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스틸 - Real St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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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걸맞은 판타지한 리얼 로봇 액션 영화라면 누가 뭐래도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떠올리게 된다. 이들이 어디 외계에서 날아와 지구촌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지들끼리 변신해 싸우기를 반복하며 눈길을 끌었던 액션 블록버스터.. 이런 액션 블록버스터에 도전장을 내밀며 진정한 로봇 액션을 선보인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리얼 스틸' 되시겠다. 사실 몇 달 전부터 이 영화는 아름아름 홍보가 되면서 뭇 맨들에게 나름의 기대치를 한 껏 높였었다. 그리고 드디어 국내에 개봉해 역시나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 제목의 의미처럼 쇠붙이 강철로 만들어진 로봇 액션의 향연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주인공 부자간의 정을 확인하고, 종국엔 감동까지 그리며 영화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한 그곳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래서 그런가, 이 영화는 단순하게 온리 로봇 액션으로만 치닫지 않는다. 이해할 법한 스토리가 있고 그 속에서 부자간의 정을 통한 휴먼까지 그리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물론 이런 그림이 진중하다기 보다는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게 로봇 액션과 잘 버무리며 보는 이의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그런 중심에는 수렁에게 건진 아니, 고철더미에서 기사회생한 깡통로봇에 불과했던 '아톰'이 자리잡고 있다. 즉, 이 녀석이 어떻게 보면 주인공 아버지와 아들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는 것인데.. 생긴 건 꼭 외계 애니메이션 '월-E'를 닮아가지고 순한 게, 아주 맷집이 좋은 로봇이다. 스파링 상대로 딱이였는데, 비디오 게임에 능숙하고 천재적 발명가 기질을 타고난 소년 맥스의 도움과 과거 전설의 복서로 나온 '휴 잭맨'의 쉐도우 복싱기법으로, 아톰은 로봇 파이터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으니,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치열한 로봇 파이터들의 세계를 그려낸 블록버스터

로봇 파이터의 불가능한 도전이 시작된다!

2020년, 관중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복싱 경기장. 링 위에서 숨 막히는 승부를 펼치는 이들은 무려 900kg에 2m 50cm가 넘는 거대한 로봇 파이터들이다. 인간이 아닌 로봇 파이터들이 사각의 링을 지배하는 시대! 챔피언 타이틀 도전에 실패한 전직 복서 출신 찰리 켄튼(휴 잭맨)은 지하의 복싱 세계를 전전하며 삼류 프로모터로 살아가고 있다. 겨우 번 돈으로 구입한 고철 덩어리를 로봇 파이터로 만들어 지하의 복싱 세계를 벗어나 재기하려는 찰리는 어느 날 존재도 모르고 지낸 아들 맥스(다코다 고요)의 소식을 접하고 임시 보호를 맡게 된다. 어쩔 수 없이 한 팀이 된 그들은 맥스가 우연히 발견한 고철 로봇 ‘아톰’을 최고의 파이터로 키워내기 위한 훈련을 시작한다. 오직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하는 무자비한 사각의 링 위,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찰리와 맥스, 그리고 ‘아톰’의 불가능한 도전이 시작된다!



(로봇을 조정하는 hp 넷북 기기.. 홀로그램 식으로 나오는 게 이거 뽀대가 나더라는.. ㅎ)

과거 이름 좀 날렸던 전직 복서 출신의 한 남자 '찰리'(휴 잭맨)가 있다. 그는 이제 퇴물은 고사하고 투전판을 오가는 아니, 가까운 미래 2020년, 로봇들의 복싱 경기가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각광받는 시대에 그는 로봇을 가지고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대박을 노리는 빈털털이 삼류 프로모터로 살아가고 있다. 바로 로봇 격투기로 떼돈을 벌겠다는 것인데, 이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과거 자신의 실력만 믿고서 덤비는 건지, 무작정 덤벼든 그 로봇 복싱 게임판에서 그는 빚만 늘어간다. 처음엔 나름 강인하게 생겨먹은 '앰부쉬'라는 로봇을 가지고, 상대편이 로봇이 아닌 거친 황소와 한판 붙더니 나가 떨어져 스타일을 구긴다. 그 미친 소를 얕잡아 보다가 쇠뿔에 한방 먹은 거.


(찰리의 두 번째 사무라이 로봇 '노이지 보이', 모히칸 스타일의 '마이더스' 로봇에게 무너지다.)

하지만 그는 포기를 모른다. 어떻게든 거물급의 로봇을 영입해 한탕을 계속 노리는데.. 역시 그것을 살 돈이 문제다. 이때 과거 어찌저찌해서 헤어져 살았던 아들 맥스(다코다 고요)를 만나게 된다. 아들하곤 정이라곤 없어 양육권 문제로 맥스의 이모 부부가 그 사이에 개입한다. 그리고 찰리는 맥스를 잠깐 맡아보는 조건으로 5만 달러의 거금을 받아 챙긴다. 한마디로 아들을 팔아? 로봇 살 돈을 마련한 거. 이것을 곧바로 알아챈 맥스는 아버지 찰리가 미운걸 떠나 그 돈의 반을 내놓으라는 등, 이 꼬마 녀석도 당차게 군다. 부전자전인가?

어쨌든 찰리는 그 돈으로 새로운 로봇 '노이지 보이'를 사서 다시 로봇 복싱 경기를 벌이게 된다. 이번에 상대는 나름의 포스를 가진 '마이더스' 투사 로봇, 그런데 초반에 잘 나가나 싶었는데 역시 전략도 없이 마구잡이로 덤빈 게 화근, 결국 사무라이 무사처럼 생긴 '노이지 보이'도 나가 떨어진다. 이런 광경을 옆에서 지켜본 아들 찰리는 아비가 참 한심해 보인다. 어찌 저렇게 경기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눈치다. 그래도 계속 로봇 복싱 경기를 포기 못한 이들은, 어느 로봇 고철장에 가서 새로운 부품을 훔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맥스가 어디 저 아래 하수구 지하에 떨어지고, 그곳에서 버려진 고철 로봇 '아톰'을 만난다.


(찰리는 과거 전설의 복서답게, 깡통로봇 아톰에게 자신의 복싱 기술을 전수한다. 그래 좋아..)

