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독특하면서도 무언가 색다른 두 권의 책이 있다. 하나는 제목만 봐서는 역사서를 빙자한? 자기개발서 같은 느낌이 또 하나는 소설 같은 에세이 느낌이 들지만, 각기 다른 듯 하면서도 우리네 인생과 삶에 대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공통점은 있다. 다른 점이라면 하나는 과거 인물을 통해서 인생의 성공의 법칙을 설파하고 있고, 또 하나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 부부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우리의 인생을 드라마처럼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름 끌리기도 하는 게, 어찌보면 흔한 자기 계발서나 에세이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딱딱한 어조를 탈피하며 손쉽게 동화시키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럼 두 권을 간략히 소개해 본다.



먼저 <피렌체 특강>은 그 제목에서 얼핏 알다시피, 이탈리의 그 유명한 도시 '피렌체'를 거론해 무언가 낭만과 아름다움이 깃든 그곳을 여행하며 인생의 특강을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그 도시를 떠올리면 냉혹한 카리스마 군주 '체사르 보르자'나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 그리고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생각나는데,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미켈란젤로'가 아닐까 싶다. 알다시피 그는 이탈리아가 낳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최고의 예술가로 못하는 게 없는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그의 직함만 해도 르네상스 화가, 조각가와 건축가 등 뛰어난 업적을 남겼는데, 그중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게 그 피렌체 광장에 서 있는 '다비드'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이 책은 바로 미켈란젤로가 남긴 '다비드'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전하는 삶과 철학의 비밀을 들려주는 일종의 지침서다.

'피렌체 특강',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를 통해서 인생을 조각하고 다듬고 윤내라!!

그렇다고 고리타분하게 설파하는 방식이 아닌 작가가 만든 인물 '톰'을 내세우고 그가 이탈리아 피렌체를 여행하는 여정을 그린다. 그러면서 그곳으로 여행을 떠난 톰에게 다가온 어느 노인이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를 통해 대가가 가진 특별한 강점과 위대한 성취를 들려준다. 노인의 갑작스런 조언에 변명과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톰은 차츰 그 세세하고 구체적인 설명들에 빠져들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며 자신을 성찰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대가(大家)라 불리는 미켈란젤로가 걸작을 만드는 과정과 자기경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 저자는 돌을 깎아 조각상을 만들면서 '잠자는 천사를 깨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던 미켈란젤로의 일화로 하여금 감동을 선사하고, 우리 안의 숨겨진 재능과 가능성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레 던지며 화두를 던진다.

이렇게 책은 어떻게 보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라는 식의 흔한 자기계발서 느낌이 다분하다. 하지만 이 책이 색다른 건, 한낱 대리석에 불과했던 그것이 위대한 '다비드'로 탄생했듯이, 미켈란젤로의 삶과 철학을 통해서 우리네 인생을 조각하라고 설파하고 있다. 톰과 노인의 대화를 통해서 말이다. 그런데 단순히 조각만 하는 게 아니라 떼어내고, 조각하고, 다듬고, 윤내라며 성공은 생각이 아니라 움직이는 과정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그때서야 비로서 진정한 삶과 성공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책은 내면의 가능성을 깨우는 세 가지 보물과 이를 완성시키는 여섯 가지 행동지침을 언급하고 있는데, 각 장의 말미에 '숨겨진 재능을 깨우는 체크리스트'를 소개해 독자들이 더 나은 삶, 꿈에 대한 열정을 성취하도록 가이드로써 이끌고 있다. 뭐.. 다 좋다. 누구나 멋진 인생의 성공을 꿈꾸며 살아간다면 외견의 치장보다, 자기 안에 잠자고 있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걸작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바로 이 책 '피렌체 특강'은 그런 점에서 되돌아보는 성찰과 함께 성공 지침서로 나아가는 한 방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인생을 조각하고 다듬고 윤내라.. 결코 쉽지 않지만 그러지 않으면 '다비드'는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피렌체 특강 - 10점
크리스 와이드너 지음, 김목인 옮김, 이내화 해제/마젤란



