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 천재 시계사와 다섯 개의 사건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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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소한 일상의 얘기거리를 털어 놓기에 좋은 장소는 동네 미용실,경로당과 같은 곳이 아닐까 한다.지난날 시골에서는 농한기에 마을의 사랑방이 있었고,새마을 회관이 있어 적적한 밤을 달래기 위해 장.노년층이 모여 화투도 치고 새끼도 꼬면서 긴 밤을 달랬다.찐고구마,적반,막걸리도 얘기를 나누면서 으례 차려지는 밥상과 같아 차가운 겨울날이 그렇게 냉골과 같지는 않다.시간이 흘러 돈과 물질을 챙겨야 하는 각박하기 그지없는 현 시대에서 '사랑방'과 같은 아날로그 느낌을 주는 환경적 공간은 거의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한 지난 시절의 사랑방을 상기시키는 소재가 있으니 바로 시계를 수리하는 시계 공방이 아닐까 한다.

 

 도시개발화에 따라 면,읍단위도 거의가 택지개발로 인해 예전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상전벽해의 꼴이다.토박이보다는 외지인이 많고 사회 및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웃간에 나누고 생각하는 정(情)도 희박해져만 가고 있다.농촌이 이 모양 이 꼴인데 도회지는 말할 나위도 없다.불문가지이다.추석 성묘 가는 길에 국민학교,중학교 시절 걷고 뛰놀던 면단위 마을은 아파트가 들어서고 대로변에는 각종 상가로 즐비(櫛比)하기만 하다.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허전하고 공허하기만 하다.기억을 되살리고자 걷고 다녔던 길,사람의 온기는 온데 간데 없다.어쩌다 눈에 띄는 구옥은 앙상하게 잡초가 피어 있는 스레트 가옥이다.면단위도 돈과 물질이 이미 침투하여 지배하게 되었다.과연 사랑방은 어디에 있을까.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라는 제목만으로 어린 시절 조촐하고 비좁은 공간에 망가지고 상처난 시계를 고치는 시계사의 정성스러운 작업 광경이 선연하기만 하다.샬레 위에 아주 작은 시계 부품을 올려 놓고 핀셋으로 집었다 내려 놯다를 반복하면서 고장난 시계를 수리해 주는 시계사의 모습과 단골로 드나드는 손님과의 정겨운 대화의 광경도 이제는 찾기가 어렵게 되었다.누가 아날로그 시계를 손목에 차고 다닐까.핸드폰,스마트폰이 바로 시간을 가르쳐 주는데...그래도 그 시절의 골목길의 광경과 인간적인 훈훈함과 풍성한 사연을 담고 있는 이 글은 도회지와 농촌의 경계지역에 있는 예스러운 풍경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그 주인공이 미용사 아카리와 천재 시계사이면서 스쿠모 신사 상가 회장인 슈지이다.둘은 미혼으로 꽉찬 나이이기에 조그만 가까워지기라도 하면 하나로 결합할텐데 라는 기대를 해 보았지만 로맨틱한 얘기른 상상으로 끝나고 말았다.

 

 일본은 지천으로 신사가 산재해 있다.일본인의 신화와 의식을 지배하는 신사와 아담하고 좁은 골목길 그리고 상가인지 가정집인지 모를 정도로 안온한 거리 풍경들을 엿볼 수가 있다.간판 추억의 시계를 수리합니다의 계(計)자가 튼실하지 못해 떨어지는 바람에 추억의 시(時: 시간으로 번역)로 둔갑하여 5가지의 사연을 들려 주고 있다.고양이가 발견했다는 오르골 속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이야기,사랑인 줄도 모른 체 헤어진 오렌지색 원피스의 비밀,자신의 꿈을 동생에게 양보하고 죽어간 형의 얘기,빛을 잃은 시계사,어린 시절 여의치 않은 양육문제로 인해 이웃 조부가 키워 주었다는 아카리의 사연을 들려 주고 있다.미용사 아카리는 대각선에 놓여져 있는 시계사 슈지를 자주 만나러 다니고,슈지 또한 붙임성 있게 아카리에게 말을 붙이고 편안하게 대하려 하지만 과년이기에 가끔은 몸과 마음이 떨리고 불이 붙기도 하지만,자제력이 있기에 선을 넘지는 않는다.