이것이 바로 '득템'이 아닐 수 없는 게, 버려진 과거의 로봇이 개과천선 아니 새로운 로봇 파이터로 탄생하는 그림이 중반 이후 계속 펼쳐진다. 물론 아비인 찰리는 이 놈 '아톰'이 마뜩치 않았다. 그저 스파링 상대로 만들어진 깡통 로봇이기에 파이터로써는 부족하다는 거. 하지만 아들 맥스가 이놈을 군대 수송부의 '닦고 조이고 기름칠 하고' 구호처럼 애지중지 아끼며 새롭게 변모시킨다. 과거 찰리 때문에 고철로 전락한 로봇들의 부품을 이용해 음성인식 기능을 추가해 말을 알아 듣게 만들고, 모션 따라하기 기능까지 넣으면서 아톰은 한마디로 인간적인 로봇으로까지 보이며 그 파란 눈을 그렁하게 떠 눈길을 사로 잡는다. 그래 이건 '윌-E'의 지구 버전인가?

아무튼 찰리는 드디어 맥스와 함께 아톰을 전사적으로 키우기에 나선다. 저 그림처럼 자신의 복싱 기술을 따라하게 해 훈련을 시키며 단계적으로 밟아 올라간다. 강호로 뛰어들기 전, 지하세계의 시합을 통해서 승을 챙기며 이름 알리기에 나름 성공한다. 그리고 드디어 WRB(세계 로봇 복싱 리그)가 열리는 최고의 대회에 신예 로봇 파이터 아톰이 참가하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지하세계와는 다른 거대한 상업 자본과 엄격한 룰 속에서 이뤄지는 공식 리그 대회에 이 녀석이 참가하게 된 거. 먼저 토너먼트로 붙은 두 얼굴을 가진 '트윈 스피릿' 로봇을 보기 좋게 물리치고, 마지막 강철 로봇의 제왕이자 파이터계의 신적인 존재 '제우스'와 최후의 결전을 앞두게 되는데.. 과연 다윗과 골리앗을 싸움을 보는 듯한 그 경기에서 아톰은 제우스를 이기고 진정한 로봇 파이터로 성공했을까..

이 모든 건 마지막 5라운드까지 펼쳐지며 갈무리 된다. 두 부자의 뜨거운 포옹과 환대 속에서...


(로봇 파이터의 제왕 '제우스'와 마지막 5라운드까지 간 '아톰', 과연 승자는 누구였을까?)

이렇게 영화는 리얼 로봇 액션답게 로봇 파이터들의 활약상을 담아낸 액션 블록버스터다. 인간보다 다소 큰 실물 크기의 리얼 로봇들이 여러 개 등장하며 당장 눈길을 끌었고, 이들이 복싱 머신의 파이터로 살아가는 가까운 미래에 벌어지는 로봇 액션은 정말 볼만하게 박진감이 넘쳤다. 물론 이들은 트랜스포머처럼 마구발방식의 액션이 아닌 리얼하게 링에서 벌어지는 복싱 경기에 한정돼 있지만, 그 디테일은 꽤 생생하게 살아있다. 링에 오르기 전에 모습이나 경기에서 잽이나 훅 등, 각종 복싱기술이 들어가 퀼리티를 살린 거. 그것은 바로 CG가 아닌 실물 크기의 로봇들이 등장했다는 점과 이들의 움직임은 모셥 갭쳐 방식으로, 실제 전설의 복서 '슈거 레이 레너드'가 특별 자문으로 코치해 리얼한 복싱의 세계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리얼리티를 살렸다.

트랜스포머와는 차원이 다른 리얼 로봇 액션의 감동 드라마 '리얼 스틸', 강추!!

하지만 이런 로봇 액션만 점철된 영화는 아니라는 점에서 '리얼 스틸'은 색다르게 다가온다. 즉 비주얼한 오락적 무비 이외에도 여기에는 드라마적 요소가 다분히 들어가 있다. 이른바 '휴먼' 코드인 셈인데, 아주 어릴 적 아버지와 헤어졌다가, 11살이 되어 만나게 된 아빠와 함께 떠나는 로봇 파이터의 세계.. 그 속에서 이들 부자는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면서 과거 잊고 살았던 정이 새롭게 생기고, 결국엔 깡통로봇 '아톰'을 통해서 부자지간의 정을 확인하며, 잃었던 가족애를 찾는다는 아주 전형적이면서도 뷰티풀한 스토리가 근저에 깔려있는 것이다.

이런 부자의 모습을 연기한 두 사람은 단연코 극에 잘 어울렸다. 아역 배우 '다코다 고요'는 이번 영화에 수천대 1의 경쟁을 뚫고 낙점된 천재소년 맥스 역을 제대로 보여주며, 링에서 그가 쏟아내는 언사는 꽤 울림이 있었다. 그리고 '휴 잭맨' 또한 과거 '엑스맨' 시절 울버린의 과오?을 잊고 전직 복서 출신의 삼류 프로모터로 살아가는 남자의 모습을 제대로 연기했다. 실제 복싱도 레너드에게 배웠다는 전언이 있었는데, 물론 이런 남자를 옆에서 도와주는 마치 산드락 블록을 닮아 보이는 여배우 '에반젤리 릴리'의 조연도 볼만했다. 복싱 체육관 여관장으로 로봇들을 수리하는 기술자에다 링 밖에서 응원하는 모습이 리얼했다.

아무튼 영화는 분명 로봇 액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종국엔 감동까지 선사하는 드라마의 모양새를 갖추며 뻔하게 흐른 구도였지만, 분명 비주얼하게 즐기면서 보기엔 제격인 영화다. 실물 크기의 로봇들이 펼치는 가열한 복싱 파이터의 세계 속에서 그려지는 부자간의 정을 그려낸 드라마까지 알차다. 그런데 마치 이것이 과거 실버스타 스탤론 주연의 '록키''오버 더 톱'을 오마주한 듯한 인상이 짙다고 하지만, 어쨌든 '리얼 스틸'은 진정한 21세기 로봇 액션을 제대로 선사했다. 과거처럼 유명세를 떨쳤던 복싱의 열기가 많이 사라진 이때, 복싱의 향수를 떠올리듯 인간들의 복싱 경기보다 더 리얼하게 펼쳐지는 '아톰'의 도전은 참으로 드라마틱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지막 제우스와 5라운드까지 벌였던 피가 튀는 아니, 쇳물이 튀는 사투가 바로 그런 거..

'리얼스틸', 올해 재미는 물론 감동까지 볼만한 리얼 로봇 액션로 강추다!!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6460&mid=1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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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피니시드 - The De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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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 영화의 전형적이자 인기있는 장르 중 하나인 '액션 스릴러' 영화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정말 오락무비로 손색이 없는 것들인데, 하지만 이번 영화는 정작 많은 이들이 안봐서 그렇지, 사실 여기 포스터처럼 '액션 스릴러' 영화가 아니라 단언하고 싶다. 가열한 액션도 아닌 그렇다고 스릴 만점으로 가득한 그런 무비가 아니다. 그렇기에 비주얼적 쾌감은 덜하더라도, 이 영화는 꽤 진중한 매력을 내뿜는다. 시각으로 즐기는 영화가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영화, 영화적인 수사로 포팅된 일당백의 그런 요원들이 아닌 실제 요원들의 리얼리티를 살리며, 그들이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묵직하게 그려냈다.

