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소녀를 만나다
이영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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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책이다.

표지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따스해지면서 어린 날의 추억 속으로 타임 슬립을 하게 만든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학창 시절 마음에 담아본 사람이 있지 않을까? 반대로 누군가의 마음에 담겨 본 경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소중한 추억은 삶에 있어서 엄청난 에너지가 되곤 한다. 누군가와 사귀었다가 중요하다기보다는 누군가를 좋아해 본 경험. 누군가의 마음에 담겨 본 경험 자체가 소중한 거니까.

작가는 우연히 길에서 주운 만화책을 보면서 그림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과연 그 만화책은 어떤 것이었을까..? 궁금함이 밀려온다. 만화책에 빠져 본 경험이 있는 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그림이 아닌 그리스로마 신화로 관심이 이어졌기에 내가 만약 작가처럼 그림에 관심이 생겼다면 나도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하는 가능성없는 상상도 해본다. ^^

"쟤는 왜 나를 모르는 척할까?
.... 근데 나는 또 왜 모르는 척하는 거지?"
16p.

초등학교 동창을 중학생이 되어 교복을 입은 모습으로 오래만에 마주할 때, 서로를 속으로는 알지만 아는 척 하기에는 멈칫 할 때가 있다. 이미 지나간 뒤에야 서로 엇갈리게 뒤를 돌아보게 되는 그런 사이. 그건 그저 기억일까, 아쉬움일까.. 아니면 추억일까..?
그렇게 마주친 다음부터 문득 문득 그녀가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고, 중간 과정을 모두 건너뛴 채, 데이트하는 상상까지 했다는 작가의 솔직함이 무척이나 귀여우면서도 공감이 되는 이야기다.​


"자전거가 아무리 많아도 내 자전거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지. 난 운명의 상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한눈에 딱 알아보지. 넌 어떻게 생각해?"
34p.

운명의 상대는 한눈에 알아본다는 말 자체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지극히 희박하고 '운명'이란 단어처럼 '운명'처럼 그런 기회가 올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명의 상대를 만나보지 못하고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문학소녀시절이던 어린 날에는 그 말을 분명 믿었지만... 현실주의가 삶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그건 그저 어린 날의 행복한 공상일 뿐이라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 어느 날 정말 내 운명의 상대를 만난다면? ^^ 이런 생각만 해도 그 순간이 행복해질 것 같긴 하다. ^^ 작가님은 과연 운명의 상대를 한눈에 알아봤을까?? ^^​


"이 굴다리를 지날 때 숨을 참으면 소원이 이뤄진대.
거짓말! 세상에 그런 게 어딨니?
아니야, 정말 소원이 이뤄졌어. 지금도 그럴 걸?"
133p.

이 말을 한 소년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함께하고 싶은 소녀와 함께하는 그 순간이 이뤄졌다는 의미일까? 누군가를 좋아하면 이런 말들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냥 흘려들었더라도 문득 떠오르며 다시 그 자리에 가보거나 다시 그 말을 곱씹어보게 된다. 그게 순수한 사랑이고 첫사랑이고 아름다운 추억이다. ​

"보낼까, 말까."
167p.

휴대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망설이는 남학생의 그림과 함께 있는 말이다. 저런 고민을 하는 순간이 너무 순수하다. 좋아하는 마음을, 걱정하는 마음을.. 표현할까, 말까. 널 좋아한다고 고백할까, 말까. 1분 1초가 십년처럼 소중한 고민의 순간이다. 아마도 그 순간의 모든 신경과 에너지는 그녀를 향해 있겠지? ​

