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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를 읽었다. 책의 두께가 상당하다. 거의 오백페이지.
어둠의 속도는 저자의 아들 마이크의 말에서 따왔다고 한다.
어느 날, 아들이 들어와 문틀에 기대 물었어요. "빛의 속도가 1초에 30만 킬로미터라면, 어둠의 속도는 얼마예요?"
제가 일상적인 답을 했죠.
"어둠에는 속도가 없단다." 그러자 아들이 말하더군요. "더 빠를 수도 있잖아요. 먼저 존재했으니까요." 505
대학생때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 거기서 만난 자폐인 한 분이 늘 날 보면 "경기도 ○○시 ○○읍"이라고 우리 집 주소를 정확히 읊었다. 그 땐 어떻게 알았지 보다 어떻게 정확하게 잊지 않고 기억하지 놀라웠다. 일반인들은 자폐인을 어떻게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 소설에서는 자폐인인 주인공 루와 주변 동료들이 일반인을 '정상인'으로 명명한다. 자신들은 자폐인이기에 정상인의 삶을 모르지만 정상인들도 자신들을 잘 모른다는 단정하에, 그들은 회사에 나와 일을 하고 센터에 나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자신만의 루틴대로(화요일엔 마트에서 장을 보고 수요일엔 펜싱을 하고 금요일엔 세탁을 하고, 주일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등) 잘 생활한다.
특히, 주인공 루는 다른 자폐인들과는 사뭇 다르다. 엄마의 세심한 가르침 덕인지 일반인들의 행동이나 생각, 사고 들을 미리 예측해서 행동과 말을 적절하게 하고 감정이나 공감능력도 좋다.
책을 읽으며 루가 묘사하는, 눈에 보이는 주변 풍경이라든지 냄새나 소리, 자신이 정의내리는 빛이나 사물의 패턴, 행동의 패턴에 대한 묘사가 신선하고 자세해서 흥미로웠다. 특히 자신의 생각과 그에 반한 일반인의 생각을 해석하는 것을 또 서술하는 방식이 줄곧 이어지자 읽는데 좀 피로감이 몰려오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저자는 루가 좋아하는 일반인 '마저리'(자꾸 머저리로 읽게됨🤭😅 머리속에 뭐가 들었니🤯) 에 대한 감정묘사에서는 또 집중하게 되고..... 그런데 한편으론 마저리도 그에게 관심있는 것을 알면서도 '저녁식사' 데이트 신청 한번 못한 그가 너무 답답했다.
📖 자폐증은 전염될까? 마저리가 내게서 옮을 수도 있을까?(...) 전염되지는 않는다고 알고 있지만, 어떤 무리와 가까이 있다 보면 그 무리처럼 생각하기 시작한다고들 한다. 44
📖 정상인들은 그녀의 기분을 알지도 모르지만, 나는 알지 못한다. 그녀를 알면 알수록, 그녀에 대해 모르는 것이 늘어난다. 51
📖 그들은 내가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변화하기를 바란다. 내 머릿속에 이것저것 집어넣고, 내 뇌를 바꾸로 싶어 한다. ❗63
📖 "자네들은 좋지 않아." "그리고 정상도 아니지. 자폐인들이고, 장애인들이야. 특별 채용으로 고용된."
" '정상' 작동은 세탁기나 하는 거죠." 127
📖 어쩌면 내가 나에 대해 들었던 것들이 늘 옳지만은 않다면, 내가 정상인들에 대해 들었던 것들도 늘 옳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151
📖 나는 늘, 아무도 한 적이 없으니 내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쩌면 다른 누구도 생각해 낸 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둠이 먼저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무지의 심해에 처음으로 닿은 빛인지도 모른다. 332
📖 왜냐하면 당신이 바꾸려는 것이 내 뇌이고 나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모두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고, 당신이 나의 안녕을 가장 신경 쓸지-심지어 나에 대해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기나 할지-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394
++ 책의 설명대로 초기 개입, 교육 방법, 컴퓨터를 이용한 감각 통합 훈련 분야의 발전 덕분에 좋은 직장을 갖고 독립해 살며 진짜 세상을 마주할 능력을 가질 수 있었던(83쪽) 루. 회사의 간부 '크렌쇼'의 계획으로 '정상화' 수술에 대해 선택의 기로 놓인 루와 동료들. 자폐인들 편에 서있는 '올드린' 덕에 크렌쇼의 불법행위가 드러나고 윗선의 리더가 그들의 수술에 대해 자유선택을 할 수 있도록, 수술시에도 이후에도 직장내에서 오년간은 일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다.
난 루가 수술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는 이미 정상인들보다 똑똑하고 사려깊으며 사고 또한 명료하고 정확했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또한 진심이었기에.
마지막 부분은 정말 마음 졸이며 봤다.(스포안함☺)
책을 통해 장애인, 특히 자폐인에 대해 편견이 조금은 깨진 것 같다. 정상성에 대해 생각할 거리도 다분했던 책.
✔본 서평은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