또 하나의 책은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아내를 탐하라'며 권고?를 하고 있다. 아니 여자를 탐하는 게 인류사의 수컷 남성들의 본질적인 욕망이라고 한다면 크게 틀린 말도 아니지만, 어찌보면 자기의 동지와도 같은 이제는 내 여자가 된 여자를 또 탐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사이에다 물론 탐하돼, '무심한 듯 뭉클하게'라는 전제를 달고 있다. 참 센스가 좋다. 그냥 탐하면 막연해지는데, 오랫동안 평생 같이 하는 내 아내를 무심한 듯 하면서도 때로는 뭉클하게 울리며 아내를 사랑하라는 역설적인 표현으로 이목을 끈다. 그렇게 탐하다 보면 부부간의 애정이 더 돈독해져 인생살이가 편해진다는 이야기 정도랄까.. 그렇다. 이 책은 그런 류의 소설 아니 에세이집으로 간단한 소개는 이렇다.

아내와 남편들, 이제는 서로를 탐하며 사랑과 행복을 재확인하자!! 

"<대한민국 유부남 헌장>, <남편생태보고서> 등의 책을 집필한 김상득의 에세이. 20년이 넘게 결혼생활을 해온 저자 김상득이, 어느 날 문득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사랑을 나누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며 같이 살지만, 도대체 아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는 것을 깨닫고 아내라는 인격적 공간을 탐사해나가며 써내려간 글이다. 아내의 몸, 아내의 물건, 아내의 속, 아내의 세계, 아내의 꿈 등 총 다섯 개의 세밀화로 그려지며, 낯선, 혹은 낯익은, 사소하면서도 시시콜콜한 아내의 모든 것들에 대한 관찰기이다. 저자는 이러한 애정 어린 탐사 과정을 통해 아내라는 한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사랑하게 된다."

이렇게 이 책은 아내에 대한 심도있는 관찰기적 탐사 보고서라 할 수 있다. 즉 보통 남편 하나 믿고 살아간다는 우리네 아내들의 힘들고 희미하고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것들을 유부남의 시선으로 모두 담아내며 설을 풀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전작 두 권의 책에서도 느낌이 오듯, 현직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기획부장으로 일하는 경력을 봐서라도,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부남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 아닌가 싶다. 오래 같이 살다보니, 우리가 보통 공기의 중요성을 모르듯, 아내도 그런 존재로 다가옴을 남편들은 인지하며 그렇게 무덤덤하게 살아가고 있다. 물론 그건 아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렇게 어느 날 자신의 아내 아니 또 남편이 될 수도 있고, 상대방을 심도있게 탐하다 보면 그 안에서 새로운 인생의 전환과 행복을 느끼는 바이러스가 생길지도 모른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우리네 인생사의 보편타당한 테두리 안에 갇혀버린 두 존재 아내와 남편, 두 남녀가 백년가약을 맺어 살아가는 게 인생사라면, 서로 탐하며 끝없이 사랑을 확인하는 게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당장 서로의 배우자를 탐해보자. 물론 연인끼리도 좋다. ~


아내를 탐하다 - 8점
김상득 지음, 최수진 그림/이미지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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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권의 책은 제목의 느낌처럼 기업 경영과 관련된 경영전략/혁신서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보기에 다소 버거운 어디 저기 CEO나 팀장급이 봐야 될 책이라고 치부되기 쉽다. 사실 그게 맞는 말이기도 한데, 하지만 요즈음 경영 관련 서적들은 우리네 사회와 일상의 양태를 분석하고 사례를 제시하는 등의 접근법으로 다가와 읽어 볼만한 경영혁신서들이 많다. 물론 여전히 다소 딱딱하긴 하지만, 제목부터 친근한 용어 사용으로 다가오는데, 먼저 <이모셔 노믹스>라는 책이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요즈음 MB정부 때문인지 몰라도 'MB노믹스'라 불리는 정책을 대변하며 많이 차용된 것이다. 어떤 관례로 만들어진 현상이나 사례에 붙여지는 것으로, 사실 우리 사회는 이 '노믹스' 천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모셔 노믹스', 감성 경제학으로 경영의 모든 것을 말하다.