그래서 그런가, 영화는 꽤 현실감이 느껴질 정도로 눈길을 사로 잡는다. 액션 보다는 드라마적으로 진중하게 전개가 되다보니, 더욱 그러하다. 바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전범'에 대한 처리와 처단을 다룬 영화인지라, 때로는 정치사회물 같은 성격을 띄기도 하는 게, 영화는 지극히 사회적이다. 60년대 동베를린과 90년대 미국을 오가며 교차 편집돼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의 최정예 요원으로 구성된 첩보조직 '모사드'(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설립된 이스라엘 중앙공안정보기관이자 첩보조직)에 몸담은 그들에겐 무슨 일이 부여되고 벌어졌는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1966년 이스라엘 최정예 모사드 요원 세 명이 귀환하며 시작을 알린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최정예 비밀 요원, 사상 최악의 나치 전범을 처단하라!
이스라엘 모사드 최정예 요원 레이첼’(제시카 차스타인), ‘데이빗’(샘 워싱턴), ‘스테판’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끔찍한 살상을 했던 나치 전범 ‘보겔’ 박사를 처단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작전을 준비하던 중 ‘레이첼’은 세심하게 자신을 챙겨주는 ‘데이빗’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고, ‘레이첼’을 마음에 둔 ‘스테판’이 이를 눈치채면서 세 명의 요원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세 사람의 비밀스런 감정이 폭발할 때쯤, 드디어 ‘보겔’ 박사 납치 작전의 D-day가 다가오고, 이들은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해 조국의 환대를 받으며 귀환한다.

30년간 감춰진 비밀, 모든 비밀에는 대가가 따른다!
현재 ‘레이첼’(헬렌 미렌)은 극적인 상황에서 ‘보겔’ 박사를 암살한 공로로 온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암살 사건 이후 오랫동안 모습을 감춰왔던 ‘데이빗’의 충격적인 근황과 함께 이보다 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된다. 바로 자신이 나치 전범 ‘보겔' 박사라고 주장하는 이가 나타났다는 것. 과연 그는 암살 요원이 죽인 것으로 알려진 ‘보겔’ 박사일까? 그렇다면 30년 전 작전은 실패한 것일까?

30년 동안 은폐된 거대한 진실을 끝내기 위해 결국 ‘레이첼’은 최후의 작전을 거행하는데…



(허름한 오피스텔 안에서 나치 전범을 잡아두고 매 항상 노심초사하는 세 명의 이스라엘 요원들..)

위처럼 시놉시스를 보듯이 내용이 다소 길다. 하지만 의외로 내용은 간단, 바로 국가의 부름을 받은 세 명의 요원들이 나치 전범을 찾아서 처단하는 거. 하지만 그런 임무에 진실이 숨겨지면서 세월이 흘러 나이든 요원들이 고뇌를 한다는 일종의 드라마 스릴러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듯 교차 편집으로 내달린다. 과거 60년대 동베를린의 음습한 상황과 30년이 흐른 90년대 미국의 상황을 오가며 과거 요원들이었던 이들이 현재 어떻게 대접받으며 지내는지 보여주는 방식이다. 시작은 이들이 1966년 거대한 군용 수송기에 내리면서 서막을 연다. 이들은 조국 이스라엘의 환대 속에서 요원으로써 임무를 마치고 귀환한다.

그런데 정말 임무를 잘 마쳤던 것일까? 다시 현재로 와 이젠 늙은 할머니가 된 요원 레이첼(헬렌 미렌), 그녀의 딸내미가 쓴 책의 골자는 '우리 엄마는 과거 이런 요원으로 영웅이었어요' 모드의 책 출간회를 통해서 레이철은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1965년 어느 동독의 허름한 오피스텔 공간에 세 명의 남녀가 있다. 이들은 조국 이스라엘 '모사드' 요원으로 바로 나치 전범인 '보겔' 박사를 잡아서 법정에 세우는 게 임무였던 거. 그래서 이들 첩보 요원의 일상과 작전이 세심하게 펼쳐진다. 영화적인 수사가 아닌,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식이다. 젊은 레이첼(제시카 차스타인)은 보겔이 산부인과 의사로 있는 걸 알고서, 임산부로 위장해 그 사람 앞에서 환자로 접근한다. 그러면서 나름 친숙해지는데..


(극 중 '나치 전범' 보겔 박사 역은 실제 아우슈비츠의 악의 화신 '요제프 맹겔레'를 모델로 했을까?)
그 정도로 둘은 너무 닮아 보인다. 모습과 해온 행적까지도.. http://mlkangho.egloos.com/10414167


그러던 어느 날, 디데이가 다가오자 레이첼은 그의 목을 두 다리로 조르며 주사 한방으로 혼절시키고, 두 명의 남자 요원에게 연락해 그를 빼내기에 성공한다. 아주 간발의 차이로.. 그리고 우편배달 업무차로 위장해 그 지역을 벗어나 자신들의 아지트로 그 보겔을 묶어두게 되는데.. 이때부터 문제가 생긴다. 즉, 세 명이 이 놈을 잡기 전에는 나름 의기투합하며 끈끈한 정이 있었다. 그 속에서 알듯 모를 듯 사랑까지 새록 피어나는 등, 분위기는 꽤 좋았다. 하지만 이 보겔 박사를 잡아두게 되면서 문제가 꼬인다. 미국과 연락해 진행될 사항이 취소가 되면서 또 이스라엘 정부의 송환이 늦춰지면서 이들이 보겔 박사를 포로로 잡아 감시하는 일에 서서히 지쳐간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그를 지키고 밥을 먹이고 심지어 화장실까지 챙기는 상황이 반복되며 서로에게 짜증이 솟구친다.

더군다나 이 보겔 박사는 아주 악마주의적 인물로, 사람 좋게 대하다가도 여기 유태인 요원들을 상대로 과거 사실을 들춰내 속을 박박 긁어내며 이들을 열받게 한다. 극 중에서 '비르케나우 수용소의 도살자'로 나온 '보겔'은 아마도 실존인물 '요제프 맹겔레'를 룰모델로 삼은 게 아닐 정도로 그 싱크로율은 맞아 떨어진다. 그러면서 그 보겔은 '너희 민족성은 의외로 약해서 4명이 수천 명을 가스실로 끌고가도 꼼짝도 못해 다들 죽은 거라는' 등 특히 데이빗(샘 워싱턴) 상대로 심리전을 펼친다. 이에 격분한 데이빗이 보겔을 반 죽여놓듯 패는데.. 이렇게 이들이 보겔에게 지쳐가는 사이, 레이첼이 또 다시 감시 업무를 보던  날, 보겔이 도망가는 사고가 벌어진다. 너무 급작스런 상황에 그녀는 온몸으로 그를 잡으려다 얼굴에 상처까지 입으며 이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된다.