분홍빛 벚꽃이 날리며 살랑살랑 봄바람이 부는 봄의 어느 날,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아이스티를 마시는 여름의 어느 날,
푸르른 하늘 아래 낙엽을 밟으며 시원한 바람을 쐬며 걷는 가을의 어느 날,
그리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코코아 한 잔 마시며 몸을 녹이는 겨울의 어느 날...
그 언제라도 이 책과 함께한다면 행복한 유년의 추억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며 기억 속의 그 사람을 만나볼 수 있게 하는 귀한 책이다.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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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가장 밝은 지붕
노나카 토모소 지음, 권남희 옮김 / 사계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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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파리를 타고 지붕 위를 날아가는 한 소녀의 모습이 몽환적이다. 단지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을 주기 위함이 아니란 사실을 예감할 수 있을까? 실제로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별 할머니와 소녀 츠바메의 따뜻한 소통과 만남을 표현하기에 딱 좋은 표지란 걸 책을 읽은 후 깊이 깨달았다. 물론 표지 어느 곳에서도 별 할머니는 보이지 않지만, 밝게 빛나는 별을 보며 어딘가에 계시겠구나 하는 확신의 미소를 지을 수 있다. 심지어 우리도 언젠가 이런 별 할머니를 만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주에서 가장 밝은 지붕을 좋아하는 별 할머니 맞죠?' 하고 물어볼 수 있을까? 환상 같은 소설의 분위기 속에서 행복하게 유영하고 싶어진다.

평소 일본 소설을 그닥 좋아하진 않았다. 특별한 이유라기 보다는 이름이 빨리 마음에 들어오지 않아서다. 주인공 츠바메의 이름도 읽는 내내 헷갈렸고, 다 읽은 후에도 츠메바였나? 츠.. 뭐였더라.. 하는 휘발성 기억력이 한심할 정도로 왜 일본식 이름은 이렇게도 기억에 남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건 작품 속 인물들의 이름이 내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는다하여 작품성이 떨여지는 건 절대 아니라는 것. 괜한 핑계를 대며 일본 소설을 선뜻 읽지 않으려하는 나의 고집을 이번엔 반드시 고쳐보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이 다짐을 하도록 이 책이 도와주었다.

확실히 단언할 수 있다. 별 할머니는 밉상스러운 할머니의 자질을 다 갖추고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장! - 7p.

츠바메와 소통하며 친구가 된 별 할머니를 왜 이렇게 불렀을까? 첫 문장에서 너무나 확실히 단언하고 있고, 두 번째 문장에서 이미 이 작품 전반에 등장할 별 할머니란 존재가 어떤 인물일지 작가는 츠바메의 입을 통해 알려준다. 그런데 이 문장이 왠지 밉지않다. 확실히 츠바메는 별 할머니와 친밀한 존재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문장이다.

츠바메는 어릴 적부터 밤하늘 보는 걸 좋아하는 소녀다. 이웃 사촌으로 함께 자란 동네 오빠 도오루를 짝사랑하다 못해 그 흔한 생일 카드 한 장 써서 보낸 것을 자책하는 순진한 소녀다. 첫 사랑의 대상에게 '생일 축하해'라는 말을 쓰기까지, 쓰고 나서 붙이기까지 얼마나 심장이 떨렸을 지 상상이 된다. 그런 츠바메는 다니던 서예학원이 있는 허름한 건물 옥상에서 별 할머니를 만난다. 그냥 딱 봐도 신기한 별 할머니를.

한밤중에 옥상에서 킥보드를 타는 할머니. 츠바메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대신 이것 저것 먹을 것을 가져오라고 딜을 하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를 이상하게 보면서도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끌리는 츠바메는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며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하는 시간을 좋아하기 시작한다.

츠바메에게는 좋아하는 오빠가 있지만 다가가지 못해서 가슴앓이를 하는 아픔이 있다면, 별 할머니에게는 어린 손자였던 아이와 다시 만날 기회가 없어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아픔을 가지고 있다. 각자의 상처와 그림의 종류는 다르지만, 같은 방식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독자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난 지금까지 많은 지붕을 보아와서 지붕을 보면 그 집에 사는 사람을 알지.

별 할머니의 말 63p.

별 할머니의 의미심장한 말이다. 밤마다 날아다닌다는 별 할머니라서 지붕을 많이 봤다는 말일까? 작품이 전개되는 내내 사실일까? 하는 의문과 동시에 진짜 같다는 확신이 이미 내 눈과 귀와 마음을 다 채워버린 것 같았다. 참 신비로운 별 할머니. 그런 할머니가 지붕을 보면 그 집에 사는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니 괜시리 내가 사는 집도 지붕이란 게 있나.. 공동주택이라 딱히 나를 나타낼 만한 지붕이 없는데... 별 할머니를 만난다면 나에겐 어떤 이야기를 하시려나.. 하며 잠시 생각에 잠기게도 한다. 참 신기한 할머니다.

