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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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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1disc) - 일반판>
2009-12-14
블라인드 - Blin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언제부터인가 한국형 범죄 스릴러는 몇 년 전 '추격자'를 시발로 소위 강해졌다. 물론 그 전에도 간혹 있었지만.. 여기서 '강해졌다' 함은 몰입감 좋은 스토리 전개도 있겠지만, 우선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씬들이 꽤 임팩트했다는 점이다. 즉, 극 중에서 범죄자들이 피해자에게 가하는 범죄행각이 액면 그대로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주며, 깔끄장한 차원을 넘어서 사람이 어떻게 순식간에 죽는지에 대한 목불인견 상황을 그려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나 작년 한 해에는 이런 범죄형 스릴러들이 두드러졌는데, 알다시피 '악마를 보았다' 부터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나 흥행작 '아저씨''황해'까지 그 살인액션의 강도는 셌다. 하지만 이번에 만나게 된 자칭 '오감추적 스릴러'라 불리는 '블라인드'는 이런 류의 스릴러와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자칫 밋밋할 수도 있는 게, 강호처럼 이른바 강도가 센 잔혹한 스릴러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이 영화가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렇다고 몰입감도 그렇게 조여들 듯 계속 전개되기 보다는 다소 드라마적인 분위기가 많다. 더군다나 요즈음 스릴러들이 이미 범인을 노출시키고 사건을 진행해 이른바 '범인 찾기 게임'은 애당초 기대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블라인드' 스릴러는 새로운 기분이 드는 영화다. 임팩트한 맛은 떨어져도 드라마적으로 전개가 되지만, 나름의 몰입감은 물론 약간의 긴장까지 선사하며, 마지막까지 시각장애인 앞에서 마수를 펼치는 그 범인의 파국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앞이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분명 색다른 기운이 느껴지게 만든다.

그렇다면 '블라인드' 스릴러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하나의 사건! 두명의 목격자! 엇갈린 진술! 진실을 향한 그들의 치열한 사투가 시작된다!!

연속적인 여대생 실종사건과 뺑소니 사고. 두 사건의 피해자가 동일인물로 밝혀지고 경찰은 목격자를 찾아 나서지만 수사는 점점 난항을 겪는다.

목격자 1. 시각장애인 ‘수아(김하늘)’ 사건의 첫 목격자로 등장한 사람은 다름아닌 시각장애인 ‘수아’. 촉망 받는 경찰대생이었던 그녀는 당시 사건의 정황들을 세밀히 묘사하며 수사의 방향을 잡아준다.

목격자 2. 현장을 두 눈으로 확인 한 ‘기섭(유승호)’ 수아를 중심으로 수사가 진행되던 중, 사건의 또다른 목격자가 등장한다. 바로 수아와 달리 사건의 현장을 두 눈으로 목격한 기섭. 수아와는 상반된 진술을 펼쳐 수사는 점점 다른 국면에 처하게 되는데… 

 
(안내견 '슬기'와 외롭게 살아가는 시각장애인 여자 '수아', 김하늘이 제대로 연기했다.)

여기 앞이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 젊은 여자가 있다. 장래가 촉망되는 경찰간부 후보생이었지만, 불의의 교통사고로 알고 지내던 남동생은 즉사하고 자신은 망막을 다쳐 이른바 '맹인'이 되어버린 '수아'(김하늘). 장미빛 미래도 무너지고 안내견 '슬기'와 함께 그럭저럭 살아가는 그녀에게, 모든 세상의 빛은 차단되었다. 그러다 그녀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보육원을 다녀오다가 늦은 밤 택시를 잡아타게 된다. 콜을 불렀지만 다른 사람들이 타버리고 늦은 밤 폭우 속에서 혼자 남게 된 수아. 어디서 택시 한대가 굴러오더니 창문 너머로 그녀를 불러 태운다. 그런데 이 택시가 웬지 수상하다. 추울꺼라며 히터를 틀고 병에 든 커피를 주는 등 운전기사가 웬지 거시기하다. 그래서 앞이 안 보이는 수아는 그 남자의 호의를 거절하며 실랑이가 벌어져 갑자기 사람을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순식간에 벌어진 이 사고에 수아는 어찌할 줄 모르고, 그 운전기사는 태연하게 쓰러진 사람을 트렁크에 싣고 그냥 도주해 버린다. 수아까지 다시 태우려다 버려둔 채로...

그리고 이 소식은 곧바로 다음 날 뉴스에 보도가 된다. 어느 여대생의 실종사건으로 나오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가운데, 어쨌든 늦은 밤길에 벌어졌던 이 사건의 목격자로 수아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인지라,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태도에 그녀는 쩌리 취급을 당한다. 그런데 수아는 일반인보다 발달된 촉각과 청각을 주특기로 사건현장의 정황을 이야기하며, 어느 한 형사(조희봉)와 이 사건을 전담으로 탐문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수아 말고 또 다른 목격자 '기섭'(유승호)라는 젊은 청년이 나타나 그녀와 엇갈린 진술을 하면서 사건이 꼬여간다. 그가 본 것은 택시가 아니라 그냥 외제차였다는 거.. 그녀는 분명 택시를 탔다고 했는데, 일반 외제차였다?! 그렇다면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그러는 가운데 범인은 서서히 두 목격자 근처를 배회하며 스멀스멀 나타나 위해를 가하려 한다. 이미 범인은 알다시피 수아를 태웠던 그 남자다. -(이건 스포가 아니다.)