그렇다면 보겔은 죽은 것일까? 아니면 살아서 처단이 안 된 것일까..
당시 상황에서 과연, 30년이 지난 그 세 명의 요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 것일까?


(젊은 레이첼 요원 역에 '제시카 차스타인'과 늙은 레이첼 역에 '헬렌 미렌', 둘의 싱크와 호연이 빛났다.)

'언피니시드', 오락적 첩보 스릴러가 아닌 리얼리티를 살린 그들의 고뇌극..

이렇게 영화는 '나치 전범'에 대한 처단을 다루고 있는 첩보 스릴러물이다. 하지만 완벽한 스릴러라고 보기엔 영화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느낌이 다분하다. 액션도 그렇게 많지 않거니와, 이들 세 명이 이스라엘 특공무술인 '크라브마가'를 서로가 연마하는 모습이나, 보겔 박사를 빼내는 과정에서 몇 번의 총질이 있을 뿐, 그렇게 임팩트하지 않다. 그래서 그런가, 이런 점 때문에 더욱 와 닿는 현실감이 있다. 절대 위장과 포장되지 않은 60년대 요원들의 모습에서 때론 인간적인 면모까지 보게 된다. 그것은 30년이 흘러 이젠 늙어버린 그들의 모습에서도 더욱 그러한데, 자신들이 처단했다고 아니, 처단된 것으로 믿고서 행동해온 이들에게 옥죈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영화는 포커스를 맞춘다. 그것이 바로 리얼리티를 살린 요원들의 고뇌인 것인데, 그런 역에 세 명의 연기자는 호연을 펼쳤다.

젊은 미모와 실력까지 겸비한 여성 '레이첼' 요원으로 분전한 '제시카 차스타인', 그녀의 차가우면서도 이지적인 모습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고, 30년이 흘러서 노년의 레이첼 요원 역에는 '헬렌 미렌' 할매가 나와 호연을 펼쳤다. 얼마 전 '레드'에서도 그렇게 보여주더니, 여기서도 나름 첩보 액션을 선보였다. 그러면서 과거 보겔 박사를 찾는 과정에서 두 남자 요원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까지, 역시 연기파 배우에 걸맞은 관록의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젊은 데이빗 요원으로 나선 '샘 워싱턴'의 패기와 심도있는 연기는 '아바타'와 '타이탄' 이후 그의 색다른 연기를 볼 수 있었고, 스테판 요원 역에 그 중년 남자는 물론, 특히 나치 전범 '보겔' 박사로 분전한 '제스퍼 크리스텐슨'의 연기는 아주 임팩트하게 볼만했다. 이들에게 잡혀 그렇게 고생하는 모습이 아주 리얼할 정도로, 그도 호연을 펼쳤다.

이렇듯 영화는 세 명의 요원들 캐릭터에 중점을 맞추며 전개되는 첩보물이다. 물론 이게 영화적으로 포팅된 첩보 오락무비는 절대 아니다. 다소 초반은 심심하게 나서지만, 중반 전후로 해서 몰입감 좋게 지켜보게 하는 일종의 드라마성 첩보물이다. 그러면서 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교차 편집해 중복된 화면 연출로 사건의 당위와 개연에 초점을 맞춰 꽤 짜임새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현실감이 살아있는 리얼리티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첩보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진중하고 묵직하다. 그냥 가볍게 볼만한 첩보물은 아니고 무언가 울림이 있고 흡인력이 좋은 영화이자, 자신들이 만든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고뇌하는 요원들의 모습을 통해서 자의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지막이 좀 허망하게 마무린 된 느낌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헐리웃에서 첩보를 오락이 아닌 메시지화 시키는 모양새는 꽤 그럴싸해 보이며 나름 성공적인 느낌이 든다. 

영화 '언피니시드', 원제는 'Debt' 이지만.. 결국 이들의 그 빚은 끝나지 않은 채 계속 된 것이다.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3117&mid=16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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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브덕션 - Ab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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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논스톱 액션 블록버스터'라 명명된 영화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런데 정작 주목을 끈 거 주인공 '테일러 로트너'라는 청년 때문이다. 그가 누구던가?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사이에서 벨라 처자를 두고 별나게 각축전을 벌였던 하이틴 로맨스 판타지물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나은 조연급 스타로 떠오른 배우다. 당시 상의실종으로 활보하며 식스팩을 자랑하던 그는 그 이후로 말 그대로 짐승남이 되버렸다. 그래, 몸 좋은 거 인정한다. 92년생으로 그땐 10대였고, 지금은 갓 20살이 된 앳된 청년이다. 그래서 그런가, 짐승남이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몸짱 하나 믿고 첫 주연을 맡은 액션 무비가 '어브덕션'이다. 뜻대로면 유괴 or 납치 ? 아니면 무슨 뜻?

아무튼 제목만 봐서는 얼핏 무슨 영화인지 감이 안 잡힐 수도 있지만, 포스터나 그가 건물 창문벽을 타고 내려오는 걸 보면 액션 영화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가열하게 액션의 중심에서 마음껏 활보하며 보여줄지 기대가 되기 마련이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서막을 열었던 '존 싱글톤' 감독이 연출했고, '엑스맨' '본' 시리즈의 제작진이 가세해서 만들어진 영화라는 홍보 또한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막상 뚜겅을 열어보니 설익은 액션 영화를 보듯, 그 유명한 '본'시리즈를 따라 하려다 만 하이틴 첩보물에 지나지 않음을 보게 된다. 실제 나이 20살에 맞게 포팅돼서 그런지, 그는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성인스런 연기 대신 여친과 도망가기에 급급한 추격전만을 남겼다. 물론 마지막에는 적을 유인해 일망타진 할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그렇다면 이 영화는 무슨 내용일까.. 먼저 시놉시스는 이렇다.

논스톱 액션 블록버스터, 짐승액션 대폭발!
나의 모든 삶은 조작되었다. 거대한 음모를 향한 그의 대반격이 시작된다!

우연히 실종자 프로그램 사이트에서 자신의 사진을 발견하게 된 네이슨(테일러 로트너)은 자신의 모든 삶이 거짓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때, 그를 제거하기 위해 의문의 남자들이 들이 닥치고, 급기야 가족들이 몰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정체불명의 거대 조직의 추격 속에 CIA 역시 그를 뒤쫓기 시작하고, 네이슨은 자신의 존재가 국가적 음모와 연관이 있음을 직감한다. 마침내, 지금까지 자신의 모든 삶이 조작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네이슨은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대결 속에 목숨을 건 대반격을 시작한다!



