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책이 단박에 끌려 알라딘 적립금 만료일에 맞춰서 사게 된 책, 아니 책이라기 보다는 한 편의 대서사라 불릴 정도로 무언가 울림이 있는 제목 그대로 '대장정', 알다시피 중국의 대장정은 인류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사건이자, 특히 중국인들에게는 인민 스스로의 눈으로 바라본 정신의 원류, 곧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라 말할 수 있다. 그만큼 대장정이 주는 임팩트는 대단할 수 있는데, 우리가 보통 국민당의 장제스와 공산당의 마오쩌둥의 '국공내전'으로 비춰지는 이 대장정 속에는 어떤 일이 가열하게 펼쳐진 것일까? 그래서 이참에 고증에 입각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 컬렉한 것인데, 기존 실록집처럼 사진이 담긴 두 권의 두꺼운 책에서 좀더 쉽게 판화처럼 그림이 그려진 한 편의 서사드라마로 나왔으니 바로 '소설 대장정' 총 5권이다. 자.. 그럼 실사를 먼저 보시죠.. ~~















위처럼 책은 다소 독특하다. 기존의 소설 책같은 구성이지만 크기가 반양장본 스타일로 좀 큰 편이다. 그리고 안에 보다시피 판화가 매 그려져 있어 퀼리티를 높이고 있다. 즉 말글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해당 페이지마다 판화로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거. 특히 이번에 한국어판을 펴내면서 중국 혁명이나 중국 근현대사가 낯설고 어려울 한국 독자들을 위해 여섯 해에 걸쳐 대장정의 속살을 900여 컷에 담아낸 선야오이의 그림을 함께 실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최적의 조합이 아닐 수 없는데, 지금은 고인이 된 '웨이웨이'가 치밀한 고증을 거친 뒤 빛나는 문학적 상상력으로 대장정을 완벽에 가깝게 되살려낸 것이 바로 '대장정'인 것이다.

대장정, "중국 공산당 역사에서 가장 영웅적인 서사시" - 조너선 스펜스

그러면서 이 책은 확신과 경외로 가득 찬 채 거대한 대륙의 운명을 뒤바꾼 역사인 '대장정'을 흡인력 있게 되살린 문학적 성취라는 평가다. 77명의 실존 인물과, 23명의 꾸며낸 인물들을 씨줄과 날줄 엮듯 촘촘히 엮어 대장정의 전체 모습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고, 모스크바 출신 볼셰비키들에게 밀려 늘 찬밥 신세였던 촌뜨기 '마오쩌둥'이 어떻게 중국 혁명 세력의 헤게모니를 장악해 가는지, 또 쓰라린 패배와 고난을 딛고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인민의 마음을 얻어 누구도 감히 짐작하지 못한 운명을 기어이 거머쥐게 되는지, <소설 대장정>을 통해 알 수 있다는 소개다. 5권의 목차는 이렇다.

1권
1. 붉게 물든 샹 강
2. 남으로 머리를 돌려라
3. 마침내 우 강을 건너다
4. 쭌이 회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다

2권
5. 츠수이 강을 건너 시베이로
6. 다시 쭌이로 총부리를 돌려라
7. 난징 성을 뒤흔든 쭌이 대첩

3권
8. 구이양을 거짓 공격하라
9. 윈난 땅을 가로질러 진사 강으로
10. 총을 쏘지 않고 이 족 지역을 지나다

4권
11. 천연 요새 다두 강을 앞두고
12. 루딩 교를 빼앗으라
13. 눈 덮인 자진 산을 넘다
14. 드디어 만난 두 방면군

5권
15. 물거품이 된 쑹판 작전 계획
16. 신비롭고 잔혹한 땅, 쑹판 대초지
17. 마침내 북쪽으로 가는 길이 열리다
18. 마지막 고비, 라쯔커우
19. 뒷이야기 

