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평민열전 - 평민의 눈으로 바라본 또다른 조선
허경진 지음 / 알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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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기록은 대부분 굵직하고 기억에 남을 만한 국사(國事)가 위주가 된다.지식과 정보가 범람하는 현대사회와는 달리 고대,중,근대사는 왕권을 중심으로 편년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그래서 왕을 중심으로 왕족 그리고 신료들의 일상사 및 치부와 관련한 비사는 많지가 않아 구체적으로 알 길이 없다.기록된 행적을 통해 사학자 및 역사 연구가들의 개연성 있는 각색에 의해 지레 짐작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하물며 민초들의 삶을 알기란 더더욱 어려운 것일진대 다행스럽게도 조선 평민들의 단편적인 삶이나마 접할 수가 있게 된 것은 역사의 편린을 좋아하는 내게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동.서양의 전기(傳記)들을 보면 서양은 영웅 한 사람을 중심으로 한 장편 전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반면 동양은 한 시대 역사의 작은 부분을 다루고 있어 간결하기만 하다.주인공의 행적 역시 삶의 극히 일부분만 기록되어 있기에 전체적인 삶과 행적,시대상을 반추하기는 쉽지가 않은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의 주역이 아닌 중인 이하의 인물들의 삶을 다양한 분야,다양한 각도에서 조응할 수 있어 역사적 의미가 크다.길고 긴 역사 속에 파묻혀 있던 조선평민들의 기전체(紀傳體) 역사 종래 편년체와 잘 통합하여 서사적인 글로 완성해 놓는다면 후세들에게 깊이 있고 효율성 있는 역사학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몇 년 전에 조선 후기 조수삼의 <추재기이>를 읽었던 적이 있다.조선시대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 즉 마이너리티의 삶을 다양한 인물들의 행적을 통해 평민들의 일상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그런데 이번 <조선평민열전>은 15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과 인물들의 행적이 잘 그려져 있는 게 눈에 띈다.<호산외기><이향견문록>ㅏ희조질사>를 자료를 출전으로 하여 편집되었다.조선시대 중인들의 직업은 시인,화가,서예,의원,역관,천문학자,출판,의협,처사.선비,바둑,충렬,장인,효자,효녀,절부.열녀,기생.공녀로 다양하기만 하다.현대사회로 돌아오면 아마 이들은 사회적으로는 크게 대접을 받지 못하는 문화인들의 범주에 속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다만 유교사상이 깊게 뿌리를 내리고 여성이 사회적 진출이 폐쇄적이다 보니 부모에 대한 극진한 효성심과 기생.공녀(貢女)와 같이 시대를 잘못 타고 난 불우한 여성들의 삶이 부각되고 있다.

 

 왕과 신료들이 조선시대를 장악해 가면서 중인층들의 삶은 은둔과 체념 속에서 세상을 관조하고 있는 것과 같이 애잔하기만 하다.하얀 광목을 입은 선비들의 은둔적인 삶이지만 자신들의 직업만은 천직으로 인식하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대부분 끼니 걱정을 할 정도로 빈한하게 살아갔던 이들은 책읽기를 좋아하면서 시와 서예,회화 등에 주력했다.사정이 좀 나은 이들은 역관,천문학자도 있었다.부모에 대한 효를 백행지본으로 삼았다.부모가 돌아가시면 3년 간 여막 생활을 하면서 불초의 한을 달래기도 했다.서두에서도 말했듯 조수삼의 경우에는 팔방미인일 정도로 재주와 능력이 다방면에서 출중했다.풍도,시문,공령,의학,바둑,서예,기억력,담론,복택,장수에서 뛰어난 인재였다.이들이 비록 야인생활을 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의 비상한 능력을 인정하여 관료로 등용하려고도 했다.의협심이 강한 의적들은 도둑질을 하되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재물을 주고 삶의 활기를 북돋우는 모습은 가렴주구 정책을 펼치던 사회상과 극명하게 대조가 된다.