(액션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여친과 도망가기에 급급한 '테일러 로트너', 그래서 여친은 개고생?!)

시놉시스를 보듯이, 내용은 사실 기존의 첩보물과 거의 흡사하다. 평범한 일상에 찾아든 의문스런 요원들의 습격, 그 자리에서 부모님은 살해되고 주인공 남자는 이유도 모른 채 여친과 도망간다. 그러면서 계속 자신을 잡을려는 세력으로 인해 그는 궁지로 몰리고, 서서히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다. 물론 추격전 와중에도 살아 남기 위해서 액션은 기본이다. 그리고 종국엔 적을 물리치고 여친과 행복하게 살게 됐다는 이야기.. '내가 쫓기는가'에서 시작돼 자신의 정체를 알고 나서 그들과 맞서 싸우는 플롯, 과거 유명한 첩보물 '본'시리즈도 그랬다. 그런데 여기 '어브덕션'은 그런 '본'시리즈와는 다르게 임팩트가 없다. 아니 없는 게 아니라, 걸리적 거리는 여친을 데리고 다녀서 그런지, 꽤 하이틴스럽게 전개가 된다. 그 소녀는 그냥 집으로 돌아갈 것이지, 왜 이리 쫓아다니며 개고생하고 민폐를 끼치는지.. 아직 어린 친구들이라 붙어 있는 게 좋은 가 보다. ㅎ

나름 착하게 살아온 10대 고딩 청년 네이슨, 그는 오늘도 학교와 집 그리고 파티로 일상을 지낸다. 그러다 학교 숙제로 다시 만나게 된 전 여친과 홈워크를 하던 중에, 우연히 인터넷에서 실종자 프로그램 사이트를 통해서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다. 자신은 버려진 아이였고, 지금의 양부모가 이렇게 키워온 사실에 깜놀한다. 바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집을 나갈려고 한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에 접속한 순간 그의 위치는 발각돼 정체 모를 요원들의 습격을 받아 부모님이 죽고, 그마저도 살해의 위협을 받는다. 이때부터 여친과 도망가기에 바쁘다. 산 건너서 바다 건너서 아니, 숲속으로 도망치고 하룻밤 풍찬노숙도 하는 등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이들을 쫓는 게 그런 요원들 이외에 미국 CIA 요원들까지 가세해 네이슨을 잡을려고 한다.

도대체 그가 무엇이길래, 이런 난리부루스를 치며 잡을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친부모의 전력 때문에 그렇다. 특히 그의 친아버지가 전세계 '탑클래스5' 안에 드는 알아주는 요원이었는데, 25명의 이름들이 암호화된 무슨 기밀 디지털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거. 즉 이것을 빼앗을려고 세르비아 계열의 그 요원들과 CIA 국장까지 그를 찾게 된 것이다. 이게 다 어찌보면 친아비를 잘못 만난 덕택이다. 그러니 그는 이유도 모른 채 여친과 도망가다 기차 안에서 죽을 고생하며 액션도 하고, 마지막에는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홈구장에서도 다리를 삐긋하는 액션까지 선보인다. 그렇다면 그는 그 디지털 정보를 넘겨주고 무사히 살았을까..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도망치며 액션을 선보인 것일까.. 참, 마지막도 시시한 게 액션에 갈무리치곤 때꾼해 보인다.


(얼추 과거 본 시리즈의 젊은 '맷 데이먼'처럼 보이는 '테일러 로트너')

'테일러 로트너'의 첫 주연 액션무비 '어브덕션', 하이틴스럽게 설익은 첩보물

이렇게 영화는 분명 가열한 액션 영화 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액션으로 점철된 영화는 아니다. 식스팩을 자랑하는 짐승남이 보여준 액션은 고작 양아버지와 격투기를 한 것과 기차에서 가열한 육박전이 기억에 남고 나머진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그것도 걸리적 거리는 여친을 데리고 말이다. 그래서 그런가 이 영화는 꽤 하이틴스럽게 포장됐다. 완벽한 성인 액션물 보다는 10대 소년소녀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며 이들의 추격전을 그렸다. 그렇다고 그 추격이 긴박감 있게 진행돼 보이지도 않는다. 무언가 몰입감에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때꾼해 보인다. 그러다보니, 영화는 그 규모나 스케일에 걸맞지 않게 꽤 작아 보인다. 액션 블록버스터는 무슨.. 그냥 TV 드라마용에 걸맞은 그림들이다. 더군다나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도 두 남녀가 도망치는 와중에도 하이틴 로맨스는 잊지 않고 집어넣는다. 기차에서 그런 딥키스라니..

그래도 볼만한 건 있다. 주인공 '테일러 로트너'를 뺀 여친으로 나왔던 처자가 기럭지는 짧지만 나름 귀여우면서도 섹시해 보이는 게, 마치 미드 '히어로즈'에서 클레어 역을 맡은 '헤이든 파네티어'를 보는 듯 눈길이 계속 갔다. 그리고 이들 주인공을 몰래 도와준 정신과 박사로 나왔지만 아줌마 요원이었던 '시고니 위버'의 아우라는 좋았다. 대신 짧게 나와서 아쉽지만, 자신의 차에서 그들을 도망치게 할려는 카운트다운의 긴박감은 좋았다. 그외 CIA 국장은 어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악역으로 나왔던 것 같고, 세르비아 계열의 그 악당 대장의 포스도 나름 좋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역시 주인공 '테일러 로트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 이렇게 첫 주연의 액션 영화를 찍었지만, 기대에 많이 못 미친 결과를 보였다.

