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
유정희 외 지음 / 아이네아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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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 통해 일본 제국주의를 말한다는 발상 자체가 창의적이고 독특하다. 사실 만화를

좋아하는 나도 젊은 시절 탐독했던 만화이기에 그때의 추억을 되살리며 열심히 행간을 쫒아 보았지만

작가들의 풍부한 식견과 탁월한 작가적 상상력은 분명 넘볼 없는 장벽이었다.


주요 인물들을 Diagram 통해 정치 사상과 연관시키는 부분에서는 절로 탄성이 나왔다. 예전에

만화를 보면서 이건 과한데 싶었던 부분을 꼬집어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작가들과 같은 생각을

했다는 대견함을 상상치도 못했던 흐름과 전개 앞에서는 이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적극적 동의를

표하며 읽어 나갔다.  


일본을 상징하는 혹성 베지터를 파괴하는 프리더의 파워볼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을

상징하고  드래곤볼 최고의 악당이며 가장 잔인한 존재인데 모든 상대에게 존재만을 쓰는 예의있는

모습을 보이다 갑자기 냉혹하게 사람을 죽이는 잔인성을 보이며 항상 캐리어라는 이동 수단을

이용하는 프리더는 하반신 마비로 여생을 휠체어에 의존해야 했던 2차대전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를 모델로 하고 있음을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이들의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구나 하는

생각에 솔직히 소름이 돋았다.


그뿐인가. 신비한 무예와 비술을 사용하는 천지반은 인도를 연상시키고, 누가봐도 중국인 같은 크리닝과

복장에서 이슬람을 연상시키는 피콜로, 거기에 다소 경박하고 가볍게 그려지는 성격이나 외양이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을 떠올리게 하는 야무치, 그리고 패전의 아픔을 씻고 자존감을 회복하여

아시아의 리더가 되어 서구에 당한 수치감을 벗겨 주길 원하는 마음으로 등장시키는 강력한 손오공까지

처음 만화를 볼때 '얘들은 이렇게 그렸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졌었는데 모든것이 범아시아주의

혹은 대동아 공영권을 상징하는 의미로 쓰여졌다는 저자의 설명에 섬칫해지기도 했다. 


특히나 일본을 손오공으로 표현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타당성이 있다. 태평양 전쟁이전 서구는 일본을

'원시의 '으로 규정했고 일본인을 원숭이로 묘사했다. 그러나 전쟁 초기 일본군의 무서운 기세와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일본인들을 보며 비록 원숭이와 같은 열등한 모습을 보이는 일본인이지만 동시에

초인적으로 능력을 가진 경계해야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는데 손오공을 보면 설명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처음엔 이질적 존재이지만 차츰 다른 인종들의 지지와 인정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리더가 되어

이들을 이끌어 가는 모습을 통해 아시아의 패주로서 강력한 힘을 가진 일본의 역할을 보여준다.


책은 솔직히 어렵다. 만화 드래곤 볼을 두번 이상 사람이라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얄팍한 지식에

이것저것 살을 붙여 뻥튀기하는 인문학 책이 아니라 동아시아 역사와 일본 근현대사에 정통한 사람이

솔직한 역사책이다. 역사는 항상 승자의 편에서 기술되기에 조금은 가감없이 받아들였던 동아시아

근현대사의 막연한 흐름을 어느정도 잡아주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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