최근에 소셜네트워크가 각광을 받으면서 나온 '소셜노믹스'부터 해서 무슨 무슨 노믹스라 해서 이것저것 갖다 붙이기도 하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이번에 이 노믹스는 바로 감정을 뜻하는 이모션(Emotion)을 붙여 <이모셔 노믹스>라 명징하고 있다. 이모션에서 파생된 이모셔, '감정, 강력한 결정권자'라 불리는 그들의 노믹스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즉 어떤 논리적인 '이성'보다 앞선다는 '감정과 감성'을 통해서 경영을 측정하고 분석하고 관리한다는 거. 그런데 이게 정당하고 괜찮은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른바 책은 '감성경제학'이라 내세우며 감정을 측정하면 관리할 수 있고, 감정을 관리하면 비지니스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 '이성'보다 강력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람들의 감정을 알아내고 관리하여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일이 정말로 중요한 것일까? 라는 출발선에서 화두를 던진다. 그동안 감정은 애매하고 정의하기 어렵고 비이성적이고 정량화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성’에 밀려 외면받아온 거. 그러면서 이 책에서는 감정에 대한 이러한 기존의 인식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감정은 이성보다 강력하고 확실하며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다. 정말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다. 인간은 사고보다 감정이 먼저 일어나도록 진화한 존재이기에, 성공을 원한다면 반드시 인간의 본성, 즉 감정에 주목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이 책에는 사람들이 어떻게, 언제, 왜 감정을 경험하는지에 관한 최신 연구와 더불어 10여 년에 걸친 실험들, 언어적 및 비언어적 반응을 비교한 50,000건 이상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결과가 담겨 있으며, 이를 통해 감정이 과연 무엇인지부터 세세히 짚어보고, 그것을 과학적이고 정량적으로 파악하여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즉 감정을 측정하는 "페이셜 코딩"을 소개하고, 브랜딩과 광고, 세일즈와 고객 서비스, 직원 관리에 이르는 비즈니스의 모든 영역에서 감정을 활용하는 법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성보다 감성으로 관리가 들어가는 경영이라니, <이모셔 노믹스>는 그 중심에서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제대로 해부해 경영과 접목시킨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닐까 싶다. 

 

이모셔노믹스 - 8점
댄 힐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마젤란


또 하나의 경영 전략 혁신서는 바로 경영 전략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마케팅'에 관련된 책이다. 마케팅이 무엇인가? 전문가가 아니어도 개인이나 조직이 어떤 일이나 사업을 함에 있어서 '마케팅'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바로 경영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다. 그런 마케팅을 하는 이들을 '마케터'라 부를 정도로, 당당한 직업군으로 이미 자리매김한지도 오래다. 그런데 마케팅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그런 방법론적인 제시를 한 책이 바로 <마케팅 트래블러>다. 대신에 제목의 그 의미처럼 트래블러 즉 문제를 유발시킨다는 거. 그냥 책상머리에서 굴리는 마케팅이 아닌 바로 현장에서 부딪치고 뛰며 얻어지는 마케팅의 마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케팅에서 제일 중요한 창의성과 차별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책상머리 마케팅이 아닌 현장에서 발로 뛴 마케터의 비법 '마케팅 트래블러'