 

 국민학교 시절 이웃집에 놀러 가면 큰 방 뒷문 벽쪽에 큰 액자 사진첩에 조부모,부모,형제자매의 사진이 빼곡히 진열해 놓은 모습이 선연하다.앨범이 나왔다 해도 비싼 앨범을 산 여력이 없었기에 큰 사진 액자를 구입하여 한 곳에 기념사진을 진열해 놓고 시간 날때마다,시선이 갈 때마다 그윽하게 바라보면서 기억과 추억을 되살렸던 것이다.지금은 앨범도 한물가고 포토샵으로 사진을 마련하는 시대가 되었다.이 글에서도 예스러운 흑백사진첩에 대한 얘기가 잔잔하게 추억을 되살리면서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특이한 것은 일본에서는 남.녀가 인연을 맺고 혼사를 결정하는 옌니치(緣日)이 있나 보다.남편이 될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오렌지색 원피스를 빼입고 신사로 나섰던 가슴 설레이던 날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시계사가 되기 위해 스위스로 연수를 가고 돌아와 보니 형이 죽게 되어 할아버지의 시계가업을 잇게 된 슈지,양할머니의 그림자를 밟고 마음으로 그린 미용사의 꿈을 실현한 아카리는 가까워질 듯 하다 가까워지지 못한 채 이제 아카리는 스쿠모 신사 상가를 떠나게 되고 슈지만 홀로 남아 시계 공방을 지키게 되었다.청년들이 썰물처럼 밀려 가고 노인들만 남은 스쿠모 상가 거리는 마음씨 좋은 천재 시계사 슈지가 있으니 마음 든든하기만 할 것이다.궂은 일,불편한 일이 생기면 내 일로 생각하고 곧장 달려가 기꺼이 무료로 상담하고 고치는 넉넉한 마음씨의 슈지는 스쿠모 신사 상가에서는 꼭 필요한 존재이다.가슴 훈훈한 사연도 있고 가슴 찡하면서도 슬픔이 밀려 오는 사연도 있다.일본인의 정령을 지배하는 신사가 곁에 있고 인생 상담사와 같은 천재 시계사 슈지가 있으니 스쿠모 신사 상가 거리는 그리 쓸쓸하지는 않은 것이다.참으로 희미하게만 남은 추억의 시간,각박한 마음을 넉넉하게 되살린 시간이 되었다.



 
 
 
말로와 드골 - 위대한 우정의 역사
알렉상드르 뒤발 스탈라 지음, 변광배.김웅권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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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드레 말로와 샤를 드골 프랑스 현대사에 있어 정치가 및 문학가라는 이미지가 짙다.나도 그렇게 알고 있다.말로의 작품은 다행히도 《인간의 조건》을 몇 년 전에 읽었던 터라 그의 작품성과 지명도는 아직도 깊게 각인되어 있는데,샤를 드골은 정치가,군인 정도로만 인식되어 있어 이 도서는 두 분의 삶의 역정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길라잡이가 되어 주고도 남았다.앙드레 말로와 샤를 드골은 지금도 프랑스인들의 뇌리에 깊게 새겨지고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국가 지도자급에 있는 사람들이 나라의 살림을 제대로 꾸려 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정치가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은 안성맞춤의 코드를 보여 주는 두 분의 정치 주연과 조연의 역할도 참 신선하기만 하다.

 

 "당신이 나의 친구이기 때문에,나는 내가 당신을 찬양하는 데 필요한 것을 그토록 훌륭하게 당신이 수행하는 데에 감사하는 것입니다." "인간 정신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알기를 원하고 알게 해주는 데 있어서 가장 뛰어난 적임자"이다. -P356 드골이 말로에게 쏟아낸 우정과 찬양 -

 

