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무빙 - 소설가 김중혁의 몸 에세이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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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토론을 마치고 막내를 등에 업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토론 후 오는 노곤함과 첫째 아이 하교에 대한 생각, 그리고 내 앞 일을 생각하다가 결국 생각이 멈추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1년 전 살던 집으로 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놀라 나는 뛰어서 지금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하마터면 장녀를 하염없이 교문 앞에서 기다리게 만들 뻔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몸이 익힌 습관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감정이 지치고 생각이 지쳐있지만 몸은 습관적으로 움직인다. 아이를 씼기고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아이 기저귀를 간다. 시간이 되면 아이를 데리고 오고 아이 숙제를 챙기고 밥을 먹인다. 비로소 시간이 남으면 나를 위해 책을 편다.



이 책 <바디 무빙>은 몸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겪는 감정과 수많은 생각을 뒤로하고 원초적인 몸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순간은 바로 몸을 통해 온다. 감정도 결국 몸으로 표현해야 알아챌 수 있다. 생각도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다. 몸은 우리가 가진 기본이다. 그렇지만 우린 몸을 참 하찮게 여긴다. 몸 그대로를 사랑하지 않는다. 항상 고쳐야 한다(다이어트)며 진짜 갖고 있는 몸을 부정하고 외면한다.



이 책을 쓴 김중혁 작가는 당연한 것을 특별하게 보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보통 세상 만물을 볼 때 감정을 쓰거나 생각을 쓰곤 한다. 아무도 몸이 반응하는 행동에 집중하지 않는다. 심지어 우주를 바라볼 때도 우주인이 걸친 장비나 마음가짐을 보지 않는다. 그들이 갖고 있는 몸에 집중한다. 내 감정과 생각을 담는 통인 몸을 나는 얼마나 하찮게 생각했는지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뉘우친다.



이 책 안에서는 몸을 통한 죽음과 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어둡고 심오해야 하는 주제지만 한결 유쾌하다. 갑자기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진중한 유쾌함이라고 해야 할까? 유쾌한 진중함이라고 해야 할까? 깊이가 있으면서도 유쾌한 글을 쓰는 사람은 흔치 않다.



작년 나는 처음으로 김중혁 작가 소설인 나는 농담이다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 바디무빙은 앞선 소설을 만들기 까지 메이킹 스토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그 소설 세계를 설계하기까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이 에세이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소설에서 숨어있던 작가 목소리를 이 책을 통해 직접 듣는 듯 했다. 에세이를 통해 작가 김중혁과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다.



글을 쓰는 일이나 아이를 만들어 다듬는 일이나 같은 창작이란 생각이 든다. 항상 나는 아이를 키우며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어떻게 내 감정을 다뤄야 하는지만 생각했다. 내 몸이 힘든 건 뒷전이었다. 그저 나 하나만 참으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했다. 몸이 움직이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자. 가끔은 내 몸이 하고 싶어 하는 대로 맡겨보자. 몸을 풀고 리듬에 맡겨 흐느적 흐느적 그렇게 힘을 풀고 살아보자.



유쾌하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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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8-04-24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책한엄마 2018-04-24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

cyrus 2018-04-24 2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창작은 애 낳는 고통과 같다고 그러죠.. ^^

책한엄마 2018-04-24 21:08   좋아요 0 | URL
네~반대로 아이 키우는 것도 창작이란 생각을 해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