 
그래서 이 책은 여기 저자가 직접 발로 누비며 세계 곳곳에서 찾아낸, 번뜩이는 아이디어, 변화하는 새 시대에 걸맞은 마케팅 사례를을 모은 책.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시장은 물론, 필리핀, 태국, 콜롬피아, 방글라데시, 러시아 등 기존의 마케팅 책에서 다루지 않던 제3세계 국가의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까지 다루고 있다는 소개다. 점점 복잡해지는 시장 속에서도 'SOLD OUT'을 꿈꾸며 “현실에서 통하는 마케팅”, “창조적 마케팅”을 고민하는 마케터에게 필요한 최신 정보와 마케팅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결국 작금의 자본주의 시장은 더 이상 일차원적인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곳이 아님은 이미 견지된 사실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기존의 브랜드에서 혁신을 꿈꿀 수 있는 지점을 찾도록 안내하고, 새로운 브랜드에게는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전략을 귀띔한다. "발빠른 마케터", "현재를 읽고 미래를 예측하는 인사이트를 가진 마케터"로 거듭나기 위한, 뉴스로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세계 곳곳의 현재진행형 성공 마케팅 전략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나름 구미가 당기는 책이 아닐 수 없는데, 우리네 인생 자체를 마케팅으로 본다면 여기 '트래블러'의 기운으로 안락함을 벗어나 직접 발로 띄며 세상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 안락의자 마케터에서 교실 밖 마케터로 거듭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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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일본소설이 강호의 레이더에 포착돼 컬렉하게 됐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음에, 아니 그것보다는 제목이 완전 똑같은 한국영화 '죽이러 갑니다'를 예전에 보고서 그 내용을 찾는 과정에서 알게 된 소설이라고 보면 더 정확하다. 구글에서 '죽이러 갑니다'로 검색하면 바로 소설 <죽이러 갑니다>도 나온다는 거. 그래서 안으로 파고 들어가니, 이 소설의 포스가 남다름을 보게 된다. 보통 강호가 일본소설로 주로 읽어 온 건, 알다시피 많이 알려진 작가들 작품들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오쿠다 히데오, 오기와라 히로시, 노자와 히사시, 이사카 코타로 등 주로 이들 소설들이었는데, 이번에는 '가쿠타 미쓰요'라는 여류작가의 작품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떤 작가일까? 67년 가나가와 현 출신으로 2004년 <대안의 그녀>로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현재 일본 최고의 여성 작가 중 한 사람. 섬세한 심리묘사와 현실의 작은 부분까지도 파고드는 관찰력을 소유한 감성적인 문체 스타일의 여류 작가란다. 그러고보니 2003년 부인공론문예상을 받은 <공중정원>이라는 소설의 이름을 얼핏 들어본 것도 같다. 어쨌든 이미 국내에 번안된 소설만해도 10여 종이 넘을 정도로, 꽤 인기가 있는 작가는 분명할 터. 그래서 그 중에서 고르고 골라 작가 스타일을 알고자 두 권만 도서 적립금 만료일에 맞춰서 구하게 됐는데, 그게 바로 영화 제목과 같은 <죽이러 갑니다>와 다소 특이한 <8일째 매미>라는 소설이다.

그럼 어떤 작품인지, 이 두 권을 간단히 소개해 본다.



먼저, 우리영화 '죽이러 갑니다'와 같은 제목의 <죽이러 갑니다>는 영화처럼 어떤 '살의'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즉 제목의 의미처럼 누군가를 말 그대로 죽이러 떠나는 여정?을 다룬 이야기인데, 앞선 영화가 다소 코믹적이고 허무맹랑하게 살의를 무람없이 펼쳐 보였다면, 여기 소설에서 그려낸 '살의'는 꽤 진중하고 메시지감이 느껴진다. 단 장편은 아니고, 표제작을 비롯해서 총 7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살의'를 다룬 일상의 쓸쓸한 이야기 '죽이러 갑니다', 7편의 메시지적 단편들

표제작 '죽이러 갑니다'로 포문을 열고,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치사한 따돌림을 당하는 사오리가 복수를 꿈꾼다는 '잘 자, 나쁜 꿈 꾸지 말고'라는 이야기, '아름다운 딸'에서는 아름다운 엄마 가요코가 사춘기를 맞은 추한 딸이 자신을 향해 퍼붓는 알 수 없는 악의와 날마다 대면하고, 결국 자신이 낳은 사랑스러운 자식이지만 그 아이를 죽이고 있는 자신을 상상하며 가요코는 깜짝 놀란다.. 까지 읽어 볼만한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증오심과 복수는 처절하기 보다는 다소 쓸쓸하고 슬픈 분위기가 감지된다. 바로 어떤 가열한 '살의'보다도 오히려 그것을 일으킨, 해소할 수 없는 답답함이 극적인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는 소개다. 특히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잔혹한 묘사 하나 없지만 더할 수 없이 오싹하며, 우리가 안주하고 있는 평범한 일상에 대해 곱씹어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일상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도 파고드는 관찰력과 섬세한 심리 묘사, 작가 특유의 감성적인 문체가 돋보인다는 평가처럼 이 소설의 의미는 꽤 깊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각종 살의의 기운들과 그것이 파고드는 암울하고 쓸쓸한 이야기, 바로 소설 '죽이러 갑니다'는 그것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역시나 말이 필요없는, 영화 '죽이러 갑니다' 보다 더 괜찮은 '죽이러 갑니다'를 만나보자.

