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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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물리(物理)에 대해 떠올려볼까. 사실 나는 중∙고등학교 때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았는데,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학원을 갔던 게 중2 때였어.  이십 년 전이네. 그 시절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은 대개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과학고를 대비해서 수학과 물리를 공부하는 편이고 다른 하나는 외고를 대비해서 영어만 공부하는 커리큘럼이었지. 나는 첫 번 째 유형의 학원을 다녔는데 (생각해보니 학원 이름이 8학군 학원, 꽤 도전적인 이름이지) 수업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내 옆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며 느꼈던 에너지는 생생하단다. 중학생이라고 해도 잠시 뒤면 고등학생이 될 녀석들인데 과학고에 갈 법한 친구들은 이미 생기 넘치는 총명함으로 가득했거든. 머리 속에는 온갖 공식과 해법을 외우고 있었고, 벽에 걸린 나무판에 손바닥으로 직각의 방향으로 힘을 가할 때 나무판에 가해지는 장력의 크기를 정확하게 구하는 아이들이었지. 경이로웠단다. 물리란 천재의 과목이었어.

과학고를 준비하던 아이들로부터 느껴지던 알 수 없는 에너지 ...... 그 아이들의 몸으로부터 아주 작고 가느다란 용수철이 발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 너는 믿을 수 있을까. 그걸 단지 머리 속의 느낌이라고 웃어 넘길 수만은 없을 것 같아. 물리 문제를 풀던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 아주 가는 용수철이 떨리면서 그들에게서 뻗어 나오는 듯한 형상을 보았거든. 그들은 정지된 질량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끝없이 떨고 있는 진동의 근원지이기도 했어. 김상욱 교수는 이 책의 시작을 이렇게 시작하고 있지. <우주는 떨림이다. 정지한 것들은 모두 떨고 있다. 수천 년 동안 한자리에 말없이 서 있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떨고 있다 ......> 모든 것은 떨고 있고, 모든 사물은 진동이라는 책의 첫 머리를 읽으며 내 마음도 함께 진동할 수 밖에 없었단다. 그때 8학군 학원에서 목격했던 천재의 진동은 결코 거짓된 것만은 아니었구나 싶었어.

이어 이 책은 이런 말을 하고 있었어. <모든 물체는 고유한 진동수를 갖는다. 당신 주위에 있는 책상, 자동차, 유리잔 모두 고유진동수를 가지고 있다. 물체의 고유진동수로 그 물체에 진동을 가하면 진동이 엄청나게 증폭된다. 이것을 ‘공명(共鳴)’이라 한다>나도, 수경이도 미약하지만 끊임없이 진동하고 있지만 각자의 진동은 서로 형태와 움직임이 달라서 차이가 생겨나고 서로 다른 존재로 뻗어나가게 되지. 서로 다른 존재, 그건 위상 수학의 개념과 같을 거야. 위상수학에 따르면 야구공은 접시와 같지만 가운데가 뚫린 도넛과는 전혀 다르지. 다시 말하면 야구공은 절대 도넛이 될 수 없는 거야. 살아가며 몸무게가 늘거나 빠질 수도 있고, 가치관 역시 조금씩 바뀔 수도 있고, 生의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나이기 위한 고유한 진동은 마지막까지 변함없겠지. 바로 이 때문에 우리 모두는 나만의 리듬, 나만의 감각, 나만의 주파수를 잃지 않기 위해 끈질기게 사투하는 것인지도 몰라.

그런데 말이야, 이어 이 책은 이런 말을 하고 있었어. <인간은 울림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한다. 우리는 다른 이의 떨림에 울림으로 답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이렇게 인간은 울림이고 떨림이다......> 우리 자신을 김수영 시인이 말한 팽이에 비유해볼까. 내가 하나의 팽이라면 나는 고유한 리듬으로 진동하면서 계속 땅 위에 서서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겠지. 하지만 떨고 있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야. 내 주위에는 나와 같은 60억 개의 팽이, 그리고 모든 생명과 에너지로 범위를 넓혀가면 무한대의 팽이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을 것인데 빠르거나 느리거나 서로의 방향과 회전을 인정하며 어느 하나가 쉽게 멈춤을 중단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태도. 그리고 언제든지 누군가를 위해 충분히 울어줄 수 있는 아주 손쉬운 사람이 되자는 것 ......  그런 태도를 소중히 가꾸어 나가다 보면, 우리가 겪는 현실은 점차 타인에게 공명(共鳴)하는 삶에 가까워지게 될 거야.

물리에 대해 떠올려보자고 했지. 물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흔한 방정식, 원리를 말하지 않은 건, 물리(物理)란 모든 사물의 이치라는 뜻 때문이었어. 우리를 포함한 모든 사물은 저마다 특수한 상황 아래에서 고유한 진동을 계속하고 있지만,  동시에 고유한 진동이 만들어내는 삶은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현실 그 자체이기도 해. 세밀하게 파고 들면 나는 세상에 유일무이한 것이며 나의 주파수와 정확히 같은 사람이 없어 보이지만, 나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무수한 내가 모여 우리 모두는 보편의 세계 속에서 보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 김상욱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란다고 말했지. 은하수를 여행하는 문과생이 바라본 물리학은,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쉽고 평범하게 이해 될 수 있는 보편의 언어였어. 누구나 고유하고 특별해지고 싶겠지. 그러나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될 수 있다는 건 어려운 것인지도 몰라. 그러니까 보편적인 것이야말로 정말 아름다운 것이라 말하고 싶었어. ▨


보편적인 노래를 너에게 주고 싶어
이건 너무나 평범해서 더 뻔한 노래
어쩌다 우연히 이 노래를 듣는다 해도
서로 모른 채 지나치는 사람들처럼

그때, 그때의 사소한 기분 같은 건
기억조차 나지 않았을 거야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건 너무 슬퍼
사실 아니라고 해도 난 아직 믿고 싶어
너는

이 노래를 듣고서 그때의 마음을
기억할까, 조금은

- <보편적인 노래> 브로콜리 너마저 1집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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