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 <철학이 필요한 시간>
Chapter. 27

여성적 감수성의 사회를 위해
- 이리가라이, <나,너,우리>


난 논쟁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내 생각은 누군가의 생각들을 종합하거나 편취한 것이고, 그 누군가의 생각이란 것은 계절마다 변해가는 나무처럼 시시각각 바뀌어 가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논리적인 생각은 인식의 틀안에 갇힘을 전제하고,
인식을 뛰어넘는 생각은 언어의 침묵안에서 향기로워짐을 알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난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더군다나 여혐하는 남성도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 대부분의 여성을 존중하고 사랑한다. 여기서 대부분이라 함은 내가 생활하면서 부대끼는, 그리고 보편적인 여성들을 말한다. 또한 보편적이지 않더라도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 적극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마음속으로 공감하는 편이다. 소위 약자들의 언어는 진실에 가까운 법이라고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많은 부분에서 이제는 여성들의 언어가 우리 남성들이 인지하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주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위아래, 좌우, 남녀들의 투쟁으로 아수라장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역사적으로 봤을 때 현시대가 유독 난투극인 것만은 아니지만, 이 이면에는 상당부분 자본주의의 검은 손이 작동하는 사실을 눈치챘으리라 본다.
그리고 그 싸움은 가지지 못한자들만의 이전투구다.


좋게 말하면 연대감이고, 나쁘게 말하면 회색분자에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남성의 목소리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내 마음을 반영한 이리가라이의 관점을 발췌해 용기를 내어본다.


페미니즘에 새로운 깊이를 부여했다는 여성 철학자, 뤼스 이리가라이는 통상적 페미니즘의 이미지를 거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리가라이는 통상적인 페미니즘의 이미지를 거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남성과 여성을 ‘평등하다‘고 보는 견해 자체를 탐탁하지 않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183쪽


이리가라이는 평등이란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폭력성에 주목한다. 남녀평등 이념 속에서 평등이란 잣대는 여전히 남성적일 수 밖에 없고, ‘여성은 구체적인 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존재이지만, 그것을 조직하는 문제는 타자에게 맡긴다‘ 즉, 여성의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아 남성의 담화를 통해서만 표현하도록 강제되어 있는 문화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의 담화.. 때론 폭력적이라는 사실.

˝그녀에게 있어 여성적 문화란 차이를 견디는 문화,타자를 포용하는 문화이다. 그래서 여성적 문화는 인류문명의 희망일 수 있다. 그렇지만 모든 문화가 그렇듯이 문화란 언어를 대표로 하는 상징체계로 구성될 수 밖에 없다.˝ - 186쪽




˝이리가라이는 지금까지 여성을 위한 담화, 혹은 여성적 언어를 만들려고 집요하게 노력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노력을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언어를 만들려는 시도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리가라이의 여성적 문화는 인류의 소망스러운 미래를 위한 문화, 그러니까 남성과 여성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문화이기 때문이다.˝-188쪽




남성은 누군가의 사랑하는 아버지고 아들이다.
여성은 누군가의 사랑하는 어머니고 딸이다.
혹은, 나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 자매이다.
우린 내 안의 성에서 가지지 못한 따뜻한 점을 사랑해왔다.


모두가 고통스러운 현실이다.


마비된 한쪽 다리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며, 과연 나의 다리라고 할 수 있는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다리는 죽은 다리일 수 밖에 없다. 타인이 고통스러울 때도 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타인은 죽은 사람일 수 밖에 없다.

서로에게 폭력으로 고통주지 말자.
그리고, 조롱하지 말자.
시대는 변화하고 있다.
많은 부분을 움켜쥐고 살아온 남성의 역사에서 변화된 시대에 맞춰 불편부당치 않은 많은 부분이 바뀌고 있고, 그러한 변화를 합리적으로 수긍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나를 포함하여 침묵하는 대부분의 보편적인 남성들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남혐,여혐의 방법으로는 그 침묵은 다시 완고해질 수 밖에 없다. 그 침묵의 소리는 은연중에 고스란히 자녀들에게 전가된다. 그렇게 투사로 양성된다. 그리고 유년에 각인된 남혐, 여혐의 기억들은 예전 남녀차별속에서 자라온 구세대들의 경험만큼이나 강하게 자리잡는다.



이리가라이는 <나,너,우리>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남성은 여성의 감수성을 배워야 하고, 여성이 자신의 언어를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윤리적 요구만은 아니다.타자와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지 않는다면, 인류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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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8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08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2-08 0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편적 여성‘은 없습니다. 여성의 몸, 삶, 생각은 다 같을 순 없기 때문입니다. 특정 대상을 ‘보편적‘으로 설명하면 대상의 차이를 보지 못하게 합니다.

북프리쿠키 2018-12-08 09:06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서로가 보편적인 대상으로 설명할 때 그렇게 되겠지요. 안 그래도 글 중간 중간에 보편적이니, 대부분이니 하는 용어들을 쓰면서도 좀 거시기하더라구요.
댓글 감사드리고 공감합니다^^

서니데이 2018-12-08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추운 것 같아요. 바람도 많이 불고요.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북프리쿠키 2018-12-09 12:47   좋아요 1 | URL
추위를 많이 타셔서 겨울이 힘든 서니데이님~~오늘은 외출마시고 뜨뜻한 구들에 푹 찌지시공 ㅎ 따뜻한 차한잔에 편안한 하루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