(왜 놀라고 그래.. 떠들면 죽는다.. 앞으로 계속 걸어라.. 악역 '양영조'의 연기도 볼만하다.)

그러면서 그 범인은 또 다른 여자들을 잡아다 지하실에 감금하고 변태행각은 물론 죽이기까지 하는 등 사이코패스다운 변모를 과시한다. 물론 그런 행위의 장면은 가해지는 찰나 상상에 맡기고 넘어가는 식이다. 아무튼 조형사가 백방으로 돌아다니면서 수아의 증언을 토대로 범인 찾기에 나서고, 그 젊은 청년까지 가세하면서 범인의 윤곽이 서서히 좁혀진다. 처음엔 택시 드라이버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파고 들어갈수록 범인은 택시기사가 아닌 일반인으로 그것도 낙태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외과의사였던 거. 그래서 직업 특성상 마취제와 메스를 잘 다루는 그 놈은 수아를 뒤쫓아 죽이려 한다. 그러는 와중에 지하철 승강장 내에서 추격전을 벌이며 수아의 안내견 슬기까지 죽는 등, 범인과의 사투는 1차전을 가열하게 치른 셈이다.

어떻게든 범인은 그녀를 죽이려 하고, 앞을 못 보는 수아는 껄렁한 청년 기섭과 함께 마수에서 벗어나 그를 잡으려 한다. 최후의 결전지는 바로 그녀가 나고 자란 보육원, 그곳의 원생들과 어머니가 비보이 공연을 보러 간 사이, 범인은 이미 이 장소를 물색해둔 상태. 조형사 전화로 연락해 이곳을 찾아오게 되고, 이들의 사투는 마지막에 나름 가열하게 펼쳐진다. 앞을 못 보기에 전원을 차단시킨 뒤, 암흑 속에서 범인과의 사투를 펼치는 수아.. 그러면서 기섭까지 중상을 입는 등, 이들 남녀의 목숨을 건 한판 승부는 그녀가 새롭게 얻게 된 장비?의 도움으로, 타이밍 좋게 임팩트하게 한방에 마무리가 된다. 그러면서 그제서야 나타나는 삐뽀삐뽀 차량들.. 그렇다면 그녀는 살았을까.. 그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블라인드', 잔혹 스릴러가 아닌 시각 장애를 소재로 그린 담백한 스릴러

이렇게 영화는 범죄 스릴러 장르의 전형을 보듯 이야기가 전개되고 마무리가 된다. 다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코드는 다른 스릴러의 소재와는 색다른 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앞이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에서 나름 참신함이 돋보인다. 물론 기존에 외화 '눈먼자들의 도시''줄리아의 눈' 등에서도 나온 소재지만, 국내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소재로 하면서 그 맹인의 세계를 CG로 구현해 또 다른 비주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다. 한치 앞도 안 보이는 가녀린 여자가 그 사이코패스 범죄자와 사투를 벌인다는 것부터가 영화적 상상의 발현인 것인데, 그것은 시각 장애가 안고 있는 근원적 긴장감 유발은 물론, 때로는 그 여자를 통한 연민을 느끼듯 휴먼 스릴러로도 다가섬을 본다. 젊은 청년 기섭의 성장통까지..

그렇기에 이 영화의 수훈갑은 누가 뭐래도 시각장애인 역을 소화한 '김하늘'이다. 한때는 최고의 청춘멜로물의 여주인공으로 급부상한 그녀지만, 이제는 30대를 훌쩍 넘기며 그녀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왔고, 이번 '블라인드'를 통해서 기존하고는 다른 이미지에 도전한 시각장애인 연기를 실제처럼 열연을 펼쳤다. 치약을 짜는 모습부터 세세하게 신경 쓸 정도로, 2시간 동안 그녀는 완벽하게 시각장애인 '수아' 역에 빙의된 것이다. 물론 껄렁한 젊은 청년 기섭 역의 '유승호' 군도 나름 어울려 보였고, 조형사 역에 조연배우 '조희봉'의 맛깔나는 형사 역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영화에서 사이코패스 악역을 제대로 맡은 '양영조'라는 배우도 눈에 띄게 잘 활약?했다.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이나 '추격자'의 하정우처럼 유명하진 않아도, 낯선 이미지가 더욱 와 닿을 수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이런 배우진의 호연과 함께, 이번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안상훈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분명 잔혹한 범죄 스릴러는 아니지만, 그런 액션 장면에 치우치기 보다는 우리의 일상에서 조여드는 범죄의 현장을 목도하듯 드라마적 전개로 잘 그려냈다. 다소 우연의 일치가 있긴 했어도, 영화가 담아내는 동안 여기 스릴러는 강약을 조절하고 앞이 안 보인다는 시각 장애를 감각적으로 표출하며 또 다른 비주얼로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시각장애인과 안내견, 껄렁한 형사와 또 다른 목격자, 어떻게 보면 스릴러 코드와 맞닿아 있는 추리소설이 좋아할 법한 이야기인데, 이것이 영화로도 이렇게 차분하면서도 잔잔하게 나름의 완성도를 살려서 보여준 스릴러는 분명 색다르다 할 것이다. 다소 임팩트는 떨어져도 이런 스릴러라면 쌍수들고 보고 싶어할 관객들은 많을 것이다.

너무 세면 부러지기 쉽상이다. 때로는 이런 스릴러가 더 와 닿는 법이다.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9557&mid=15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