 

 도서의 제목은 평민열전이지만 실상은 사회의 주류세력이 아닌 아웃사이더와 같은 이들의 삶이다.조선시대는 양반과 상민,남존여비 등 봉건적인 유교사상이 강했고 사색당파와 같은 당파간의 이념대립이 조선후기에까지 이어지고,외척들과 권문세가들이 정국을 뒤흔들다 보니 조선은 먼 미래를 바로 볼 줄을 모른 채 좌초된 선박과 같이 그대로 침몰했던 것이다.이 글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직업군과 인물들의 편린적인 행적을 통해 국가의 삶의 기초는 평민에서 기인한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살고 싶어
클레어 메수드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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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든 여자든 성인이 되어서 다시 한 번 사춘기가 찾아오나 보다.이상적인 이성을 만나지 못하고 일에 파묻힌 채(워커홀릭) 살다 보니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겼다든지 아니면 독신주의를 고수하는 자일 수도 있다.그런데 인간은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만나게 되면서 생각과 감정에 변화가 일어난다.특히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은 성인이 되어 억눌렸던 감정이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품에 보듬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자신의 허허한 내면을 누군가를 통해 채우려 하고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도 일어날 것이다.그래서 이 글은 인간의 내면에 결핍된 사랑과 애정이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서 예기치 않은 감정이 싹트면서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자신이 입은 감정의 생채기와 상처를 스스로 보듬도 새 삶을 살아가야 하는 운명에 놓여 있다.

 

 남부러울 것 없는 학벌에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는 주인공 노라는 프랑스에서 전학 온 남학생 레자를 눈여겨 보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낀다.레자의 영어가 익숙하지는 않지만 노라는 그런 레자를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대한다.노라가 미혼이고 노처녀이지만 꼬마 제자를 둘도 없는 자식마냥 가까이 대하는데,어느 나라나 텃새라는 것이 있듯 기존학생들이 레자를 괴롭히는 일이 생기면서 레자의 부모가 학교에 쫓아 오면서 노라와 레자의 부모와 대면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레자의 아버지는 레바논 출신이고,어머니는 이탈리아계이며 설치미술을 하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난 노라는 예술가인 어머니와 같이 예술 쪽으로 살아가려 하지만 부모님의 뜻에 따라 교육학을 전공하여 교사직을 맡게 된다.어머니가 루게릭병에 걸려 일찍 돌아가시고 이제 아버지,오빠와 가끔 연락을 주고 받는 노라는 마음 속에 예술에 대한 환상과 잠재력이 꿈틀댄다.그러던 가운데 레자의 어머니 시레나와의 만남과 접촉의 회수가 늘어나면서 시레나는 노라가 예술에 대한 소질과 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설치예술 공간을 함께 쓰도록 한다.노라는 프랑스에서 온 이방인 샤히드 가족에 대한 매력을 느끼면서 세레나와는 동성으로서 동질감을 느끼고 레자의 아버지 스칸다르에게는 이상적인 남성상으로 비쳐진다.노라는 꿈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스칸다르와의 농밀한 성행위까지 하는 등 마음이 붉게 타오르고 만다.

 

 살다보면 내 인생이 하찮아 보이고,내 주변은 언제나 그대로인 것처럼 보일 때가 온다.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며,희망은 날 위한 게 아리라는 생각이 들 때,그러니까,저 루시 조던의 때가 온다. -P86

 

 사람은 만나면 만날수록 가까워지고 정도 두터워지는 법이다.노라와 샤히드 가족이 만남과 접촉의 회수가 늘면서 마치 자매와 같이 보이고 (레자의 아버지 입장에서)처제와 같이 느꼈을 수도 있다.노라는 시레나가 쓰는 스튜디오 한 쪽을 자신의 작업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하는 등 시레나도 노라에게 간담상조하는 사이가 되었다.노라 자신의 재능인 예술성을 더욱 연마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사랑에 눈이 멀면 주위 사람이 알아 차린가 보다.노라가 스탄다르 가족에 대한 예사롭지 않은 관계에 대해 세레나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남편과는 섹스를 하고 싶으며 레자는 훔치고 싶다는 마음을 읽어 냈던 것이다.그런데 이 일을 어쩌나.노라는 혼자 애가 타고 속앓이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시레나는 설치예술 전시(원더랜드)를 위해 영국을 떠나게 되버리면서 노라의 마음은 비정함과 배신감으로 남게 된다.원더랜드 전시에서 발견한 충격적인 장면 바로 시레나가 노라의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행위들을 몰카식으로 찍어 전시했던 것이다.

