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말들 - 너무너무 힘들 때 듣고 싶은 그 한마디
이서원 지음 / 예문아카이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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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말을 잘 하는 사람도 많고
글을 잘 쓰고 그림을 잘 그리고 노래를 잘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말을 따스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농담처럼 내뱉은 그 말 하나로 관계가 틀어지는 일들을 자주 보고 듣고 중재를 해주는 사람이다. 그가 설명하고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잔잔하게 자신의 내면을 드러낸 둥근 언어들이 네모에 갇힌 귀와 마음의 모가 난 자리에 잘 들어맞는다.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상대에게 해 주는 배려와 남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어쩌면 상대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고 서평단을 하다보면 표지가 이쁘거나, 제목이 좋거나 유명한 작가나 출판사에 꽂히게 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그 중에 하나라도 걸리지 않는 책을 만나면 둥한시하게 되는데 그러한 편견과 선입견이 사라져버린,, 읽다보니 의외로 좋은 책이었다.

작가의 여러가지 의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내 안의 말들과 덕분에 생겨난 사랑의 언어와 공감의 언어들이 감사했다. 어떤 외로움을 보면서 외로움에도 격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는 부분이 꽤 낭만적인 이야기로 들렸다.

사람은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 있지 못해서 외롭다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외로움은 혼자 있을 수 없는 보다 더 나은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내 바깥에 누가 없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내 안에 내가 없어서 생기는 감정이다. 그래서 외로움은 충만한 내가 생기기 전까지 모든 사람이 안고 살아야 할 숙명적인 감정이다. 어차피 외로움이 숙명이라면 더 나은 외로움을 느끼는 편이 낫다. 그것은 내가 내 속의 나를 만나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나는 나와 사이가 좋은가. 그렇다면 나는 지금 더 나은 외로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괜찮다. 앞으로 더 나은 외로움이 될 일밖에 없으니까.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모르고 살았다. 내가 나로 살아가는 것이 기쁘고 내가 해야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늘 즐거웠다. 딸이 필요할 때 든든하게 곁에 있는 엄마라서, 모르는 것을 가르쳐줄 수 있어서, 힘들 때나 기분 좋을 때 그 조잘거림을 들어줄 수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 세상의 소나기가 퍼부을 때 쓰러지지 않고 내 길을 갈 수 있도록 내면의 강인함을 키워준 것은 그 동안 살면서 받아온 사랑과 신뢰덕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살다보면 말로 상처를 주고 받은 관계가 참 많다. 사랑하는 부부사이와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상담을 통해, 그리고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제대로 살아가는 법을 적어놓은 책이다.

둥근 세상을 네모 반듯한 개념과 당위라는 틀 안에 가두고 살다보니 삐죽한 모서리에 치일 때마다 아프고 상처가 되었다. 둥근 세상을 그저 둥글게 바라보면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는 따스한 질문을 계속 던져준다.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려면 두 경우를 보면 된다. 지쳤을 때와 화났을 때이다. 이때는 이성이 작동하지 않고 익숙한 습관이 나온다. 습관은 특정 상황에서 오랫동안 일관되게 느끼던 감정과 그에 따르는 행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유 있을 때나 기분이 좋을 때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이성이 작동하여 얼마든지 자신을 좋게 포장하고 통제할 수 있다.

사람이 언제나 잘나갈 수도 없고 살다보면 어려운 일도 겪고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벼랑끝에 내몰리는 참담한 일도 만나게 된다. 그럴 때 가까운 사람의 위로와 말로 그 힘든 시간을 버티고 견딜 수 있다.

작가는 군대 시절 선임으로부터 모진 말을 항상 들어왔다고 한다. 항상 화난 표정과 날카로운 말투로 잘한 것을 빼고 못한 것만 콕콕 찍어서 지적하는 선임의 말을 들을수록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선임하사 덕분에 작가는 세상에서 그런 네모진 말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다. 표정을 바꾸고 말투를 부드럽게 하고 지적하는 말 대신 괜찮은 면을 칭찬해 주고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풀어주는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둥근 말을 하는 사람보다는 네모난 말을 하는 사람이 더 많다. 네모난 말이 정확하고 맞는 말이라고 해서 그런 말을 해야 상대가 반성하고 행동을 고친다고 생각하지만 착각이다. 사람들은 네모진 말에 다치고 분노를 느낀다. 대신 둥근 마음을 품은 부드러운 말은 사랑으로 대하고 스스로 돌아보며 행동을 고친다.