 '가쿠타 미쓰요'의 완성도 높은 우리시대 여자 이야기 '8일째 매미' 강추!



또 하나의 소설은 '죽이러 갑니다'와 같이 제목이 다소 특이한 <8일째 매미>다. 얼추 제목부터 무언가 심오한 뜻이 느껴지는 게, 만만치 않아 보인다. 작가라면 그만의 대표작이나 인기작이 있기 마련인데, '가쿠타 미쓰요'의 대표적인 인기작으로 최고의 작품이라 찬사를 쏟아낸 게 바로 '8일째 매미'다. 앞에 홍보된 띄지에서 보듯이 말이다. 무슨 내용의 소설이길래 그럴까?

   
  그저 한 번만 볼 생각이었다. 사랑해서 안 되는 남자, 그의 아내가 낳은 아기의 얼굴을. 하지만 아기의 얼굴을 본 순간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기와코는 아기를 안고 도망치기 시작한다. 모두가 떠난 철거 촌으로, 어딘지 수상쩍은 여자들이 공동체를 이룬 엔젤 홈으로, 바다 저 너머 석양이 아름다운 섬으로.. 16년 후. 20살이 된 에리나는 어렸을 때 유괴됐었다는 꼬리표와 그 사건으로 인해 드러난 가족의 허위 때문에 괴로워한다. 어느 날 어려서 함께 엔젤 홈에서 자랐던 지구사가 찾아오고, 둘은 어긋난 운명의 퍼즐을 짜맞추기 위해 과거를 찾아 떠난다.  
   

 
이렇게 간단히 내용만 봐도, 순간적인 실수로 또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엇나간 두 여자의 인생을 통해 모성과 가족, 운명, 그리고 인간 존재의 이유를 반추하는 작품이라는 소개다. 특히나 이 장편소설 '8일째 매미'는 가쿠타의 작품 중에서도 많은 평론가들로부터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으로, 중앙공론 문예상을 수상작이기도 하다. 작가 스스로 이 이야기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 순간적인 실수로 전혀 다른 인생을 걸어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소설은 범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작용으로 인해 인간의 내면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나는 그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등장인물 모두 인생을 납치당한 사람들이다. 어디서 누구의 손으로 키워졌든, 그 과정이 조금 비정상적이라해도 인간은 파괴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역시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지는 게, 특히 본인도 여성이기에 안고 있는 문제의식의 출발이 좋아 보인다. 한 여자의 어그러진 인생에 대한 관조와 비판을 가슴을 적시도록 써내려간 그녀만의 대표적 역작 '8일째 매미', 제목의 의미가 아직은 깊게 다가오지 않지만, 7일째 죽지 못한 8일째 매미는 바로 우리시대 여자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고민과 작가의 기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격찬처럼, 여기 '가쿠타 미쓰요' 최고의 역작 '8일째 매미'를 만나보자. 한 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가열하게 울어대는 그 매미 소리와 함께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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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철로 접어들며 장마철을 앞두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때, 사실 책 읽기는 곤욕이 아닐 수 없다. 어디 저기 시원한 계곡 물에 발 담그며 차게 얼려 놓은 수박을 먹으면서 읽으면 모를까.. ㅎ 소위 뻑뻑한 책은 눈에 잘 안 들어온다. 뭐.. 사회나 역사 인문서들 말이다. 대신에 그때 찾게 되는 게 소설류다. 특히나 그냥 일반 드라마적인 거 말고 추리소설류나 미스터리류 같은 게 끌리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강호는 올 여름도 그런 류로 달려볼까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기존에 읽고 있는 질퍽한 중국소설도 끝내야 하는 등, 누구나 각자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튼 각설하고, 이번에 소개할 책은 일본 작가의 작품이다. 강호가 한창 때 파고 들었던 작가이기도 한데, 추리와 미스터리 소설의 인기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물론이요, 사회적 강박증에 시달리는 이들을 치료하는 괴짜의사 '이라부 시리즈' 등의 사회적 풍자와 위트가 넘치는 '오쿠다 히데오', 그리고 무언가 사회적 메시지와 경묘한 필치로 행간에 인생의 애환을 담아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오기와라 히로시'까지, 이들 세 사람의 작품의 반 이상은 읽어 봤다. 특히 기존의 '오기와라 히로시'는 <소문>, <내일의 기억>, <벽장 속의 치요>, <그날의 드라이브> 등으로 잘 알려졌는데, 이번에 그가 이런 류에서 비슷하거나 궤를 달리해서 학원물에 도전한 청춘 미스터리물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운좋게 서평단으로 이 책 <콜드게임>을 받아 보게 됐는데, 이에 간단히 소개해 본다.