이렇게 《소설 대장정》은 소설의 흐름과 긴장감을 살리면서 독자들이 한 권 한 권 손에 쥐고 읽기 쉽도록 모두 다섯 권으로 나누어져 있다. 368일 동안 산 열여덟 개를 넘고 강 스물네 개를 건너 12,500킬로미터를 행군한 목숨을 건 여정 '대장정'.. "근대의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오디세이"라는 '애드거 스노우'의 말처럼, 시대와 장소를 넘어 '불가능한 꿈'을 꾸는 사람들을 북돋우는 이 가슴 벅찬 이야기는 판화 기법으로 대장정을 충실히 되살린 선야오이의 그림을 만나 제대로 방점을 찍는다. 감히 한낱 소설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그 어떤 가열한 울림과 서사, 중국 공상당 역사에서 가장 영웅적인 서사시로 불릴만한 이 거대하고 매혹적인 엄청난 사건의 모든 것을 만나보자. 그것이 현재 중국을 아는 근원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기 윤구병의 추천사를 음미해 보자.  

   
  오늘 여기, 이 남녘땅에서 대장정은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에는 아직도 대장정이 끝나지 않았다.
독재와 특권의 험로를 뚫고 그 많은 목숨을 민주화의 제단에
올렸는데도 통일 조국은 아직도 저 멀리 아득하게 비켜서 있다.
숨 막히게 다가서는 그림들이, 그 그림을 뒷받침하는 이야기들이
이렇게 충격과 감동으로 다가서는 것은 이것이 아직 끝나지 않은
바로 우리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윤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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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이자 80년대 선봉파(전위파, 아방가르드파)의 기수였던 '위화''쑤퉁'에 대해서는 이미 몇 번 언급을 했었는데, 현재 강호는 '쑤퉁'의 작품을 저번에 켈렉한 후 <나, 제왕의 생애>, <이혼 지침서> 등을 접했다. 그러다 알라딘 도서에 50만원 넘게 쌓인 적립금이 이제는 매달 얼마씩 만료일이 다가오면서 책을 사야 되는 상황에 이른 거. 그래서 이왕지사 '쑤퉁'을 더 파볼 요량으로 그의 책들을 알아보다가 국내에 번역 출간된 신작을 고르게 됐다. 제목도 같은 네 자로 하나는 <화씨 비가>요, 또 하나는 <성북지대>다. 그래서 강호가 해왔듯이 이 두 권의 책을 간략히 소개해 본다.



먼저 <화씨비가>는 1970~90년대 중국 남부에서 살아가는 한 하층민 가족의 삶을 그린 쑤퉁의 장편소설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비극이자 쑤퉁만이 그려낸 인간 세상의 쓰디쓴 풍경이 가열하게 펼쳐져 있다는 소개다. 소설의 이야기는 "죽은 아버지 화진더우 망령의 서술로 진행된다. 아내의 자살로 화진더우는 복수심에 불타 아내가 다니던 공장에 불을 지르고 감옥에서 자살한다. 세상에 남겨진 것은 그의 누이와 다섯 명의 아이들이다. 화진더우의 아이들을 기르는 일은 줄곧 '고모'로 지칭되는 누이에게 오롯이 남겨진다. 화진더우는 망령이 되어 가족 곁을 떠돌며 남은 피붙이들의 가난하고 처참한 생활을 부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되는데..."

한 가족의 애절한 가족사 '화씨비가', 인간 세상의 쓰디쓴 풍경을 말하다.

이렇듯 내용만 보면 얼추 죽어서도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주고자 했던 영화 <사랑과 영혼>이 생각나는 시퀀스다. 하지만 여기 주인공인 '화진더우'는 죽어서도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한 채 남은 가족들이 현실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하는 상황의 연속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쑤퉁은 이 지점에서 남겨진 가족을 지켜보는 그의 시선을 통해서 절망을 끝까지 지켜보는 방식을 택하며 현실에 저항하는 일종의 차별화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그래서 멸시받는 하층민들의 처참한 삶을 망령이 되어 떠도는 아버지의 시선으로 비극적으로 그려냈고, 종국에는 무너져가는 가정,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아버지, 부모를 잃고 방황하는 자녀들이 각기 처한 슬픈 현실을 고개 돌리지 않은 채 끝까지 지켜보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삶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끝까지 탐구했다는 문학적 평가다. 그러면서 그 속에는 애절함은 물론이요, 처연하면서도 웃음이 배어나는 하지만 결국에는 쓰라리지만 이것이 바로 현실이라는 인간 세상의 쓰디쓴 풍경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말이 필요없는 쑤퉁의 신작이다. 가족 구성원으로 죽을때까지 삶을 영위하는 우리들에게 꼭 한번 읽고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소설이다.