 1890년생 샤를 드골과 1901년생 앙드레 말로는 자란난 집안 환경이 달랐지만 두 분의 삶의 내면의 공통점은 문학을 꿈꾸는 소년이었을 것이다.군인,정치가로 외길을 걸어간 드골도 청년시절 글을 쓴 적이 있었다.10년 터울의 두 분은 파리가 해방되고 난 뒤 1945년 극적인 만남에 의해 정치적 동지로 변모하면서 드골은 지도자,말로는 참모(參謀)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나간다.드골은 할 말만 하는 스타일이고 말로는 자신의 지식,경험,상상력을 종횡무진하는 변설가이기도 하다.드골은 제 1,2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때 군인으로 참전을 하면서 죽을 고비를 극적으로 넘긴다.말로는 전쟁 참가보다는 공산당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심취되어 한때는 파시스트,스탈린 사상,스페인 내전 등에 참여하게 된다.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프랑스는 전쟁으로 막대한 물적.인적 피해를 보았기에 경제적 회복이 급선무였다.파리 해방 후 십여 년 정도 과도기를 거쳐 샤를 드골은 1959년 프랑스 대통령에 선출되고,앙드레 말로는 공보부,문화부 장관을 맡게 된다.이는 샤를 드골이 앙드레 말로의 과거 이력을 충분히 검토하고 신임했던 것이다.앙드레 말로가 공보부,문화부의 수장으로 재직할 때 '루브르.앵발리드.베르사유 궁전의 그랑 트리아농의 복원,앜마데미들.파리 오페라극장.오페라 코미크 극장의 발전,프랑스 융단 산업과 코메디 프랑세즈의 건춪거 장식의 구제,도시들에서 민중이 찬란한 국가 문화유산에 접하도록 하기 위한 문화원들의 설립'같은 치적을 남겼다.

 

 앙드레 말로는 두 번의 이혼 경력이 있으며,첫 번째 부인과 인도차이나의 식민지 베트남을 방문하고 그 이후 정부의 도움에 의해 전세계를 누비게 된다.1930년대 중국 대장정 시절을 목격하면서 《인간의 조건》을 펴냈던 것이다.앙드레 말로는 도스토옙스키,니체의 사상에 경도된다.문학적 작품 전개,정치적 행보 속에 두 분의 사상과 힘을 이입시키지 않았을까 추측해 보았다.한편 샤를 드골은 전대미문(78% 가량)의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얻고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경제회복,외교문제(알제리 해방 등),문화,예술 등에 이르기까지 총력을 기울였다.청년 시절 모험가에서 반파시스트로 변신했던 앙드레 말로,장교에서 반항아로 변신했던 샤를 드골은 가느다란 강물이 하류로 접어들면서 물살이 거세지면서 거센 물살을 고요하게 침잠시키기 위해 말로와 드골은 극적 만남이 이루어지고 삶의 종반에 이르기까지 변절하지 않고 관계는 더욱 아름답고 고귀해져만 갔던 것으로 보인다.정치판도에 무사적인 기질과 변사(辯士)적인 기질이 잘 융화하여 한 나라를 멋지게 이끌어 간 점은 본받을 만하다.샤를 드골은 앙드레 말로의 지식,모험,상상력,흡인력 등 총체적인 면에서 그에게 믿고 맡긴 것이다.한국 정치계에 이렇게 아름답고 고귀한 광경을 볼 수 있고,국민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 될 만한 인물은 과연 없는 것인가.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 소실형 레드 문 클럽 Red Moon Club
가지오 신지 지음, 안소현 옮김 / 살림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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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한 소재에 몽환적인 이야기를 오래간만에 접했다.가지오 신지 작가도 처음 접하는 분이다.SF소설이 그의 처녀작이었던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판타지 요소가 글의 전반을 관통하고 있어 긴장감과 흥미가 더해 갔다.그것은 주인공 가쓰노리를 투명인간화하여 유리창 너머로 인간세상을 관조하고 생각하며 판단해 가는 주인공의 역할이 가상하리 만큼 매우 인상에 남게 되었다.

 

 징역 1년 미만의 죄인은 교도소 공간 확보 및 비용 억제 문제로 인해 교도소 수감 생활이 아닌 자택에서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는 교도소 방침이 매우 이색적인데다 주인공 가쓰노리는 머리에 '배니싱 링'을 늘 끼고 있어야 한다.배니싱 링은 죄인의 의식과 행동반경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집과 정해진 구역,그리고 음식물을 받아 가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이를 어기면 바니싱 링이 죄인의 목을 꽉 조이면서 고통과 후회를 가중시킨다.비록 수감생활이 아닌 자택에서 형량을 살아야 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배니싱 링에 형이 감형되어 가는 전자식 날짜가 기록된다는 것이다.군생활할 때 언제 제대할지에 대해 달력에 날짜를 하나씩 지워가던 수기식 제대날짜 기다리기가 연상되었다.