말의 습관은 무섭다.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없기에 듣는 사람의 입장을 모르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조금 더 생각하고 한번 더 살펴서 네모진 말 습관을 버려야 한다.

사람은 말한마디로 죽었다가도 말 한마디로 힘을 얻고 살아난다. 세 치 혀에는 칼이 들어 있고 꽃도 들어있다. 나에게 그리고 가까운 이에게 꽃을 주고 싶다.

평생에 상처가 되어 못박히는 말도 있고, 인생에 가장 행복한 말로 기억되기도 한다. 작가의 순수함 속에 담겨진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며 다양한 말로 풀어낸 에세이다.

사람마다 피어나는 꽃의 온도가 다르듯이 피어나는 시기도 다르다. 매 순간 빛나는 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아름다운 내 인생의 꽃을 발견하고 꽃을 피우기 위해 따스한 온기로 나를 품어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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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의미 부여 -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찾은 진짜 내 모습 일상이 시리즈 4
황혜리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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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보내는 끝자락에서 선택한 9박10일의 여행이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는 것이었다는 프롤로그를 읽는 내내 지나간 젊음을 되돌아 보았다.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며 인생을 설계하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면서 계획하는 소소한 것들에 함께 설렌다. 기차에 몸을 싣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동승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실감나는 에세이였다.

나에게도 기회가 온다면 무조건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 여전히 겁이 많은 사람이라 옆에 든든한 친구가 필요하다. 아마도 여행을 떠나본 가 또 다시 짐을 꾸리고 다음 여행을 설계하게 될 것이다. 먹어본 사람이 음식 맛을 알아차리듯이 여행하는 즐거움 역시 만끽하고 누려본 자들이 차지하는 특권이다.

꽉막힌 열차에서 2박3일을 지내야 하는 시간에도 철저한 루틴을 세웠다.
무조건 즐기고 실컷 자고 쉴 것,
하루 한끼만 먹고 군것질을 할 것(기차 안에서만 있어서 소화가 안되기에)
열차밖 풍경을 마음껏 사색할 것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것
챙겨 온 책을 읽을 것
매일 일기를 쓸 것.

열심히 일한 자가 충분히 쉬려고 떠난 겨울의 러시아 여행은 그저 놀고 쉬는 그 자체였다. 평범하고 여유롭게 다니면서 그 안에서 따스한 사람의 온기를 느끼며 행복한 여정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냈다.

장거리 여행을 하려면 체력이 따라주어야 할 것 같다는 것도 배웠다. 낯선 도시를 찾아 다니며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짐을 들고 걷고 돌아다닐 체력은 기본 옵션이다. 이래서 젊을 때 여행을 다니는 것이 여유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자 조금은 자신감이 하락한다.

하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건네받는 따스함을 전하는 장면은 눈에 보이는 듯 온기가 느껴졌다. 사람의 인상을 볼 때 눈빛에서 오는 그 느낌이 중요하다.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진실한 마음은 통하기 마련이다. 부족하고 도움이 필요한 순간의 간절함을 알고 도와주는 다른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 여행의 감동은 더욱 짙게 물들어간다.

올 겨울은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다.
여기 저기 눈이 쌓이고 겨울나무에도 눈꽃이 피어나 겨울 왕국을 이루어 하얀 설국을 오래 볼 수 있어 행복했다. 눈으로 덮여 있는 러시아 여행은 얼마나 고요하고 적막하며 춥지만 멋지고 행복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눈이 펑펑 내리던 날에 따스한 커피를 마시듯이 그 곳에서도 마주 앉아 커피를 한잔 나눌 수 있다면, 하얀 눈위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다면 더욱 멋진 여행이 될 것 같다.