또 하나의 장편소설은 앞 표지부터 아주 인상적인 네 명의 소년 아니면 청년들이 보인다. 그렇다. 이 소설은 바로 쑤퉁 최고의 청춘소설이라는 <성북지대>다. 그와 함께 이 소설은 쑤퉁이 최초로 털어놓는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성장소설이다. 그래서 재미는 물론 '쑤퉁'의 청춘시절을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은근히 기대가 되는 소설이다. 왜 유명한 작가들의 경우 성장시절에 아주 거기시한 사연들이 많지 않는가? 살짝이든 많이든 비켜난 그 시절 인생의 각도를 말이다.

쑤퉁의 자전적인 청춘소설 '성북지대', 우리네 쓰린 청춘을 반추한다.

소설의 배경은 1970년대, 문화대혁명의 풍파를 겪은 지난 세대의 은원이 가시지 않은 그 시절, 중국 강남 유역의 한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가정으로부터도 학교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하고 겉도는 '불량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가감 없이 그려낸 작품이라는 소개다. 중심 이야기는 "세 개의 커다란 굴뚝이 상징물처럼 자리 잡은 성북지대. 성북지대의 변두리 '참죽나무길'에서 자란 소년들에게는 당장의 현실도 앞으로 닥칠 미래도 모두 흐릿하기만 할 뿐이다. 소년들은 학교로부터 쫓겨나고 불량청소년으로 낙인찍히고 그들의 인생은 점점 더 어긋나기만 한다. 그들은 결국 동네 여자아이를 강간하거나, 다른 동네 청년들과 힘겨루기를 하다 횡사할 뿐이다."

이렇듯 이 소설은 청춘의 성장소설이지만 이른바 '나쁜 녀석들'을 통해서 쓰라린 유년 시절을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쑤퉁 자신이 실제로 오래도록 거주했던 참죽나무길을 배경으로 소시민들의 일상과 희로애락을 담아냈다는 평가다. 그중에서도 나이 많은 어른들보다는 소년소녀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시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세월에 대한 애틋함을 청춘소설로 아름답게 그려내며, 종국에는 "불온한 청춘의 한 페이지를 섬세하면서도 무자비하게 그려내었다"는 평가를 받은 대표적인 인기작인 것이다. 이 또한 여러 말이 필요없는 장편소설로 누구에게나 쓰리지만 그리운 유년 시절이 있듯이, 이 소설을 통해서 우리네 청춘의 한 시절을 만끽해 보자. 중국이나 우리나 다를 바 없다.

이렇게 쑤퉁의 두 권의 신작 장편소설을 간단히 살펴봤는데, 하나는 죽어서도 망령이 되어버린 한 아버지의 시선으로 가족의 비극과 애절한 사연을 담은 이야기 <화씨 비가>, 또 하나는 쑤퉁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진 청춘의 성장소설로 쓰리지만 때로는 불온했던 그 시절을 반추케 하는 청춘잔혹사라 불릴만한 <성북지대>.. 이 겨울이 다가기 전, 여기 애절함이 묻어나는 한 가족과 껌 좀 씹어본 나쁜 녀석들을 통해 우리네 삶의 풍경과 청춘의 편린을 되살려보는 건 어떨까 싶다. 이래서 소설이 재밌는 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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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역사소설 신간 <노보우의 성>이 강호의 레이더에 포착되면서 설 연휴 전 지르고 이렇게 컬렉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본소설이다. 주로 미스터리물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 사회적 풍자와 위트가 가득한 이야기꾼 '오쿠다 히데오', 사색케하는 인생소설로 유명한 '오기와라 히로시', 그리고 젊은 작가이자 비판적 지성과 풍자가 돋보이는 '이사카 코타로' 등 현대적인 느낌의 대표작들을 접했지만 이렇게 일본 역사소설은 정말 오랜만이다. 그래서 더욱더 끌려서 인팍에서 '2월 북피니언'도 받을 겸 구한 것인데, 과연 이 책은 무슨 소설일까? 간단히 책을 소개해 본다.