별 할머니가 츠바메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도운 것처럼, 츠바메 역시 별 할머니가 그리워하는 손자를 찾도록 함께 하기 시작하는데....

마코토는 말이야. 정말 순수하고 착한 아이야. 너처럼 삐딱한 데가 없어.

손자를 회상하는 별 할머니의 말 85p.

지금껏 츠바메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민을 해결해주던 별 할머니의 입에서 손자인 마코토에 대한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오던 날, 츠바메는 다짐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별 할머니의 그리운 손자를 찾는 데 힘이 되어주리라고.

그러나 할머니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그 착한 어린아이는 다 큰 청소년이 되어 어떤 모습일까? 설마.. 하는 우려와 함께 현실로 나타난다. 츠바메도 알던 한 소년. 지금은 각종 불량한 행동으로 평판이 좋지 않은 친구인 사사가와였다. 그가 별 할머니의 손자라는 사실을 그 앞에서는 숨길 수 밖에 없었지만, 그의 모습을 숨죽이며 지켜본 별 할머니는 이제 단념하는 걸까..?

말해두지만, 우리 집에는 그런 성가신 가족은 절대 없어. (중략) 할머니는 커녕 나는 내 아빠도 어딨는지 모른다고.

할머니가 계시냐고 묻는 츠바메에게 내밷는 사사가와의 말(213p.)

조용히 손자의 말을 엿들은 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하는 이들이 필요 없어 한다는 걸 인정한 시점에서 찌리리리링 벨이 울리며 타임아웃이야.

별 할머니의 말(220p.)

영문을 모르는 츠바메.

그러나 며칠 후, 할머니 장례식이 있다며 떠나는 사사가와의 말에, 그 할머니가 오랫동안 혼수상태였었다는 말에 모든 것이 하나씩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혼을 믿냐고 묻던 할머니. 그리고 그 혼은 언제나 살아서 곁에 있다는 걸 믿는 츠바메.

할머니의 죽음에 대해 질문하는 츠바메에게 사사가와는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아주 평온하고 행복해보였다'고 전한다.

츠바메에겐 언제나 엉뚱한 별 할머니였다. 245쪽에서 작가가 서술한 것처럼 어쩌면 별 할머니는 혼수상태로 있으면서도 이루지 못한 꿈을 꾸고, 마음껏 행복해하다가 떠난 것 아닐까?

이 세상에 두고 가는 선물인 양 겁쟁이 중학생을 실컷 놀려 먹고, 병원에서 못 먹게 하는 것들 실컷 얻어먹고, 그렇게 시간을 보낸 별 할머니는 성장한 손자도 만났다. 자기 모습을 제대로 손자의 눈 속에 남기고.

245p.

그리고 소중한 친구같은 츠바메를 위한 선물도 남겨두었다. 그건 바로 파란색 실.

좋아하는 사람과 초등학교 1학년 때 만들어 본 실 전화기로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고 싶다던 츠바메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원을 이뤄주기 위한 특별한 선물 말이다.

잔잔하고 따스하고 참 아름다운 소설이다. 나만의 별 할머니와 밤 하늘을 바라보며 옥상에서 킥보드를 타는 꿈을 꾸고 싶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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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사계절 1318 문고 111
이송현 지음 / 사계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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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년이 줄을 타고 있다. 표지를 자세히 보면 아래쪽은 우리나라 전통 줄타기를 하는 주인공 '이도'의 모습이고, 위쪽은 우리나라 전통 줄타기에 매료되어 독일인이 익스트림 스포츠로 만들어낸 독일의 슬랙라인을 타는 주인공 '이율'의 모습이다.

열여덟 살, 두 소년은 쌍둥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병원에서 같은 날 태어났고, 이도를 낳은 부모가 소리없이 사라지는 바람에 이율의 부모는 이도와 이율을 쌍둥이이자 형제로 키웠다.

