 희생되어야 한다. 투쟁의 대상이 되는 사안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면 말이다.˝

- 발터벤야민 <일방통행로, 사유이미지>중에서



내가 지향하는,
엄밀히 말하자면 이 사회가 주입하는 균형감각, 절충, 객관화를 버릴 수 있다면?...


적어도 독서와 글쓰기에서만이라도. 그럴 수 있다면..

다시 말해,
‘객관성은 권력자의 주관성이고 가장 강력한 편파성‘이라는 비판에
조금이나마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다면...

내 ‘공부‘는 진일보했다.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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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1-22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범접할 수 없는 깊이에로의 다가감!!!👍

북프리쿠키 2019-01-22 10:13   좋아요 1 | URL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 봤을 법한 이야기같아요. 실천하기가 참 어려운 내용 같습니다. ^^;

꽃핑키 2019-01-25 0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찜만해두고 저는 여태 못만나 본 <정희진처럼 읽기>군요!!
발췌해주신 그 문장이 저도 참 좋네요 ㅋㅋ

북프리쿠키 2019-01-25 16:14   좋아요 0 | URL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읽어보시면 꽃핑키님도 좋아하실거라 생각이 드네요.^^

2019-01-25 0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25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25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25 1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25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02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9-02-04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프리쿠키님, 설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내일이 설날이라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가정에 건강과 행복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연휴 즐겁게 보내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

북프리쿠키 2019-02-04 16:48   좋아요 0 | URL
아고~요즘 뜸하다보니 명절 인사도 못 드렸네요~ 늘 인사 먼저 해주시고 흐 ^^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명절 되시고 늘 건강하십시오^^;

막시무스 2019-02-04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정일 선생님의 중용에 관한 저 글은 정말 깊은 울림을 주는것 같아요!
즐건 설 명절 되십시요!ㅎ

2019-02-06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