먼저 이 책은 앞에 띄지의 홍보대로 출간되자마자 일본 소설부문에서 120만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의 '이누도 잇신' 감독 연출과 '국민배우'라 불리는 '노무라 만사이' 주연으로 2011년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작가는 우리에게 꽤 낯설은 '와다 료', 1969년생의 젊은 작가가 이 한 권의 소설로 돌풍을 몰고 온 것인데, 일본 영화계의 권위 있는 각본상인 '기도 상(제29회)'을 수상한 극본 [시노부의 성]을 모태로한 소설이다.

히데요시 대군에 맞선 얼간이 사령관 '노보우'의 공성전, 재미보장!

내용은 16세기 말 간토 지방의 시골 성인 오시 성을 무대로, '노보우 님'으로 불리며 영내 백성들에게 사랑받는 성주의 사촌동생 나리타 나가치카가 뜻하지 않게 총사령관이 되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대군에 맞서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 이야기다. 즉 천하통일을 눈앞에 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대군에 맞선, 누추한 시골 성의 사령관의 활약상 그린 게 이 소설의 플롯인 거. 여기서 '노보우'라는 뜻은 우리말의 '얼간이'로 불리는 것으로 실제 '노보우'는 '나리타 나가치카'라는 일본역사의 실존인물로 1590년, 천하통일을 눈앞에 둔 히데요시의 대군을 500여명의 병사들과 맞선 무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의 캐릭터는 누가 봐도 승패가 뻔한 상황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모습을 통해 진정한 무사의 본보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돈키호테 같은 느낌도 있어, 좀처럼 복종할 줄 모르는 무장들과 개성 강한 백성들과 함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성을 지켜 나가며 읽은 이로 하여금 빠져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바로 작가 '와다 료'는 이러한 실존인물에게 '얼간이와 현명한 장수'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불어넣으며 독특한 개성을 그려낸 것인데, 보다 자세한 시놉시스는 이렇다.

   
  얼간이 사령관이 히데요시 대군을 무참히 뭉개버리다!

덴쇼 18년(1590년). 천하통일을 눈앞에 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끝까지 반기를 드는 간토지방의 성들에 뜨거운 맛을 보여줄 작정이다. '간토지방의 제왕' 호조가문의 보호를 받으며 100년 넘게 영지를 유지해온 오시 성의 나리타 가문은 명분과 실리를 오가며 고민에 빠져든다. 그사이 '히데요시의 오른팔' 이시다 미쓰나리가 대군을 이끌고 성을 포위한다. 혼란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오시 성의 총사령관이 된 이는 농사꾼에게조차 '노보우(얼간이)'라 불리는 성주의 사촌, 나리타 나가치카. 쉽게 승부가 갈릴 것 같은 전투는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면서 엉뚱하게 전개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보듯 얼간이 사령관과 히데요시 대군의 대결이라는 그 구도 속에는 입체적인 캐릭터들과 흥미진진한 반전 등의 재미와 유쾌한 감동까지 선사하는데, 특히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재미의 독특함으로 작가가 그려낸 주인공들은 여느 역사소설의 인물들처럼 어깨에 힘을 쥐고 천하제패에 목숨을 거는 위인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오히려 그러한 야망을 품은 자들에게 맞선, 이름 모를 개개인들로 히데요시의 대군을 맞닥트리게 된 작고 누추한 시골 성의 사람들이 주인공이 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소설이 그들의 삶에 담긴 희로애락을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보여주며 주목을 끌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 소설은 2008년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고, 2009년에는 '서점대상' 2위를 차지하기도 해 인기몰이를 계속하며, 이렇게 국내출판사 '들녘'에서 번역 출간돼 올해 나온 것이다. 그래서 이 역사소설이 단박에 끌리는 이유다. 어찌보면 흔한 역사소설일 수도 있지만, 1590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망 앞에서 굴하지 않고 버틴 오시 성을 지킨 얼간이 '노보우'. 과연 그는 누구이며, 진정 바보의 탈을 쓴 '초절정 고수'인가? 아니면 '전투의 신'인가? 이런 물음과 의문만으로도 이 소설의 가치는 빛을 발하지 않을까? 하지만 종국에는 '도대체 누가 이기고 누가 진 것인지' 알 수 없는 명제를 던지며 눈길을 끌었으니, 일본역사상 가장 기이한 전투가 벌어지는 그 현장을 이 소설로 생생히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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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아니 몇 년 전부터 화두가 된 책의 장르 중에 이른바 '자기계발서'가 뜨기 시작했고, 지금도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그 '자기계발'이라는 명제 앞에서 각자 생각하는 바는 틀려도 자신의 능력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여러 형태가 발현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각종 심리학과 행동학등 인간의 행동양식을 규정하며 길라잡이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그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는 바로 샐러리맨들의 직장 내 애환을 담은 계발서들이 눈길을 끄는 게 사실이다. 즉 직장내에서 살아남는다는 '생존전략' 말이다. 성인이라면 곧바로 개인사업에 뛰어들지 않는 한 각종 인간군상이 모여있는 직장생활을 하게 되고, 그 속에서 우리는 쏠라닥질같은 직장잔혹사를 원치 않게 경험하기도 한다.