그들은 왜 줄타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소설의 초반에서는 친아들인 이율이 트램벌린에서 줄타기 연습을 하다 머리를 다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평소 사고 한 번 없이 성실하고 모범생인 이도와 달리 이율은 지극히 평범하다. 자주 사건사고를 내다보니 율은 엄마와의 갈등도 자주 겪는다.

율은 그런 엄마를 '백발 마녀'라고 부른다. 일방적이진 않다. 율의 엄마 역시 아들 율과 자주 갈등하는 것을 솔직히 인정한다. 심지어 아들에게 같은 자식이라도 전생에 은혜를 입어 맺은 인연이 있고, 지독한 원수가 현생에서 만나는 악연도 있다고 말한다.

이들의 갈등이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몸으로 낳은 아이와 마음으로 낳은 아이를 함께 키우며 부모로서의 마음이 어떠할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늘 담대하고 호탕하게 두 아들을 대하는 엄마의 모습은 든든하기도 하다. 심지어 좋은 직업에 연금까지 보장되는 공군 남편과 갑자기 사별하며 힘든 상황에서도 쿨하게 받아들이고 꿀리지 않게 살아가는 점이 멋있기도 하다.

이도와 이율이 열 네살 때였던가, 아버지는 민속촌에서 줄타기 체험을 하게 했다. 사춘기가 되면서 급격하게 말수가 줄어들던 이도가 줄타기를 배워보고 싶다고 한 이유를 이율은 나중에야 깨닫는다. 자신은 그저 아버지 없이 살아내기 위해, 공포를 이겨보려는 몸부림으로 줄을 탔다면, 이도는 달랐다. 점점 이목구비가 뚜렷해지며 혼혈아임을 한눈에 알아보게 되면서 이도를 바라보는 친구들, 동네 사람들은 쌍둥이라면서 왜? 라는 의문의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도가 입을 닫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줄을 타며 오히려 위태로운 줄 위가 더 낫다는 걸 느낀다. 줄 위에서는 타인의 시선과 말을 떠나 그저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 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목적이 다른 줄타기는 한동안 서로를 힘들게 하는 일들도 생기지만,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의 마음을 토닥이는 과정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따스하게 전개된 점이 참으로 훈훈한 대목들이었다.

이제부터 네가 타는 줄과 내가 타는 줄, 똑같을 거야.

절대 줄 위에 널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거니까.

이율이 이도를 향해 한 말(185p.)

이 작품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인물들 중에 이도와 이율의 부모가 있다.

입양을 하고 나면 으레 전개되는 일처럼 이도의 친모가 나타나는데, 그녀 앞에서 당당하게 이도를 내어줄 수 없다고 말하는 엄마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아이를 버리고 갈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줄타기로 유명해지고 언론에 오르내리니까 '내 아들'이라며 찾아온 그녀를 독자들은 아마 그 누구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는 자기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그녀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통쾌했다.

난 세상에서 이런 신파가 제일 짜증 나요. 도는 절대 못 주니까. 그럼 얘, 율을 데려가요. 얜 내가 직접 낳은 애니까. 나도 남이 낳은 아들 18년 키웠으니, 당신도 더도, 덜도 말고 쟤 18년 데리고 있다가, 쟤가 서른여섯 살 되면 그때 봅시다. 그때 만나서 우리 얘기합시다.

208쪽

우와, 어느 누가 친아들 앞에서 입양아들의 친모에게 이런 말을 통쾌하게 날릴 수 있을까? 상당히 이성적이고 명쾌한 도와 율의 엄마가 훌륭해보이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이 부분을 목격한 아들 율은 멋진 엄마의 매력을 제대로 알아보는 부분이어서 감동적이다.

교육관 역시 훌륭한데, 두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교사가 이도의 외모만 보고 아역배우로 추천하며 혼혈아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엄마는 당장 도와 율을 전학시키는 일이 있었다. 학교는 성장의 발판이 되는 곳이어야 하는데, 아이들의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고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한다면 다닐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요즘 찾아보기 쉽지 않은 '올바른 시력을 가진 학부모'이자, 학교의 부당함에 정면승부하는 용기있는 학부모의 모습이었다.