조용한 눈이 소복히 내리는 날에는 속마음을 꺼내어 진실을 나누고 싶다. 하얀 눈송이가 내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묻어주어 온전히 비밀을 지켜줄 것 같은 눈의 세상을 한없이 상상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책읽는 고양이 출판사의 책은 여러번 읽고 서평을 했는데 책을 작고 가볍게 만들어서 휴대하며 읽기 좋다. 어릴 적에 가방에 시집하나 넣고 다니는 것처럼 부담없이 꺼내 어디서든 읽을 수 있게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주니 책읽을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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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랬듯 다 지나갈 거예요
동그라미(김동현) 지음 / 부크럼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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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어가도 될까?"
스스로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이다. 힘들면 쉬어가는게 당연한 일이지만 휴식을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놓아 버리는 그 찰나의 순간에 정말 모든 것을 잃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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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달려가다 보면
내 옆에 뭐가 있었는지
무엇이 스쳐 지나갔는지
내가 놓친게 무엇인지
나도 모르게 놓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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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이 남에게 평가받지 않기를 바란다.
한 사람의 삶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그 삶을 온전히 살아낸 당신 뿐이니까.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도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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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사랑하기 바빠 나를 사랑하지 못했다.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으나 잘한 일이라고도 할 수 없다.
자신을 사랑할 법도 모르는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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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는 순간 잃게 될 것들을 생각하면 포기하지 못하고 억지로 계속 이어가게 되지
억지로 붙잡고 있는 동안 지쳐가는 건 생각도 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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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처럼 되는 일은 생각보다 없다.
그러니 세상을 원망하지는 말자
생각처럼 되지 않는 게 단지 세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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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읽히는 삶을 산다는 건 역시 매력적인 일이다. 오래 이 일을 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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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내고 있는 시간이 좋은 시간인 것 같다면,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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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라는 건 슬플 땐 슬픈 줄 알고, 감정에 솔직할 줄 아는 사람. 턱,하고 막힌 것 같을 때 스스로 그 막막하고 답답한 감정을 폭발시켜 건강하게 뚫어 버릴 줄 아는 그런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야 한다. 다른 누군가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해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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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힘든 시기는 있고 누구나 편한 시기가 있다.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힘듦에 무너지지 않을 것,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행복에 겁먹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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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과감할 필요가 있고
매일이 과감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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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
진실이 그렇지 않더라도 사실이 아닌 그것들을 변명할 능력이 없다면 그게 진실이 되는 세상.
당연한 것들은 당연하지 않게 되어 가고
당연해서 잊고 살았던 것들은 당연함을 잃어가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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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이 담긴 박수를 받는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실패할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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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정애리 지음 / 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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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좋아하는 겨울비가 내린다.
내 마음의 흔적들을 씻어내려는 듯이 말갛게 내린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비슷비슷할진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내리는 비에 닦이고 씻기는 따뜻한 사랑비였음 좋겠다.

삶과 글이 일치하는,
아름다운 향기가 풍기는 느낌마저 온화한 배우
아니, 배우가 아닌 작가 정애리를 만났다.
시와 음악을 좋아하는 촉촉한 감성이 잘 맞아서 그런지 처음부터 시를 읽는 마음으로 함께 같은 호흡으로 행간을 누볐다.

매일, 시를 쓰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수고로움을 읽어내고 위로하고 공감해주는 언어들이 마구 내 마음에 들어왔다. 실패와 아픔을 겪어내며 얻은 지혜들로 삶이 깊어진다는 것이 책을 읽는 동안 전해져왔다.

「옹이가 많은 나무 탁자가 왠지 안쓰럽습니다.
상처를 갖고 견디며 살아온 시간이 느껴져서일까요.
나무옹이는 죽은 가지의 조직 주위를
새로운 세포조직이 감싸면서 생긴다고 합니다.
나무는 이를 내치지 않고 한몸으로 같이 살아냅니다.

옹이를 가지고 있나요?
그대는
비바람을 견딜 수 있는 내성을 가진 멋진 사람입니다.」

내가 나무라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 보았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그런 삶을 살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럴 힘이 남아있지 않다.
열매, 잎, 가지들을 아낌없이 주었던 나무처럼 나의 젊음을 나눠주느라 지금은 그루터기만 남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나는 그 책의 가장 뒤에 나오는 그루터기를 제일 좋아했다.
세상을 살다가 모든 것을 잃고 돌아온 사람에게 나눠 줄 것이 남아있지 않은 나무는, 마음이라도 쉬어가라고 작은 의자처럼 남은 밑둥까지 행복하게 내어주는 그루터기를 가슴 아프게 심었나보다.
비바람에 견디며 내 안엔 생기지 않아도 되는 쓴뿌리들로 뒤덮인 나무일지도 모르고,
나를 보호하기 위해 기세등등하게 가시를 무기삼아 강한 척 하는 가시나무일지도 모르고,
상처를 갖고 혼자 안으로 견디다 보니 뒤틀린 모양의 옹이가 많은 나무일지도 모른다.

