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심리학 - 심리학의 잣대로 분석한 도시인의 욕망과 갈등
하지현 지음 / 해냄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1년 글


하지현 의사님의 책을 두 권인가?읽었던 것 같다.
김혜남 선생님의 책보다는 그닥 큰 공감을 하면서 보진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 책은 정말 적극 추천하고 싶다.
특히 내가 책을 펴 들었던 그 심정을 그대로 의사가 진찰하고 처방하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으니까 말이다.

22가지의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어려움에 대해
심리학적, 정신학적 소견으로 따라가면서 진찰하고 공감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어쩌면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정신과의사 본분의 90%는 달성되는거 아닌가 한다.
돈 한 푼 안 들이고(물론 책값은 들지만) 입 아프게 한정된 시간 안에 떠들지 않고도 책만으로도 공감과
또 스스로에 대한 각성 반성을하고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참 큰 소득이다.

특히 몇 가지 선생님이 해 주신 말씀 중에 놓치기 싫은 부분이 있어서 좀 많이 발췌를 해볼까 한다.

요즘 내가 공동체에 소속된 게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집에만 있으라고 하는 분위기로..
유일하게 안식을 얻는 곳은 이 컴퓨터 공간 안 뿐이었다.
친구들 소식을 듣는 것도 물론 컴퓨터 공간..
콤퓨터까지 하지 말라고하는건
˝너 그냥 정글에서 살아뻐려.˝
˝그냥 창 없는 감옥에서 살아라.˝와 같은 말이다.
그나마 댓글과 호응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를 풀고 있는 요즘-
푼수끼와 비매너로 오랜 친구의 뭔가를 댓글로 건드렸나보다.

여기 선생님이 얘기했던대로 그 친구는 무대응으로 불쾌함을 표시하고
안타깝게도 나는 더 이상의 어떤 사과도 하지 못한채 그냥 인간관계의 끝을 맺어야 했다.
또 반대로 내가 예민했을 때 육아와 ‘돌잔치‘얘기만 해댔던 분을 과감하게 차단했던 과거도 있다.

누구나 자기 영역을 방어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듯이 상대방도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은 오프라인에 비해 사이버 공간에서 훨씬 은밀하게 진행된다. 은밀하고 소극적 방법을 취하지만, 그 아픔은 오프라인에 비해 작지 않다. 사이버 공간만은 안전하고 우호적일 것이라 여겼던 기대가 산산이 부서지기 때문이다.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것까지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 언제든지 원하는 시간에 관계를 맺고 끊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그곳도 위험하기는 매한가지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에 드는 상실감은 더 클 수 있다. 누가 나를 따돌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인정하는 순간의 아픔은 눈앞에서 거절당하는 것 이상의 아픔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왜 회사는 회식을 할까?왜 굳이 폭탄주로 끝을 볼 까?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폭탄주와 룸살롱 문화는 ‘친해야 하는 사명감과 친하고 싶지 않은 개인적 욕구‘사이의 딜레마를 고비용으로 해소해 주는 솔로몬의 지혜와 같은 것이다. 오늘도 도시의 밤거리에 룸살롱은 번창하고 있다.

사실 나도 크리스쳔이지만 길이나 캠퍼스에서 만나는 열혈 전도자를 보면 화가 뻗친다.
표정이 ‘갸륵‘하셔서 꼭 내가 ‘불쌍‘해 보이는 표정이다.
나와 너는 다르다는 듯한 표정과 제스쳐와 ‘교회식 말투‘.
같은 주님을 믿고 십일조에 교회에 다녀도 같은 크리스천으로서 창피하다.
그런 왜곡된 기독 광신에 대해 선생님은 명쾌하게 이야기한다.

대양감은 종교적 요구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종교적 요구란 아기의 절망감과 보호해 주는 대상을 원하는 마음에서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대양감은 일차적인 것이 아니라 이차적인 것이다. 자아가 외부 세계로부터 느끼는 위협적인 상황을 부정하고 뭔가 위안이 될 만한 것을 찾으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교회 안에 있을 때 정서적으로 내가 커지고 하나님과 하나가 된 것같은 대양감을 경험할 수 잇다. 이런 경험은 믿음을 확대 강화한다. 이것이 정서적으로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면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주 어릴 때의 초기정서적 경험으로 퇴행하여 어머니와 정서적 유대를 재현하고픈 원초적 욕망의 발로일 수 잇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도시인의 이중적 자아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다들 특별하고 싶어 개성넘치는 커피를 선호(스타벅스에서 개인취향에 따른 오더)하지만 또 그 반대로 생각없이 채택하는 것에 대한 안도감.
뭔가 많이 배우고 지식을 쌓거나 무언가 비싼 것을 사서 외로움을 채워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과 조직의 안위 아래 팽창되는 자존감(조폭)에 대한 이중성.
또 스트레스를 통해 스트레스를 없애려는 아이러니(고시공부)
아이를 통해 자기애를 투영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가족애(자신을 희생하는 기러기 아빠)
돈을 빌려주고 나서 안 갚는 자를 통한 분노(대신 갚아주는 제도)
또 타인을 믿지 못해 자신의 정보를 안 주려고 하면서 또 한 면에서는 처음만난 대리운전기사에게 차와 개인정보를 넘기고 개인의 편의로 집키를 넘기며 맡기는 가정도우미서비스 이용의 이중성.
등등-

현대를 살면서 느끼는 알 수 없는 모호함과 그 안에 쌓이는 알 수 없는 분노들에 대한 심리적 원인을 딱딱 알려주면서 내 마음도 뭔가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현대 도시인들은 겉으로는 ‘차도녀‘‘차도남‘일지 모르나..
그 안에는 끊임없이 따뜻한 정을 갈구하는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것.
‘나만 외로운 건 아니야.‘라는 사실이 뭔가 깊은 안도감을 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