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가운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
루이제 린저 지음, 전혜린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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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재독하다.


이 책은 '니나 부슈만'이라는 여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자전적 소설이다.
실제 저자 남편이 러시아 전쟁에서 전사했다.
작가가 실제로 종전 직전에 반나치 행동으로 인해 사형선고까지 받아 소설을 써 유명한 저자가 된 서사가 책 안 니나 부슈만 삶과 닮았다.

           

책 중 니나 부슈만은 우리나라 인물로 치면 공지영 삶과 많이 닮았다.
둘 다 옳은 일에 직접 행동한다.
니나와 공지영 모두 글로 자신이 가진 생각을 알리고 또 대중 사랑도 받는 작가다.
낳은 자식들 이성 동복 남매로 지혜롭게 양육과 일 균형을 잡으며 사회생활을 한다.
항상 많은 남성이 주위에 있다.

먼저 이야기하지만 나는 공지영 작가 글을 재미있게 읽고 있지만 삶에 대해 동경하지 않는다.
이 생각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10대 때 내 마음도 그랬던 것으로 봐서 내 선천적인 생각이 이랬던 것 같다.
공지영 작가를 작가로 존경하고 그 글을 좋아하지만 이 분이 가진 모든 생각을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10대 때 나는 니나 부슈만 삶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니나 부슈만은 자유를 갈구한다. 남자를 이용하고 버리는 데 능수능란한 재능이 있다.
가족인 언니나 부모까지 안면몰수하고 버리고선 자기 스스로 멋들어진 핑계를 대며 정신승리한다.
뿐만 아니라 믿음직스러운 하녀에게 아이를 맡겨 놓는다고 하더라도 낳아놓고 돈만 내며 육아는 하지 않는 무책임한 부모로 비쳤다.
어렸던 나는 아무리 사회가 옳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니나 부슈만 행동이 너무나 이기적이어 보였다.
난 저자가 쓴 의도와 전혀 반대 방향으로 결심했다.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저게 무슨 자유야. 끝까지 안정된 삶을 부러워하면서 그렇게 사는 건 미친 짓이야.
내가 왜 이런 삶을 택했는지, 이 책을 다시 읽고 깨달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선택한 것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편하고 욕먹지 않는 삶.

정말이지 나는 나의 재능을 종종 저주했어. 나는 결혼해서 애를 낳고 가구의 먼지를 닦고 마당에 빨래를 널고...... 하는 여자들하고 나를 백 번이나 바꾸고 싶었어.
왜 웃어 언니?(중략)

나는 완전히 명확하게 정돈된, 일정하고 뚜렷한 경계가 있고 큰 위험이 없는 단순한 생활이 갖고 싶은 거야.
언니는 이제는 나를 조소하는군?(123)
다 가질 수는 없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적어도 믿고 있어.
그렇지만 우리는 이 수많은 자기 중에서 다만 하나만, 미리 정해진 특정의 하나만을 택할 수 있을 뿐이야.(80)


     
전혜린

내가 고른 책은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전혜린'이 번역한 책이다.
대충 책을 읽는 편인 내 눈에도 쉽게 볼 수 있는 오타와 비문.
전혜린이 마지막 남기는 말 또한 뒷부분은 제정신으로 남긴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을 고르길 잘 했다. 번역임에도 니나 부슈만 목소리가 직접 들리기 때문이다.
전혜린이 선택한 삶과 니나 부슈만이 선택한 삶이 많이 닮았기에.



이 책은 정말 세련됐다.

어렸을 때부터 보수적인 생각을 가졌던 내 사상에 대해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라고 꾸짖지 않는다.
니나 부슈만 생이 엄청 멋있고 옳고 옳으며 모든 신여성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이 책 중심은 '니나 부슈만'이라는 독특한 여성이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지극히 평범한 시각을 가진 사람이다.

언니가 오랜만에 동생인 니나 부슈만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니나가 스물 여섯 살 때 아이를 뱄고 그 아이의 아버지와 결혼을 했고 이유는 모르겠으나 1,2년 후에 이혼했다는 것과 히틀러 정권 때에 체포당했었다는 것과 한마디로 말해서 불안정한 생활을 보냈으나 그것이 좋은 책을 쓰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는 것.......

언니와 니나는 독일에서 대표적인 지식인이자 의료인인 '슈타인박사'가 니나를 짝사랑하며 쓴 일기장을 같이 읽는다. 이를 통해 언니는 자신이 모르는 니나 삶을 알고 나중에 완전히 동생을 이해한다.
그렇기에 니나 삶이 옳은 반면, 지극히 평범한 니나 언니나 슈타인 박사 삶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니나 삶이나 다른 보통지식인 삶 또한 존중하는 저자가 가진 객관적 시야가 이 책을 고전 반열로 올려놓은 이유다.

행동하는 지성 vs 고뇌하는 기득권

 행동하는 지성, 그중에서도 약한 여성으로서 정치 운동을 하는 니나 부슈만. 자신이 가진 생각을 행동뿐 아니라 문학을 통해서도 관철한다. 생각만 하는 기득권도 있다. 그 사람은 바로 계속 일기 형식으로 계속 등장하는 슈타인 박사다.

 루이제 린저는 안정적인 초등학교 교사였다. 만약 그 시대가 지금처럼 잘 사는 독일이었다면 루이제 린저는 평생 그렇게 초등학교 성생님으로 살다 삶을 마쳤을 것이다. 인생에서 출판할 책은 "효율적인 초등교육법", 뭐 이런 종류가 아니었을까? 공무원이기에 독일은 초등학교 교사인 루이제 린저에게 나치 복당을 강요한다. 나치에 반대하는 루이제 린저는 직업을 그만두고 나치 당에 가입하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결혼 후 소설을 써 인기를 얻는다.