온실 속의 화초로 키워주신 부모님을 떠나면서 시작된 야생속 나무의 삶이지만 비바람을 맞고 견디면서 어쩌면 삶의 내성이 생긴 튼튼한 나무로 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힘든 일이 와도 조금 덜 아프게 이겨내고 금방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새 살이 돋아난 샘이다.

삶의 흉터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견디고 견딘 시간 동안 결이 다르고 뒤틀어지기도 했겠지만 다시 온전한 자리를 찾기 위해 많은 인내과 노력을 했음을 인정해 주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아, 헛되게 살지는 않았구나...

여름동안 무성했던 가지들은
더 좋은 과실을 얻기 위해
또는 다른 가지들을 더 튼튼하게 하기 위해
때로는 더 멋진 모양을 갖추기 위해
농부들은 자신이 키우는 나무들을 가지치기한다.
가을 낙엽이 우수수 다 떨어져야만
새봄에 건강한 초록으로 만나지게 되듯이
우리 삶에는 잘라내고 떨어뜨려야 하는 것들이 있다.
건강하고 단순하게 살기위해
마음도 덜어내고 비워내야 하는 것이다.

「연탄은행을 아시나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은행입니다.

3.65킬로그램
연탄의 무게입니다.
36.5도
건강한 우리의 체온과 같네요
또 나비가 날아오르는 온도 36.5도
그리고 날마다 살아가는 1년 365일
연탄을 나르다보면 온몸이 후끈해져
땀이 송골송골 맺히지요
물론 마음은 난로를 피워놓은 듯 데워집니다.」

외롭고 허기진 세상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을 느끼고 몸으로 실천하는 정애리님의 삶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정리하며 살아가는 삶이 나의 모토였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지 모르는데 갑자기 내가 사라지고 없을 때 내가 머물던 곳을 다른 사람이 둘러 보아도 단정하게 정리하고 싶은 마음으로 살았다.
필요없는 건 버리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 깔끔하게 정리하고 사는 것이 조금은 불편해도 한번 정리하고 비우면서 심플한 나의 삶을 즐겼다.

한달 정도 블태기와 맞물린 나의 삶의 권태기로 모든 것이 귀찮아서 대충 살았나보다. 정신차리고 둘러본 집안에는 내 손이 덜가서 쌓인 물건들이 너저분하게 돌아다닌다.
내 마음과 머릿속의 상태를 보는 것 같아 부끄럽고 창피해졌다. 갑자기 누가 들이닥쳐도 정리되고 단정하고 물건이 많지 않은 편안한 공간이길 바랐는데 잠시 늘어져있는 삶을 사는 동안 덕지덕지 많아지고 지저분해진 주변을 보며 제일 먼저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일상은 그렇게 돌아오는 중이다.
그러던 중에 읽은 책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욕심내고 너무 많은 것을 끼고 살고 있구나.
살면서 더 나누고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우산을 건넬 수 있는 사람으로 아직은 그렇게 살고 싶구나.
예전처럼 나는 없고 남이 우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부터 돌보고 챙기고 사랑하는 삶으로 살아야겠구나.
그렇게 비우고 나누며 자연에서 깨달아가는 하루 하루의 시간들은 채우지 않아도 충분히 스며드는 기적임을 끄덕이게 해주는 책이다.
더 많은 것을 담아내기 보다는 잘 비워내고 그 틈으로 바람도 불고 사람의 소리도 들어가면서 더욱 자유롭게 소통하는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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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 The Old Man and the Sea 원서 전문 수록 한정판 새움 세계문학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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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는 거리가 먼 곳에서 살아서인지
그저 바다가 좋아서인지는 모르지만
바다에 대한 알 수 없는 동경과 환상을 늘 갖고 살아왔다. 자주 갈 기회가 없었기에 상상력을 동원하고 나만의 바닷가를 만들어 갔는지도 모르겠다.