수많은 자기계발서 중 하나 <1년만 버텨라>, 조금은 독특하다.

소위 '아더미치'처럼 아니꼽고 더럽고 치사해도 토끼같은 자식들과 여우같은 마누라 때문에 이 시대 남자들 아니 여자들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우리의 인생을 축소해놓은 그 직장생활을 가열하게 지내며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힘들고 지칠때마다 나름의 위안을 찾고자 자신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소위 스펙을 더 쌓는 등 직장인들은 각자 노력을 게을지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찾게 되는 책들이 바로 이런 '자기계발서'인데, 여기 강호가 운좋게 득템한 책이 하나 있어 간단히 소개해 볼까 한다. 강호도 한창 때 직장생활의 편린을 끄집어 내듯, 하지만 지금은 프리하게 사업을 하느라 이런 책들과 멀어져 있지만, 간만에 '자기계발서'를 통해서 요즈음 직장인들의 트렌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선 이 책은 사회 초년생인 1~3년차 직장인들이 평생 경력 관리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첫 1년의 열두 가지 기본기 전략을 담은 책이라는 기본 소개다. 저자 '허병민' 씨는 리더십, 라이프 코치로 기업의 인사조직 컨설팅 등 기업과 재단, 대학교에서 강연 및 코칭을 해온 경영컨설턴트로써 직장생활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프레젠테이션 능력도, 외국어 실력도, 사내 정치력도 아니라고 말한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1년 동안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해 보이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탐구해 나갈 수 있는 힘이 평생의 직장생활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즉, 1년의 성적표로 30년 직장생활의 성공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다고 정의한다.

이것은 짧지만 길게 볼 수 있는 1년의 시간 동안 실무에 관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조직의 생리를 깨우치고 난 다음 스스로의 커리어를 장기적으로 설계하는 안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역설로, 그렇게 탄탄한 커리어를 구축하는 직장 생존전략을 내세운 자기계발서라는 점이다. 어떻게 그게 1년 안에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지만, 여기서 주장하는 내용은 1년이라는 시기가 중요하고 그 1년의 성적표가 나의 커리어를 말해주는 것으로, 특히 저자 자신의 실패 시나리오에서 뽑아낸 성공 시나리오는 물론이요, 경영 및 리더십 컨설턴트로 변신한 저자가 다양한 사례를 분석하여 도출해낸 직장인의 전략을 모았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내세운 직장 생존전략 12가지는 무엇일까..