또한 일찍 떠나서 너무나 안타깝지만, 아버지가 이도를 격려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이도를 버려진 애라느니 반반 섞인 짬뽕이라느니 놀려대는 아이의 코를 박살내는 일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런 이도를 위해 수시로 그가 안심할 만한 말을 해줬다. 이도가 선택받은 게 아니라, 아버지가 이도에게 선택받은 거라고 말이다. 마음으로 낳은 아들이 겪을 법한 정체성의 혼란을 걱정하며 미리 마음을 헤아리고 따스하고 든든하게 옆 자리를 지켜줬던 아버지의 모습은 독자의 마음까지도 뭉클하게 만든다.

각자의 줄을 타던 이도와 이율은 서로 다 이해하지 못했던 마음을 알아가며 함께하는 무대를 마련한다. 전통 줄타기와 슬랙라인의 만남이고, 백인 혼혈인이 타는 전통 줄타기와 순수 한국인이 타는 독일형 슬랙라인이 콜라보하는 공연!

각자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줄타기이지만 이제는 완전히 승화된 새로운 줄타기가 된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오르는 도와 율은 행복감에 젖어든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의 상황과 내면적 요소들을 다양한 갈등과 인물간의 관계로 풀어내고 마지막엔 이렇듯 아름답고 완벽한 공연으로 마무리한 점에서 완벽한 순간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반드시 혼자 설 수 있게 된다. 이 시기만, 이 터널만 지나면 누구든 혼자 서는 법을 알게 된다. 그것이 줄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셋, 두울, 으랏차!

도와 율의 합동 공연 (231p.)

이 책은 남학생들의 성장소설로 아주 적절한 것 같다. 형제이자 친구,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 그리고 로맨스까지 골고루 아주 적절하게 스토리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두 주인공이 각자 하는 줄타기만의 특징에서도 두 아이들의 고뇌와 꿈을 살펴볼 수도 있는 작품이다.

★ 생각해보고 싶은 것들..

  • 내가 이율의 엄마라면 병원에서 버려진 아이를 데려와서 키울 수 있었을까?

  • 부모와 이율이 이도를 친아들, 친형제처럼 대하려고 노력했으나, 이도는 자신의 외모가 그들과 다르고, 출생비밀도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그런 이도에게 줄타기는 어떤 의미였을까? (+우리는 무엇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올곧게 걸어갈 힘을 얻을 수 있을까?)

  • 이도의 전통 줄타기와 이율의 슬랙라인이 가진 특징으로 두 주인공의 생각이나 고뇌, 희망 등에 대해 비교해보자.

  • 이도의 외모만 보고 내세우기에 급급한 어른(교사)과 아들의 유명세를 보고 친모라 밝힌 어른의 모습을 인간성에 비유해서 비판해보자.

  • 이도와 이율의 합동공연이 우리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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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모르는 엔딩 사계절 1318 문고 116
최영희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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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다양한 SF소설을 읽으며 예전에 생각했던 '공상과학'이란 생각의 틀을 깬지 오래다. SF소설이 미래사회를 예측해보고, 창의적이고 실현가능한 삶을 상상해볼 수 있는 작품이란 것에 공감하며 읽어왔다.

이번에 만난 SF소설집인 <너만 모르는 엔딩>은 정말 깜쪽같이 우리를 타임머신 태우듯 소설 속에 폭 빠지게 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내 방, 내 책상 앞에 앉아서 아하!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순서에 상관없이 읽고 싶은 제목부터 읽어도 좋고,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도 좋다. 왠지 어느 쪽이든 작품이 독자를 이끌어가는 방향에 눈을 맡기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기분이다.


대한민국 중2는 북한에서도 떨고 있다는 말은 참 자주 들었다. 그런 표현을 이용해서 소설을 떠올린 걸까? 첫 번째 소설인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는 외계인이 지구의 생명체 중 하나를 샘플로 포획하기 위해 그 대상을 '중딩'으로 설정한 배경으로 시작한다.

포획대상 : 지구의 비밀 병기 '대한민국 중딩들'

서식지 : 대한민국 고양시

외양적 특징 : 핏발 선 눈으로 힘없이 걷는다. 유니폼을 입고 다닌다.

정서 및 행동 반응 : 슬쩍만 건드려도 공격성을 드러낸다. 감정 기복이 심하다. 지독하게 자기중심적이다.