 

 부모를 모두 잃고 혼자가 된 가쓰노리는 직장 생활 가운데 알게 된 여직원 아야나와 가까워지는데 아야나는 활달하면서 사람 관리를 확실하게 하지 않은 타입으로서 전 남친이 아야나와 접촉하면서 불상사가 생길 것을 우려한 나머지 중간 역할을 하려다 그만 과실치상을 입게 하고,결국 형사재판정에 오르면서 징역 8개월의 판결을 받게 된다.징역 1년 미만이고 교도소 원칙에 의해 가쓰노리는 '소실형'수형 생활에 들어가는 것이다.먹고 자고 음식을 받으러 교도소 관리 센터에 가는 것 외에는 집안에서만 뒹글뒹글한다.시간이 흐르면서 가쓰노리도 사람이 그리워지게 되면서 집 근처의 강가,길가 등을 배회하게 된다.그런데 다리 밑에서 노숙자를 만나는데 중학교 동창생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시간이 흘러 그의 형기(刑期)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중학 동창 노숙자를 발견하는데 동창을 살해하려는 중학생들을 몸으로 막으려다 그만 목에 낀 '배니싱 링'이 고장이 나면서 남은 형기 표시가 되지 않고 음식물마저 받을 수가 없게 되버렸다.교도소 관리센터마저 증발이 되어 버려 가쓰노리는 몸과 마음이 붕 떠 있는 상태로 전락해 버렸다.

 

 풀이 죽어 집에 돌아오니 교도소에서 놓고 간 듯 '형기 종료 통지서'가 도착해 있었다.그러한 가운데 가쓰노리는 몽상과 망상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알고 있는 나쓰미 여성을 알게 된다.물론 실물로 나타나 대화를 나누고 알게 된 것이 아닌 몽환적인 분위기 가운데 가쓰노리의 귀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이다.그리고 허기를 달랠 길이 없어 노숙자 동창을 살려 주면서 챙긴 낚시줄을 강가에 드리워 물고리를 낚아 올려 그것으로 배를 채운다.그는 하는 말과 행동은 타인의 시선과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데,한 신사(神社)에 들러 노파들의 끔찍한 얘기를 듣게 된다.사람을 잡아다 살해하고 장(腸)을 적출하여 '장기밀매거래'를 한다는 것이다.그러한 얘기를 들은 가쓰노리는 그의 마음 속에 살아 있는 나쓰미의 행방이 더욱 궁금해지면서 그녀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한다.결국 나쓰미는 장기밀매거래자들에 의해 죽음 일보 직전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마음이 타들어 간다.천신만고 끝에 그가 짜 낸 퍼포먼스는 경찰서의 분할 영상에 잘 띠도록 알몸 퍼포먼스를 하면서 경찰관들의 시선을 끌게 한다.또한 직장 여친 아야나로부터 받은 향수를 조금씩 뿌려 가면서 나쓰미가 있는 구식 병원건물로 경찰관들을 유인하면서 나쓰미는 극적으로 생환하게 된다.아슬아슬하게 흘러 가는 팽팽한 긴장감과 (가쓰노리의)희생정신이 몽환상태에서 알게 된 나쓰미를 살렸던 것이다.

 

 가쓰노리 자신은 철책 건너편으로 투신하여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마음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살리려 했던 살신 정신은 잔잔한 감동을 안겨 주었다.몽환적인 분위기가 이야기의 전체에 깔리고,주인공 가쓰노리의 실팍하지 못한 삶의 역정과 절체절명에 놓인 한 여성을 살리려는 고귀하고 진실된 마음에서 진한 감동을 받았다.



 
 