마치 '본'시리즈의 아류작 아니 이것저것 모양새를 따오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청년의 첩보 액션이 설익은 과일을 맛보듯, 시큼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엉성한 것 보다는, 임팩트한 요소는 많이 부족하고 그냥 소소한 정도에 머무른 액션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에 하이틴스럽게 갈무리 된 것도 그렇고, 이래저래 액션 블록버스터라 하기엔 많이 부족한 영화라 할 수 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순 없고 이제 20살이 된 '테일러 로트너', 잠재력은 분명 보인다. 하지만 연기력을 좀더 키우고 리얼 액션을 좀더 가다듬으면 차세대 액션 스타로 대성할지도 모른다. 왜 극 중에서 자신도 언급하지 않았는가.. 제이슨 스태덤, 맷 데이먼.. 얼굴과 몸매는 액션 스타의 자질은 보이지만, 아직은 배우로써 모습은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7147&mid=16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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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 - The Clien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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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스릴러 장르가 가지는 근원적인 재미는 언제나 관객들의 주목을 끌기에 용이하다. 그것이 액션이든 판타지든 스릴러적인 요소가 들어가면 이른바 게임을 푸는 방식에 접근하며 사건 해결에 동참을 시키기 때문인데, 특히나 어떤 범죄자 즉 범인을 잡아내는 거라면 그 스릴러적 재미는 더욱 배가 된다.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가 싶으면서도 그 예상을 뒤엎는 마지막에 반전이 있다던가, 아니면 반전이 없어도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상당한 몰입감을 제공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면 영화가 그려내는 스릴러 장르는 가히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보통 액션이 가미된 잔혹한 범죄 스릴러의 경우가 그러한데, 하지만 이번에 나온 한국영화 '의뢰인'은 잔혹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다. 아니 잔혹하기 보다는 그냥 드라마에 가까운 느낌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최초 본격 법정 스릴러'라는 문구 때문이라도 의외로 밝은? 편이다. 말 그대로 검사와 변호사의 치밀한 법정 공방을 다루고 있기에, 영화 자체가 그렇게 어둡지 않다. 대한민국의 법정이 그렇게 어두운 곳도 아니기에.. 실제로 영화상에서도 그려낸 법정은 고품격의 재판장을 보듯 세트가 참 샤방샤방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물이기도 한 주인공은 살인을 저질렀다고 의심받는 피의자로써 양쪽의 변론의 중심에 서서 그를 주목하지만, 그렇게 임팩트하게 나서지 않는다. 마지막 증언석에서 회한의 눈물을 쏟아내지만, 그의 범죄 행각에 대해서 다른 범죄 스릴러처럼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런가, 이 영화 '의뢰인'은 꽤 심심하면서도 드라마적으로 포팅돼 눈길을 끌고 있다. 즉 강도가 세지 않은 스릴러, 하지만 끝까지 지켜보게 만드는 스릴러 '의뢰인'..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피로 물든 침대, 사라진 시체, 그리고 살인 혐의.. 재판이 끝나기 전까진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시체 없는 살인사건, 그러나 명백한 정황으로 붙잡힌 용의자는 피살자의 남편 한철민(장혁). 여기에 투입된 변호사 강성희(하정우)와 검사 안민호(박희순)의 치열한 공방과 배심원을 놓고 벌이는 그들의 최후 반론. 어떤 결말도 예상할 수 없는 치열한 법정 대결, 이제 당신을 배심원으로 초대한다!



사실 영화의 시놉시스를 보듯이 내용은 별거 없다. '피로 물든 침대, 사라진 시체, 그리고 살인 혐의'라는 문구 하나만으로 이 이야기의 주제와 소재는 끝났다. 한 여자가 살해됐고 그 살인범으로 몰린 용의자 남편, 그 사람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와 어떻게든 그 용의자의 유죄를 입증하려는 검사, 이 세 명의 불꽃튀는? 두뇌 게임을 다룬 영화인 것이다. 마치 일본 추리소설의 대표적인 인기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등에서도 많이 차용된 스토리 중 하나다. 아내가 죽고 그 범인으로 몰린 남편, 아니면 반대로 남편이 죽거나 범인으로 몰린 아내, 이런 식의 플롯에다 용의자 알리바이는 완벽해 범죄를 입증하지 못한다. 바로 영화 '의뢰인'도 딱 그 케이스다. 심증은 있으돼 물증은 없고, 오로지 정황증거 만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범인을 밝혀내는 거..

어느 날 새벽의 뒤늦은 귀가, 한철민이라는 남자는 부인이 죽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아파트가 경찰차와 응급차로 뒤범벅인 현장에서 그는 현행범으로 곧바로 체포된다. 그가 아내를 죽였다는 거. 그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채 수갑을 찬다. 그리고 이 사건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른다. 확실한 물증은 없어도, 여러가지 정황증거 만으로도 한철민은 확신범으로 몰린다. 그 증거라는 게, '치사량에 달하는 3리터의 피가 흐른 침대', '크기가 다르게 타 들어간 다섯 개의 양초', ' 지문이 없는 용의자의 열 손가락' 등, 사건 발생 시간의 추정과 동선이 한철민의 그날 행적과 거의 흡사에 빼도 박도 못한다며 그를 살인범으로 체포한 것이다. 이에 정의와 신념으로 가득찬 아니, 좀 날나리끼가 있어 보이는 '왓어맨'? 같은 포즈를 자주 보이는 강성희(하정우) 변호사가 이 사건을 맡는다.


(법정에 선 피고인 한철민과 그의 변호를 맡은 강성희 변호사, 둘의 조합은 어울려 보인다.)

거의 유죄가 확실시 되지만, 피고인측의 변호는 어떻게든 판결은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신념하에 사건을 재조사 하기에 이른다. 정말로 한철민이 부인을 살해했는지에 대한 동기부터 그날 새벽에 출장차 홍천에 다녀온 경위와 그 과정에서 일어난 경미한 교통사고까지, 나름 애쓰며 강 변호사는 친한 선배이자 사건 브로커 성동일에게 갖가지 조사를 맡긴다. 물론 옆에서 열혈 사무장으로 분전한 김성령도 한몫하며 이들은 팀웍을 자랑한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그날 사건 현장의 엘리베이터를 담은 CCTV 확보가 안 되면서 난관에 봉착한다. 의도적으로 저쪽 검찰에서 그것을 빼돌렸다는 것이 의심되는 가운데, 강 변호사 쪽은 검찰을 압박하기에 이른다. 급기야 사무장이 나서서 형사를 매수해 그 증거자료를 입수했지만 그런 자료가 이미 없어지고 허탕..

한편, 검찰 쪽도 마찬가지다. 저쪽 강변이 한씨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서 갖은 애를 쓰자, 꽤 난처해하며 변호쪽 변론에 위해를 가한다. 나름 사회정의구현에 앞장서 왔다는 안 검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의 위상을 찾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더군다나 이번에 용의자 한철민은 과거 서북지역 부녀자 성폭행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잡혔다가, 3일 만에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전력이 있던 자이기에 더욱 그를 확신범으로 확신한다. 그러면서 과거 그 사건으로 옷을 벗게 된 형사 하나를 한철민에게 붙혀 미행케해 그를 어떻게든 잡을려고 했는데, 이렇게 아내 살해 용의자로써 그를 다시 대면하게 된 거. 어쨌든 한씨를 사이에 두고 변호측과 검찰측의 법정 공방이 중반 이후 나름 밀도감 있게 펼쳐진다. 실제 법정보다 더 치밀한 영화적 대사들을 치며 눈길을 끄는데..

