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으로 가득했던 방들은
하수구로 흘려 보낸 사람들의 생활고를
무심히 바라보고 있어
빈방들은 이제
우두커니 외로워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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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을 끓여야겠다 싶을 때 국을 끓인다
국으로 삶을 조금 적셔놓아야겠다 싶을 때도
국 속에 첨벙 하고 빠뜨릴 것이 있을 때도

살아야겠을 때 국을 끓인다
세상의 막내가 될 때까지 국을 끓인다

누군가에게 목을 졸리지 않은 사람은
그 국을 마실 수 없으며
누군가에게 미행당하지 않은 사람은
그 국에 밥을 말 수 없게

세상에 없는 맛으로 끓인다
뜨겁지 않은 것을 서늘히 옹호해야겠는 날에

- 「11월의 마지막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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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잘 있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03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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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나 선인장으로 죽지요
그리하여 사막은 자꾸 넓어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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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흑발 민음의 시 239
김이듬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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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차오르는 거리를 걷는다 저녁은 암청색 방수포를씌운 트럭처럼 나를 앞지른다 어두컴컴하고 좁은 골목 이길이 맞나 저지대의 내 방은 만조가 아니어도 미온의 물에 잠겨 버리고 새로이 나는 집을 찾아 헤매곤 한다

외투는 문턱에서 벗을 것 가슴에 금을 그으며 오늘의수위를 확인한다 사람은 누수한다 동시에 모두가 눈을 깜빡였다면 내 침대는 눈물에 떠내려가지 욕조 안에 넣어둔 책들은 젖지 않았다

물에 뜬 책상 앞에서 물에 뜬 의자에 앉아 나는 장화에담긴 물을 마시듯이 글자를 적는다 묶어 놓은 편지 다발은 눈물로 가득 찬 얼굴 진정하지 않는 너의 고양이가 젖은 책의 젖가슴 위에서 떤다

- 「젖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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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흑발 민음의 시 239
김이듬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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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은 꼭 나에게 되돌아왔다.
떠나겠다는 말을 하려고
깨끗하고 어둡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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