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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빗 -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웬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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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0]

책을 잘 골랐다. 습관에 대해 균형잡힌 이야기를 하는 책이 또 있을까.


그간 접한 자기계발 또는 성공에 대한 책들은 의지력 혹은 노력을 지나치게 강조해왔다. 실패의 원인을 의지박약이나 게으름으로 치부했다. 대표적인 표현으로는 남탓, 환경탓을 하지 말고 자기의 문제를 들여다 보라는 말이 있다. 반은 맞지만 전부 맞은 건 아니다. 이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지만 별 이의없이 수용한다.


치열한 전장에서 조금 떨어져있는 학계는 이 신화에 대해 꾸준히 지적해왔다. 여러 분야를 통해서였다. 사람들의 직관적 해결책보다 간단한 조치가 큰 변화를 불러온다는 「넛지」,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의 이면에 있는 비밀을 다룬 「단어의 사생활」, 인간의 의지력이 생각만큼 취약함을 드러낸 「의지력의 재발견」 등 여러 책이 있다. 모두 사람의 합리성과 의식의 힘을 전제로 한 기존 관념을 깨뜨렸다. 


(추가로 언급하자면 대표격인 책으로 대니얼 카너만의 「생각에 관한 생각」이 있다. 또한 열정과 집념이 있는 끈기를 성공의 열쇠로 분석한 「GRIT」도 다른 뉘앙스로 기존 관념을 엎었다.)


이 책들을 포함해 「해빗」이 잡고자 하는 균형의 열쇠는 바로 ‘비의식적 자아’에 있다. 의식적 자아(의지력)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레 과소평가된 비의식적 자아의 가치를 제자리로 돌렸다.


개괄적으로 보자면 습관의 형성에서 그 시작은 목표와 동기, 최소한의 노력의 반복이 있지만 생각만큼 그 비중이 크지 않다. 도리어 인간은 지속성의 핵심인 비의식적 자아에 충분히 영향력을 줄 수 있기에 습관을 형성하고 완전하게 한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자신을 절하하거나 인지부조화로 고통스럽게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불균형은 전체를 이야기하지 않고 부분만 이야기할 때 생긴다. 언급되는 것은 인간의 의식에서 자연스레 비중이 높아지고 언급되지 않는 것은 반대로 된다. 이 책이 균형잡힌 이유는 단순히 기존 관념(의지력)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해서가 아니다. 의식적 자아와 비의식적 자아에 대한 내 인식이 왔다갔다할 때마다 편향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즉 습관 형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존 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언급되었어야할 비의식적 자아를 꺼냄으로 균형을 맞춘다.


물론 단순히 균형잡기에만 이 책의 의의가 있지는 않다. 개인적인 습관을 넘어 문화라는 다수의 습관/행동양식까지 다룬다.


사람은 합리적이면서도 비합리적이다. 사람은 비합리적이면서 합리적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은 마케팅용 표현이면서도 의의가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의의가 있으면서도 마케팅용 표현에 불과하다. 문자는 의도를 정확히 담을 수 없지만 충분한 때가 많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구체적으로는 자신의 습관을 어떻게 형성할지 돌아보면서 넓게는 균형잡힌 인간관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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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 상처 입은 뇌가 세상을 보는 법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조성숙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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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지어낸모든세계 #엘리에저스턴버그

[8.6/10]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는 제목만 들어도 단번에 이 책이 신경과학 또는 뇌과학에 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뇌는 지적으로 흥미가 있는 분야인 동시에 쉽게 읽히는 주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의 원제인 “Neuro-logic(신경논리)”를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로 풀어 옮긴게 좋았던 것처럼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뇌에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이끄는 어떤 ‘것’이 있다. 그것에 대해서는 우리는 여러 책과 프로그램을 통해서 들은 적이 있다. 무의식. 무의식이라고 하면 인간이 통제할 수 없고 볼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뇌과학 연구가 쌓여가고 측정가능한 기술과 장비가 발달하면서 무의식도 안개가 걷히는 모양이다.


이 책은 크게 8가지 질문으로 챕터를 시작한다. 시각장애인은 꿈속에서라도 무엇을 볼 수 있는지, 좀비도 차를 몰고 출퇴근할 수 있는지, 이미지트레이닝으로도 실력이 좋아질 수 있는지 등이다. 각 챕터는 이런 흥미로운 질문의 제목을 세세하고 또 재미있는 연구들로 가득하다.


이쯤에서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를 읽어서 좋았던 이유 중 하나를 이야기해보자. 그것은 바로 작가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사람이다. 그렇지만 뇌과학이라는 흔히 어렵게 읽히는 책을 쉽게 읽히게 한 서술과 마치 독자인 것처럼 가려운 부분을 질문으로 해소하는 방식이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챕터 간 간격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게 주제가 이어지는 걸 들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주제 외에도 이 책에서는 이런 흥미로운 주제도 다룬다. 외계인 납치설을 사람들이 왜 믿는지, 가위에 눌린 게 뇌과학에선 어떻게 설명하는지, 스스로 간지럼을 태우지 못하는 이유, 자아와 비자아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등을 들을 수 있다. 이건 책 두께로 판단내릴 수 없는 재미다.