그렇다면 정말로 한철민은 자신이 사랑했던 아내를 죽였을까.. 안 죽였을까..
그것이 이 영화의 최대의 관건인 셈이다. 하지만 예측은 가능하다. 정말 진범은 누구일까.. ㅎ


(검찰과 살인 용의자 그리고 변호사 역의 캐릭터들, 박희순 장혁 하정우가 호연을 펼쳤다.)

'의뢰인' 한국형 법정 스릴러로써 의미나 시도는 좋았지만, 반타작에 그치다.

이렇게 영화는 자칭 '대한민국 최초의 법정 스릴러'라는 장르를 개척했다는 모양새로 나온 스릴러 영화다. 그런데 그간에 잔혹한 범죄 스릴러의 양상이 아니라, 이미 용의자는 잡혔고, 그런 그의 유무죄를 밝혀내는 게 관건인 영화가 바로 '의뢰인'이다. 즉 그가 계속 범행을 저지르고 법망을 피해다니며 그를 잡기 위해서 혈안이 되는 구도가 아니라, 그를 법정에 세워서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게 만드는 게 주요 관람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는 미국 등에서는 이미 익숙한 법정제도,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시행된 국민배심제도를 활용해 일반인을 그 법정에 참가시켜 관객들을 그 배심원으로 초대하며 영화를 지켜보게 만든다. 즉 범인이 맞느냐 아니냐를 직접 맞춰보라는 식인데, 그래서 영화는 다소 외국스런 분위기가 풍긴다. 그러면서 우리의 법정도 꽤 심플하게 나름 모양새가 나온다는 설정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영화는 영화일 뿐.. ;;

그것은 여기 주인공 세 명의 남자 캐릭터도 그렇다. 물론 현실감있는 배역이긴 하지만, 날라리끼가 다분하면서도 때로는 '왓어맨' 같은 포즈는 거슬리게, 자신의 일에 확고한 신념으로 무장한 하정우는 변호사로 분전해 그간에 '추격자'나 '황해'에서 그런 거기시한 이미지를 씻는데 나름 성공한 듯 보인다. 박희순의 검찰 역도 독특하면서도 깐깐한 그의 목소리 만큼이나 빠릿한 검찰 역에 잘 어울렸다. 여기에 살인 용의자로 몰린 장혁의 호연도 볼만했던 게, 중반까지 거의 무표정에 말 한마디 없는 모습과 마지막 법정에서 쏟아낸 최후 진술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변호인과 검찰, 이들이 법정에서 쏟아내는 변론 등의 언변을 듣고 있자니, 꽤 영화적으로 포팅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딱딱 짜맞추듯, 정황 증거만으로 교과서적인 변론만 하는 게 눈에 거슬린다.

더군다나 이야기 전개 즉,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기까지 과정이 그렇게 촘촘해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급작스런 반전도 다소 전달력이 떨어지는 등, 그 어떤 임팩트한 스릴러적 쾌감을 사기엔 부족해 보인다. 그래도 영화는 한국 최초 본격 법정 스릴러를 표방한 것처럼, 그 모양새나 분위기는 꽤 그럴싸하게 만들어냈다. 그것은 얼마 전 개봉해서 개인적으로 잘 봤던 '매튜 매커너히' 주연의 법정 스릴러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처럼 완벽한 느낌을 주진 않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나름 이 정도면 괜찮은 한국형 법정 스릴러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역시나 범인의 유무죄를 결정짓는 진범을 잡는 과정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쉬운 건 사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스타일의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이미 결론은 난 것이다. 무언가 반전을 기대했지만, 역시 반전의 무리수는 어려운 것일까..

'의뢰인', 성공작 보다는 그나마 반타작에 그친 법정 스릴러라 보고 싶다.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5395&mid=1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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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 - Countdow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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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나름의 아우라를 간직한 두 배우 '전도연' '정재영', 이들이 '피도 눈물도 없이' 이후 9년 만에 다시 만나며 화제가 된 영화가 있다. 그래서 그런 점을 강조한 포스터를 보듯, 이들의 모습 아니 둘이 '10일 간의 목숨 건 동행', '내가 살려면 당신이 필요해!'라는 문구 때문이라도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스릴러적 코드가 배어 있다. 여기에 액션까지 담아내 느와르적인 모습까지 보인다. 하지만 이것 모두가 종국에 신파로 마무리된 아쉬움에 무언가 여운을 남긴 영화가 '카운트다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가, 이 영화는 갖가지 장르가 섞여 있는 복합적인 드라마 양상을 보인다. 그런데 이것을 완벽하게 버무리지 못하고, 과한 욕심으로 내달린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도 가볍게 즐기만한 오락적 요소는 충분하다. 액션과 스릴러라는 코드를 깔고 종국엔 신파를 안겼지만, 영화는 그래도 그 어떤 진정성을 향해 달려간다. 2시간이라는 긴 런닝타임이 좀 지쳐보여도, 지켜보게 만드는 힘은 있다. 전도연의 전매특허가 되다시피 한 남자를 살살 녹이는 '팜므파탈'의 모습은 여전히 녹슬지 않게 보여주었고, 정재영 또한 기존의 이미지에서 좀더 진중하게 하드보일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액션의 중심에 섰다. 그래서 더 어울려 보이기도 했는데, 종국엔 가슴 아픈 부성애까지 보이며 이런 역에 방점을 찍었으니, 여러가지 담아낸 흔적이 역력하다. 그렇다면 두 남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영화 '카운트다운'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시놉시스를 보듯이 다소 내용이 복잡해 보인다. 그런데 이 영화의 기본 플롯을 알면 대충 짐작이 간다. 헐리웃도 그렇고, 보통 두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필요한 조건을 내걸며 파국으로 치닫는 모앵새, 전형적인 액션 스릴러의 코드이기도 하다. 이것은 이미 한국영화 '심장이 뛴다' '나는 아빠다' 처럼 한쪽의 생명이 위태로움에 빠질 때, 그 생명을 구할 맞은편 사람과 부딪치면서 겪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런 측면에서 여기 '카운트다운'도 마찬가지다. 웃음끼 하나 없이 냉혹하게 채권추심원으로 살아가는 남자 '태건호'(정재영), 그는 오늘도 내일도 빚을 안 갚는 자들을 찾아가 전기봉 같은 스턴건으로 위협하며 돈을 받아낸다. 시크한 말 한마디와 함께..

