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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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가 많다. 옥상에 올라가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눈치 보며 보지 못했던 핸드폰도 들여다보고, 달디단 음료도 한 잔 마시며 숨통을 트는 시간이 강력히 필요하다. 연고도 없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돈을 벌기 위해 이해되지 않는 업무를 한다. 그렇기에 조직 속에서 힘이 되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만큼 강력한 힘은 없다.

『옥상에서 만나요』 주인공도 답답한 마음을 안고 회사 옥상 환풍기에서 케이크를 먹는다. 성희롱, 서열 간 힘겨루기, 을의 비애 등을 떠올리며 서운함을 털어놓는 시간은 마음을 꺼내었다 다시 부착하는 과정이다. 그런 그녀에게 가장 힘이 되는 건, 같은 회사 동료 언니들. 서로 욕도 하고, 손을 맞잡고 힘을 주고, 등도 토닥여주는 멋진 언니들은 그녀가 회사를 계속 다니는 이유다. 언니들이 결혼을 하기 전까진.

<규중조녀비서>란 기괴한 책의 주술을 통해 남편을 하나씩 가진 그녀들은 회사에서 점차 멀어진다. 주인공도 남편을 얻는다. 하지만 그 남편은 절망을 먹으며 산다. 남편을 위해 다양한 절망을 먹이게 해주다 보니 그녀는 점차 무언가를 찾아간다. 잃어버린 무언가를. 흑에서 백으로 색이 입혀지는 느낌이었다.

예측불허한 스토리가 결국 웃음 짓게 한다. 결국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여전히 계속 남편과 절망을 지워가며 세상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고 있을까? 확실한 건 언니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만큼 그것이 값진 게 아니란 거다. 힘들 때 가장 가까이 있어준 사람은 잊을 수 없다.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삶을 택한 그녀들의 행보를 응원한다.

 

너라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모든 사람 이야기는 사실 절망에 관한 이야기라는걸.
그러니 부디 발견해줘, 나와 내 언니들의 이야기를. 너의 운명적 사랑을.
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줄 기이한 수단을. 옥상에서 만나, 시스터. (p.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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