<노인과 바다>라는 소설의 바다 역시 나에게는 무한한 상상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며 소재였다. 물론, 낚시를 주업으로 하는 어부들이 갖는 <바다>의 의미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불후의 명작 헤밍웨이의 작품<노인과 바다>는 길이도 짧은 편이지만 줄거리 자체도 아주 간단하다.

주인공 산티아고 노인은 84일이나 고기를 못 잡다가 마침내 바다 멀리 나가서 굉장히 큰 청새치 한마리를 낚는다. 그는 이틀 낮과 밤을 꼬박 물고기와 싸운 끝에 길이가 5.5미터 가까이 되고 무게가 700킬로그램 가량 되는 엄청나게 큰 물고기를 잡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배 옆에 물고기를 매달고 돌아오던 중 상어들의 연이은 공격을 받아 물고기는 뼈와 머리만 앙상하게 남았을 뿐이다. 노인은 결국 상어들에게 물고기의 살점을 내어주고 빈손과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깊은 잠에 빠져든다.​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고 생각보다 커다란 물고기 덕분에 행복한 밤과 낮을 버틴다. 노인의 경험에서 온 노련함과 노장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것은 잠시였을 뿐이다.

커다란 물고기 청새치에 끌려가며 먼 바다에서 고통을 견디는 과정, 이윽고 얻은 성공에도 아랑곳없이 배 옆에 매달고 돌아오는 길에 상어들의 공격으로 맥없이 물고기의 살점을 내어줄 수 밖에 없다.

별다른 사건도 없고, 등장인물 역시 초반과 마지막에 소년이 잠시 나오는 것 외에는 노인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노인이 배 위에서 하는 생각과 독백 혹은 혼자하는 말들로 구성되어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단순한 줄거리와 다소 밋밋한 구성의 <노인과 바다>는 작가 헤밍웨이가 겪은 경험을 토대로 한 소설로서 노인의 작은 독백 속에 깃든 인간미와 인생관으로 잔잔한 감동이 스민다.

복잡한 감정이나 심리 묘사도 없이 사실적인 문장으로만 전달하는 형식이 오히려 이야기를 명쾌하게 이끌어간다. 나머지는 고스란히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바다로 나갔지만 84일동안 물고기를 허탕친
주인공 산티아고는 불운에 이른 상황에도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이고 도전하는 자세로 다음날 새벽이면 어김없이 고기를 잡으러 나간다. 또한 자신의 경험과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으며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꼬박 이틀 밤낮에 걸쳐 고통스러운 사투를 벌이지만 인내와 용기와 그동안의 경험들로 물고기를 잡는데 그치지 않고 몰아치는 상어들의 공격에도 끝까지 싸운다.

커다란 물고기가 점점 상어들의 밥이 되어 사라질 때 얼마나 허망했을까? 노인 산티아고는 집으로 가는 배의 무게가 가벼워졌다고 지친 자신을 위로한다.
이런 삶의 태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 진정한 삶의 승자에게서 풍기는 여유로움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
사람들의 눈에는 큰 물고기의 실체가 보이지 않아 불운이나 실패로 보일지 모르지만 노인은 그조차 담담히 받아들이고 평안하다.

낚시하며 죽여야하는 청새치와 상어들에 대해서도 노인은 자연의 생존법칙 안에서 서로 죽이고 공격하도록 창조되었지만 나름대로 존재 이유와 가치를 두고 모든 것을 친구와 형제로 바라보는 장면들도 꽤 인상적이다.

홀로 외로운 삶 속에서 소박한 것에서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한 인간의 모습도 나타난다. 혼자임을 느끼고 힘이 부족할 때마다 소년을 그리워하며 곁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아쉬워하는 마음도 담겨있다.

힘들게 잡은 물고기가 상어들의 밥이 되어 사라지는 상황조차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텅빈 배로 돌아와 잠이 드는 노인의 모습은 인생의 달관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전 삶의 고수가 되고 싶다는 글을 썼는데 아런 삶의 태도가 바로 인생의 고수가 되는 것이 아닐까.
패배를 인정하고 결코 용기를 잃지 않으며 힘든 일에도 용기와 의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나이를 핑계로 게을러지고 나약해지는 것들을 말끔하게 지워준다.

자연과 인생을 따스하게 바라보고 과정을 즐기는 노인의 모습이 참으로 인간적인, 그래서 담담하면서도 잔잔한 울림과 감동을 선사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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