이렇게 사진에서 보다시피, 띄지에 '오기와라 히로시의 청춘미스터리'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느낌은 단박에 온다. 흡사 학원물이 아닐까 싶은 게, 그렇다. 이 속에는 바로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누구나 학창시절을 겪으면서 좋았던 싫었던 여러 개의 추억이 있기 마련인데, 이 작품에는 학교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특히나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바로 '왕따'라는 학원폭력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흔한 소재이기도 해 낯선 느낌은 들지는 않는다. 대신에 참신함이 없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그렇지도 않다. 그 이야기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 미츠야는 고등학교 야구부를 은퇴하고 목표를 잃은 상태이다. 친구인 료타는 형사에게 찍힐 정도로 불량하지만, 미츠야와는 어릴 적부터 친구. 어느 날 료타에게 불려나간 미츠야는 중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들 몇 명이 이유없이 습격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범인은 과거 왕따를 당했던 토로요시가 틀림없지만, 4년 새 끔찍하게 흉포해진 적은 도무지 잡을 길이 없다. 두 사람은 어떻게든 경찰의 손을 빌리지 않고 토로요시를 찾아내기로 결심한다. 탐색 과정에서 첫 사망자가 나오고, 료타가 용의자로 몰리는 일이 발생하면서 점점 더 경찰을 의지하기는 어려워진다. 긴급 동창회를 열어 수사대를 결성하지만, 의견은 대립한다. 표적이 된 왕따 가담자들과 왕따에 가담하지 않았던 아이들 사이에 미묘한 온도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희생자는 계속 늘어나고, 토로요시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왕따' 문제를 다룬 청춘들의 잔혹한 미스터리물 '콜드게임', 나름 강추다!

이렇게 간단히 내용을 보듯이 어찌보면 별거 아닌 '왕따'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 피해자로 인해 사람까지 죽는 가해자가 생기면서 이야기는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물론 그 가해자는 왕따를 당한 '토로요시'로 지목이 되지만, 그를 잡는 게 오리무중에 빠지면서 이야기는 몰임감을 제공하는 구도다. 그래서 이 소설이 안고 있는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는 학교문제 중 하나인 '왕따'에 대해서 직관적으로 들이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과 전개 과정에서 경악할 만한 반전까지 그리며, 종국에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상처로 남을 슬픈 이야기로 귀결된다는 그 소개처럼, 오기와라 히로시의 '콜드게임'은 제대로 방점을 찍는다.

