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21
김이듬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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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녀를 아프게 했다 누구나 갖는 자연스러운 죄책감이란 자살하지 않고 오랜 생존이 가능했던 사람들의 잉여 감정 같다 버티기보다 물러서기 시작했다

내 스탠드 안에 나방들이 죽어 있다 빛에 젖은 날개가 부서졌다 좋아하는 것들이 나를 죽게 한다고 썼던 종이가 나를 파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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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21
김이듬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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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는 연습을 죽자 사자 하면 끝까지연습만 하다가 죽을 것 같다 좋은 척하고 좋은 시능을 하면 진짜 좋아질 줄 알고 열심히 하다 끝장난 섹스처럼

계속하지 않겠습니다 계속하기 싫을 때는 계속,
계속하지 않겠습니다

만물을 선하게 움직이는 에너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믿음이 되기 전에

육신이 죽은 후에도 불멸하는 투명한 존재가 살아 있다는 망상이 숭고한 환상이 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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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21
김이듬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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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난 이곳을 떠나고 싶습니다. 맞은편 검은 연기와 불길이 솟았던 빵집 건물을 잊겠어요. 작정한다고 잊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폭발 잔해가득한 이곳에서 가까스로 사계절을 버텼습니다.

이왕 간다면, 당신이 바라보며 그리는 숲을 보겠어요. 일찍 사라져버린 문양을 가진 의자에 기대 마주 보는 자리에서, 그리고 기다릴게요, 저녁부터 저물녁까지.

- 「사월에서 구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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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 문학동네 시인선 118
박서영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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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시집이라면 조금 쉬울 줄 알았는데, 책을 펼치기 전에 비해 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시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골몰했던 시들을 그가 떠난 뒤에 늦게나마 읽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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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21
김이듬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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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전 봄, 새벽에 일어나 내게 찬합 도시락을 싸준 시인은 이제 음식을 드시지 못한다. 객지에서 잘 먹어야 된다, 이듬아. 사람이 먹어야만 산다는 것이이상하지 않니?" 그해 봄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나를 정류장까지 배웅하며 차비를 쥐여주던 시인은 앉아 누우셨다. 믿을 수 없다. 우리는 보리밭길을 걸어얼음 창고가 있던 산마루에 갔다. 산책 중에 언니가내게 물었다. "시인이 될 결심을 언제 했니?"
"결심한 적은 없지만 자연스레 이리되었네요. 이곳에 와서 언니를 만나겠다고 정한 적 없듯이."

나는 뮌스터에 있는 호스텔에서 사흘 머물렀다.
양철 식기에서 스프를 떠내다가 문득 하늘을 보았다. 하얀 침대, 넓은 책장은 없었지만 이젠 아무것도 필요 없어, 그렇게 중얼거렸다. 속으로 몇 번 중얼거려보니까 진짜로 모든 게 허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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