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개정판)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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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이 소설은 실패에 대한 이야기다.

화자인 여교수는 왕오천축국전에 대해 주석을 달았지만 이걸 쓴 사람 마음이 무언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주인공인 남자는 여자친구를 잃었다.
여자친구가 자살했다. 유서는 세상 부조리에 대한 내용이다.
그에게 죽음에 대한 어떤 단서도 남겨놓지 않았다.
그는 그 허탈함에 여자친구가 마지막으로 빌렸던 책, 왕오천축국전을 탐독한다.
여자친구 입장이 되어 소설도 써 본다. 별 노력을 다 했지만 말없이 떠난 여자친구를 이해할 수 없다.
그는 미친 듯이 책을 읽고 또 험한 산을 오르겠다고 덤빈다.
화자와 주인공은 여자친구를 이해하기 위한 소설을 통해 만났다.
그가 쓴 소설은 상품성이 있었다. 진실이 느껴졌다. 그는 이 소설을 세상에 보일 생각이 없다 했다.
그는 등단이 아닌 등반을 선택한다. 1988년 올림픽을 기념하는 원정대 중 한 명이 되어 낭가 파르트에 등정한다.

그는 과연 실패한 것일까?

이 소설을 읽으며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
그건 아마도 살아가는 게 아닐 거다.
삶을 버텨나가는 일이다.
작가는 버티는 삶을 ˝실패는 거기 없었다.˝라고 표현한다.
여자친구를 잃은 그는 삶을 버티기 위해 책을 읽고 불가능한 도전을 한다.

결국 그는 성공을 강요하는 대장에 의해, 거대한 자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대원을 죽음으로 이끌고 등반에도 실패한 대장에게 더 이상 도전은 없다.
실패했다.
정상 공격조원인 그는 과연 실패한 것일까?
어쩌면 끝까지 여자친구가 갖고 있는 흔적인 왕오천축국전을 읊조리며
죽음이 왔을 때 비로소 여자친구를 이해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 세상을 버티는 80년대 청년, 더 나아가 지금 청춘에게 바치는 헌사다.
강산은 변했지만 사람은 그대로다.
외부에서 보이는 압력과 강요.
그 안에서 나름 버티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
낙오된 사랑에 대해 끝까지 이해하려는 시도.
결국 같이 절망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그럼에도 우린 계속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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