PART 1 회사는 능력을 보지 않는다
회사가 원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기본을 이루는 세 가지 요소

PART 2 정답이 아니라 해답을 찾아라
‘왜’라는 질문에 해답이 있다
이제까지 알던 것은 던져버려라

PART 3 잘나가고 싶다면 쫓겨나는 시나리오를 써라
절실함만이 살 길이다
실패 전문가는 성공으로 가는 길을 안다

PART 4 인정(認定) 없이 인정(人情) 없다
똑똑하게 사과하는 법
사과는 자존감이다

PART 5 무대뽀를 위한 무대는 없다
일 잘하는 악마 vs. 일 못하는 천사
또라이들은 이렇게 행동한다

PART 6 1인자가 되려면 2인자가 되어봐야 한다
2인자의 도전은 끝나지 않는다
2인자가 곧 1인자다

PART 7 귀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들어라
소통의 위력은 듣는 것에서 온다
열의 눈과 한마음으로 왕의 말씀을 듣다

PART 8 감춰라, 알려지리라
천재들은 왜 행방불명되는가
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찍히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인정받을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

PART 9 전쟁지도냐 전쟁터냐, 그것이 문제로다
깨지는 만큼 단단해진다
지금은 칼날을 갈아야 할 때

PART 10 피드백은 당신의 브랜드다
초우량주인 피드백을 사들여라
피드백은 감정을 주고받는 행위
엣지 있는 피드백의 기술
단도직입적으로, 그러나 완벽하게

PART 11 당신에게는 결정적인 한 방이 있는가
결정적인 순간에 진가를 발휘하라
나는 꾸준히 완벽해지고 있다
계속 가라, 모든 순간이 배움이다

PART 12 위아래가 있기에 당신이 있다
식빵이 샌드위치의 맛을 좌우한다
나는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그는 나와 다시 일하고 싶어 할까

에필로그 회사에서 1년을 버티지 못하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없다

직장 생존전략 '1년만 버텨라', 최선인지 아닌지는 각자 몫이다.

이렇게 생존전략 12가지 목차만 봐도 눈에 띄고 솔깃한 내용들이 많다. 그만큼 우리네 직장생활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다뤘기에 그렇기도 한데, 아무튼 작금의 시대는 치열한 경쟁사회다. 소위 내가 앞서지 못하고 도태되면 바로 '쩌리'로 전락해 이도저도 않게 무너질 수도 있는 가열한 시대다. 그러면 그럴수록 사람들은 자기계발을 위해서 오늘도 내일도 힘차게 노력 중이다. 그런데 이런 화려한 스펙 쌓기만이 능사는 아닐지다. 저자도 이 책에서 말했듯 이러한 능력들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어느 정도 보완되고 업그레이드가 가능하지만 개개인에게 내재된 개성과 스타일, 성격과 같은 본질적인 요소들은 결코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시한다.

그것은 보통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역설을 통해 전략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이 책은 눈에 띄는 것이고, 결국 이 책의 제목처럼 '1년만 버텨라'라는 어찌보면 꽤 의미심장하면서도 치열한 직장내 메커니즘 생존전략을 보여주는 적합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직장인들만 접하는 '자기계발서'가 아닌 우리네 인간사 생존과도 같은 전략이 담겨져 있음이다. 그리고 그것을 접하는 순간 이것이 최선인지 아닌지는 각자 몫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것이 '자기계발서'들이 주는 영원한 명제이자 숙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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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권력의 역사'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류사는 인간의 탐욕과 욕망으로 점철된 그 권력의 날개 위에서 펼쳐진 장대한 서사다. 그러기에 우리 후세는 그런 역사를 익히고 배우며 또 다른 지향점을 찾는다. 하지만 인류는 사회 속 정의와 도덕에 대해 늘 고민해왔지만, 정작 오랜 시간 축척된 권력사를 살펴보면 피와 배신, 욕망과 음모로 뒤범벅된 가열한 시대극을 우린 목도하게 된다. 여기 그런 책이 하나 있다. 운좋게 서평단으로 받게 된 이 책은, 동양사에서 핵이자 중심인 중국 역사 속에서 임팩트하고 가장 손꼽히는 음모가이자 우리에게 꽤 익숙한 11인을 추려내 정리한 책 바로 <권력전쟁>이다.