 
고독한 말
최강민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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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는 겉무늬만 화려하고 요란만 잔뜩 풍기고 있음을 몸과 마음으로 뼈저리게 느낀다.그것은 물리적,환경적,정신적인 면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속칭 속 빈 강정과 같은 꼴이라는 것이다.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단면을 정밀하게 해부할 처지와 입장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되면서 사회는 소수계층 위주로 돌아가고 대다수 중산층 이하는 소수계층이 짜놓은 사회제도,사회시스템이라는 카르텔에 종속되고 말았다.정치 민주화가 되었으면 뭐 하냐,생각과 감정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사회의 약자를 배려하려는 상생의 설계도가 빈약한데 어떻게 경제민주화를 입에 담을 수 있고 보편적 복지시스템을 외칠 수가 있단 말인가.게다가 작금 세수(稅收)확보<우회 증세> 차원에서 물가를 올리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는 졸속 행정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어느 계층을 위한 일이고 어느 계층을 죽이는 일이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한국 사회와 국가가 발전하기 위한 길로서 흑백논리를 떠나 다양성이 존중받고 뿌리를 내리는 것을 마음으로 바란다.386세대로서 대학시절 4월만 되면 대학가는 정치민주화를 요구하기 위해 투석과 최루탄이 난무했다.간절히 바라면 된다고 하듯 결국 정치민주화가 대학생 및 뜻있는 사람들의 힘에 의해 성취되었다.어느 덧 27년이 흐르고 사회의 모습도 상전벽해와 같이 변했다.그런데 정치 민주화의 본모습은 어느 곳에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국가를 대표한다고 하는 이들의 말과 행동에서 그 본모습을 찾을 수가 없으며,지역 일꾼이라고 하는 의원들 조차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도 하듯 색깔과 이념도 뿌연 안개 속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왜 이렇게 되었을까.모두가 자본의 권력 즉 '밥그릇 챙기기'라는 생존 본능으로 똘똘 뭉쳐져 있기 때문일까.그래서 정치하는 사람,정치 얘기는 신물이 날대로 나버려 아예 관심 밖이 되버렸다.김지하 시인이 1970년 발표한 오적(五賊) 즉,재벌,국회의원,고급공무원,장성(將星),장차관이 생각난다.높으신 신분,지체로 조직과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오적에다 언론,사법권은 어떠한가.모두가 밥그릇 쟁탈전에 극(極)몰입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 평론계의 어제와 오늘의 풍조에 대해 분야와 사례를 밀도있게 그려내고 있는 최강민 평론가의 《고독한 말》을 읽으면서 한국사회의 힘은 자본에 있다는 것을 새삼 피부로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자본의 힘은 누구나 소유하고 싶은 선망이고 궁극의 목표이기도 하다.자본이 있어야 사람 행세를 할 수가 있으며 행복도 살 수 있다는 것이 실상이다.20세기 초반 한국 사회에 태동하기 시작했던 동인지,문학 평론지를 비롯하여 해방후 시대별로 평론지는 정권의 코드의 부합여부에 따라 생멸해 나갔던 것으로 보인다.현재는 출판 자본을 기축으로 문예지는 난쟁이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겨우 생존을 유지하고 있는 평론지도 베스트셀러 위주로 흐르고 있을 뿐이다.학창 시절 많이 접했던 월간지,계간지,주간지는 겨우 명맥만 이어가고 있는 정도이다.설상가상으로 온라인 웹진 시대의 발흥으로 오프라인 평론지의 운명은 암울하기만 하다.

 