12쪽 - 대한민국 중딩들에 대한 보고서(by 트룹행성 다섯 개 행정부서)

트룹행성에서 나온 공무원은 이런 문서 하나 달랑 들고 대한민국 고양시의 어느 길가에 도착한거다. 자신이 파악한 중딩의 특징에 딱 어울리는 한 사람을 겨우 찾아서 우주선으로 끌고 가는데, 사실은 한 노인이었다. 진짜 중딩 '기영'이는 본능적으로 노인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고, 너희가 찾는 중딩이 바로 나라며 기영이 자신을 트룹 행성으로 데려가라고 떼쓰기 시작한다.

난감해진 트룹행성의 공무원인 촤츠... 무려 다섯 개의 부서에서 조사했다는 대한민국 중딩에 대한 정보라지만 제대로 맞다고 장담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혼란을 느낀다.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중딩들의 특징을 얼마나 자신있게 기록할 수 있을까? 모두가 생각하는 특징들이 정답이라 할 수 있을까?

트룹행성으로 돌아간 공무원 촤츠는 '대한민국 중딩'에 대한 책을 써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끝내 거절한다. 섣불리 기영을 묘사하려다간 누구처럼 실수를 저지를 지도 모른다. 기영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35쪽 일부 요약 서술


두 번째 소설인 <최후의 임설미>는 지구인들의 의견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츠바인 행성에서 온 우주인들이 나온다. 그들은 지구를 정복하고 인류를 멸종시키기 위한 과정에 착수하며 '인류 멸종 유예에 관한 협의문'을 제시한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스파이가 된 외계인들이 지속적으로 인류 멸종을 위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제목에 나오는 임설미란 사람은 우주인들이 생각하는 인류 멸종에 대한 동의 의견 표식으로 삼은 '삼색 슬리퍼'를 신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다. 임설미만 삼색 슬리퍼를 신으면 인류 모두가 동의한 것으로 삼고 멸종의 버튼을 누를 작정이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대세를 따르는 걸 정의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나 삼색 슬리퍼를 신는 가운데, 여전히 초등학생 때 신던 흰색 실내화를 신으면 비정상이 되는 사회. 그런 인간의 본성을 이용해서 우주인들은 멸종을 합리화하려는 거였다.

정상이란 다수의 개념이자 다수를 위한 개념이다. 단 하나의 존재를 위한 개념이 될 수 없다.

지구인으로 변신한 우주인 스파이 오시택이 눈여겨 보는 문장( 나는 전설이다 라는 책의 221쪽 문장)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대세를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행동과 판단이 곧 인류 멸종에 대한 동의의 표시였다니.

유일하게 삼색 슬리퍼를 신지 않은 임설미는 그들에겐 '단 하나의 존재'이고 '정상'이 아닌 존재다. 그러기에 끊임없이 그녀를 설득했고, 어떻게든 삼색 슬리퍼를 신고 싶게 만들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그러나 최후의 한 표, 최후의 막강한 결정권을 가졌지만 그 사실은 전혀 모르는 임설미는 단호하다. 남들이 삼색 슬리퍼를 신든 말든, 자신에게 제일 편한 흰색 실내화를 끝까지 신고 다닌다. 그리고 우주인들의 계략을 알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임설미가 혹시라도 삼색 슬리퍼를 신으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던 차혜린 역시 이미 한 표의 기능은 상실했지만, 설미와 같은 흰색 실내화를 신고 당당히 걸어나간다. 결코 정상이란 표현이 다수만을 위한 것이 아니란 걸 반증하며 소수도 정상이 될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너만 모르는 엔딩>에서는 우주에서 온 점술사를 통해 자신의 삶을 셋팅해보려는 청소년 호재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린 시절부터 옥신각신하던 여사친 민아와는 절대 부부의 연이 이어지지 않길 바라는 방향으로 셋팅해가지만, 결국 마음을 바꿔 민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는 시점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호재의 시간여행을 도와주면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예수님의 사랑을 자처하며 호재를 돕는 점술사의 모습은 다소 황당스러운 설정이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제목과 같이 너만 모르는 엔딩.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덤덤하게 호재를 대해온 민아의 마음이 설마 아무것도 아닌 마음이었을까? 왠지 결코 아닐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어떻게 해서든 민아와 연결되기 위해 삶을 다시 셋팅하는 호재의 간절함과 긴박함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어지는 작품이다. 너만 모르는 엔딩이 해피엔딩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날의 인간 병기>는 우연히 신개념 의복 체험자로 나선 17세 경수가 실수로 방호복이 아닌 전투복을 입으며 생기는 해프닝이다. 그가 입은 것은 테러 지역에 파견될 특수부대원들을 위한 전투복. 모든 것이 인체 센서에 맞게 날렵하면서도 파워풀한 힘을 발위할 수 있는 사이버웨어를 입은 경수를 보는 사람들은 그저 코스프레 중이겠거니, 배달원이겠거니 생각할 정도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의복이었다. 쎈척하는 학생들에게 따돌림 당하고, 결국 자퇴까지 한 친구의 한을 풀어주고, 억울하게 외상을 달게 된 자신의 한도 풀어주기까지 스토리가 어찌보면 어린 시절 파워레인저 영상물을 보는 기분이지만, 한편으로는 악당을 처벌하는 정의로움과 마음 깊숙한 곳까지 시원해지는 사이다 해결장면들이 보기 좋은 단편영화를 보는 듯 읽히는 작품이다.