 루이제 린저는 책 속에 있는 슈타인 박사는 나치를 반대하지만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는 지식인을 대표한다. 슈타인은 독일 최고 대학 의사이자 교수다. 나치당 가입 압력을 받다가 자신이 품고 있는 유대인을 지켜줄 명목으로 나치당에 가입한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옳지 않은 행동에 수동적으로 따른다. 강하게 소신을 지키는 니나 부슈만을 사랑하는 마음은 어쩌면 자신이 옳다는 것에 행동하는 그녀에 대한 존경심이다. 니가 부슈만과 결혼하고자 하는 마음은 헛된 생각이다. 니나 부슈만을 소유하는 순간 니나는 기득권이 되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옳지 않은 대다수 생각에 수동적으로 따르길 바라기 때문이다.

Dr S: 너는 강한 힘을 가졌어, 그러나 너무 많은 모험을 하는 여자는 누구나 손해 보는 법이야.
(중략)
N.B: 나보고 사는 것을 그만두란 말이세요?(중략)

당신은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당신은 생을 피해 갔어요. 당신은 한 번도 위험을 무릅쓴 일이 없어요. 그래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잃기만 했어요.(361)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다.

생각해 보면 어린 나는 그랬다.
나는 슈타인 박사처럼 기득권이 되고도 니나 부슈만처럼 자유로운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배부른 돼지가 되기 위해서) 내 의견 따위를 집어넣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 했다.
한마디로 과거 나는 너무나 천진난만했다.(철딱서니 없었다고 자학하고 싶지는 않다.)
슈타인 박사 핑계처럼 나도 나만 바라보고 있는 가족이 생겼기에 계속 갖고 있는 권리를 놓을 용기를 갖기 정말 어렵다. 그렇기에 니나 부슈만이 간 길은 정말 좁고 어려운 길이다.
일반 남자가 선택해도 어려운 길인데 한 여자가 그런 일을 선택했다.
그렇기에 기득권인 슈타인 박사에게 와 정치적으로 어려울 수 있는 부탁이나 개인적인 중절이나 살해를 의뢰하는 부탁을 했던 것도 어느 정도 일해할 수 있었다. 이런 부탁을 들어주는 슈타인 행동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죄책감을 어느 정도 가볍게 만들었을게다.

           

그래도 슈타인 박사는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옳지 않은 일임을 알면서도 쥐고 있는 자신이 가진 위치와 명예.
우리나라에서는 "이기는 편 우리 편"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기득권이 참 많다.
자신이 가진 옳고 그름이 없고 오로지 "내 배불리는 기득권 유지"만 중요한 사람들.
니나는 그런 사람에게 이렇게 쏘아붙일 것이다.
80년 니나가 우리나라 기득권에게 말한다.

생에 대한 당신의 공포가
어쩌면 생을 사랑하는 나의 태도보다도 경박할지 몰라요.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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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1-16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독의 매력은 인생의 사이클에 따라 느끼는 점이 새롭기 때문에 책 한권을 세월의 폭만큼 풍부한 시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글구 삼독, 사독의 욕망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 ㅎㅎ
꿀꿀이님의 생각과 관점의 변화에 대해
무척 공감하고 갑니다.^^;

책한엄마 2017-01-17 07:20   좋아요 1 | URL
네-생각 변화점에 오타가 있어서 정말 창피하네요.
컴퓨터로 가서 고쳐야겠어요.
고전은 이래서 다르다는-생각을 했어요.
과거지만 현재를 볼 수 있는 시야를 선물하네요.
북프리쿠키님 감사합니다.^^

stella.K 2017-01-16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은지가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다시 읽고 싶은 책이 참 많은데 재독은 손에 꼽을 정돕니다.
<대지>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다시 읽고 싶은데...ㅠㅠ

책한엄마 2017-01-17 07:22   좋아요 0 | URL
사실 전 블로거 북클럽이라고 한달에 한 번 같은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모임에 속해 있어요.
이번달 책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덕분에 재독하는 참맛을 깨달았어요.
대지도 읽으면서 충격 많이 받았어요.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는 안 읽어봤는데 읽고 싶네요.^^
스텔라님 정성어린 댓글 감사합니다.

2017-01-16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한엄마 2017-01-17 07:22   좋아요 0 | URL
네-82년생이에요.ㅎ

시이소오 2017-01-16 2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십대 시절 읽은 책인데 재독을 부추기는 리뷰십니다. ^^

책한엄마 2017-01-17 07:23   좋아요 0 | URL
와우-극찬이세요.^^
시이소오님 감사합니다.

꿈꾸는섬 2017-01-17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 읽던 책들 기억이 잘 안나요.
저도 다시 읽고 싶어요. 이렇게 읽어야 할 책들이 또 늘어나네요.ㅎㅎ

책한엄마 2018-05-22 11:21   좋아요 0 | URL
뒤늦게 이 댓글을 봤습니다.^^*
꿈꾸는 섬님~잘 지내시죠?
가끔 이렇게 답글을 놓치네요.

꿈꾸는섬 2018-05-27 08:40   좋아요 0 | URL
꿀꿀이님~~잘 지내시죠?
ㅎㅎ매일 열심히 살다보면 그럴 수 있죠. 뒤늦은 댓글이라도 감사하고 좋아요. 즐거운 일요일 되세요.^^

책한엄마 2018-05-27 14:49   좋아요 0 | URL
네~^^뒤늦게 보게되서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