제목만 봐서는 야구의 그 '콜드게임'을 바로 연상시키듯, 이 이야기에서도 한쪽으로 무작정 쏠린 그 어떤 청춘들의 잔혹사를 그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느낌이 든다. 역자 후기에서도 이 소설에 대해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정해진 룰에 따라, 자신이 품은 원한의 무게에 맞게 앙갚음하고야 마는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왕따 사건에 얽힌 다양한 캐릭터들의 행동과 심리 묘사, 긴장과 공포, 반전을 곁들인 미스터리 스릴러적인 구성은 학교 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작품임에도 시종일관 궁금증을 유발하며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언제쯤 튀어 나오려나 은근히 기대하게 되는 오기와라식 위트와 유머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렇게만 봐도, 역시나 확 끌리는 학원물이자 청춘미스터리 소설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스타일의 추리 전개와 '오쿠다 히데오'식의 풍자와 위트를 즐기지만, '오기와라 히로시'만의 경묘한 느낌으로 달리는 그만의 풍자와 위트, 종국에는 사회적인 묵직한 메시지까지 담아내는 그런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래서 받자마자 읽고 있는데, 극 초반이라 아직은 모르겠다. 왕따를 당한 소년 '토로요시', 그가 정말 자신을 그토록 비참하게 만든 친구들을 죽일 정도로 단죄를 가한 게 정당한지, 아니면 다른 이의 단죄인건지.. 벌써부터 구미가 당긴다. 역시 여러 말이 필요없는, 무더운 여름에 읽기에 제격인 미스터리류 소설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 이미 정평이 난 있는 '오기와라 히로시' 작품이기에, '콜드게임'은 다소 남다르게 다가온다.

과연 이들의 파국은 어떻게 될지, 여기 청춘들의 잔혹사를 만나보자.
토로요시는 말한다. "나의 소중한 것을 빼앗은 너에게, 나의 소중한 것을 빼앗으러 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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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싱크가 맞아 떨어지는 게, 요즈음 장안의 화제인 '나는 가수다'를 패러디한 느낌의 이 장편소설은 중국 작가 '류전윈'의 작품이다. 물론 책이 먼저 나온 거지만, 그렇다면 류전윈은 누굴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게 이미 몇 번의 소개를 통해서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중국을 대표하는 신사실주의 작가로 중국의 주요 문학상 수상은 물론, 국내에 인기있는 위화와 쑤퉁과 함께 중국 현대문학의 주요 3인방으로 보면 편하다. 이미 국내에 소개돼 큰 인기를 끌었던 중국인의 일상과 인생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닭털 같은 나날>들은 물론이요, 인민의 역사에 내재된 '라오바이싱'(토속적인 서민)의 역사를 사실적으로 풀어쓴 죽음의 연대기 <고향 하늘 아래 노란 꽃>까지, 강호는 두 권을 접하면서 류전윈의 작품에 빠졌었다. 그리고 그런 연장선의 일환으로 구하게 된 두 권의 장편소설, 알라딘 적립금 만료일에 맞춰서 컬렉했는데, 이에 이 책들을 간단히 소개해 본다.  



먼저 '나는 가수다' 아니, <나는 유약진이다>라는 장편소설이다. 제목에서부터 느낌이 오지만 '유약진', 마치 중국 현대사의 시발로 나선 50년대 '대약진운동'을 방불케 하는 이 제목은 주인공 '유약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바로 언급했듯이 주인공 '유약진'은 중국 '대약진운동'을 연상시키는 대단한 이름을 가졌으나, 그와 달리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당하기만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마누라를 빼앗긴 대가로 6년 후 큰돈을 받을 수 있는 차용증 하나가 유일한 낙, 그런데 6년이 다 되어 가던 시점 그 차용증이 담긴 가방을 도둑맞았다. 마누라도 뺏기고, 공사장 조리사로 궁상맞게 사는 인생을 벗어날 길이 없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위 권력층의 비밀 정보가 담긴 핸드백 하나를 줍는 바람에 이제는 도둑을 쫓지는 못할망정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늑대 같은 인간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그들을 속여 넘겨야 하는데.. 이게 바로 유약진에게 펼쳐지는 주요 이야기다.