마지막 작품인 <알파에게 가는 길>은 인간이 인간의 욕구를 위해 만든 베타 대체 인간의 이야기다. 알파는 곧 원래 인간 그 자신이리라. 대체인간들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져서 인간 가족과 살다가 인간이 죽으면 폐기되는 삶을 살아간다. 미카 역시 그랬다. 다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간들 사이에서 인간처럼 살아야 하는 것. 별 의미없는 조깅을 해야 하고, 사회생활도 해야 한다. 두 눈을 부릅뜨고 주인을 잃은 대체인간을 찾아서 팔아넘기는 사냥꾼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써야 하는 인간이 아닌 인간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인간들에게 지상낙원이 있다는데, 그곳은 바로 원자력발전소 붕괴 사고로 버려진 피폭 지역. 그곳으로 탈출하기 위해 미카 역시 거액의 수수료를 내고 브로커를 만난다. 그러나 어느 순간 말로 설명하기 힘든 어린 시절의 기억이 머릿 속을 가득 채운다. 외면하기엔 너무나 강렬한 기억을 찾아서 결국에는 지상낙원으로 가는 길을 포기하고 자신의 원래 모습의 주인인 알파를 찾아 나선다. 기억 속에서 알파인 진아가 자신에게 한 말 한마디가 미카에겐 삶의 새로운 희망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죽지 마, 베타."

진아의 베타로 만들어진 대체인간 미카의 삶이 드디어 밝혀지는 순간이자, 찐우정과 사랑으로 베타를 지키려 한 알파 진아의 진심을 확인하는 결말이다.


요즘은 SF소설이 참 많이 출간되는 것 같다. 최영희 작가도 UFO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고, 외계인과 청소년에 대한 관심도 많은 사람이다. 어린 시절 한번쯤은 우리도 외계 생명체나 미확인 물체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환상 속에 빠져보는 즐거움을 느꼈겠지만, 우리의 생각과 상상은 거기서 끝났다면, 최영희 작가의 작품은 그러한 상상이 체계를 잡고, 스토리로 엮여서 하나의 작품으로 우리 앞에 도착해 있다.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SF소설이란 점에서 이 다섯 편의 소설들과 함께 연말을 지내보는 것도 즐거운 상상여행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날의 납치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은 아무것도 없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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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타이머 사계절 1318 문고 138
전성현 지음 / 사계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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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소설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마지막 문장과 함께 독자를 책 속으로 빨아들이곤 우주의 혼돈 속에 내던져진 느낌이다. 아주 제대로 열린 결말인 일곱 개의 단편소설들이다.

