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발견 도서 목록
나는 그때 한 남자에게 한눈에 반해 맹목적으로 사랑을 퍼붓던 스무살이었다. 이때 나는 메리앤과 너무나도 가까웠다. 메리앤이 윌러비에게 빠져들 수록 메리앤이 걱정되는건 그때의 내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이 왜 좋은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난 그 사람에게 내 열정을 쏟아부었다. 다행히 내 열정을 받아준 그 사람과 연인이 되었지만, 열정의 크기는 서로 달랐다. 이미 그 때부터 그 사람과 나의 결론은 정해져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보답을 바라고 한 사랑은 아니었을지라도 돌아오는 크기가 달랐던 시간들이 쌓이자, 나는 견딜 수 없어 그 사람을 떠났고, 그 사람도 나를 잡지 않았다. 반년의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다시 만났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처음과 똑같은 열정을 줄 수 없었던 나와 처음과 같은 열정을 기대한 그 사람, 우리 둘은 결국 이별을 선택한다. 아니 이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끝내버렸다. 그 후 다시 사랑을 시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프고 힘든 시절이었지만 아직도 난 그 시절의 내가 좋다. 이성을 생각하지 않고 감성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낼 수 있었던 그 때가 그립다. 아마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도 나는 또 같은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다.사람과의 사랑에 이성과 감성 중에 어떤 것이 더 나을까라고 묻는다면, 쉽사리 대답을 하기 어렵다. 이는 내가 엘리너와 같은 이성적인 사랑이 불가능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좋으면 좋다고 표현해야 하고, 싫으면 싫다고 표현해야 해야 풀리는 감정에 더 적극적이기에 이성에 손을 들어주기 힘들다. 엘리너의 사랑이 부러울지라도 내가 하기는 어려운. 그래서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메리앤의 사랑이 더 다가온다. 상처 입고 다시 극보해 나가는 모습이 마치 내 모습과 같아서 응원하고싶었다. 대령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메리앤은 그 후로 행복했을까? 열정을 다 쏟아내버린 그 이후의 삶은 어떠했을까? 평온한 삶에 만족하지만 가끔 윌러비와의 시간을 그리워하지는 않을까?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