 

 샤히드 가족은 노라가 생각한 대로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노라의 검은 옷의 수도승이었는지 모른다.노라 안에 진짜 수도원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그들 각자는 열정으로 들끓는 내면의 대화 속에서 노라가 가장 애틋하게 보듬으면서도 가장 치열하게 숨겨놓은 마음의 욕망 가운데 어떤 일면을 허락했다.-P473

 

 노라가 하찮은 인간이 아니고,가식 없는 그대로의 자아를 보이며,가면을 쓰지 않았기에 이 세상에 무언가 발자취를 남길 수 있다는 위대하고 고혹한 약속.그 약속이 사실이라면 노라는 예술가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이제 샤히드 가족에게 노라는 어떠한 존재이고 어떠한 의미였는지가 해명되었다.분노와 배신의 땅을 가로질러 노라는 스스로 새 삶을 살아가겠노라고 다짐한다.



 
 
 
다음 인간 - 분석심리학자가 말하는 미래 인간의 모든 것
이나미 지음 / 시공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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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역귀성한 남동생,서울에서 찾아 온 여동생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 "우리 세대가 조상께 제사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 같다"라는 말을 나누었다.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대한 교육비와 노후,건강 등을 고려할 때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일을 해야 한다고 자조 섞인 얘기도 했다.화장 문화가 정착되어 가면서 죽은 조상의 은덕은 생각하되 자신들 앞가림 잘하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자신만의 삶을 누리기를 바라고,개인주의 및 조상숭배에 대한 관념이 희박한 지금 세대들이 제사를 지내려 할지는 매우 회의적이다.다음 세대는 잘하면 명절 날 식구들끼리 모여 혈육애를 나누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도 했다.열심히 일해 돈을 벌고 떠나고 싶은 곳을 향해 자유를 맘껏 누리는 것으로 족하다고도 했다.

 