그렇게 살아가는 그에게 찾아든 '간암 선고', 아니 병원 한 번 안 온 그에게 내려진 이 선고 앞에, 어떻게든 살고자 그는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로 나선다. 바로 자신의 간을 이식해 줄 사람을 찾는 것인데, 그 방법이 예전에 자신의 아들이 죽은 후 장기이식으로 새생명을 얻은 자들을 찾아다닌다. 그 중에서 아들의 심장을 이식받은 여자 '차하연'(전도연), 바로 그녀가 자신과 조직이 일치하자 그녀를 찾아가 간 이식을 부탁한다. 그런데 이 여자가 보통 여자가 아니다. 정재계와 법조계를 이용한 사기 전과범으로 이른바 몸매를 무기로 살아가는 그런 여자다. 수감 중인 상태에서도 태건호에게 조건을 단다. 간을 줄테니 '조명석'(이경영)이라는 인물을 찾아 달라는 거. 그래서 태건호는 어쩔 수 없이 정보원을 동원해 조명석 찾기에 나선다.


(나, 이대 나온 아니 '팜므파탈'한 여자야.. 스턴건을 무기로 채권 추심하며 살아가는 남자..)

그런데 이 조명석이라는 인물도 만만치 않다. 한마디로 '큰 손'인 셈인데, 과거에 이 남자가 차하연과 놀아나면서 엄청난 돈을 잃고 그녀를 감방에 넣은 것이다. 어쨌든 조명석 행방을 찾은 태건호는 차하연이 출감하는 날, 그녀를 차에 태우고 나간다. 그런데 잠시 한 눈을 판 태건호를 빼돌리고, 차하연은 조명석 일당의 전산 시스템에 들어가 정보를 빼돌려 복수를 시작하면서 일이 꼬인다. 여기에다 과거 차하연에게 사기를 크게 당한 연변 흑사파 두목 스와이(오만석) 일당까지 가세하며 태건호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하루 빨리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가 간을 이식 받고 살아야 하는데, 도대체 이 여자에게 꼬인 두 세력 때문에 태건호는 죽을 맛이다.

연변 패거리에게 쫓길 때는 어느 재래시장을 쑥대밭을 만들며 카체이싱으로 난리 북새통을 치더니, 어느 백화점에서는 성룡 영화식 추격전을 보이며 교묘하게 빠져 나가고, 그들 패거리에게 잡혀 갔을 때는 태건호가 나서서 스턴건으로 그들을 제압하며 구하는 등, 도통 차하연이라는 인물 때문에 태건호는 생명이 더욱 위태롭다. 간암 선고를 받은 자에게 계속 뛰게 하고 액션을 하라니, 이게 가능한 것인가 의문이 들면서도, 이 남자는 중간 중간에 혼절을 한다. 이게 간암의 전형적인 유형이라는데, 여기에다 기억폐쇄증까지 있어 과거 아들을 잃었던 사고의 기억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이 전개되며 그의 목숨이 위태로울수록 서서히 과거의 기억을 찾게 된다. 자신이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전도연과 정재영 두 배우의 만남으로 화제, 특히 정재영의 호연이 돋보였던 '카운트다운'..)

그러면서 태건호는 드디어 우여곡절 끝에 차하연을 데리고 와 간암 수술을 앞두게 되는데, 문제가 또 꼬인다. 차하연이 과거 17살때 낳아서 버렸던 17살 소녀가 조명석에 납치가 된 거. 그녀는 당장 그 딸 애를 구하러 가게 되고, 아픈 몸을 이끌고 태건호도 그 일에 끼어들게 되는데, 마지막까지 스턴건을 휘두루며 액션의 몸부림을 제대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는 사건 현장에서 납치된 소녀를 구하고, 차하연을 다시 데리고 와 간을 제대로 이식 받을 수 있을까.. 아니 그 보다 과거 아들을 잃었던 사연은 어떻게 된 것이고, 그는 왜 이렇게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며 살고자 했는지.. 이 모든 게 신파조로 마무리돼 방점을 찍는다.

'카운트타운', 목숨을 담보로 펼치는 위험한 거래와 정재영의 호연이 빛난 영화

이렇게 영화는 기존에 보여주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액션 스릴러적 요소로 꽉 찬 영화다. 채권추심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에게 들이닥친 암 선고, 그래서 어떻게든 살고자 거래를 하게 된 팜므파탈로 무장한 한 여자, 이 두 사람을 충돌시켜 그린 전형적인 액션 드라마의 모양새를 띈다. 초중반까지는 그런 그림이 많이 펼쳐지며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마치 2004년 히트작 '범죄의 재구성'을 보는 듯 하다. 하지만 이게 후반으로 갈수록 그런 모양새에 상충하게 신파조로 흐르는 경향을 띈다. 당연히 목숨이 위태로워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남자가 과거 아들을 잃었던 사연이 그려지며 분위기는 그렇게 흐른다. 그것은 여자 주인공 차하연의 미숙한 모성과도 부딪치며 뒤늦은 부성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영화는 아쉬우면서도 무언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다 눈에 띄는 캐릭터는 큰손 역의 이경영 보스나 연변 흑사파 두목으로 나온 오만석의 걸죽하면서도 무언가 언밸런스한 모습은 극의 재미를 선사했다. 그리고 정재영의 정보원으로 잠깐 출연한 김동석의 용팔이 같은 역도 볼만해 깨알 같은 재미를 부여했다. 독고다이 흥신소를 차려서 핸드폰을 도대체 몇 개를 가지고 다니는지.. 아무튼 영화는 분명 액션 스릴러로써 다가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영화다. 차하연 캐릭터를 소개하는 영상이나 갖가지 인상적인 대사들이 있다. 하지만 이야기적으로 이것을 뚝심있게 밀어 부치지 못하고, 두 배우의 과거 사연을 통해서 감동을 자아내려는 측면이 부각돼 다소 어긋나 보이기도 했다. 그것은 모성과 부성으로 다가오면서 특히 정재영의 뒤늦은 부성애의 깨달음은 신파로 내달리며 보는 이를 진중하게 만들었다.

이른바 이것을 개인적으로 '액션의 신파'라 부르고 싶기도 하지만, 가는 과정까지가 그렇게 자연스럽게 매끈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두 배우의 아우라에 걸맞게 잘 뽑아져 나온 영화라 보기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그래도 전도연은 그런 '팜므타팔' 이미지에 맞게 나름 기본은 해주었고, 무엇보다 정재영의 독특한 매력이기도 한 이미지, 시크한 '채권추심원' 역으로 분전해 제대로 그림을 살리며 극에 잘 맞았다. 특히 그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는 뒤늦은 부성애의 감성적 호연도 볼만해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오히려 비주얼로 승부를 건 전도연 보다도, 정재영의 연기력이 더 돋보인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목숨을 담보로 펼쳐낸 이들의 위험한 거래와 액션의 신파 '카운트다운'..

강호가 보기엔 정재영 필모그래피에서 나름 손꼽는 작품이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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