중국 역사 속 11인을 통해서 본 권력에 대한 인문 역사서 <권력전쟁>

제목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그 권력에 관한 이야기로 부제목 '그들은 어떻게 시대의 주인이 되었는가'처럼 바로 권력의 핵심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책은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은 아니고, 지은이는 중국 사람으로 주로 중국 고대 문학 연구에 힘써온 '뤄위밍'이 쓰고 '김영화'씨가 번역해 '에버리치홀딩스'에서 출판된 신간이다. 바로 인문 역사서로 보면 되는데, 중국 역사 만큼이나 휘황찬란하고 이야깃거리도 많은 것도 없기에 이 책은 강호를 포함해 중국 역사 매니아들에게 다시 재학습으로 인지하는 필독서가 아닐까 싶다. 그 11인의 면면만 봐도 화려하다. 

권력1장. 기회가 포착되면 모든 것을 걸어라 _ 기화가거奇貨可居

여불위, 여인으로 나라를 사다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기다┃공자님을 출세시켜 드리겠습니다┃화양부인의 마음을 사로잡다┃자신의 여인을 내놓다┃국왕을 옹립해 이익을 꾀하다┃여불위의 대체품┃처량한 퇴장

권력2장. 사람을 꿰뚫고 시대를 거머쥐어라 _ 심찰인심深察人心

조고, 피바람을 몰고 온 노비
환관, 봉건제도의 희생양┃비밀에 싸인 순행 대열┃비밀에 붙여진 죽음과 심리게임┃우매한 공자의 황제꿈┃마음이 동한 이 승상┃유조를 조작해 화근을 제거하다┃피에 굶주린 살인광┃이사를 주살하고 대중을 기만하다┃아둔한 호해의 죽음┃복수극의 결말

권력3장. 쓸모없다면 과감히 내쳐라 _ 토사구팽兎死狗烹

한 고조 유방, 무뢰한 황제의 용인술
용인술인가, 사기술인가┃눈 깜짝할 새에 군대를 탈취하다┃모난 돌이 정 맞는다┃한신을 붙잡고도 석연치 않은 마음┃성공도 소하 덕, 실패도 소하 탓┃스스로 그물에 걸려든 팽월┃피할 수 없는 죽음┃혼비백산한 영포┃어찌 용사를 얻어 사방을 지킬까

권력4장. 자신을 성인군자로 포장하라 _ 대선대위大善大僞

왕망, 도덕적인 위선자
하늘에서 떨어진 관직┃촌극의 시작┃우연한 인연┃귀족 가문 중의 외톨이┃나날이 높아가는 명예┃아들을 희생해 지켜낸 명예┃주공과 필적하는 위대한 공덕┃태황태후 앞에서 위선을 떨다┃수백 명이 연루된 사건┃끝없이 나오는 새로운 술책┃도덕적인 위선자

권력5장. 야망의 발톱은 내면 깊숙이 숨겨라 _ 심장조아深臟爪牙

사마의, 깊이 숨긴 발톱
난세 영웅의 기개┃그릇처럼 자신을 비워내다┃중풍으로 세상을 속이다┃갑자기 터진 정변┃환범, 운명에 순응하다┃겸손하고 신중하되 결단은 확실하게

권력6장. 수단과 방법은 담대하고 냉혹하게 써라 _ 대담수랄大膽手辣

가남풍, 방탕한 황후의 살인 게임
서진을 멸망시킨 가후┃천당에서 신선을 만나다┃백치 황제와 악처 황후┃도구로 전락한 혜제┃양씨 일족을 멸하다┃어머니를 처벌한 아들┃태자의 명성을 더럽히다┃날조된 태자의 역모┃방탕한 황후의 죽음

권력7장. 권력에는 금기가 없다 _ 금문첩혈

당 태종 이세민, 영웅의 과감한 결단
천하를 쟁취한 이씨 부자┃가슴속에 품은 대의와 야심┃태평천자가 될 몸┃격화되는 태자와 진왕의 대립┃서로 모해하는 형제┃위기에 빠진 진왕┃최후의 결단┃피의 현무문┃현무문의 난은 정당한가?┃정변도 가릴 수 없는 찬란한 업적