포춘쿠키를 먹어본 적 있는가? 입체적인 하트에 가까운 모양의 과자를 반으로 자르면 길고 얇은 종이에 행운을 담은 메세지가 적혀 있다. 요즘은 테마별 포춘쿠키로 다양화되기도 했지만, 원래의 포춘쿠키를 먹으면 그저 그 작은 종이 조각에 적힌 메시지가 뭐라고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진짜 행복한 일이 나에게 생길 것만 같아서 하나 더 먹어서 행운을 두배로 만들고 싶단 욕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런데 첫 번째 단편 소설인 <포춘쿠키>는 우리가 마주한 그 '행운'을 담은 메시지가 늘 자신의 입장에서 해석되는 행운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욕심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행운을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을 꾸짖어준다. 생각해보자. '늦가을에 나비를 만날 수 있다는.' 행운은 어느 누가 들어도 행운 같지 않고 힘이 되는 말도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나비'가 바로 등장인물이 좋아하는 고양이를 의미한 거라면 우리가 우연히 포춘쿠키를 열어보지만 결국은 그 자신만을 위한 메시지가 담겨 있음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철거 대상 마을에서 어서 주민들이 사라져 주길 바라는 철거업체 쪽 사람이라면 그가 뽑은 포춘쿠키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주민들이 모두 집을 비우고 떠난 불빛이 사라진 그런 마을을 갈망하는 모습은 시커멓고 무섭고 잔인한 마음이다. 작가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포춘쿠키에는 메시지에 담긴 숨은 의미를 보여주지 않고, 표현 그 자체에 갇혀버리게 만들었다. 그런 점이 반전 같고 과연 이 다음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놀랄 무렵 글은 마지막 문장을 드러낸다.

 

 

두 번째 소설인 <가설의 입증>은 더욱 심하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다음 이야기가 마구 궁금해지는데, 거기서 딱 펜을 내리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지며 어서 펜을 들고 더 써달라고 말하고 싶다. 방역과 학생지도 심지어 수술 외에는 간단한 처치도 가능한 의료진이 상시 대기하는 의원급 보건실까지 갖춘 기숙학교에서 이상한 증상을 보이는 학생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단순히 전학을 갔다고 보기엔 너무나 유망하고 경쟁력 있는 학교였다. 철저한 방역 시스템으로 각종 호흡기 질병이 유행해도 비껴가는 학교였다. 그런 학교에서 이상한 증세를 보이는 학생이 나타나다니!!!

 

"환경오염이나 방사능 유출로 생겨난 변이 생물들... 이런 변이 생물 종이 나타났다는 건 가설이니 해당 표본이 많아야 입증이 가능하다." - 과학 수업 중 교사와 학생의 대화(재구성)

 

갑자기 하나 둘 씩 사라지는 아이들. 정말 표본이 많아야 한다는 말처럼 이 학교는 변이 생물의 표본으로 RT 바이러스 감염자들을 모아 놓은 곳인가? 그렇다면 왜? 누가? 대체 무엇을 입증하기 위해서란 말인가? 질문만 마구 던져놓고 끝나지 않은 듯 또 이렇게 이번 소설도 마지막 문장을 남긴다.

 

.... 대체 어떤 가설을 입증하고 싶은 것일까...?(39)

 

 

이 외에도 도플갱어 같은 다른 차원의 같은 아이들이 같은 SNS계정을 공유하며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이야기 <유진의 계정>, 각종 환경오염으로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되며 저마다의 줌 화면 속에 갇혀 버린 <패러데이 상자>, 영구 동토가 녹으며 인간이 경험하지 못했던 고대 박테리아에 감염되고 수명을 에측하던 앱 데스 타이머의 수명 잔량이 점점 줄어드는 <데스 타이머>, 악몽을 물리쳐주는 기능이 아닌 수면 정보를 이용해서 악몽같은 현실을 감추려 한 <드림캐쳐> 그리고 죽음을 앞두고 삶을 떠나는 항구 도시 이야기인 <포틀랜드>가 저마다의 색깔을 띄며 독자들의 뇌세포를 깨운다. 상상을 하고 겨우 분위기를 파악할 즈음 나머지 이야기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둔 채 뒤돌아 걸어가는 작가들의 모습이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무성해지는 책이다.

표본의 수가 많아야 가설이 입증되는 것 - P38

정말 포춘쿠키가 행운을 가져다준 걸까?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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