 권력에 저항했던 작가들의 쓴소리,바른 소리는 정권에 빌붙은 계층에 의해 흑백논란으로 번지고,우상으로 받들어졌던 인물들이 생각과 이념이 바뀌면서(개인적,사회적 환경) 변절(變節)로 개인의 정체를 드러내고 말았다.또한 신자유주의가 기업의 유연화를 내세우면서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시대의 돌연변이를 낳았는데 그 피해자는 오갈데 없는 철거민의 참상이었다.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용산 철거민 대참사>의 처음과 끝 모두 철거민의 아픔과 고통,애환의 연속이었다.법정에서 언도된 판결도 철거민의 편이 아니었다.게다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거대 자본,인지도가 높은 출판 자본을 바탕으로 좋은 학벌 모시기에 급급하면서 작가의 잠재력,능력보다는 판매부수,영업력에만 모든 것을 거는 출판업계의 실상을 접하니 반신반의했던 마음이 전의(全疑)로 전락하고 말았다.이제 출판업계,평론지도 자본력,시대의 흐름에 맞춰 나가지 않으면 도태되고 사장될 것이라는 것이다.교수사회,작가 사회,출판 업계,현실 정치와 사회 모두가 현 정권의 이데올로기에 부합되어야 하고 맞춰 나가지 않으면 토사구팽 당하는 것이 불문율이다.자신의 소신과 색깔을 낼 수가 없게 되었다.이에 굴하지 않고 소신과 색깔을 잃지 않고 대쪽과 같이 나가려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자본의 힘에 굴복하여 마지 못해 따라가는 천민(賤民)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기만 하다.이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초상화가 아닐까 한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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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 및 식습관 패턴이 바뀌어 가면서 예전에 없던 질병 환자가 연령을 불문하고 늘어만 가고 있다.특히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외식를 자주 하면서 태운 음식,화학 조미료와 같은 첨가물이 잔뜩 들어간 음식을 섭취하고,운동량 부족과 마음의 근심,걱정,우울증과 같은 잘못된 생활 습관이 질병을 유발하는 것은 아닐까 한다.인체를 갉아 먹는 암(癌)은 이제 나이 든 장.노인층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닌 소아에게도 발견된다는 점에서 암 예방을 위해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10대 청소년들이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마음 한켠으로는 짠하면서 동병상련의 정(情)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여 나가는 이야기를 접하니 신체적,물리적으로는 고통스러울지라도 마음과 마음을 잇는 든든한 다리는 마치 견우와 직녀의 사랑을 연상케 한다.팔팔하게 건강했던 사람이 어느 날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삶을 받게 된다면 자신은 물론 가족 모두는 정신적,물질적 공황(恐惶)상태를 맞이할 것이다.그러한 환자가 주위에 있다면 내가 그 질병을 겪고 있다는 입장에서 대하고 위로하며 심적인 고통을 덜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성을 알아 가는 한편 인생의 앞날을 설계할 꿈 많은 나이대인 십대 청소년들이 난치병에 걸리면서 의사의 충고에 따라 서포트 그룹 집회에 참석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주인공 헤이즐은 갑상선 암에 걸렸지만 폐로 전이가 된 상태에서 우울증까지 걸려 있고,친구가 된 어거스터스는 골육종(骨育腫)에 걸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어거스터의 친구 아이작은 안암(眼癌)에 걸린 상태에서 수술을 앞두고 있다.그 외 백혈병에 걸린 마이클,충수암에 걸렸지만 거의 나은 리다 등이 등장하고 있다.서포트 그룹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각자 소개를 하면서 가까워지게 된다.질병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가 위로가 되고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아이작에 의해 서포트 그룹에 참석한 어거스터스와 헤이즐은 서로의 안부와 생각,감정을 교환하면서 애정이 싹트기 시작한다.헤이즐은 폐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무거운 산소통을 휴대해야 하고 어거스터스는 부자유스러운 보행을 돕기 위해 수동조작기를 갖고 다녀야 하는 입장이다.둘은 독서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헤이즐이 어거스터스의 집을 방문하면서 더욱 친밀감을 느낀다.<새벽의 대가> <장엄한 고뇌>가 그들이 즐겨 읽는 책인데 <장엄한 고뇌>의 내용 가운데 미국에서 건너온 안나가 혈액암에 걸리고 안나의 엄마는 네덜란드 튤립 상인과 사랑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튤립 상인은 암 치료를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이 글을 쓴 피터 반 호텐에게 메일을 보낸다.두 주인공이 난치병에 걸려 있는 상황에서 암 치료를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소유하고 있는 튜립 상인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귀가 솔깃해지면서 암스테르담 방문을 실현한다.그런데 피터 반 호텐 작가는 별 볼 일 없는 작자로 드러나고 말았다.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집중치료를 받는 한편 삶을 정리하는 상황을 그리면서 누가 먼저 세상을 떠나든 남은 자가 먼저 떠난 이에게 보내는 추모 연설문을 작성하여 읍조리기도 한다.그 장면에서 둘은 불치병과의 싸움을 떠나 삶을 초탈했다는 점에서 마음이 짠했다.어거스터스는 선(先) 장례식 8일 후 결국 심장이 멎으면서 생을 마감하게 되고 헤이즐은 혼자 남게 되었다.블로그에서는 어거스터스를 추모하는 애도사가 넘쳐 났다.헤이즐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 있을 어거스터스,헤이즈은 어거스터스의 신이 되어 주고 어거스터스를 소유했을 정도로 영혼을 울리는 사랑의 고백을 쏟아 놓는다.국민학교 6학년 때 백혈병에 걸려 병마와 오랜 세월 싸웠던 그리운 친구가 생각난다.면 단위에서는 갑부로 소문났던 친구 집안은 친구가 종손이이서인지 논,밭을 팔고서라도 병을 낫게 해주려 힘썼지만 그는 두물 다섯 살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나는 당시 군에 있었기에 운명 소식은 듣지를 못하고 휴가 나와서 겨우 알게 되었다.늦게나마 친구의 묘에 꽃다발을 꽂고 진심으로 명복을 빌었다.참 둘도 없이 지냈던 국민학교 친우였는데 그를 보내고 보니 몸과 마음이 그렇게도 허전할 줄 몰랐다.어거스터스를 보내는 헤이즐의 애도의 글귀를 접하니 백혈병으로 죽은 친구 묘 앞이 아득하게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