#다산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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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미움들 - 김사월 산문집
김사월 지음 / 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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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0]

미지근함, 덤덤함, 이모티콘으로는 😐... 작가에게서 느껴진 느낌이다. 감정을 잘 느끼기 힘든 텍스트란 수단 때문인걸까? 그녀가 지은 곡을 찾아 들어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에세이, 특히 현재 한국에서 출간되는 에세이를 읽고싶진 않지만 요즘 목적을 가지고 읽고 있다. 최근 서평단 책목록에 에세이가 꼭 있어서 신청을 해보는데 이상하게 당첨 확률이 높다. “2019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싱어송라이터 김사월 첫 산문집”이란 문구가 없었다면 신청을 하지 않았을 텐데… “작사가”란 단어가 없었다면 흘려버렸을 텐데… 나도 모르는 내 스키마가 이 에세이로 인도했다.

책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온도는 미지근했다. 격동이 없는 느낌이랄까.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가면과 변모가 보이지 않았다. 이 미지근함은 단순함과 복잡함 사이를 오가는 역설에서 오는 듯하다. ‘우리는 이어지지 않음으로 이어져 있을 것이다’라거나, ‘궁금하지만 궁금하지 않음’이라거나. 제목부터 사랑하는 미움들이기에... 이게 모순인지 역설인지 또다른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타협 불가능한 것들의 조합을 그녀는 알고 있다.

양립할 수 없어보이는 것들이 한 표현에, 문장에 있는 모습. 조금 확대해보면 그것은 인간과도 같다. 그만큼 김사월 씨는 솔직했고 투명했다. 그게 날카롭게 다가오거나 미지근함이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는 건 단지 비슷하게 미지근한 내게 그런 것일뿐. 어쩌면 미지근함을 나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녀도 격동을 표출하는 때가 있을 테다.

아, 오해하지 않기를. 사월 씨는 참 따뜻한 사람인 것 같다. 자기가 고통을 받았기에 그 고통을 다른 사람은 받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 때문이다. 글이라도 나는 이런 말을 하지 못했을 것 같다.

다 정리하지 못했지만 내가 얻은 것은 이 정도다. 에세이/산문집 답게 1:1소통과 같았다는 점. 그래서 내가 이 대화를 통해 사월 씨와 나 자신에 한정된 모습을 보았다는 점. 요 근래에 나온 개인에 대한 이야기처럼 교훈 없이 속마음 취재에 가까웠던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출판사의 문구가 없으면 이 책도 조커처럼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게 아닌가 싶다. -김사월의 노래 중에서 Sabbath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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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김진애의 도시 3부작 1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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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0]


도시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했는데 이 책의 정의가 마음에 들었다. “모르는 사람들과 사는 공간.” 단순히 고층 건물이 많다고, 교통수단이 잘 되어있다고 도시는 아닌 것 같았는데 여러 종류를 잘 포괄하는 표현 같다.

물론 모호한 표현이란 생각이 들지만 이 책은 도시를 단렌즈로 보려하지 않는다. 접사도 해보고 광각으로 찍기도 하면서 도시를 이해해보라는 의도가 담긴 듯하다. “12가지 도시적 콘셉트”라는 모호한 부제를 달면서도 최대한 구체적이려하는 느낌이다. 더 자세한 건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다루겠지.

책은 내가 알쓸신잡3에서 보며 느꼈던 김진애 교수 그대로 담겼다. 강직하고 논리적이지만 나름의 감성이 담겨서 편하게 읽혔다. 전문가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인간성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찬반의 영역이나 정치적 입장, 실제 자료는 다른 책들에 대한 태도와 마찬가지로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도시의 개념을 달리 표현해 그것을 공간의 한 종류로 여긴 게 도움이 되었다. 그러면서 주관적 공간인 내 방, 옛날에 살던 아파트 단지, 학교 가던 길이나 사무실, 살았던 도시들을 생각했다. 앞에서 렌즈를 비유로 들었는데 김교수가 제시하는 12가지 도시적 콘셉트는 어느 렌즈의 장면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 듯하다. 나는 내 방의 가구 구성과 재배치 등을 하는 중에 책을 읽었기에 구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었다.

3부작의 나머지 두 권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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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물고기
이찬혁 지음 / 수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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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악뮤의 앨범을 더 풍성히 듣고 싶다면 꼭 읽는 걸 추천한다. 단순히 이별노래라고 생각한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거지”부터 신나는 템포의 “Freedom”이나 “물 만난 물고기”의 깊이가 달라진다.


사실 문학을 비롯한 예술은 독자, 청취자, 관람객의 주관적인 세계가 중요하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게 나의 고유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찬혁 씨는 음악이란 예술을 이야기가 있는 소설의 플랫폼으로 끌어왔다. 그 선택은 불필요하지 않았다. 그의 세계, 그의 생각, 그의 변화가 담긴 이야기를 읽을 때 홀로 길을 걷던 느낌이 사라졌다. 악뮤의 음악 <항해>도 단순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무겁고 진지한 쪽으로만 느껴지지도 않는다.


찬혁 씨는 조금 더 현실과 꿈을 통합해가는 듯하다. 소설을 읽으며 그렇게 느꼈다. 막연한 이상주의자도 아니고 지독한 현실주의자도 아니다. 그 이분법의 오류가 주는 혼란에서 벗어나 자기의 대답을 찾은 것이다. 그래서 멋졌다. 아직 20대 초반인 그의 길이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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