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21
김이듬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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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고 때로는 철 없으며 축축하게 마음을 적시는 김이듬 작가의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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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여름이었다.

미련이 많은 사람은어떤 계절을
남보다 조금 더 오래 산다.

- 「계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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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단어가 사라지는 꿈을 꿨다. 잠에서 깨니 그 단어가 기억나지 않았다. 거울을 보니 할 말이없는 표정이었다.

어느 날 우리는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같은 음악을 다른 기분으로 듣는다. 종착역보다 늦게 도착한다. 만남은 성사되지 못한다. 선율만 흐를 뿐이다.

들고 있던 물건들을 다 쏟았다. 고체가 액체처럼흘렀다. 책장에 붙어 있던 활자들이 구두점을 신고 달아난다. 좋아하는 단어가 증발했다.

불가능에 물을 끼얹어. 가능해질 거야. 쓸 수 있을거야. 가능에 불을 질러, 불가능해질 거야. 대단해질거야. 아무도 쉽게 건드리지 못할 거야.

-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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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듬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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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녀를 아프게 했다 누구나 갖는 자연스러운 죄책감이란 자살하지 않고 오랜 생존이 가능했던 사람들의 잉여 감정 같다 버티기보다 물러서기 시작했다

내 스탠드 안에 나방들이 죽어 있다 빛에 젖은 날개가 부서졌다 좋아하는 것들이 나를 죽게 한다고 썼던 종이가 나를 파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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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21
김이듬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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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는 연습을 죽자 사자 하면 끝까지연습만 하다가 죽을 것 같다 좋은 척하고 좋은 시능을 하면 진짜 좋아질 줄 알고 열심히 하다 끝장난 섹스처럼

계속하지 않겠습니다 계속하기 싫을 때는 계속,
계속하지 않겠습니다

만물을 선하게 움직이는 에너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믿음이 되기 전에

육신이 죽은 후에도 불멸하는 투명한 존재가 살아 있다는 망상이 숭고한 환상이 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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