 지금 시대는 탈산업화,정신 노동이 대세인 서비스 문화가 주류를 이룬다.또한 여성이 사회생활의 중심에 있어 여성의 발언권과 경제력이 막강하기도 하다.1세대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이러한 시대의 사조 및 흐름에 비추어 볼 때 패미니즘이 강해지고 마초적인 남성상은 여성의 대세에 중성화되어 가고 있는 것과 같은 분위기이다.그래서인지 산업도 중화학 공업보다는 교육,레저,육아,서비스 업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여성이 일선에서 가장 많이 포진하고 있는 업종은 당연 교육과 보험업계가 아닐까 한다.특히 인성과 교육 두 마리를 다 잡아야 하는 일선학교는 여성일색이고 남성 교사는 '가물에 콩나듯'드물기만 하다.남성 교사를 이럴 때 군계일학이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내 생각에는 질서와 절도를 중시하는 면에서는 남성 교사의 영향이 크고,배려와 존중,관계 면에서는 여성 교사의 영향이 크기에 교사수도 균형이 잡혔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와는 다른 면이지만 현대사회가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자신의 관심사 이외에는 아예 거들떠 보지를 않는다.인간관계도 대면을 통한 만남보다는 스마트폰,컴퓨터,오락기 등과 같이 비인격적 대상과 놀이 위주로 소통과 교류를 해 나간다.청년 백수,비정규직층이 두터워지다 보니 생계위협이 늘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회 자화상이다.그래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현상이 생긴 것이다.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하는 가운데 정보 공유,인간관계의 진전이 있을텐데 개인의 기질 및 자격지심,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집안에 틀어 박혀 유리형 기기와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게다가 재택근무의 폭이 넓어지다 보니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집안에서 모든 일이 가능한 것도 방콕족이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탈산업화가 개인주의로 전락하다 보니 타인과의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 채 사회로부터 소외,배제됨은 물론 무기력증,무의미,규범의 상실을 넘어 정신 분열,정신질환에 이르는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개인의 사생활을 중시하는 것은 본능일 수도 있지만 인터넷,스마트폰과 같은 공간은 대량 쓰레기더미와 같은 정보일 뿐 자신의 질적인 삶을 향상시켜 주지는 않는다.공적인 자리를 자주 찾아가면서 자신의 입지를 한껏 드높이려 노력하는 것이 자신을 더욱 성장시키고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통해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인간은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이기에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나눔의 정신을 계발해 나감으로써 자신의 세계를 더욱 풍요롭고 인간답게 살아가는 최소한의 삶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신경전문과 전문의이면서 융연구원 교수에 재직 중인 이나미 저자는 가까운 미래에 사회의 모습 및 사회 구성원의 예견되는 양태를 개연성 있는 시각과 통찰력으로 서술해 나가고 있다.물질주의가 현대인의 생각과 사고마저 지배하고 있는 이 시대에 부자와 빈자는 하늘과 땅 차이 만큼 생각과 행동의 폭의 간극도 상상을 초월한다.요즘 세인들에게 회자되고 관심사가 되고 있는 보편적 복지문제가 한국사회에 정착이 되더라도 부자가 갖고 있는 금력은 우주여행을 넘볼지도 모르며,빈자는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버거울지도 모를 일이다.경제적 불평등이 세습화된다면 사회의 앞날을 더욱 암울할 것이다.생각은 높은데 현실은 따라 주지 못해 늘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찬 사람들은 차라리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의 앞길을 찾아 가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이나미 저자는 현 사회의 흐름을 반영하고 미래를 예견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피력했다.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세계가 글로벌화 되고 국경의 선이 무너지면서 외국인이 대거 한국으로 몰려 든다는 것이다.얼굴이 하얗든 검든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면 외국계 한국인으로 살아갈 것이다.한국이 싫어 한국을 떠나는 한국인들은 외국을 전전하는 보헤미안족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순혈인 한민족보다는 외국인이 득실거리는 다민족.다문화,다종교 공동체가 사상 유례없는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사이버 공간의 정착화는 물론 로봇 문화가 인간의 일을 대신할 것이다.사람과의 만남을 사이버 공간에서 충족시키니 진정한 인간관계는 없고 껍데기만 남을 것이다.죽음도 쓸쓸하게 맞이할 것이다.자업자득이 아닐 수가 없다.그런데 인간은 과거,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면서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만큼,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이루려면 사람을 만나고 체취를 느끼며 타인과 자신의 정체성을 진정으로 공유하는 것이 삶의 의미이고 가치가 아닐까 한다.



 
 