권력8장. 권력자를 미색으로 다스려라 _ 상두정치床斗政治

측천무후, 능수능란한 베갯머리송사
황후에서 태후, 그리고 황제까지┃열네 살에 입궁하다┃미모로 사업을 일구다┃금단의 열매┃아첨으로 얻은 지위┃황제의 마음을 사로잡다┃잔혹한 본성을 드러내다┃권력의 중추에 손을 뻗다┃허수아비 황제가 일으킨 풍파┃범도 제 자식을 잡아먹지 않는다?┃중국 유일의 여성 황제

권력9장. 권력자는 단 하루 만에도 뒤바뀐다 _ 돌변풍운突變風雲

송 태조 조광윤, 하루 만에 역사를 바꾸다
어린 황제가 불러온 위기┃다음에는 누가 천자가 될까┃하늘에 나타난 징조┃황제가 되다┃천하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리다┃하루 만에 성공한 쿠데타┃술잔으로 병권을 해제하다┃

권력10장. 경쟁자를 결코 허용하지 마라 _ 다자다화多子多禍

옹정제,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이미 40년이나 한 천자 노릇┃황자의 세력이 커지면 황제는 불안해진다┃열넷째의 등극┃오랜 인내와 필살의 일격┃윤진의 대담한 행보┃황위 찬탈 음모, 그 후

권력11장. 어쩔 수 없는 선택이 현답이다 _ 별무선택別无選擇

홍수전, 태평천국 운동의 창시자
중국을 휩쓴 한차례의 폭우┃상제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귀신놀음으로 지위를 높이다┃양수청의 꼭두각시┃어찌 구천세에 그치는가?┃도살장이 된 천경성┃커다란 나무도 뿌리가 많아야 지탱한다



인류사와 함께 자라온 권력욕, 중국 역사 속 11인을 통해서 고찰해 본다.

이렇게 여불위부터 해서 조고, 유방, 왕망, 사마의, 가남풍, 이세민, 측천무후, 조광윤, 옹정제, 홍수전까지 거의 다 아는 인물들이다. 물론 각자 어느 정도 아느냐의 편차는 있겠지만 이 책은 이들의 일화와 일대기를 소개하며 그 권력의 정점을 살피고 있다. 그래서 《권력전쟁》은 음모와 암투가 난무하는 권력 세계에서 살아남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인물과 그들에게 희생되었던 패배자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생생한 권력의 본질을 보여주는 책이라는 소개다. 그중 위의 목차처럼 중국의 역사 속에서도 가장 치열했던 순간만을 훑어 완성된 《권력전쟁》은 보다 치열해진 인간 사이의 경쟁 구도에서 요구되는 리더십과 처세술, 용인술, 심리술, 나아가 조직을 지배하고 내 것을 지키며 정상에 오르기 위한 방법이 담긴 전략적인 인문 역사서라 할 수 있다.

영국의 저명한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이 남긴 《권력》이라는 저서에서, "인간의 무한한 욕망 중에 권력욕이야말로 가장 강렬하며 근본적인 욕망이다. 또한 누구에게나 권력욕은 있다. 하지만 일부는 리더의 추종자로 만족하며 그의 승리를 마치 자신의 것처럼 받아들인다. 반대로 리더형 인물은 직접 다른 이들을 이끌고자 한다. 만약 누군가 부를 추구한다면 소유할 수 있는 재물에는 한계가 있을 테지만, 권력을 추구한다면 그 만족에는 한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력욕이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역사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역설하고 있다.

그렇다. 이렇듯 이 책은 '권력은 단 한 번도 인류에게 도덕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아이러니한 명제 앞에서 논거를 던지고, 중국 역사 속 11인을 통해서 그 과정을 되짚어 보고 있다. 여러 말이 필요없는 역사 인문서다. 여기 11인이 제시한 권력전쟁 속 존재하는 모든 음모와 다툼의 과정을 살펴보면서, 쏠라닥질의 얽히고설킨 전쟁과도 같은 권력 세계에서 천하를 움켜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권력의 불가분의 관계를 다시 한번 고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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