그렇다. 여기는 유약진을 통해서 바라보는 인간 세상에 대한 자조 섞인 비판과 관조가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 스스로도 류전윈은 외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유약진이다>는 "양이 어떻게 늑대를 잡아먹는가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힌 바 있듯이,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고 설파한다. '늑대처럼 사람들을 잡아먹거나 혹은 양처럼 사람들에게 잡아먹히는' 그런 식으로 중심에 군상들을 갖다 놓는다. 2007년 출간된 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류전윈은 이 소설로 '당대문학상'을 수상했고, 탐정소설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서사와 농도 짙은 블랙코미디가 돋보인다는 평가가 있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역시 여러 말이 필요없다. 여기 늑대를 속여야 살아 남는 한 남자 '유약진'의 인생 역경을 만나보자.

아래는 소설가 김인숙 씨의 추천사다.

"이야기가 물처럼 흘러간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거침없이. 무엇보다도 유쾌하게. 이 소설의 재미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주인공들은 제가끔 비참한 사연들을 갖고 있다. 바닥의 인생들이다. 그러나 눈물이 아니라 웃음이다. 삶의 바닥을 마침내 바닥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만이 눈물 대신 웃음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닐까. 작가 류전윈이 그렇고 주인공 유약진이 그렇다. 갈래갈래로 흘러가는 이야기들은 한꺼번에 뭉쳐 폭발한다. 무엇으로 폭발한다 할 것인가. 바로 이야기의 힘과 즐거움이다."

류전윈의 색깔이 제대로 묻어나는 '나는 유약진이다' &'핸드폰', 강추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편소설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휴대기기 <핸드폰>을 소재로 쓴 작품이다. 제목부터가 기존의 중국 소설들이 보여주었던 과거 인민들의 지난하고 질퍽하고 고루한 느낌보다는 다소 현대적인 감각으로 쓴 소설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핸드폰을 우리가 사용했던 시점이 최소 90년대 이후이기에 말이다. 하지만 소설은 1969년, 2003년, 1927년 순으로 무대를 달리하며, 각 시기를 대표하는 말의 전달 방식을 그려나가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 그리고 성인이 된 현재, 다시 주인공의 가계도 안에서 벌어진 세 가지 일화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방송국의 인기 토크쇼 사회자인 '옌셔우이'의 현재 가정생활과 여자관계가 펼쳐진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의 급속 성장에 따른 사회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 '언어'라 지적하는 류전윈은, 이 소설에서 핸드폰이란 소재를 통해 말의 효용과 가치에 대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중편집 <닭털 같은 나날>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출간작으로 중국에서 2003년 12월 책이 시장에 나오자마자 불과 한 달 사이에 22만 부가 팔리는 공전의 기록을 세웠고, 이것이 영화 제작으로도 이어져 최고의 흥행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재밌는 일설에 의하면 이 소설의 영향으로 중국사회에서 핸드폰이 가정파괴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고 하는데, 소설을 구성하는 기본 구도는 농촌과 도시의 대비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역시 여러 말이 필요없는 류전윈의 대표적인 장편소설이다. '말이 말을 낳으니, 다시 그 말이 말을 낳고'라는 그 의미처럼 이 속에는 우리가 평생을 쓰고 지내는 '말'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서려 있는 거. 그러면서 역자 후기는 이렇게 언급한다. "요컨대 <핸드폰>은 우리의 일상에 기초하여 도시라는 환경이 드러내고 있는 인성의 왜곡과 도덕성의 파괴 등 갖가지 부정적 현상들에 대해, 우매하고 천박하면서도 순진무구하고 아름다운 농촌의 영혼을 일종의 처방전으로 제시하고 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오늘날 중국사회를 가장 정확하게 조준한 현실적 사유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우리시대 작가 황석영은 이 작품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작가는 엄격한 권력구조에 적응하는 과정 속에서 점차 왜소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인간 군상을 블랙 유머와 풍자로 조소하고 있다. 노신 이래로 혁명과 자본주의적 시장을 겪고 있는 중국문학의 살아 생동하는 세계를 즐겁게 들여다볼 수 있다."  역시 류전윈다운 포스가 묻어나는 작품이 아닐 수 없는데, 우리가 흔하게 접하고 쓰는 문명의 이기 '핸드폰',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은밀한 '말'의 향연을 만나보자. 과연 '핸드폰' 때문에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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