 
인체특허 표류기
이가라시 쿄우헤이 지음, 김해용 옮김 / 여운(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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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욕망의 끝은 어디까지일까.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인체내의 유전자까지 조작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인간의 유전자는 자연에 존재하는 것으로 '인체특허'권한을 남용하는 사태로까지 번지면서 윤리적,도덕적 논란선상에 있는 것이다.인간의 유전자는 말그대로 조물주가 만든 신비스러운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인 세포를 만들어 시험관 아이를 탄생시키고 인간 생명의 존엄성마저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자연의 산물은 특허의 대상이 아니라는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조작을 일삼고 인간 고유의 생명 존엄성을 경시하는 행위를 일반인의 시각에서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 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유전자 조작이 비단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인체특허와 관련하여 미국,일본,서유럽 등지에서는 찬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생명과학이 발전하면서 인체특허는 나라별로 그 기준과 시행범위는 차이가 있지만,이제 인체특허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굳혀져 가고 있는 것 같다.그런데 의료 강대국인 미국과 일본은 인체특허와 관련하여 입장 차이가 크다.미국은 유전자 치료 특허 사례를 본보기로 하여 치료법을 특허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강경 의견이 있었지만,'공익'을 우선시하여 의료행위에 관한 기술인 수술.치료.진단과 같이 의사의 직접적 치료행위는 특허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의료기기의 활용방법과 의약품의 제조,판매를 위하여 신효능,효과를 발현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는 검토 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즉 미국의 경우에는 몸속에 있는 유전자부터 의료행위에 이르기까지 인체특허뿐만 아니라 진단과 치료라는 의료행위조차 특허가 인정되고 있는 실정이다.나아가 유럽에서는 유전자 진단이나 MRI,X선,혈압 등의 측정방법에 관해서 특허로 인정되고 잇는 실정이다.반면 일본은 의료행위 혹은 의료 관련 행위를 특허의 차원에서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강력 반기를 들고 있다.

 

 미국,서구라파에 비해 뒤늦게 <지적재산권 기본법>을 제정한 일본은 재생의료 및 유전자 치료 기술의 특허 대상을 명확히 할 것을 지적하는 내용을 담고,특허심사기준의 개정과 수술,치료 또는 진단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심사기준이 개정되었다.

 

 혈액제제,백신,유전자 재조합 제재 등 인체로부터 채취한 것을 원료로 하여 제조한 의약품이나 인공 뼈,인공피부 등의 의료기기의 제조방법은 재료의 원제공자를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특허의 대상이 되고,유전자 치료법은 특허 대상이 되지 않지만,유전자 치료를 위해 인간 세포를 이용한 의약품의 제조방법은 특허의 대상이 된다고 했다. -P195

 

 특허의 요건이 유용성,신규성,진보성에 있는데 일본 특허청은 유용성에서 사람을 수술,치료,진단하는 행위는 특허로 인정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미국,서구라파와 명확한 입장을 보이면서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현재 미,일,서유럽 등 생명공학의 선진국들은 인체내의 유전자,DNA 등을 활용한 특허,지적재산권 등을 놓고 특허재산권 논란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미국은 레이건 행정부 시절 "인간을 제외하고 비자연적으로 발생한 다세포 동물은 특허법 101조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특허 대상으로 통지하고,지적재산권 정책을 전면적으로 부각했다.인간을 제외한 동물은 바이오산업의 보호를 위해 특허를 받을 수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인간 유전자에 대한 첫 특허 신은 1991년 크레이크 벤터 박사에 의해 '인간 유전자'에 관한 특허를 출원한 것이 시초이다.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린 여성들에게 BRCA 유전자의 특허는 희소식이었다.

 

 인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병 보유자 진단,병에 걸린 위험성,약에 대한 반응,체질,선조.혈연관계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점이 커다란 장점이다.단일염기변이(SNP)는 질병에 관련할 뿐만 아니라 검사방법이나 이용법이 특허의 대상이 되고 있다.구체적인 검사법에는 당뇨병,비만 검사,면역성 질병 또는 폐색성 폐질환의 검사,골다공증의 검사,향정신성 치료,체중 관리를 위한 유전자 마커 및 그 사용법,심근경색의 위험도 검사 등이 있다.

 

 유전자 특허와 같은 최첨단 과학기술특허의 심사기준이 나라마다 다르다.인체의 세포 내에 있는 유전자나 DNA 염기서열(鹽基序列)은 자연에 존재하는 것이기에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산업화와 상업화,국가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다.소수의 강대국 및 글로벌 기업의 이익을 위한 유전자 특허 전쟁이 아닐까.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인체특허를 활용해야 마땅하지 않을까.상황은 인류가 유전자 특허의 시험무대에 누워 있다는 아찔한 생각이 들기만 한다.



 
 
 
그 여름, 마리아
다니엘라 크리엔 지음, 이유림 옮김 / 박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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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9년 11월 초 냉전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그 뒤로 구소련이 연방공화국으로 해체 분리되고 동유럽도 구소련의 종속적인 이데롤로기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되었다.이념과 사상은 국가의 정체성과 통치이념이지만 통치권자가 국민들에게 이를 어떻게 펼쳐 가느냐에 따라 국민들의 사고방식과 의식구조,삶의 형태가 정해질 것이다.특히 공산주의를 지향했던 국가들은 집단체제 및 공동생산방식이 그들이 말하는 인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경쟁력을 따라 갈 수 없기에 스스로 두 손을 들고 시장자본주의를 도입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구동독 브란덴부르크 주변과 집단농장을 배경으로 스토리를 펼쳐 가고 있는 <그 여름,마리아>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인 1989년 여름날 브렌델 농장과 헤너 농장에서 열여섯 살 마리아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그려 내고 있다.10대 소녀라면 한창 배워야 할 시기이지만 마리아는 부모의 이혼과 경제력을 이유로 집단농장에 몸을 옮겨 일손을 돕고 학비를 충당하는 가엾은 소녀이다.그런데 그녀를 탐하는 남정네들이 있었고 마리아 그들이 싫지는 않았는지 몸과 마음을 다 주고 만다.마리아와의 관계를 갖었던 남정네들은 바로 요하네스와 헤너이다.둘은 공교롭게도 마흔 살 노총각들이다.

 

 현대적 시설을 갖춘 브렌델 농장에 온 마리아는 침실이 다락방으로 요하네스와 함께 한다.브렌덴 농장은 바깥주인,안주인,할머니,머슴,어린 형제들이 사는데,늦이 밤이 되면 다락방 불을 끄고 마리아와 요하네스는 사랑을 나눈다..또한 같은 학교에 다니기도 하며 요하네스가 마리아보다 2년 선배이다.마리아는 요하네스를 첫 남자라고 생각한다.한편 이혼한 아버지는 러시아 여자와 재혼하고 어머니는 일자리를 잃고 시집에서 머물지만 마음은 늘 불안하기만 하다.카톨릭 성모 마리아를 흠모하여 자신의 딸인 마리아에게 마리아라고 이름 붙인 마리아의 생모를 만나기 위해 찾아 간다.마리아는 진학을 할 것인지,농장에 눌러 앉을 것인지 마음을 정하지를 못한다.

 

 한편 헤너 농장의 헤너가 마리아에게 접근하면서 마리아와 사랑을 나누게 되는데,요하네스보다는 헤너가 더 믿음직스럽고 든든하게 여겨지는 듯 마리아의 마음은 헤너에게 돌아가고 만다.마리아는 틈틈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기도 하고,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즈음의 독일의 전투적인 분위기가 담긴 선언문 등에서는 공산주의 특유의 단결과 경직성이 묻어 나기도 한다.마리아는 요하네스가 첫 남자라고 느꼈지만 갈대와 같은 마리아는 헤너에게 푹 빠지면서 그에게 삶을 함께 해 줄 것을 진심으로 바란다.넉넉한 경제력에 인간미마저 요하네스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헤너에게 마리아는 몸과 마음을 다 주고 만 것이다.그런데 헤너는 만취 상태로 기차길을 걸어 갔을까.자상하지만 협동농장과는 체질에 맞지 않은 헤너는 종마를 키우면서 마리아와 미래를 꿈꾸었을텐데.

 

 열여섯 살 마리아는 마음을 고쳐 먹고 요하네스에게 되돌아 온다.헤너가 기차에 치여 운명을 달리할 무렵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동서독이 하나가 된다.경직되어 자유스럽지 못한 사회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탈바꿈한 동독은 자유화 시대를 맞이하여 생각과 감정도 이른 봄날 따사로운 햇살에 두터운 얼음이 녹아져 가듯 유연해져 갈 것이다.어린 나이에 사랑을 느끼고 경험한 마리아는 지난 여름보다는 더욱 성숙하고 의젓한 숙녀로 거듭나리라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